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나
이혼離婚
2011.05.29 16:51
2008.10.30 17:59:10
내가 스물여섯에 결혼을 했지. 지금은 더 늦게들 하더만, 그 당시에도 조금 이른 편이었지. 그래선지 그 뒤로 결혼하는 친구들 사회를 많이 봐줬지. 우리 과 동기들, 고등학교 친구들, 게다가 한다리 건너 친구들까지. 쉰 쌍은 넘을 거여.
그러고 보면 지금 내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가 여섯 개 뿐이라는 것이 나 자신도 믿어지지가 않어.
암튼 그 당시 사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 결혼도 일찍했으니 아마 이혼도 내가 젤 먼저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리 부부는 싸움을 하면 그야말로 실제 칼부림 전 단계까지 치닫지. 그러니 주고받는, 말로만 칼싸움이야 점입가경에 불문가지. 그 중 제일 많이 쓰는 말이 저 말여, 그만 때려치자, 갈라서자, 도장찍자.
이혼하잔 말이지. 몇 번 이혼 서류를 어떻게 준비하나 알아 본 적도 있었지. 생각보다 간단하더라구. 거기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뭐 자세히 안내가 돼 있더라구. 서울로 올라오며부터 싸움이 거칠어 졌지. 아무래도 경제적인 이유가 첫째였고, 게다가 난 성적인 불만도 상당했어. 알잖어, 늘 젖을 주물르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니, 워떤 여편네가 좋아하냐구.
그 당시 애들이 아직 어리니, 갈라서고 싶어도 애들이 너무 어려서라구 서로 핑계를 댔지. 대학을 보내 놓구는 애들 결혼식 때 어쩔거냐구 그러더라구. 내야, 어렸을 땐 몰라도, 대학까지 다니는데 내가 뭐 거까지 신경을 써야하는가 싶더구만, 암튼 집사람은 그러더라고. 무엇보다, 내 승질로 그냥 찢어지고 싶었는데, 헤어지며 줄 게 없더라고. 위자룐지 뭔지, 그 동안 고생한 것을 값으로 쳐서라도 줘야 할 것 같던디, 뭐가 있어야지.
그래 내 늘 그랬지, 내가 가난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구 살라구. 증말여, 줄 돈만 있었음 버얼써 헤어졌어. 알잖어, 내가 무지하게 이기적이라는 거.
79년도. 친구 하나가 은행동에 있는 교수 개인연구실에 머물고 있었어. 선생 심부름도 하고 집안이 좀 그러니 숙소 겸 우리들 아지트로 이용도 하고 그랬지. 근데, 그 연구실을 들어가려면 미술학원을 지나야 했어. 중고등학생들이 그림 공부하고 학원 선생들이 화실로도 쓰고 그랬지. 게서 누드화라도 그린다는 정보가 들어오면 우리 모두는 침을 질질 흘리며 일찌감치 연구실에 들어가 기다리곤 했지. 두 세시간 문을 잠가버리거든. 열쇠구녁으로 키득거리고.
거기 고등학교 2학년짜리 지지배가 하나 있었어. 조그많고 디게 귀여웠지. 문만 열면 화실과 연구실이 통하니, 우리들이 라면 끓여먹고 고스톱 돌리고 술 판 벌이면 자꾸 코빼기를 디밀더라구. 갸가 그 방 친구를 좋아하더라구. 우리가 그랬지, 얌마! 키워서 잡아먹는 겨? 아니라구. 절대 그런게 아니라구. 지미, 아니긴 뭐가 아녀, 결국은 함 팔러 그 여고생집으로 갔었지. 아니, 물론 대학가고 졸업하고 나서.
그 친구 잘 나갔었어. 우리 중에 제일 빨랐지. 응? 아, 사회생활! 다른 친구들이 잘 해야 대리급이나 과장급일 때, 은행 지점장을 꿰 찼으니까. 그렇게 몇 년이 갔나? 잘 모르겠어. 그 동안 내야 뭐 바닥을 기느라. 별로 연락도 없이 지냈구. 청도서 돌아오니 안 좋은 소식이 있더라구. 업무적으로 범법을 해서 그랬다구. 재작년 이지.
그 해 늦여름 날 한 번 봤는데, 애들 엄마가 자꾸 화를 낸다구 하더라구, 술 장사 시킨다구. 아마 동네 어귀에다 호구책으로 호프집을 열었나 봐.
그제 저녁을 같이 했어. 서울서.
그냥 도장 찍어 줬다구, 찍어 달래서.
사랑. 무슨 얼어죽을 놈에...
진짜 물어보고 싶었어, 니들두 이혼이란 것을 알었냐구.
난, 내 처지에 있는 사람들만 그 생각을 하는 줄 알았거든. 근데, 그거, 일상은 아니래두 보편적인가 봐. 보편타당한 것은 진리라던데. 그럼 결혼하고 헤어지는 것이 볼썽사나운 것은 아니지? 근데 왜 다들 진리를 행하고도 불만족스러워 하는지 모르겠어.
난 워떨 거 같어? 글씨, 낸두 헤어질 거 같어.
흔히 쓰여지는 주례사처럼 목숨이 우리를 갈라놓아서가 아니라, 진짜 보기가 무서워.
한 병 더 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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