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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껄떠벌

죽을 때

2020.09.22 04:39

조회 수:17

날이 서늘해지고는 잘 때 창문과 방문을 다 닫고 자구 있지.  춥기두 하구 모기 극성을 좀 피해보려구.  잠이 깨서 거실에 잠깐 있다 들어왔는디, 방에서 늙은이 냄새가 확 나네, 그참...


요새 대체 입에 맞는 게 읎네.  어제 마날 안주는 부추전을 했는디 전 꼬라지하고는...  그거 딸랑 한 장, 간장에 연겨자, 연와사비 각각 섞구, 생마늘, 양배추에 마요네즈, 그리구 주식인 라면.


요새 왜 입맛이 읎어?

죽을 때 돼서 그러지.

아직 나이가 있는디...

이 사람아!  그걸 누가 알어!  

그리구 왜 늙으믄 맛두 모르구 이두 빠지구 그러겄어.  고만 먹구 진기가 떨어져 죽으라구 그러는 겨.


600 다 마셔서 알딸딸한디 마트엘 댕겨왔네.  같이 지낸지 꽤 되는 플래티 하나가 죽을 때가 됐는가, 얼마 전부터 주둥이를 땅에 박고 지내드라구.  

플래티는 암수 구별이 구피보다 어렵지만, 몸집으로 봐서 암놈이 분명허구, 게다가 새끼까지 품은 게 확실한디, 이제 갈 때가 된 겨.  꼭 새끼를 보잠이 아니구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하는 게 안됐드라구, 어항에 숫컷이 읎어서 새끼를 낳지 못하구 있거든. 

그래 마트에서 숫놈 두 마리를 데려와 넣어줬드만, 아 글쎄, 기운을 차리구는 지대루 돌아 댕기네.  문제는 데려온 놈들이 아직 어려선가 암놈을 쫓아댕기질 않구 밥만 먹구 있어.


태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어두 죽는 건 내가 정한다구 혔드만, 절대 안된댜, 애들에게 아비가 자살했다는 오명을 안기는 일이라구.  이 사람은 이혼두 그래서 못하구, 냄새나는 나를 멕이구 재워주구 있거든.

지금처럼 사지육신 멀쩡할 때 가는 게 최선인디.

세상 더 사는 거에 미련두 읎어.  오늘은 이미 잠이 깼응께 그렇구, 내일 아침에라두 눈을 안 뜨구 그대루 여길 떠나두 좋아.

가순이 하구 씹?

그 사람두 이 나이믄 물이 말라서 씹하는 게 쉽지 않을 건디 뭘, 됐어.


어제는 막걸리 삼합을 챙겼지, 물 4ℓ, 막걸리 500mℓ, 사카린 반 수저.  내가 마실라구가 아니구 김장배추에 뿌려줬어, 천연방충제라드라구.

쌍둥이네가 식탁을 치우구 뭐 새로운 것을 들였나보드라구.  그 식탁을 가져온대서 자리를 마련하느라 싱크대 옆에 붙은 선반장을 뜯어냈지.

온누리상품권이 이번엔 10% 할인한다네.  5%일 때두 목을 맸는디 성화가 보통이 아녀, 은행엘 댕겨왔구.

어제 한 일 전분디, 모다 내가 읎어두 상관 없는 일이지.  마날이라 내 목구녕으루 술 마셨잖냐구?  그럼 술 더 마실라구 더 살어야 허나?

그려라, 씨부랑탕.


오늘은 뭘 허나...?

안날이라 새벽부터 안주 걱정할 일두 읎구, 쌍둥이두 미술학원 가는 날이라 오지 않구, 할 일이 읎어.

어이!  지구를 고만 짊어지구 일어나 주역이래두 읽으라구.  글쎄, 그러야겄어, 인나자!

인제 64괘 중 반 넘어 봤는디, 며칠 전부턴 하루에 2~3괘를 본께 시월이 오기 전에 한 번은 죄 보겄어.  뭐 알구 보는 건 아니구 그냥 강의 틀어놓구 앉아 있는건디, 앉아서 생활하는 젤 긴 시간여.  밥 먹구 똥오줌 싸는 때 말구는 지구를 지구 있응께.

왜 사는 겨, 대체!


저 플래티 참 신기허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거 읎는 상태였는디, 시방은 건강했을 때 모습여.


플래티


그러지, 아직 죽을 때가 아닌디 내가 지레짐작으루...

어거지루 죽이거나 죽지 마라.

왼쪽에 불갱이들이 새로 온 플래티들여.

사진 좀 잘 찍어라 이눔아!  다시 찍으려다 구찮어서...


할매가 시장에서 쌍둥이 만났다구 신기해 허네.  신기할 거 읎어, 우연이라는 것두 당연히 있는 현상인께.

처음 할매를 만난 건 미팅에서였으니 우연이랄 게 없는디, 3년이나 지나 다시 만난 건 정말 뜻밖였어.  근디 요샌 그려, 뜻밖이라는 건 내 좁은 소견 탓이구, 원래는 그리 정해져 있었든 겨, 우연이 아니구.

운명이란 것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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