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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버지와 술

2011.11.16 19:15

조회 수:298

완전히 알콜중독 상태로 접어들었군.

술기운이 없으면 심신이 모두 힘들어.  술이 들어가야 걷기도 수월하고, 요즘처럼 개떡 같은 날, 특히 오늘 같은 날은 숨겨서라두 마시지 않으면 견디지를 못하겠어. 

그나저나 술 마시기 시작한지 꽤 되네.  40년이 가깝네, 1973년부터니.

 

안동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 들은 것이 고작인데, 그 중에도 술 얘기는 기억에 또렷하네.

왜정 때 만주를 오가며 밀수를 해선지, 고량주처럼 독주를 좋아했구 암만 마셔두 으씩두 안했다구.  그러니 논산역에 내리면 연무대 면회장으로 기별이 금방 가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짝 긴장을 하곤 했다구.  훈련소에서 면회소를 운영했었다네. 

내 원적지가 연기군 전동면인 것을 보면 아마 경부선으로 대전에 내려서 호남선으로 갈아타고 집으로 왔었는가봐.  전의에 가면 안동 김씨네가 모여사는 곳이 있더라구.  거길 오갔겠지. 

예전엔 호남선 시발역이 대전이었을 겨.  왜 있잖어, 잘 있거라~ 나는 간다~ 

그래두 안경 썼다는 것은 닮고 싶었어두, 술 마시는 것은 별루 생각이 없었어, 왜냐하면 광산 아버지 덕에.

 

광산 아버지와 술하면 욕부터 나오지.

하~  광김들 술 들어가면 개여 개.  내 경우만 그렇다구?  내 겪은 세상이 전부잖어?  남에게 듣구 암만 책을 들여다 보구 해두, 워디 몸으로 때우며 알게 된 것만 할까.

일 년에 반은 술을 드시구 나머지 반은 금주를 하셨지.  칼로 자르듯이는 아니구, 엄니가 무지무지허게 성화를 대니 한동안 참곤하시더라구.

많이 드시지두 않으셨어.  막걸리 한 되나 쏘주 한 병.

쏘주 한 병을 따서는 고뿌에다 반을 따르고 그 위에 날 겨란 한나를 깨뜨려 넣고 그 위에 굵은 소금 몇을 얹어서는 원샷!  그렇게 반 남은 것까지 드시고는 시작을 하시지.

'내가 호랭이 새끼를 키우지!' 부터 '생아자도 부모요 양아자도 부모여!' 까지.

그리구 때리구 나는 토끼구.

그 덕에 중학교 졸업 때까지는 죽어두 술을 안마실 거라구 말하곤 했었는디, 워쩌다 이리 됐나 몰러.

 

그리군 봉이 아버지, 식이 아버지, 섭이 아버지.

고등학교 친구들 으르신이셔.  동기들처럼 지냈었는데, 언젠가부터 내가 사람들을 밀어내기 시작하면서는 거의 연락 두절 상태지.  그래두 세 분 모두 문상은 갔었구, 두 분은 장지까지 다녀왔지.

 

전문학교 국어 교수셨던 봉이 아버지.

"어이 이보게들!  자네들은 술 맛을 알고 먹나 그냥 취할려구 마시나?

아니 밥을 그렇게 챙겨 먹고는 술 맛을 제대로 알 수가 없지!"

처음 술을 마실 때는 속이 든든해야 술도 맘껏 마실 수 있었어.  그런데 유성엘 자주 들어갔었는데, 그 때마다 양주를 내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셨지.  지금도 양주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서 유성 들어갈 때면 늘 밖에서 배를 채우고 들어갔어.

그 뒤로 한 십여 년이 흘러서 부터, 왜 그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더라구.  언제부턴가 속이 차면 술을 마실 수가 없게 되더라구.  그래 술 마실려면 속을 텅텅 비워두곤 했지. 

얼마 전까지두 그랬어.  술을 참으려면 미리 밥을 잔뜩 우그려 넣었지.  그게 요즘엔 효과가 없네, 밥 배에 술을 붓고 있거든.

