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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갈등 4

2021.07.27 16:02

소금장 조회 수:10

“당신이 말했잖아!  정리한다고!” 

“그럼 내가 알아서 하면 되지, 무슨 전화전호를 달라고 해!  당신 그런 여자야?” 

“내가 어떤 여잔데!  그래!  못나서 다른 년한테 몇 년씩 남편을 내준 여자다!  나!  그런 여자야!  그러니 전화번호 내 놔!” 

“여보!” 

두 사람의 목소리가 커질 대로 커지고 있다. 

 

“엄마!” 

“아빠!” 

준혁과 세영이 돌아보니 토끼눈을 한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와 있었다. 

준혁이 얼른 아이들을 다독였다. 

“미안!  미안!  아빠가 깜빡하고 소리를 높였네.  자, 자…  들어 가자!” 

 

세영은 자신이 칵테일을 한잔 만들었다. 

‘뭐 이리 쉬워…’ 

이혼이란 것도, 그냥 사는 것도 칵테일 만드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내 욕심 버리고, 그냥 살자!’ 

칵테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이번엔 다시 스트레이트로 석 잔을 마셨다. 

탁! 

 

준혁이 아이들을 제 방에 데려가 다독인 후 나와 보니, 세영이 식탁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다. 

“여보!” 

독한 술에 정신을 잃었는지 흔드는 대로 흔들리고 만다. 

준혁은 세영을 안아 들어 방으로 데려다 눕혔다. 

‘이걸 어떠나…’ 

세영의 성격을 잘 안다.  어디 알다 뿐인가! 

 

다시 금요일이니 오늘로 개업한 지 꼭 1주일이다. 

어디 보자… 

개업한 날은 공쳤고, 이틀은 세무사 양반, 다음 날은 두 팀, 다음 날은 공치고, 다음 날은 세무사와 그 여자, 어제도 꽝. 

‘이러다 한 달도 못 채우는 거 아냐?’ 

투자한 돈이야 그렇다 해도, 앞으로 남은 생은 대체 어떻게 될까? 

‘씨부랑탕이다!’ 

 

이른 오후부터 가게 문을 여는 것은 꼭 손님을 기다려서가 아니라, 누군가 술이 아주 고픈데 마땅한 곳이 없을까 봐서이다. 

이제 오후도 시간이 좀 지났다. 

‘어!’ 

가게 길 건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차가 다가온다. 

 

‘아이고!’ 

후다닥 담배를 비벼 끄고는 차를 향해 다가갔다. 

“아버지!  어~!  장인어른!” 

“허허허~  자네 어르신 모시고 왔네!  그래 어떤가?” 

“좋습니다.  안으로 드시죠!  아버지, 들어가세요!” 

“그래, 들어가자.” 

뱀띠와 닭띠에 삼합이 들었다더만, 두 양반은 자못 잘 어울리곤 한다. 

 

“역시 사부인 솜씨가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그려~” 

“하하하~  많이 드십시오!” 

챙! 

두 사람은 안주를 차려내기가 바쁘게 서로 잔을 채워주더니 벌써 두 병 째가 시작되었다. 

명서 아버지 김문회는 53년 생으로 올해 만 67세, 상옥의 아버지 이명규는 57년 생으로 올해 만 63세였다. 

 

두 사람 다 술을 제법 마시는데, 만나서 술을 시작하면 늘 형님, 동생할 때까지 마신 후 헤어진다. 

이상한 것은 다음에 보면 도로 사돈어른, 사돈이라 부르는 것이다. 

술값? 

상옥이 가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한다. 

“명서씨!  아버님 용돈 좀 드려!  어째 허구헌 날 아빠보고 술값을 내라 하신대!  아빠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버님 기 죽으시잖아!” 

아버지가? 

절대 그럴 일 없으시다. 

 

“어쩐 일이세요?  단골집 놔 두시고…” 

두 사람의 단골집은 술에 취한 걸음으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50대의 이혼녀인지 과부인지 아리송한 여자가 하는 작은 식당 겸 선술집이다. 

아주 가끔 두 양반이 흥이 나면 명서를 그곳으로 불러내곤 한다. 

“너 매상 올려줘야 된다고 사돈이 이리로 오자시드라.” 

“아이고 뭘 그렇게까지…” 

‘이거 설마!  단골로 하시진 않으시겠지?’ 

 

“세인 아범!  너무 서둘지 말게!  돈은 쫓으면 더 달아나는 법이라네.” 

“예.  욕심은 없습니다.” 

“자, 한잔 받게!” 

