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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껄떠벌

七夕

2020.08.25 13:23

조회 수:15

이제 오후 1시 넘었는디 벌써 물을 세 번이나 뒤집어 썼네, 더워.  여름에 이만 더위야 뭐 당연한 거지만, 밖으로 나설 엄두가 나진 않어.  둬 시간, 어제 못 끝낸 천뢰지망을 들여다 본 후, 냉면 한그릇 먹구는 뒹굴거리구 있다.  


참 편케 살구 있지, 어렸을 적엔 배고픔두 겪었는디, 오늘 마날 안주를 뭘루 할까...  

행복한?  아무튼 그럭저럭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이, 큰 다행이란 생각을 가끔 떠올리곤 혀.

큰 거 읎어두, 세상살이 이 정도믄 됐어.


오늘이 칠석七夕.

아주 오래 전, 칠석 오후에 고산사엘 올랐다 비가 내려, 산을 못 내려 오구 요사채 마루에 걸터 앉아 있었어.  당시엔 고산사가 아주 작었어, 대웅전과 삼성각이야 지금과 한가지지만 요사채두 작구 마당두 거의 없었지.

얼마 후 방에서 늙구 젊은 중 둘이 나와 내 곁에 앉드라구.  그렇게 셋이서 낙수 떨어지는 걸 구경하고 있었는디, 갑자기 늙은 중이 내 한 귀를 잡고 귓볼을 비비며 그러드라구, '이만하면 됐다!'

그려, 됐어.


기억하기를 칠석이믄 반드시 비가 왔었는디, 오늘은 아직 소식이 없네.  어렸을 적엔 견우직녀 얘기가 참 솔깃혔었는디, 이젠 심장이 싸늘해져선가 시들방구네.  

오늘은 별자리들이 어떻게 움직이구, 전래 설화는 어떤가 뒤적이구 하던 시절이 다시 오진 않겠지?  세월이야 막무가내루 흐른다 해두, 뜻만 세우믄 다시 그런 때를 못 맹글 것두 없겠는디, 뭐 할라구...

날 저믈믄 에어컨 켜 놓구 쏘주나 허자구.


살믄서 세상에 감사하는 것이 딱 하나 있지, 내 생에서 전쟁이 없다는 거.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디, 앞으로도 그런지 어떻게 아냐구?  

한반도를 둘러 싼 정세가 늘 그려.  지정학적으루 대륙과 우리보다 월등 큰 일본 사이에서, 더구나 과학이 발달한 현재는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끼어들어, 조선 말 때처럼 복잡다단 하지만, 그때처럼 호락호락하진 않응께, 앞으로 나 죽을 때꺼정 전쟁은 읎어.


근디 말여, 요새 난리가 따로 읎네.  이게 우리나라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전쟁난 것보다 더 다잡기가 어렵구.  전쟁이야 눈에 띄이니 이렇게 저렇게 대처라두 할 수 있지, 상대가 쉬이 잡혀야 뭘 씨원허게 퍼붓구 말지, 제기랄!

3차 세계대전은 이것으루 끝냈으믄 좋겠어.  


허~

드뎌, 오후 6시에 빗방울 소식 들었다!

칠석 저녁부터는 밤벌레 울음소리가 커지지.

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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