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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찌라시 5

2021.07.29 02:29

소금장 조회 수:36

“제가 시켜드릴까요?”

“요샌 늙은이들두 전화기 잘 쓰우. 내 전화기에 배민두 깔려 있구.”

“아, 김사장! 그건 할망구가 할 건께 놔두고, 왜 내게 신고 안혔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허! 이 동네 사람이 아니구먼…”

“예, 길동…”

이때 주문을 마친 할망구가 고함을 질렀다.

“아 고만혀! 이 망할눔의 영감탱이야!”

 

명서는 홍어무침과 쪽파김치, 미역국을 우선 챙겨 내놓았다.

“저, 술은?”

“탕수육 시켰으니 고량주 주세요. 저 양반이 탕수육에 고량주 마시는 걸 좋아해서…”

“옛날에는 동해허구 수성꼬량주가 있었는디 망했는가, 요샌 죄다 중국 꺼드만…”

“국산이 나오긴 하는데 비싸더라구요.”

“비싸면 그려, 우리가 사 먹긴….”

 

“언제 개업하셨수?”

할망구가 물었다.

“일주일 전에요.”

“우리는 통 이쪽으로는 안 와서 몰랐는데, 오늘 전봇대에 붙어 있길래 와 봤수”

“예, 고맙습니다.”

 

짤랑~

“어디다 놓을까요?”

배민 기사가 왔다.

간이 탁자에는 탕수육과 짬뽕, 짜장면이 한 그릇씩 놓여지고, 명서는 고량주와 작은 잔을 두 개 놓았다.

“여보게! 따장하고 양파 좀 더 가져오지 이게 뭐여?”

“저야 뭐 배달만 하지…”

“알았어 자넨 가 봐!”

노인은 배민 기사에게 짧은 잔소리를 했다.

할망구는 그 사이, 늘상 그러려니 말도 없이 포장 비닐을 벗기더니 혼자서 짜장면을 먹기 시작했다.

 

“한 잔 올리겠습니다!”

“어~ 좋지!”

명서는 고량주 잔 두 개에 술을 따랐다.

“한 잔은 김 사장 드시게!”

“전 장사를…”

“어허! 내가 들라면 들게!”

“아! 예, 예!”

명서는 괜히 주눅이 들었다.

 

“캬아~ 역시 빼갈이 최고여~”

“그럼 저는…”

명서는 한 잔을 얼른 마시고는 주방으로 들어 와 컴퓨터에 코를 박았다.

솔직히 무서웠다.

 

“망구 젓가락 껍데기 이리 줘 봐…”

“왜에! 따장하고 양파? 그냥 먹어, 어짜피 냄기잖어~”

할망구의 짜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젓가락 피를 보더니,

“뭐여! 양자강에다 시켰어? 그럴라믄 그냥 전화하지 뭐하러 배달 먼가에 시켜!”

할망구는 그러거나 말거나 짜장 그릇만 비우고 있다.

 

“여보슈 양자강이요?”

“예. 주문하시게요?”

“안 사장이군… 바깥 사장은 읎수?”

“최 사장님이세요? 지금 어디세요?”

“우리집 후문 상가에, 술집이…”

“알았어요. 조금 기다리세요.”

할망구가 한숨을 가느다랗게 내 쉬었다.

명서는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 보며, 이게 뭔 시츄에이션인가 싶었다.

 

한 10분이나 지났나…

짤랑~

“최 사장님, 아, 직접 시키시지 두 번 걸음하잖아요!”

“할망구가 시켰어. 온 김에 한 잔하구 가~”

“저녁 장사 준비해야 해요. 천천히 드세요!”

아하~

중국집 사장이 나가면서 명서에게 조그맣게 말했다.

“그냥, 좋게 좋게 지내요.”

탁자에는 춘장 한 공기에 썬 양파가 한 접시 놓여있었다.

 

최 사장은 그 뒤로 별 말이 없이 고량주를 마시고, 탕수육을 집어 먹고, 짬뽕에서 해산물을 골라 먹었다.

