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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자고

2011.05.26 17:37

조회 수:285

 

되 돌려야지.  이건 뭐 밤도깨비도 아니고, 벌써 얼마를 이러고 있냐고.  서울로 올라 온지 14년 째, 이렇게 길게 거꾸로 산 적은 없었지.  그 즈음 누가 내게 그러더라구, 여태 뭐 하고 살았냐구.  지금도 그 말이 자꾸 떠오르네.  그러니, 그 전도 그렇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그렇고 허송세월 한 거여?  그렇기도 하고 안 그렇기도 하지.  뭐가 그렇고 안 그런지는 나도 잘 몰라.  그걸 다 아는 사람이 세상천지간에 몇이나 될까.

 

중학교 3학년 때, 대사동까지 과외공부를 하러 다녔지.  충대 운동장을 만나는 삼거리 골목길에 조그만 식당이 있었어.  집까지 거리가 오백미터도 채 안됐는데, 그날 왜 그 집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켰는지는 기억나지 않어. 

시간이 늦었고, 방안에는 제삿상이 차려져 있었지.  그 집 남자가 제사를 지내지 않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은 주눅이 들어 방 한 켠으로 쑤셔박혀 있고, 여자는 내 밥상 차리랴 제물 준비하랴 남자 눈치보랴.  지금도 그 당시가 뚜렷해. 

집에 와서 엄마에게 조금 전 봤던 일을 얘길 했지.  참 나쁜 남자라고.  어떻게 지 조상 제사를 그렇게 하냐고.  난 그러지 않을거라고. 오늘이 엄니 제삿날여.  제사는 모셔야 하잖냐구, 전화를 안 받으니까 문자가 왔더라구.엄니두 집사람두 싫어.  지현이가 있고 백이가 올거니 알아서 하겠지.

 

재수 할 때까지만두, 아니지 학교를 마칠 때까지두 수염이 좀 시원찮어서 조마조마 했지.  지금은 수염이 귀찮군.   안 깎았더니 더부룩하네.  수염을 멋들어지게 기를려면 매일 깎는 것보다 더 귀찮을 것 같어.  털구멍이란 것이 좌우 대칭으로 자리하지도 않고, 뺨에도 군데군데 솟고, 더구나 희끗거리는 부분이 많으니 꼴이 좀 그러네. 쏘주 챙기러 잠깐 상점에 다녀오는 것 빼고는 꼼짝을 안한지 며칠 짼지 모르겠네.  열흘도 더 지났지, 아마.

 

영춘화迎春花라네.  처음 들어보는 꽃이군. 

dong1.jpg 

 

 dong.jpg

언제 한 번 얘기 한 적이 있는데, 동백은 구조상 꽃잎들이 활짝 열리지를 않는다더라구.  사진 정도가 만개한 모습일거여.  이렇게 피어 있다가 질 때 툭하고 떨어지니, 많은 사람들이 다 피지도 못하고 사그라지는 피멍 든 사랑에 비유를 했고. 

몇 년 전에 거제도에서 동백나무 아래를 지난 적이 있는데, 떨어진 꽃들로 나무아래가 어찌나 붉던지, 그야말로 피멍 든 것 같더라구.  지금처럼 막막할 때였지.  그나저나 사랑타령 안하고 사니 재미는 없네. 

 

내 IQ가 142였었지, 국민학교 때.  고등학교 때는 135.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해 보니 100.  죽을 때 쯤에는 치매 걸리겠군.  난 앞으로 4년 더 살거니까, 설마 치매까지야? 

왜 갑자기 아이큐 얘길 꺼냈냐면 어렸을 땐 제법 총기가 있었다구 얘길 하려구.  외우기도 잘 외우고, 빨리 알아듣고, 머릿 속에서 갖은 상상을 다 했으니까.  이게 공부와 연결이 안됐어.  도대체 대학 갈 이유가 없었으니까.  

 

요즘은 딱 세 가지만 맴돌지, 술 생각, 젖 생각, 잘 생각.  도대체 실마리를 못 찾겠어.  이럴 땐 날 그냥 버려두는 게 상책인데, 자꾸 불쌍한 생각이 드네.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잘 사는가?  대체로?  그런 것 같지.  우선 士字 붙일려면 그렇구, 하다못해 답이 뻔한 상품주기 퀴즈를 풀래도, 그게, 아는 이는 뻔해도 가방끈 짧으면 모를 수도 있으니께.  로또도 공부 잘하는 이만 당첨이 될까? 

고등학교 때 두번, 주택복권 만원짜리가 당첨이 되서 납부금 낸 적이 있었지.  한 번은 당첨금만으로, 한 번은 조금 모잘라서 보태가지구.  부쩍 복권놀이를 자주하네.  내겐 그런 복 없다던데.

 

팔자가 늘어지긴 했어.  이렇게 밤새 지껄이다가 밥 챙겨먹고 자빠져 자다가 쏘주 한잔 걸치고는 냅다 욕을 해대구.  미친놈 같지는 않구?  정신적으론 미쳤구 물질적으론 그지구.  정답이네, 미친 그지.  이런 놈 보자고 이 방 들르는 이들이 불쌍혀!  장난 칠라구 세상사는 것은 아닌데, 참, 장난처럼 살아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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