명서는 받은 잔을 비우고 두 사람에게 잔을 채워준 다음 밖으로 나왔다. 

‘엄마도 오시겠군!' 

차가 엄마 차니까. 

명서는 비벼 꺼 꼬불쳤던 꽁초를 꺼내, 다시 불을 붙혔다. 

푸후~ 

 

시간 반이나 지났나… 

역시 엄마가 오고 있다. 

“니 아버지는 멀지도 않구먼 그냥 걸어 올 것이지, 쯧쯧!” 

“점심은 드셨어요?” 

“안에 뭐 먹을 거 있냐?”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세요, 시키든지 사 오죠 뭐.” 

“됐다.  라면이나 하나 먹자.  여기 있을래?” 

“아버지가 알아서 챙겨 드시고 계세요.” 

“알았다.” 

 

“저예요.” 

“어떡하지?” 

“맘대로 해요.” 

“괜찮겠어?” 

“그것보다, 이제 그만 만나자 이거죠?” 

“…” 

“당신, 이럴 땐 참 우유부단해…  걱정하지 마요, 책임지란 말 안 할테니.” 

“…” 

“알려줘요!” 

 

다음 지도에 상옥의 가게 이름을 넣고 검색을 해도 나오지를 않는다. 

태희는 속도 타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차를 회사에 두고 시내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서울 거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자주 차를 놓고 다녀야겠네, 이리 편한 것을…’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올림픽공원 옆을 지난다. 

‘좀 걷자.’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올림픽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언제 이곳에 와봤나 싶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곳은 변한 것이 별로 없다. 

공원에서 즐거운 모습으로 지나는 사람들도 그 까마득한 기억 속의 사람들과 똑같다. 

‘부르르~  부르르~’ 

전화기 진동! 

‘설마…’ 

모르는 번호다. 

아니, 느낌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번호다. 

‘받지 말을까…?’ 

‘부르르~  부르르~’ 

 

“전화해서 뭐라고 하려고?” 

“왜, 내가 만나자고 해서 머리끄뎅이라도 낚아 챌까봐 걱정돼?” 

“후유~  일단 내가 정리코자 했으니 당신 맘대로 해.  대신에 그 사람에게 민망한 짓은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그 사람?  그만 두자, 그 사람이든 그년이든…  문자로 번호 찍어!” 

 

꼭 이래야 되나? 

세영은 준혁이 보내준 전화번호와 이름을 한참 들여다 봤다. 

준혁의 외도가 끝나고 그를 받아들이려면 세영에겐 준혁과 그녀에 대한 망각이 필요한데, 이 전화번호로는 한 가지 더 지우기 힘든 기억만 만들 것이다. 

그럼에도 왜 이 전화번호를 얻을려고 악다구니를 이틀이나 썼을까? 

그 년에게 창피를 주기 위해서? 

그거야 혼자 생각이고…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았음 싶다. 

신호가 간다. 

컬러링! 

I'm your man 

지랄이다. 

I'm your man 

받지 마라. 

I'm your man 

제발, 받지 마라. 

 

“예, 정태희입니다.” 

“……” 

“여보세요?  안녕하셨어요?” 

“윤세영예요.” 

“……” 

세영과 태희는 그렇게 말 없이 1분 여를 넘겼다. 

이게 뭔지… 

 

세영이 먼저 말했다. 

“고마워요.” 

“흑흑흑~” 

“고마워요.  너무 아프지 말고…” 

“흑흑흑~  죄송했어요.  흑흑… 먼저 끊겠습니다.” 

세영은 그 여자의 울음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듯 계속해서 전화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가시게요?  아버지 취하셨네!” 

“야 이놈아!  술을 그럼 취할라고 마시지, 허허허~” 

“이 양반이 늙어가는 애한테 이놈 저놈 좀 하지 말아요!” 

“자기도 애라고 부르면서…” 

“장인어른은요?” 

“몇 잔 더 하고 가신댄다, 들어가 봐라!” 

“엄마!  운전 조심하세요!” 

“내 운전 경력이 니 나이만큼이다.  걱정마라.” 

명서는 부모가 떠나는 것을 보고 가게로 들어왔다. 

 

“제가 한 잔 올릴께요.” 

“그러게!” 

명서가 명규의 잔에 술을 따른 후 아버지가 마시던 빈 잔에 술을 따르려 하자 명규가 병을 받아들었다. 

“내가 한 잔 따름세!” 

“예.”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힌 후 목을 적셨다. 

“장모님 홍어무침이 빛을 봐야 하는데…” 

“너무 걱정말게.  이렇게라도 있는 것이 자네가 잡부일 나가는 거보단 맘이 놓이니까.” 

