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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찌라시 1

2021.07.28 03:46

소금장 조회 수:1

딸랑~

 

태희가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에 일어났어요.”

명서가 보니 태희의 얼굴이 하룻 밤 새에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늘어졌다.

 

“잠깐 기다리세요, 해장국 좀 끓여드릴께요.”

“아닙니다, 가다가 한 그릇 사 먹을께요. 저 이거…”

태희가 봉투를 내민다.

명서가 쳐다보자,

“늦었지만, 개업 축하해요!”

“아이고~ 이러시지 않으셔도…”

“안 받으시면 그냥 문앞에 두고 갈 거예요. 아침에 여기 두고 가려다, 인사가 아닌 거 같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이거 참… 상옥이가 뭐라 할텐데…”

“상옥이에겐 제가 전화할께요. 그럼 이만…”

“예, 고맙습니다.”

명서는 문 밖까지 따라 나갔다.

 

“한동안 못 뵐거에요.”

“예?”

“부산 지사로 자리를 옮길려고요. 서울에 오면 들르겠습니다.”

“아~ 예. 아이고 아쉽습니다. 뵌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여기 술집 木可川을 잊지 못할 겁니다. 제 인생의 변곡점이 된 곳이라서…”

명서는 그냥 듣고만 있었다.

그리곤 태희는 갔다.

 

이곳이 무슨 이유로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자리매김 되었나는 모르겠지만, 태희라는 여자가 좋지 않은 일로 술집 木可川을 가슴에 새겼다는 사실에, 명서는 많이 안타까웠다.

‘세상 살면서 좋은 일보다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긴하지…’

그나저나 술값타령한 자신이 민망해졌다.

 

아무래도 홍어무침을 다시 해 와야겠다.

손님이 거의 없으니 냉장고에 보관을 해도 물이 생기고 맛이 변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장사도 못하면서 장모님만 귀찮게 해드리네… 아무래도 엄마한테 다른 안주를 부탁해야겠어.’

그렇게 가게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상옥이 왔다.

 

“자기 선배가…”

“전화 받았어. 월요일에 출근하면 부산으로 옮길 준비한다네. 아무래도 그 세무사 때문인가 봐. 언니가 안됐어…”

“원래 그런 관계가 그렇잖어, 좋게 끝날 수가 없지.”

“명서씨도 조심해! 난 못 참으니까!”

“난 그럴 주제도 못돼. 것도 잘난 사람들이나 하지…”

“그래서 아쉽단 얘기야!”

“됐어, 됐어. 그런데 뭔 돈을 그리 많이 넣었데?”

“자기에게 미안하대, 술 주정이나 하구.”

“주정은 안 했어…”

 

명서가 등을 돌리다,

“그건 뭐야?”

상옥이 누런 대봉투에 뭔가를 담아 왔다.

“찌라시!”

“엥?”

“손가락만 빨고 있음 뭐해! 동네에다 붙일려고.”

“누가?”

상옥이 명서를 쳐다봤다.

“알았어, 알았어…”

 

간단했다.

개업했어요.

「술집 木可川」

약도.

소주부터 양주까지.

그리고 명서 전화번호. 010 – 5846 – 3857

 

Ps : 애인 구함

 

“다 알겠는데, 애인 구함을 왜 넣었어?”

“명서씨, 이런 구석진 곳에 누가 일부러 여기까지 와. 무슨 재미라도 있어야 올 거 아냐.”

“그럼 ‘애인 구함’이 아니라 ‘애인을 구해줌’ 이렇게 썼어야지…”

“당신이 그럴 능력이나 있어? 그냥 사람들 관심 끌려고 써 넣은 거야.”

“햐~ 이거 아리까리하겠네. 술집하면 여자 마담을 떠올리고는 남자들 막 올거고, 아니면 호모들 몰려오는 거 아냐?”

“명서씨가 주인이잖아! 알아서 해. 갈께.”

 

몇 장야?

히익! 백 장이나…

이거 다 붙이려면 전봇대를 40m 간격으로만 잡어도, 40×100=4,000, 십리는 걸어야겠군.

담배나 우선 한 대 빨자!

 

전봇대가 원래 이리 바쁜 존재였어?

