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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나

내가 좋아한 여자 2 - 姬順

2017.08.09 10:46

조회 수:314

080714


고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보니 공부해야 하고 가끔씩 선생들에게 맞아야 하고 등하교 하며 여학생들 힐끔거리는 것은 중학교 때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한가지, 써클활동이란 것은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이면 선배들이 우르르 몰려와서는 자기들 모임을 자랑을 하고, 앞으로 인생 살이에 월매나 도움이 되고 가치가 있는 일인지 힘주어 울부짖다 가곤했다.

나도 두 군데 가입을 했다.  머들령이라는 문학써클과 JRC.  JRC?  나중에 RCY로 바뀌었는데, 청소년적십자회, 뭐 그런거다.  그래도 평생 모임 중 3년 내내 적을 둔 유일한 모임이다, 대개는 3개월 만에 탈퇴를 하곤 했으니까.

 

아무튼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대덕군 산내면 낭월리로 1주일 동안 봉사활동을 가게 되었다.  대전에서 금산으로 가는 지방도는 그 당시만 해도 포장이 되어있지 않아 차가 지나가면 먼지가 뽀얀하게 내려 앉았고, 낭월교 다리 부근 대전천변은 지난 장마로 여기저기 생채기가 남아 있었다.  대전에 소재한 고등학교에서 온 학생들 수백명이 나름대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활동이 사나흘 지났을까, 일을 하다가 어딘가를 다친 친구 한놈이 의무실이 차려진 천막에 다녀오더니 그러는 거다.  천사를 봤다!  뭐여? 

여자 밝히는 내가 어찌 참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끌던 리어카에서 몸을 빼내서는 냅다 뛰어가 봤다,  그리곤 내두 봤다,  천사를, 녹색 날개를 걸친 천사를.

충남여고 걸스카웃에서 왔단다. 

 

여름 방학 내내, 그리고 2학기가 되어서 까지 그 여학생에 대해 수소문을 했다.  그리곤 얻어낸 정보가, 이름은 희순, 집은 유성, 유성중학교 나왔고 집은 그 학교 정문 바로 앞.  아버지는 뭔 학교 교장선생님.

 

그당시만 해도 유성이 그리 가깝게 느껴지지 않았던 때였으니 우선 아지트가 필요했다.  같은 반 친구 중 유성 사는 놈이 있었다.  徐鳳.  그려, 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그리고는 뺀질나게 유성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온천장 부근에서 버스를 내려 봉이네 집까지 걸어가면, 그 중도에 집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철망담으로 쳐진 희순네 집이 있었다.  갈 때는 5분 정도 기웃거리고, 올 때는 혹시라도 볼 수 있을까, 어느 땐 막차를 탈 때도 있었다.  집에 오면 아버지가, 망할눔 뭐하다 인제 오냐구 소리를 질르시구.

 

그렇게 매일매일 가슴은 타 들어갔다.

봉아!  나 살려주는 셈치고 사진 좀 주라!  뭔 소리여?  저기, 졸업앨범에 보니께 사진이 있더구만...  뭐라구?  그렇게 지금도 갸 중학 졸업앨범에 구멍이 하나 나 있다.

겨울이 올 때까지 여러 친구들 주선으로 몇 번 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다.  둘만이 만났던 기억은 없고 대부분 여럿이었다.  왜냐하면, 희순인 나보다 다른 놈을 보고 싶어 했었다.  아닌가?  또 다른 놈이었나? 

 

2학년이 되어서는 더 신이 났다.  희순이 친구 중에 은실이라고 있었는데 - 우리 학교 기술 선생님 딸이었다 - 충대 본부 옆동네 살았다.  아침 일찍 편지와 꽃을 들고 은실이가 나오기만 기다렸다가 전해달라고 부탁을 하곤 했다.  가끔은 선물도.

그리곤 신난만큼 참 많이도 속 상했다.  한번도 제대로 따뜻한 답장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

인제 그런 심부름 좀 부탁하지 마세요, 저도 곤란해요.

 

그렇게 좋아한 것이 재수 할 때까지 였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동창 한놈과 디게 가깝더라구.  첨엔 중학교 동창이라선 줄 알았더니, 얼마 전에 알았는데, 갸 마누라 됐다구 하더라구.

그래 한동안 다른 이야기까지가 쓰여 있었다가 그 소리를 듣고는 글을 내렸었다.  물론 다른 여자들도 남의 여자가 돼 있지만, 암튼 그랬다.

  

사실, 희순이 얘기를 올리게 된 것이 내 여자 역정 중 분명히 자리를 하고 있었기도 하지만, 더는 봉이 때문이다.  글쎄, 남자들의 친구 관계는 여자들과는 또 다른 면이 있다.  봉이는 희순이 덕분에 가까워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형제처럼 지내게 되었다.  지금은 연락을 끊고 사는지 꽤 됐다, 이십년이 넘지 아마.

 

오늘, 맥없이 희순이도 봉이도 보고 싶다.  그래, 글 옮기며 되 지껄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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