“사장님은 젊어서 모를건데, 우리 어렸을 땐 젤 무서운 사람이 문딩이 하고 상이군인이었다우.”

짜장을 다 먹은 할망구에게 물을 가져다 주자, 명서에게 말을 걸었다.

“문딩이야 병 옮구 어린애 간을 빼 먹는대서 였지만, 상이군인은 왜 무서워 했는지 아우?”

명서의 눈이 최 사장의 아랫도리를 향했다.

“그 당시는 나라 살림이 어려워 상이군인들에게 뭘 해 줄 수가 없어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지.”

 

625전쟁으로 사지를 잃은 사람들은 호구가 막막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이런 사람들은 여러가지 행태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관공서에 가서 민원처리가 맘에 안들면 집기비품들을 때려 부수기도 했고, 두세 명이 낡아 너덜거리는 군복을 입고 양말 같은 것을 가게나 부잣집에 들어가 강매를 하곤 했다.

“우리가 빨갱이 잡으려다 이렇게 됐다. 그런데 이깟 것두 못 팔아 주냐!”

 

“지금은 나라 살림도 비교할 수 없이 나아지고 사람들 인식도 많이 바꼈는데, 저 사람들 생각은 여전해요, 피해망상이지…”

할망구는 자신이 한잔을 따라 홀짝 마시고는 명서에게 잔을 내밀었다.

명서는 잔을 받아 마신 후 최 사장과 할망구에게…

어라! 술이 비었네.

얼른 가서 새 술을 가져와 따라 주었다.

“저 양반은 월남 파병 갔다 부상을 당해…”

 

“아니, 여보! 휴가 다녀간지 얼마 안 됐는데…”

“당신하고 엄니에게 상의 할 일이 있어서 나왔어.”

최진해와 결혼 해 이제 막 낳은 아들이 돌도 되기 전이었다.

이순자는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안돼요!”

“여보! 내가 학벌이 있어 기술이 있어, 가진 땅이 있어. 그래도 거기 가면 전투수당도 두둑하고…”

“안돼요! 안돼!”

며칠을 울고불고 진해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는데, 헌병대에서 백차가 나왔다.

귀대 시간을 어겨 탈영보고가 올라 간 것이다.

 

“그 길로 가더니, 꼭 일 년 뒤에 저꼴로 왔습디다.”

명서는 주방에 있는 의자를 꺼내 와 두 사람 사이에 앉았다.

“최 사장님, 한 잔 올릴께요.”

“어! 좋지…”

“아주머니도 한 잔 받으세요”

그렇게 셋은 잔을 주거니 받거니…

 

“가게 문을 벌써 닫어 어쩌누…”

“아이고, 오늘은 일요일이잖습니까. 저도 일찍 가서 쉬어야죠. 제가 밀겠습니다.”

명서는 불어오는 저녁 바람이 시원했다.

“최 사장님! 술 생각나시면 언제든지 들르세요.”

대답이 없다.

휠체어를 멈추고 보니, 최사장은 아랫도리를 감싼 담요에 코를 빠뜨리고 잠이 들었다.

할망구가 명서 등을 툭툭 두드렸다.

 

“뭐야? 벌써 문 닫었어!”

명서가 들어서자 상옥이 얼굴을 찌푸렸다.

“어휴~ 술 냄새까지…”

“술은 자기두 마시잖어…”

“야! 나는 자기처럼 시도 때도 없이 마시진 않아!”

“알았어, 알았어, 내 잘못했어”

“말로만… 며칠 잘 참는다 했다! 내가 미쳐…”

 

명서는 욕실로 들어가 옷을 훌훌 벗고 물을 틀었다.

아직은 겨울 바람이 남아 있어, 조금 걸은 몸을 싸늘하게 만들었는데, 뜨거운 물이 닿자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최 사장은 어떻든 사회에 공헌을 한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사회에 무슨 역활을 하기는커녕 처자식 건사조차 힘들어 쩔쩔매고 있다.

 

“왜 그래? 가게에서 무슨 일 있었어?”

