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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겨울이야기

2011.05.29 13:47

조회 수:880

 

07.01.15

 

라디오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의 힘들었던 겨울이야기를 짧게 들려 주는데, 남자들은 대개 물질 혹은 육체적으로 어려웠던 것을 얘기하더군.  군대, 배고팠던 기억, 백수 생활의 고역.  근데 어떤 여자가 하는 얘기 듣구는 울구 싶었어.

 

세밑이었다지.  남자친구가 없어서 여자친구와 둘이 보신각에 간 거야.  당연히 사람들이 백결치듯 몰렸겠지.  더구나 그런 날은 다들 쌍쌍이었겠구.  두 사람 속이 부글거리고, 그 와중에 서로를 잃어버린 거라.  휴대전화는 새해 인사 하느라 접속 폭주로 불통이구.  몇 시간 뒤에 겨우 서울역에서 만났는데 서로 쥐어 박으며 눈물을 흘렸다네.  참내, 나였으면 대성통곡을 했겠다.

 

겨울이 오면 김치 도둑하고 연탄 도둑이 많았었어.  겨울이 오면 춥고 먹을 것이 없는 것은 세상이 존재하는 한 똑 같이 벌어지는 현상일거라.  무서움도 무릅쓰고 인가나 도시로 나오는 산짐승들이 부쩍 많은 것을 보면, 그 세상두 여전한가 봐.  다만 우리 사는 모습이 예전 보단 많이 나아졌지.  물론, 물질적으로 만.  요새 누가 배 고파 훔치다 들키면 그냥 잡아 가 치도곤을 칠 걸.  전엔 먹거리하구 입성 훔쳐가는 것은 많이 봐 줬어.

 

이모들 세분이 스물 초반이었구 내가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 이었어.  논산 그 부창동 철둑거리 살 땐데, 연탄 사러 꼭 나를 보내는거여.  처녀들이 산내끼에다가 연탄 꿰차고 다닐 수는 없었겠지.  그래서 내가 연탄공장에 가서 양손에 하나씩 새끼줄에 연탄을 매달고 한참을 낑낑거리면, 이모들이 미안하고 죄스런 표정으로 날 맞아주곤 했어, 철도 건널목에서.  그 때 가난을 여직 못 떨구고 사네, 원...

 

그땐 연탄까스로 많이 죽었지.  산소로 연탄까스 중독 치료 해 줄 수 있는 병원이, 요즘 식으로 치면 아산병원이나 삼성의료원 정도였지.  나라 예산으로 그런 치료기를 공급했어야 했으니까.  나두 큰누님 집에서 자다가 두번 정도 죽을 뻔 했어.  그 누님이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한 세살 더 많았을 걸.

 

하이고, 그런 처량한 얘기 그만두고, 뭐 신나는 거 없냐?  썰매, 연 날리기, 토끼몰이.  글쎄다 그게 뭐 겨울 얘기거리나 되냐?  스키, 호텔 팩키지, 사냥!  이 정돈 돼야 지대로 겨울을 나는 것이지.  앞엣 것은 시늉이나 내 봤지, 뒤에 것은 신문에서 많이 봤어.

 

재미없네.  지껄이면서도 뭐 이따위로 밖엔 얘기 할 게 없어 싶네.  왜, 눈 얘기도 있구, 따스한 그 사람 호주머니 속 얘기도 있구, 장터같은 크리스마스 얘기도 있지.  그런데 사람들이 얼른 지나가길 제일 바라는 계절이 겨울이지.  봄이 와, 곱은 손가락에 조금 힘이 들어 갈 즈음이면 늘 그러지, 지난 겨울은 너무 춥고 길었다고.

 

요즘, 속이 더 썰렁하네.  알콜로 제법 풀무질을 하는데도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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