상가 급매, 원가분양, 강아지 찾음, 방3/욕2/2억 4800만, PPT과외 하실분, 여성헬스, 급전세2000만, 원룸 500/45/풀옵션, 부도정리 최고 90%, 친오빠 분양합니다, 출마선언-떼지마세요, 틀린 길을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테니까, 쓰레기통 아니니까 버리지 마세요, 대화+만남, 하이마트는 걸이식으로 고급이군.

하나 붙였다.

「술집 木可川」

 

전단지 붙이는 것도 막상 해보니 보통일이 아니었다.

다음 전봇대까지 걷고, 눈에 잘 띄거나 이미 붙어있는 전단지를 피해 붙일 자리를 찾아야 하고, 스카치테이프 잘라 전단지와 전봇대 합체시키고.

 

느릿느릿 소일 삼아 발품을 둬 시간 판 후 가게로 돌아오는데,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여보세요!”

“어! 남자네! 애인구한대서 전화했는디, 끊을께요.”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거 돌아가서 죄다 떼기도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한가지는 확실하군, 효과가 있어.

 

혹시나 하고는 가게 밖에서 서성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세탁소에 들렀던 사람이 가게를 보더니 들어간다.

명서가 후다닥 뛰어 따라 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어서오세요~”

젊은 남자다, 서른 즈음이나 됐겠다.

“맥주 한 병 마실까해서요.”

“병맥주로 카스와 하이트 2종류가 있는데요.”

“국산만 갖다 놓으셨네요. 카스 한 병 주세요.”

“칩을 같이 드릴 건데, 따로 안주는 필요없으시죠?”

명서는 맥주와 컵, 그리고 서비스 안주를 내왔다.

 

“세탁소 옷 맡겨 놓으러 왔다 봤어요, 가게 생긴 거…”

“자주 오세요, 혼자 한잔 생각나시면…”

“그래야겠어요. 가게 인테리어가 상당히 격이 있는데요.”

“안식구가 꾸민 건데,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하시구요.”

 

‘띠리리 띠리리'

“예, 술집 목가천입니다!”

“몇 시부터 영업하시죠?”

“오후 1시요.”

“호호호, 낮술로 딱이군요~ 알았어요~”

낮술?

좋긴한데…

아! 난 술집을 차렸지!

“사장님, 맥주 한 병 더 주세요.”

“예.”

남자든 여자든 손님만 많아라!

 

잠시 후 밖이 소란스럽더니 문이 열렸다.

“우아~ 가게 멋있다~”

“어디, 어디!”

“비켜봐!”

“뭐 그러네…”

뭐야?

 

“아저씨! 의자가 요거 뿐예요?”

“예. 몇 분이신데요?”

“우린 여섯인데…”

“어휴~ 죄송합니다… 장소가 좁아서…”

20대 후반, 또래의 여자가 여섯이나 들이닥쳤다.

 

“사장님, 제가 끝 자리로 옮길께요.”

“아니 괜찮습니다. 어차피 자리가 나뉘어져서 손님들이…”

“아니에요, 그래주시면 우리들이 나눠 앉을께요.”

긴쪽 테이블에 의자가 5, 짧은쪽에 2, 모두 7좌석인데, 긴쪽 가운데에 앉아있던 처음 손님이 자리를 주방 입구쪽 끝자리로 옮기자, 여섯 말만한 아가씨들이 우르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서넛은 가게를 둘러 봤고, 두셋은 메뉴를 달라더니 상의를 했다.

“아저씨! 메뉴가 뭐 이래요?”

 

「메뉴」

 

- 주류 -

 

쏘주 4.0 홍어무침 포함(10.0)

막걸리 4.0 홍어무침 포함(10.0)

맥주 500ml 5.0 (칩 제공)

청주 700ml 15.0 (오뎅탕 제공)

고량주 250ml 10.0 (안주 배민)

와인 G 5.0 / B 30.0 (간단한 까나페 포함)

보드카 G 5.0 / B 30.0 (간단한 까나페 포함)

진 G 5.0 / B 30.0 (간단한 까나페 포함)

위스키 G 10.0 / B 100.0 (간단한 안주 포함)

음료수, 커피, 차는 공짜.

