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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島 生活 3年

泰山에 오가며

2011.05.29 13:06

조회 수:954

 

(060130)


정월 초하룻 날.  눈을 뜨니 새로 2시 반이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회사를 출발했다.  근처에 있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도착했는데 진입구 마다 전부 빨간 불이다.  '뭐야? 이거!'  

차에서 내려 물어 보니 안개가 짙어 진입을 통제하고 있단다.  지난濟南까지 가야 한다고 통사정을 해도 막무가내다.  뒤에 도착한 차도 몇마디 묻더니, 나 보고 손짓을 한다.  진입구를 막아 놓은 차단봉을 옆으로 젖히더니 그 사이로 빠져 나갈려나 보다.  뒤따라 들어 가려다 생각해 보니, 요금카드가 없어 나오는 곳에서 시비가 붙을 것 같다.  

할 수 없이 다음 톨게이트 까지 일반 도로로 가는데, 정말 안개가 장난이 아니다.  라이트 불빛에 반사되는 가로수에 칠해 놓은 흰색 페인트와의 간격으로 가늠하며 겨우 다음 톨게이트에 다다르니 다행히 그 곳은 진입을 막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4시다.

 

설이라선지 차도 뜸하고, 무엇보다 예상시간 보다 한시간이 늦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과속을 하고 있었다.  140Km.  

그렇게 한시간 정도를 갔나, 갑자기 앞에 삼각대가 보였다.  이크,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고, 이제 죽는구나, 모두들 잘 있거라!  요즘 참 죽음에 무덤덤해지고 있다.  야~  ABS 효과가 확실히 있더군.  일반 브레이크 같았으면 차가 몇 바퀴 돌았을 건데, 한참을 흔들리다가 겨우 멈췄다.  아마 고장난 트럭이 서 있었던 것 같다.  생각만 죽음에 초연해 졌는지, 가슴이 두근거리길 멈추지 않는다.  오매, 첫사랑 다시 만나두 이러진 않을거라.

 

중국도 이젠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이 돼 있다.  웃기는 것은 오토바이 탄 놈도 가고 자전거 탄 여자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을 자주 본다.  갓길이니 망정이지, 허긴 역주행 차 만나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어찌됐든 청도에서 태산에 가는데만도 3개의 고속도로를 지난다.  그런데 태산이 있는 타이안泰安 고속도로가 중간에 막혀 있었다.  요금소에서 잠에 빠져 있는 직원을 깨워 카드를 내미니 기계에 넣더니 그냥 가란다.  오매 이게 웬 떡이냐!  요금 깨나 나왔을텐데, 부르릉, 꽁지가 빠지게 속도를 내다가, 아니지, 서울서도 안 하던 짓을, 다시 차를 돌려 차에서 내려 요금소에 가보니 다음 차도 그냥 보내는 것 아닌가!  뭔일이다냐?  암튼 정초부터 그리 나쁘진 않더군.  여직 중국 살면서 덕본 것이 별로 기억나지 않았는데.

 

그럭저럭 타이안泰安에 도착 해 길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겨우 원래 예정했던 태산 입구에 다다라 9시 15분 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뭐야?  태산 입구가 시내에 있는 것은 이해를 하겠는데, 등산복 차림에 배낭까지 맨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다.  그냥 다들 평상시 복장 그대로다.  듣기로 산 꼭대기까지 계단으로 돼 있다던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해발 1545m 짜리 산인데 말이다.

 

자!  올라가 보자.  대한민국 사람들이 마치 우리 산인 것처럼 입에 달고 사는 태산 좀 올라 가 보자.  

내가 제일 처음 태산을 안 것은 중학교 때 매주 한 수씩 시조를 외워 시험을 보던 덕이다.  당연히 '태산이 높다 하되'로 시작 되는 시조다.  우리 곁에 있는 태산은 여전히 그리고 은근히 우리를 압도 하고 있다.       

 

타이산을 올라가는 코스는 대략 세 곳이 있는데, 사진은 一天門이라는 곳으로, 그 중 걸어서 올라가는 초입이다.  계단 갯수가 조금씩 다르게 나와 있는데 대략 7,000개가 넘는 단다.