“일은…”

“장사가 금방 잘 되면 못 사는 사람이 왜 있겠어. 조금 느긋하게 생각해.,

세인이를 재우고 방으로 들어 온 상옥이 명서를 달랬다.

“그런 거 아냐.”

“그럼 왜 이리 의기소침해서 그래?”

“내 자리가 한심해서 그래.”

 

상옥이 그 말에 한참을 생각했다.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 명서씨! 나하고 세인인 그저 명서씨가 옆에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충분해.”

명서가 상옥을 향해 돌아 누웠다.

“오늘 월남전에 다녀 온 양반이 왔었어.”

“그 사람이랑 마셨어? 월남전이면 할아버지겠네.”

“응. 그런데 두 다리가 없더라.”

“상이군인!”

“응. 근데 첨엔 무서웠는데…”

“무서워? 왜에?”

“그게…”

 

왜 무서웠을까?

최 사장의 인상은 그저 수더분한 아저씨? 맘 좋은 할아버지?

그랬다.

그런데도 무섭게 느껴진 것은 두 다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리가 두 개 더 있는 사람을 봤더라면 안 무서웠을 것이다.

명서는 자신이 직접 겪는 것은 아니었지만, 상실에 대한 공포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렇게 없으면서도 살아내는 사람이 무서웠던 것이다.

갑자기 나약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출근을 하는데 세탁소 안주인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지금 오시네요.”

“안녕하세요.”

“혹시 어제 우리 바깥 양반 보셨어요?”

“예. 저희 가게에서 술을 드시고 가셨는데요.”

“무슨 별다른 말은 없었고요?”

무슨 일이 있군.

“어제 집에 안 들어 왔어요.”

“예?”

“바람 좀 쐬고 온다고 나갔는데…”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하는 명서는 괜히 심난했다.

술집에서 술을 판 것이 무슨 죄가 되련마는, 뭔가 엮여드는 기분이 들었다.

‘이게 업종이 술을 팔아서 그런가, 오는 사람마다 왜 이리 꼬이는 거여, 참내…’

 

세탁소 박 사장이 무슨 얘기를 했더라…

자기 이름, 나이, 고향이 논산이고.

논산이면 연무대가 있는 논산이지…

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

 

저녁 어둠이 내리기 전에 두 팀이 다녀갔다.

해가 있을 때라선가 술자리가 길어지지는 않아서, 소주 각 일 병과 맥주 세 병을 팔았다.

그래도 손가락 빠는 시간이 많았던 지난 주보다는 훨씬 나았다.

‘상옥이가 나보다 똑똑한 건 분명해. 이게 다 찌라시 효과겠지…’

 

저녁이 되자 자리가 거의 찼다.

혼자 온 사람과 둘, 둘 이렇게 자리를 잡으니 다른 손님을 받기가 거시기 했다.

명서는 얼른 컴퓨터로 프린트를 해서 가게 문 밖에 붙였다.

‘자리가 만석이니 다음에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이돌 노래 좀 틀어주세요!”.

혼자 온 사람이 심심했는가 음악을 요청했다.

다른 두 팀을 보고 눈으로 의사를 물으니,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비슷비슷한 연령대라 아이돌 노래가 그다지 낯설지 않으리라.

허긴 걸그룹 소녀시대가 나온지도 벌써 10여 년이 훌쩍 흘렀으니, 웬만한 나이 대는 동질화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소녀시대는 뭔 노래를 불렀지?

 

짤랑~

‘어라! 문에 안내문을 붙였는데…’

명서가 얼른 문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는,

“죄송하지만 자리가…”

들어 온 사람은 세탁소 박 사장이었다.

 

“어! 사장님!”

봉춘은 괜히 멋적어 두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이쪽으로 오세요.”

명서는 봉춘을 방으로 들이고는 방 밖에 서서 얘기를 나눴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낮에 아주머니가 걱정하시던데…”

“방에서 술 좀 마셔도 되유?”

“그럼요. 잠깐만요…”

명서는 어제 사용했던 간이 탁자를 다시 가져와 방에 놓았다.

“소주 드릴까요? 저녁은 드셨어요?”

봉춘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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