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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주보酒報

2011.05.27 04:27

조회 수:297

 

통행금지제도가 없어진 것이 1982년 1월 5일부터라니까 올 해로 28년이 지났군. 그날 새벽, 명숙이 아버지는 차를 몰고 대전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고는 그러더군, ‘나쁜놈들이 좋은 일 한 가지 하는군.’

통금이라는 것이 사실 없는 사람들 옥죄는 제도지. 그 당시도 빽이든 돈이든 있는 놈들은 죄다 밤거리 휩쓸고 다녔어. 아, 나 어디있는 누군데! 그러면 무사통과였지. 그러다 얻어맞기도 했겠지, 거짓말이 들통나서.

그 후, 야간 영업장이 엄청나게 발전을 했네. 편의점, 식당, 술집, 심야극장, 심야운행 시내외노선 교통수단 등등. 대개가 생산적인 분야보단 소비적인 분야에서 그렇지.

 

어쨌든, 이리 새벽까지거나 아니면 24시간 문 여는 식당이 있어서, 술꾼들은 그야말로 천국이지. 어떤 나라들엔 이런 밤 문화가 없다고 하던데 참 심심할 겨. 내도 그다지 자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며칠 전하고 오늘, 참 좋네. 엊그젠 암사동 쪽에 갔었고, 오늘은 숙소 바로 옆 고기집.

자정 넘어까지는 제법 홀이 꽉 차던데, 아침 여섯시가 넘어선지 대여섯 자리에만 손님이 있더라구. 햐, 밤새워 손님 맞을려면 사람도 많이 필요할거라 생각했는데, 아하, 밑찬 등은 전부 손님들이 챙겨야 하더라구. 고기하고 주문 받는 것만 종업원이 갖다 주고.

 

요즘들어 부쩍 냄새에 민감해져서 고기 굽는 집을 잘 가지 않는데, 멀리가기도 귀찮고 해서 들어갔지. 아니나 다를까. 환풍기가 덜덜거리며 열심히 돌아가는데도 매캐한 냄새가 물씬.

거기다 이건 뭐여! 아따, 젊은 년들이 빠끔질하느라 더 그랬군. 예전 같으면 쯧쯧거리며 입타박이라두 했을 건데, 며칠 전부터 이가놈 욕두 끊었던 참이라, 그냥 할머니 생각만 했어. 할머니가 담배 태우셨거든.

내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마주 앉아서 맞담배질 하고 있는 놈들여. 내 여자가 담배피면 못 피우게 할 것 같은데. 왜 남녀차별하냐구? 나 원래 차별주의자여. 허긴 상열이가 담배 피우는 것도 뭐라하지 않았었군. 아녀, 그 사람은 그 당시 할머니였잖어.

 

1976년 3월에,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봤던 첫 충격이 떠올라 배시시 웃었어. 막 재수생 생활이 시작되었을 때지. 누가 독서실 입실 턱 낸다해서 낙지 먹으러 따라 갔다가, 여자들 입술마다 타 들어가던 그 불꽃에 얼이 빠져 술이 떡이 됐고, 독서실 총무에게 들켜 입실을 못하는 바람에 사직공원에서 밤새 덜덜거렸지. 독서실이 당주동에 있었지. 서울에서 하려던 재수를 포기하게 된 첫 핑계였어.

 

옆자리에 두 남자가 앉아 있는데, 회사에 불만이 많군. 하루 결근 했는데, 아마 규정대로 다 제하고 십원 단위까지 맞춰서 월급을 받았나 봐. 회사에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야박하다구.

월급 계산이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 그게 어디 섭섭할 일인감? 아마 사회에 처음 나온 이들 같어. 뭘 모르는 거지. 한참 전에 어떤 대학생이 그러더군, 일요일두 일 하세요?

 

그러고 보면 나는 쑥맥이 맞어. 직장 생활하면서 월급이나 직급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던 것 같어. 심지어 청도로 나갈 때는 뭔 일을 하는지, 얼마를 받는지도 물어 보지 않구 따라 갔으니까. 그냥 일거리만 있으면 됐지. 물론 내 생각이구, 곁에서 보는 이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서두.

 

이 식당, 국내산 삼겹살이 1,500원. 130g에. 이거 수지 맞나? 3월 1일부터는 300원 올린다구 써 붙였군. 대패삼겹살인 것 같은데, 그냥 삼겹살은 두 배 정도 비싸구, 우삼겹도 3,500원. 삼겹살 3인분 시켰지. 남으면 싸 갈려구.

실은 앞을 지나며 몇 번 와보려구 했는데 혼자 고기 구어 먹기가 좀 그렇더라구. 암튼 이 정도면 혼자 자리차지 하고 있더라도 덜 민망하렸다.