※ 칵테일 : 직접 만들어 드세요.

※ 고급 술은 가져와 드셔도 됩니다.

 

- 안주 -

 

진안주 홍어무침 10.0

국물안주 국물닭발 10.0

마른안주 한접시 10.0

과일안주 한접시 15.0

공짜안주 무한제공

가게에 없는 안주는 [배민]

※ 안주는 어머니와 장모님 사정에 따름.

 

“뭐, 부족한 거 있으세요?”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다, 요깃거리도 없고…”

“편하게 ‘배민’ 이용하셔도 됩니다…”

“그럼 뭐 남아요?”

“’손님’이 남죠!”

“예?”

“뭐래니?”

“무슨 얘기야!”

“메뉴에 숨은 그림찾기가 있어?”

“찾으면 10% 할인이래?”

하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네…

 

“우선 소주 두 병 양쪽에 주시고요, 나머지는, 얘들아 각자 아저씨에게 주문해!”

“알았어!”

“아저씨, 아니 사장님! 메뉴판 더 없어요?”

명서는 선반을 뒤적거려 메뉴판을 내주고는 곧 미역국부터 서빙을 시작했다.

 

“우아~ 내가 좋아하는 미역국이다!”

“그래서 넌 요번에도 미역국이야!”

“뭐라고! 요년이~”

“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어휴~ 입이 두 개 씩, 여섯이니…

뭔 소리여, 임마!

 

“사장님, 배 채울 건 없나요?”

여자 여섯에 기가 죽었었나 조용하던 첫 손님이 물었다.

원래 남학교에 여학생 한 명이 찾아가면 그 여학생은 허리를 꼿꼿하게 하고 걷지만, 여학교에 남학생이 혼자 들어가면 문에서부터 쭈볏거리거든.

“시장하세요? 햇반 뎁혀드릴께요. 국하고 홍어무침하고 드세요.”

“고맙습니다.”

오늘 첫 손님인 남자는 말이 별로 없었다.

하긴 말 상대라야 명서뿐인데, 명서는 지금 손발이 바쁘니…

 

그렇게 일곱의 손님을 맞이해 분주한데 문이 열린다.

짤랑!

“어휴! 꽉 찼네!”

“죄송합니다, 장소가 협소해서…”

“담에 올께요.”

이거, 이거, 이거, 장사 시작하면서 바로 선전을 해야 했어!

 

아가씨들에게 소주가 두 병 더 나갔을 때, 남자가 일어났다.

“잘 먹었습니다. 얼마죠?”

“맥주 둘, 만 원요.”

“밥은…”

“반찬도 제대로 드리질 못했는데요 뭘… 자주나 좀 찾아주세요.”

“예, 고맙습니다. 한 단지에 있어도 이쪽으로는 잘 오질 않았어요. 또 들를께요.”

 

남자가 나가자 두 자리에 떨어져 있던 아가씨 하나가 그 자리로 넘어왔다.

“저 기집애 또 무드 잡고 있어, 미쳐 내가!”

“놔둬라, 저렇게라도 풀어내야지…”

“그 새끼도 웃기는 놈이야! 아니 멀쩡한 놈이 왜 대가린 깎아!”

“강희가 저러는 게 벌써 반 년도 넘어.”

“그러게 이제 좀…”

“그러게 이년들아! 소개팅을 마련하라고!”

“야! 쟤보다 내가 더 급해! 저 기집애는 연애라도 해 봤지! 난 모태쏠로야! 모태!”

“미친년! 자랑이다!”

“깔깔깔!”

“호호호!”

젊음이란 참 좋다.

 

그런데 뭔 대가릴 깎아?

군대?

이 나라에서 군대야 당연히

 

가는 곳이니 아니겠고, 설마 중!

출가를 하려고 대가릴 깎았다고?

내가 알기로 중이 되겠다고 절에 들어가도 무조건 머릴 밀어주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뭔 대가린데…

 

명서가 자리에 남은 아가씨를 보니 뭔가를 펼쳐 놓고 끄적이고 있다.

자리를 정리하는 척하며 슬쩍 훔쳐보니, ‘응!’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은 어디 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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