“오늘 비번이시면 일찍 들어가…” 

“늙으면 잠이 없어져.  이렇게 마셔도 새벽 세네 시면 깨는 걸 뭐.  걱정말게, 몇 모금 더 마시고 일어날걸세.” 

“조금 있으면 세인엄마 퇴근 시간인데 그때 차로 들어가세요.” 

“걸어도 잠깐인데 뭘…” 

 

어느덧 밖이 뉘엿뉘엿했다. 

명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약간 비틀했다. 

“장인어른!” 

“아~  괜찮아, 괜찮아!  둬 시간을 앉았다 일어났드먼 그러네, 괜찮아, 괜찮아.” 

“방에서 조금 쉬었다 가…” 

딸랑~ 

명서와 명규의 고개가 문으로 돌려졌다. 

 

“어!  어서오세요!  혼자세요?” 

태희가 술집 木可川에 들어섰다. 

“아, 손님이 계시네요…” 

“이 안쪽으로 앉으세요.” 

“예.  장사 많이하셨어요?” 

“그렇죠 뭐…  잠깐만요.  장인어른 이쪽으로…” 

태희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엉거주춤 서 있는 초로의 신사를 쳐다봤다. 

“어머!  상옥이 아버님이세요?” 

명규가 뭔 소린가 싶어 태희를 다시 봤다. 

 

“아!  장인어른,  세인 엄마 선배분되세요.” 

“선생님! 저 정태희라고, 아주 오래 전에 두 번인가 뵌 적이 있어요.” 

“아, 그러오!  오래 전이라면 내가 기억해 내기 쉽지 않겠네…” 

“그럴거예요.  어마!  아직 그대로시네요!  선생님!” 

태희는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난듯 폴짝거리기까지 했다. 

 

“사장님, 여기 테이블을 선생님께 좀 맞춰주세요!” 

뭔 소린지는 알겠는데, 명규를 보니 술이 좀… 

“장인어른, 괜찮으시겠어요?” 

“이 사람아!  나를 보고 반가워 하는 사람을 두고 그냥 가란 말인가?  잠시 자리만 지키다 감세.” 

“그러세요.  이 테이블은 치울테니 이쪽으로 옮기세요.” 

“선생님!  이리로 오세요!” 

태희가 자기 옆자리를 두드리며 재촉을 했다. 

 

전화를 끊은 후에도 공원 구석자리를 찾아 태희는 한참을 울었다. 

준혁에게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었는가는 중요치 않다.  3년 동안을 자신의 속에 준혁을 담아 놓고 살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젠… 

자기 주변엔 다시 아무도 없다. 

그런데, 세영이란 사람, 왜 고맙다고 한 걸까? 

사라져 줘서? 

정말 이대로 세상에서 사라져버릴까보다. 

 

“상옥아, 차를 놓고 왔더니 니네 가게를 못 찾겠네!” 

“언니!  언니!  언니 무슨 일 있구나?  왜?  왜 그래!” 

“별 일 아냐.  그 사람 부인이…” 

“쳐들어 왔어?  회사로?” 

“얘는 무슨…  전화했드라고…” 

“오모나!  뭐래?  막 욕했어?” 

“푸훕~  아니, 고맙대드라.” 

“엥!  뭐래?” 

“고맙대, 꺼져 줘서.” 

“정말 꺼져…” 

“아냐.  그냥 고맙다고만 했어,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흑흑흑 

“언니!  언니!” 

 

“선생님, 그때 저희들이 상옥일 되게 부러워 했어요, 멋쟁이 아빠가 계셔서요.  그런데 더 멋져지셨어요!  어머나~” 

“멋있긴, 인제 다 늙었는데 뭘…” 

“며칠 전에 상옥이랑 여기서 잤어요.  그때 선생님 근황도 들었고…” 

“그랬군.  그런데 여긴…?” 

“아!  단골집예요.” 

“단골?  인제 일주일됐는데 벌써?” 

“헤헤헤~” 

저 여자가… 

 

명서는 이 상황이 우습기도 하고 놀래기도 했다. 

명규 대하기를 꼭 이무로운 자기 아버지 대하듯 하는 것이 우스웠고, 조금 전까지 제법 취한 것 같던 명규가 말똥말똥하니 태희와 댓거리를 가볍게 주고 받는 것이 놀라웠다. 

‘에라 모르겠다!  장인에겐 술값 못 받아도, 저 여자에겐 장사를 해야지!’ 

“장인어른!  정종 따끈하게 데워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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