 

뼁끼쟁이셨던 식이 아버지.

"야들아!  야들아!  명서 왔다!  술 상 다시 봐라!"

추석과 설 날이면 차례 다 올리구 오후부터 저 세 집을 들르지.  그럼 꼭 새로 상을 보게 하셨어.  그냥 차려진 상에서 먹겠다구 해두 막무가내로 식구들을 닦달을 하곤 하셨지.  아마 당신 아들과 맨날 티격태격하시다 고분고분, 사근사근하게 구는 내가 이뻐 보이셨겠지.

"명서야!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이 아버지 봐라!  그 공부라는 것이 시원찮더니 결국은 이렇게 노가다 하구 있잖냐!"

그런디, 고등학교 동기들 600명 중에 뒤에서 1, 2등을 내하고 그 놈이 번갈아 했지.

 

섭이 아버지, 오늘 이 얘길 꺼내게 만드신 분.

"그러니 어쩌지?"

여동생 결혼식을 하는데, 지금도 그러나 모르겠는데 아버지가 손을 잡고 입장을 해야했지.  그런데 아버지가 술 기운이 없으시면 일어서기도 힘들어 하셨어.  그렇다구 약주를 드리면 거동은 하시는데 조금 후부터 주사가 시작이 됐고.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니 좋은 방법이 없는가 가족 회의가 열렸어.  내가 제안을 했지.

"일단 약주를 드리고, 입장만 하신 다음에 내가 모시구 나오면 워뗘?"

그 집 가족 회의에 왜 참석했냐구?  지금은 내가 이렇지만, 나 사회성 괜찮았어.

 

"아부지, 약주 조금 줄이시쥬!"

"야, 명서야, 그럼 어쩌냐?"

입에 대시는 것은 쏘주 뿐이셨지.  안주도 다른 음식도 거의 드시지를 못하셨어.  그러니 속인들 온전하셨을리가 없구. 

그렇게 돌아가셨어.

 

2007년 12월에 농산에서 HACCP 인증을 받았지.  어렵게 받은 인증이라 심사 나온 양반들 점심이나 들게 한다구 제법 비싼 집에 다섯 사람 분이나 예약을 했는데, 공무원 신분이라고 극구 사양을 하는 바람에 농산 사장하구 내허구 둘이서만 그 식당엘 가서 퍼지게 먹게 됐지. 

"아줌마!  쏘주 좀 줘유!"

"김이사!  아직 대낮인디?"

속으로, 마시고 싶으면 마시는 거지, 뭔 때를 구분을 헐까...

그런데 점심 먹으며 내내 술에 대한 강의를 허네.  하, 듣기 싫기두 하구 계속 그러니 나중엔 화가 나더라구.  그래 한마디 했지.

"사장님!  전 술이 좋구,솔직히 술 마시다 죽었단 소리를 들어도 하나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질렸는가 다시는 내보구 술 얘기 안하더라구.

 

어제 서울에 있는 대학 동기들 모임이 있었나봐.  지난 달에 한 놈에게서 연락이 왔길래, 넝마주이가 뭐 그런 자리에 가냐구 니들끼리 잘 놀아라 했더니, 모임에서 내 얘길 들었다구 언제 보자구 다른 놈이 문자가 왔더라구.  '그랴, 시간 많으니 연락혀라!'하긴 했는데 여엉 속이 풀리질 않네.

왜 이렇게 동그마니 서 있게 됐을까?

지랄병이 도져서 그런 것인데 엄한 이들께 괜한 걱정꺼리만 얹어 주고 있어.

그러니 그 핑계로 또 술을 찾을 수 밖에.

하이고, 내보구 워쩌라구~ 

밖에서 마시자면 어디 술 마실 수가 없을까마는 어제도 챙겨 마셨는데 그렇고, 이렇게 방에 쭈구리고 있어야 집 식구들도 안심을 헐테고.  어차피 방 문 닫으면 남북이 따로 없는 상태니께 죽어도 모를 겨. 

 

그나저나 잔 들 받으시죠, 다섯 아부지시여!

참 낸 복두 많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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