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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받이가 사는 법

은자, 금자.

2018.11.04 04:38

조회 수:207

엄마, 제발 그 주소 줘유!

야야, 빈 손으로 가서 뭘 워쩔려구?

그래두 가 보기는 혀야지!

그렇게 주소 쪼가리를 들고는 찾아 간 곳이 공주, 공산성 성벽 아래 한 골목길 끝에 있는 여인숙.


야!  니 동생 왔단다!

방 하나에서 한참을 부산스런 소리가 나더니 덜컥거리며 미닫이 문이 열렸다.  문지방에 초래두 좀 바를 것이지...

그러고는 발그레한 볼에 조금은 퀭한 눈을 단 얼굴 하나가 나타나며 히죽 웃었다.  그 뒤로는 워떤 놈이 멋적은 듯 기웃거리고.

낮거리 혔군.

명서 왔냐!


엄마가 무슨 말 안 허시디?

하아...

엄마두 살림이 빠듯하구 나는 학생이구.

그래도 돌아오는데 차비하라구...


금자.

아버지가 둔 여자 중 지나는 여자에게서 얻었다는 이란성 쌍둥이 중 큰 이.

작은 이는 은자.


엄마, 그냥 몸만 오라잖유!

그래두 그게 아니란다.

막내이모에게 사정을 혔지, 이모래두 좀 같이 가 줘.

어떻게 그냥 가냐.  담에 형편 나아지믄 그 때 가 봐라.

은자가 애 둘을 낳도록 못 올렸든 결혼식을 한다구 기별이 왔다.  엄마나 이모들이래두 모시구 와 달라구.  속사정을 뻔히 아니께 그냥 참석만 해 달라구.

친정 식구 하나 읎이 어떻게 결혼식을 올리냐구 몇 번이나 연락이 왔었지만, 내 생각에두 빈 몸으루 가기가 그랬다.

결국 은자는 친정식구 하나 읎이, 시 작은 아버지 손을 잡구 입장을 했단다.


은자나 금자가 엄마가 있는 곳을, 정확히는 내가 있는 곳을 친정이라구 생각은 했었지만, 누가 있어 손을 잡아줬겠는가.

둘 다 이리저리 떠돌다 심들구 지치믄, 엄마에게 와 얼마동안 머물곤 했다.


그래도 조금 고운 태가 나는 은자는 들 고생을 했는데, 금자는 더 거칠게 살아야 했다.

그래서 은자는 밖에서 다행히 제법한 사람을 만나 살림을 꾸리고 애들을 키웠는데, 금자는 소식마저 뜸할 때가 잦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직장을 나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이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명서야, 금자가 죽을 병에 걸려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다는디 좀 도와달라구 혀드라.

그 당시 병원 맞은 편에 우마차들이 있었는디, 그 말똥냄새를 맡으며 며칠을 비잉빙 돌기만 혔다.

집사람, 병원에 가면 이혼하겠다구...

어떻게 사람을 만나 시골에 들어갔는데 아들을 하나 뒀다드라구, 아직 어린. 

그 애를 맡을 자신이 있냐구...


아!

내 평생 내 재산을 갖지 않으리라, 결심을 혔지.


은자두 죽었다지.

유방암을 앓은 뒤루두 몇 번, 우리 애들을 보러 다녀갔었는디, 언젠가부터 발길을 끊더라구.

내나 집사람에게 뭔가 서운했겠지.

그래두 난 편했어, 가진 게 읎으니께.

집사람이 병을 앓은 뒤루 언듯 지나듯 말을 허드라구, 고모 생각 난다구.


신성일이 죽은 것과 은자, 금자가 뭔 상관이 있다구, 새벽 댓바람에 지껄이구 있는 겨, 미친 눔허구는.


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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