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지껄떠벌

피 봤다!

2020.09.30 10:03

조회 수:17

워째, 하기 싫드라구, 차례 지낼 밤 까기.

우리집 칼이 식칼이든 과일칼이든 다 날이 무디지.  그래 단지에 과일칼을 문지르며 드는 생각이, 오늘 손을 베겠다.

묻드라구, 깐밤을 사다 쓰냐구, 공주에서 가져 온 밤이 있으니.  명절 차례나 엄니 제사 때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밤 까는 게 전분디, 그때마다 사다 쓰라구 꽁시랑대거든.  밤까는 게 싫어.  엄니가 태몽으루 밤꿈을 꿔서 태어났다는디, 태어난 게 싫어!

뭔 개소리여...!


암튼 덕분으루 손꾸락 쬐끔 베구는 환자치레루 누웠어.


명절이면 엄니랑 같이 부엌에서 광산 김씨네 차례 음식을 만들구, 광산 김씨네 차례상 진설하며 지대루 못한다구 지청구 먹구, 아부지랑 동생들이 광산 김씨네 차례상에 절할 때 부엌에 있다가 숭늉 가지구 가서 갱 내리구, 차례상 물리자마자 밥두 안 먹구 냅다 할머니 있는 곳으루 가곤혔지.  할머니 돌아가신 뒤로는 삼춘집으루 갔는디, 나 올 때까지 상을 안 치웠어.

명절이 참 싫어.  지금두.


차례상 진설?

밤, 사과, 감, 배, 대추 이 순서를 못 외우는 겨, IQ 148이.  종이에다 써 놓으면 종이를 잃어버리네.  아부지 돌아가신 뒤에야 외워지드라구, 썩을...


잔소리를 저렇게 하고 싶을까!  나만 눈에 띄면 한마디 허네, 손에 물 묻히지 말랴.  그참...

그래서지, 한 공간에 잠깐이래두 같이 있구 싶지 않어.  

후회?  이.  근디 속초가 싫어져서 움직이구 싶었거든.  자리를 잘못 택한 겨, 여수나 목포 쪽으루 튀었어야는디...


내 IQ?

글쎄 나두 잘 모르겄어.  이해력두 떨어지구 암기력두 그렇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얌마!  니 머리루 서울대두 모자랄 건디 어떻게 꼰찌를 허냐, 쥐어 박곤혔지.

148은 국민학교 때, 고등학교 검사에서는 143인가 그랬구, 연전 정신과 미친놈 검사에서 141.

혹시나 빠박이나 에미에게 건너갔나 혀두, 빠박이두 벨루구 연주두 시원찮어.  쌍둥이?  뭘 두 다리꺼정 건너가겄어.


다른 이들이 공부 빼구는 내 머리 얘기를 허긴 혀.

교양과목으루 체육 시험을 보는디, 5:5 농구를 시키드라구.  시험이 끝나구 교수가 부르더니 자유투를 던져보라네.  운동을 싫어혀서 농구공 만져본 게 그때가 처음인디, 자유투가 들어갈 리가 있나.  교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드라구, 농구선수 출신인 줄 알았댜.  공은 한번두 안 만지면서도 포지션 잡구 팀 움직이는 것이 아주 탁월혔다네.

아주 짧은 군 생활에서두 그랬어, 니가 고참되믄 군대가 바뀔 거 같다구, 고참들이.

친구들?


가난하게 살라구 공부가 시원찮었든 겨.

詩를 지대루 써서 '가난한 詩人'이 되었드면 딱!인디.

가난허냐구?  우리집에서 나만 가난혀, 실제루 나만 돈이 읎어.  몇 푼 하숙비 주구나면 참...

지금 도망을 못가는 이유두 가난해서여.

오늘 뭔 개소리가 이렇게 많어...


개소리!

왜 개가 싫어?  개가 싫은 게 아니구 짐승을 싫어혀, 개든 뭐든.  물고기?  물고기는 짐승 아녀, 그냥 동물이지.  쌍둥이 보라구 시작혔는디 다 죽으믄 치울라는디, 구피 숫컷들이 몸살이 났어, 지랄허구.

집을 떠나믄 수족관 가져다 줘야지.


언제 떠나냐구?

내가 워찌 아누.  날카로운 첫키스가 운명이었듯이 이빨 빠진 채 허는 마지막 뽀뽀두 운명일 겨.  겉핥기루 주역을 좀 보니께, 운명론자에겐 그닥 필요읎는 공부드라구.  아직두 10여 괘卦 남었어, 64괘 중.  조금 깊이 공부를 헐까말까 망설이는 중여.  필요가 읎당께.


정말루 입맛을 잃었어.  우선 끼니마다 또 술안주로 챙기든 두부가 안 먹히네.  이모부 공장 말구 정확히 첫 직장였든 곳이 대원식품이라구, 소이밀 상표로 두유를 만들었는디 원래가 두부공장이지, 두부두 계속 생산을 혔구.  거기서 야유회 가서는 두부 반판을 혼자 먹었당께.  그런 두부가 안 먹혀.

삭힌 홍어, 삼겹살, 갖은 부치미, 순대, 만두, 갈비, 갈치구이...  그 큰 마트를 빙비잉 몇 바쿠를 돌면서 집었다 놨다, 결국은 쏘주하구 라면만 챙겨오네.

내일 차례 지낼 전을 부치면서 뜨거울 때 먹으라는디, 라면 끓여 왔다.  기실 라면두 별루 안 땡기는디 배가 고픈께.  

쏘주만 남은 겨?  소금장!

뒈질라구 허나...


사지 움직일 수 있을 때가 딱인디.

다들 늙어서두, 개똥밭에서 굴러두 이승이 좋다는디 못 죽어 안달이냐구?  내가 오늘 아침에 눈을 안 뜨고 드뎌 죽었다구 혀 보자구.  어제하구 오늘이 뭐가 다른디?  오늘은 이미 눈을 떴응께 그렇구, 내일은 워떨 거 같어?  냘두 마찬가지여, 눈을 뜨나 안 뜨나.


근디, 그런 머리를 가지구 어떻게 살었길래 꼬라지가 이려?

팔자소관.

내 탓이오는 안하냐구?

말로야 못할 게 있나, 속에서는 딴 생각인디 뭐, 운명!


술을 안 마시는 날은 잠들기가 어려워.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668 돼지 앞다리살 470g 2020.10.16 42
1667 밤에 불을 켜고... 2020.10.14 15
1666 말자. 2020.10.11 18
1665 쏘주 안주로는... 2020.10.10 8
1664 물생활 접었다. 2020.10.09 10
1663 80일 만의 산행 2020.10.06 13
1662 아들 왔다! 2020.10.05 12
1661 용두사미 2020.10.04 10
1660 파절이 2020.10.03 11
» 피 봤다! 2020.09.30 17

저작권에 문제가 있을 시 연락주시면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e-mail : ruijin57@gmail.com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