 

점입가경이라구?  글쎄, 과장이 심한 민족이라선지, 전혀 글자 뜻대로는 아니더군.  저렇게 바위마다 웬 글씨를 새겨 놓았는지 모르겠어.  되 돌려 놓기도 어렵거니와, 이 사람들은 오히려 저런 것이 더 볼거리라고 생각 한다더군.

 

사람들은 왜 연못 등에 동전을 던져 넣으며 소원을 비는 걸까?  위의 연못도 그리 크지 않은데 동전이 수북하더군.  옆에서는 던지기용 동전을 따로 팔고 있었어.  참내, 이 사람들 돈 되는 일이라면 우리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짓거리도 많이 하곤 하지.

 

이번에 태산에 오르며 꼭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 뿐이다.  두 나무가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한 뿌리로 이어져 있었다.  한뿌리에서 갈라져 컸을 수도 있고, 따로 자라다가 접붙이기 처럼 한뿌리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데, 난 자꾸 나중에 이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며 산을 올랐다.  왜!  난 낭만주의자니까!  

 

어느 다음 카페에서 저렇게 자물쇠를 걸어 놓는 이유를 읽은 적이 있는데,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다시 찾기도 쉽지 않네.  뭐 다시 찾아 보나마나 소원과 관계 있거나 연인 사이 얘기였겠지.  올라 가면서 보니 나무 철책 뿐 아니라 향대香臺 주변에도 많이들 걸어 놓았더군.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저 폭으로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단 말이지.  그러니 뾰족 구두에 모델처럼 차려 입은 여자도 보이더라구.  허긴 산행버스가 산 중턱까지, 케이블카는 거의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더라구.  근데 저렇게 해 놓으면 한가지 잇점은 있어, 바로 무분별한 등산로 개설을 막을 수 있어 산을 보호하긴 쉽지.  북한산이나 관악산 가 보면 등산로가 너무 엉망이긴 해.

 

재물신을 모셔 둔 사당 같던데, 우리처럼 여자들이 기도 하는 것보다 남자들이 더 많더라구.  자기 키만한 향을 태우고 합장한 채 꾸벅거리는 것이 보기 나쁘진 않더만, 향 사를 때 겉비닐이나 좀 벗기던지.  그윽한 향 냄샌 그만두고 무슨 불난 집 연기같아!  아래 사진은 향에 불 붙이는 방법인데 장작에 불 붙이는 것 같어.  이게 다 도교식이라네.  태산도 청도의 라오산 처럼 도교 성지라고 하더군.

 

산에 왜 오르는가?  높이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맛이 제법이거든.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산행이었는데도 저리 아래를 보니 올라 오길 잘했다 싶더군.  왜 불쾌했냐구?  계단이 왼통 침, 그것두 가래침 뱉어 논 투성이였어.  우웩, 두번 다시 태산에 가지 않으리.  산에 오르며 이리 기분 나쁘긴 첨이다.

 

無字塔이란다.  筆說이 필요 없는 세상이 있는가?  있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었다.  한족식 라면을 시켰는데, 샹차이香菜가 살짝 뿌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이네들 음식을 먹어 본다.  원래 샹차이를 조금씩 먹기는 했지만 이처럼 그냥 아무 거부감 없이 먹기는 또 첨이다.  아니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제 뙤놈 다 됐나보다.

 

산 중턱 쯤에 있는 중천문까지 내려 온 후 버스를 타고 하산을 했다.  오후 4시.  

총 7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차를 몰아 오던 길 그대로 되 밟았다.  교주에 도착해 톨게이트에 오니, 어럽쇼 또 돈을 안 받는다.  나중에 직원에게 물어 보니 정초 하룻 동안은 요금을 안 받는단다.  참 재밌는 나라다.  오간 길이 750Km 가깝다.

 

중국에 오며 내내 태산 욕심을 내고 있었다.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꼭 다녀 와야지 했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도태체 어떤 산 이길래 우리 옛사람들이 그리 우러렀을까 하는 것 때문이었는데, 결론은?  한족들 허풍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 것 아닌가 한다.  

날이 좋질 않아 풍광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터라 심술이 나기도 했지만, 아뭏든 산에 다녀 와서 산 욕하긴 이 산이 아마 첨이자 마지막 일게다.  

허긴 내 기대가 너무 컸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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