 

향순씨는 이런 자릴 이해 못하지, 이런 시간에 도대체 왜 거기서 술을 찌끄리고 있냐구. 그렇다구 내가 새벽술이나 해장술을 당연시 하는 것은 아녀. 다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야간 일을 하는 이들이야 밤낮이 바뀐 상태로 생활도 해야지만, 아무래도 새벽까지나 아침에 술자리 갖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술에 취했거나 술이 취하게 한 사람들이겠지.

 

아녀. 왜 어떤 때 맥없이 세상이 싫어질 때 없어? 그럴 때 밤새 걷다가 이렇게 먼동 트는 시간에 술집에 들어서서 한 잔 하는 맛! 이거 괜찮지 않어? 내야 뭐 밤새 무협지 읽다 나왔지만.

세상 싫어서두 아니구 세상 좋아서두 아니구, 그냥 마음 내키는대로 살고 있어. 그러니 시비걸지 마시라. 엥? 아무도 뭐라하지 않았다구? 자격지심!

 

이렇게 얇게 어떻게 칼질을 하는가? 아하, 육절기를 사용하는군. 쓱싹쓱싹. 세상 참 편해졌어. 기계화를 넘어 이제는 로봇화까지. 이러다 정말로 만화에서처럼 기계나 컴퓨터나 로봇들이 인간세상을 지배할지도 몰라. 내야 걱정없지, 그때까지 살 수도 없으니께.

 

일본놈들이 참 별걸 다 기계화 시키지. 김밥 싸는 기계도 있고, 계란후라이 해서 파는 자판기도 있고. 그런데 아직도 기계화 안된 것이 있어. 밤 까는 것. 이게 기계화가 안돼서 손으로 일일이 밤을 발라내지.

청도 있을 때 이 작업을 가을부터 겨울 초입까지 하는데, 공주 정안 밤을 중국으로 수입해서 한족 어린애들 손을 빌어 깎아가지고는 다시 그 통에 담아 일본으로 수출을 했지. 공주 할마씨들 인건비가 비싸서. 그게 여직도 기계화가 안되고 있어.

 

아예 아침도 챙기자 해서 순두부 하나를 시켰어. 참 두부 좋아하지. 내 젯상에 두부하고 우유하고 빵하고 쏘주만 올려라, 그랬지. 이제는 제사 지내지 마라 그러지, 두부 값이 자꾸 오르네.

 

어디 두부뿐인가? 우리 먹거리들이 다 국제시장에 내 맡겨졌어. 콩, 밀, 옥수수 등등, 안 오르는 것이 없지. 우리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되는 구조지. 왜? 잘난 새끼들이 농업 알기를 개떡으로 알고 있거든. 아, 휴대폰 팔아서 사다 먹으면 된다고 하잖어.

우리가 자급하는 것은 쌀 뿐여. 그나마 만약 다른 곡물이 들어오지 못한다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자급이지.

그 나머지는 모두 미국 거대자본이나 중국 눈치보며 사다 먹어야 된다구. 사 준다고 해서 큰소리 칠 수 있는 경우는 내 것이 제대로 있고 불쌍해서 팔아 줄 때 뿐여. 앞으로는 사정사정하면서 살아야 한다구.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있지. 지금이라도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데, 그마안~ 내 궤도나 얼른 바꾸자, 잉!

 

중국 얘기 하나 더. 중국 왕조가 대체로 2, 300년 밖에 유지를 못했던 이유가 뭔질 알어? 말이 달랐기 때문이지. 북경에서 쓰는 말이 상해에 가면 외국어가 됐었지.

그래서 모택동이가 통역을 7명이나 데리고 다녔다더라. 그러니 통일이 되면 갈라지고, 이 왕조에 충성을 바치다가도 또 역반을 하게 되고. 거기다 이민족까지 들락거리고. 그래서 이번 중국도 또 갈라질 거라고 예견하는 이들이 많지.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어. 근데 전과는 조금 다를거여. 우선 말이 통일이 됐어. 중국 전역에 보통화普通話가 보급이 돼서 이제 남 같지가 않은거지. 예전처럼 쉽게는 아녀. 정체는 바뀌어도 중국 전체가 분열되는 시기는 자꾸 늦춰 질거여.

근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거 같어. 이러다 일부분은 미국 주로 편입되고 나머지는 분열되고 그럴 것 같어.

 

술이 별로 오르질 않는군. 일어나야지.

며칠 전, 논산에서 부터 챙겨가지고 있던 술잔이 깨졌어. 아마 술잔이 있었으면 밖에 나오지 않고 숙소에서 그냥 라면 국물에 한 잔 하고 말았을 건데.

그래 도둑질을 했지, 쏘주잔 두 개. 사기는 좀 그렇구, 식당 거 슬쩍. 난 꼭 쏘주 잔에다 쏘주를 마셔야 하거든. 그러니 내 도둑질은 도둑질이 아녀! 아, 어떤 년은 땅을 사랑해서 땅 투기 한단다!

 

숙소에 돌아와서 홀라당 벗어 가지구 빨래통에 쑤셔 넣었어.

옷두, 옷 속의 내두.

냄새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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