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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집이 싫어지는 이유 1

2021.07.29 04:54

소금장 조회 수:37

명서는 서둘러 식사꺼리와 안주를 챙겨 주고 주방으로 나왔다.

‘어제도 그렇고, 무슨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사장님! 계산요~”

“예~”

계산을 끝내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이 방울소리도 없이 조용히 열렸다.

“사장님!”

“어서오세요.”

세탁소 안주인이었다.

 

“조금 전에…”

“예, 지금 방에서 식사하고 계세요.”

“뭐, 별다른 말은 없던가요?”

“예. 들어가 보시죠.”

“아니예요. 저 메뉴판 좀…”

 

세탁소 안주인 전미혜는 박봉춘과 15년 전에 결혼을 했다. 봉춘보다 한 살 적은 44.

봉춘은 자기 아내를 새침데기라고 했으나, 명서가 보기엔 그저 수더분한 아줌마였다.

 

박봉춘은 시골에서 하던 농사일이 아무래도 전망이 없었고, 더군다나 결혼을 하기도 어려웠다.

베트남이나 태국 등 외국 여자와 사는 사람들의 결혼생활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서울로 올라 와 대형 마트에 취직을 했다.

그 때 직장에서 만난 사람이 전미혜였고, 둘이 5년 동안 알뜰살뜰 돈을 모아 이곳에 세탁소를 차렸다.

 

“사장님, 막걸리 한 병 주세요.”

“홍어하고 드릴까요?”

미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명서는 전자렌지에 햇반을 하나 넣어 돌리고, 안주와 막걸리를 테이블에 놓았다.

“따라드릴까요?”

명서는 미혜가 누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혜가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막걸리를 따라 입을 댄 후 잔을 놓고 홍어무침을 집었다.

 

띠링!

명서가 얼른 전자렌지에서 햇반을 꺼내 미혜 앞에 놓으며 말했다.

“밥하고 같이 드세요.”

“고맙습니다.”

 

손님들은 모두 가고, 홀에는 미혜가, 방에는 봉춘이 남았다.

얼마 후 미혜가 남은 막걸리 병과 잔을 들고 일어났다.

“방으로…”

“예, 그러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세요.”

 

명서는 음악 파일을 골랐다.

‘금잔디 – 나를 살게 하는 사랑'

좋은 노래겠군.

~ 나를 살게 하는 사랑 아무 이유 없는 사랑 거기에 있어요 멀어지지 마요 ~

“사장님! 쏘주 한 병 더 줘유.”

 

“집에 안 들어 온 건 좋아. 그럼 전화래도 해 줘야 안 기다리지. 밤새…”

“미안혀. 한잔 받어!”

“나도 소주 마실래!”

“술도 못하믄서…”

“왜, 내가 싫어? 집이 싫어?”

“아녀…”

미혜가 입을 다물었다.

 

“논산 다녀왔어.”

미혜가 소주를 한잔 마신 후 봉춘을 봤다.

봉춘도 미혜를 봤다.

“일이 싫어지네…”

미혜가 자작으로 소주를 따라 마셨다.

“나라고 좋아서 세탁소에 갇혀 지내는 줄 알아?”

“그렁께, 우리 내려 가자!”

“안돼!”

봉춘이 단호하게 자르는 미혜를 다시 봤다.

 

“여보! 남들은 아이들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어 서울로 못 와서 안달인데, 이제 겨우 자리 잡은 여기를 떠나자고? 가고 싶음 당신 혼자 가, 안 말릴테니까!”

“알어… 그렁께 생각 좀 해 보라구…”

“생각할 거 없어. 다 마셨으면 일어나, 애들 기다려.”

미혜가 먼저 일어나 방을 나서고 봉춘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따랐다.

 

“가시게요?”

봉춘은 멋적게 웃음만 흘렸고 미혜가 계산을 했다.

“저 이도 밥을 먹었던데…”

“시장하시면 언제든지 오세요, 밥하고 국은 늘 있어요.”

미혜가 카드를 내밀자 명서는 술값만 계산을 했다.

“밥은…”

“메뉴에 없는 것은 공짭니다.”

“예! 하하하~”

명서가 제일 좋아하는 호박꽃 웃음이었다.

 

명서는 긴판과 가게 불을 끈 후 포인트 등 하나만 켜고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소주, 홍어무침, 미역국.

쭈욱!

탁!

쪼르르~

 

전에는 혼자 술 마시는 경우가 아주 드물었다. 직장을 다닐 때도, 사업을 하면서도 그랬는데, 노가다를 뛰던 1년 동안에 습관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같이 일 나갔던 사람들과 소개소로 돌아와 일당을 받은 후 몇 번 어울렸었다.

그런데 주고 받는 얘기들이 전부 어두운 얘기 뿐이고, 주사가 심한 사람도 많았다.

쭈욱!

탁!

쪼르르~

 

세탁소 주인 내외가 무슨 사정이 있고, 방에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박 사장의 짧은 가출은 왜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호박꽃 웃음은 자꾸 떠올랐다.

‘나 보단 나이가 많은 거 같았는데…’

 

찌라시 백 장 덕인지, 아니면 이제 알음알음으로 찾아 오는지 손님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그동안 최 사장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혼자 두 번 와서, 엄포 아닌 엄포와 자신의 부상에 대한 그림같은 묘사를 하고 갔고, 경진이도 퇴근길에 들러 오피스텔로 옮겨 자주 못 온다는 인사를 했다.

그럭저럭 개업한 지 20일이 지났다.

 

퇴근 시간 무렵이다.

제법 커다란 배낭을 메고 머리가 반백인 남자 손님이 들어섰다.

두좌석 자리에 앉아 가게 인테리어를 아주 천천히 감상했다.

“좋군요. 누가 디자인했소?”

옛날 사람인가?

“집사람이 구상을 했습니다.”

“아주 좋소 좋아! 이렇게 앉아 술 한잔하고 있으면 집에 가기 싫어지겠어, 허허~”

 

메뉴판을 10분도 넘게 들여다 보고만 있다.

‘왜 저러지…’

“쏘맥을 하게 쏘주와 맥주를 주시오.”

그러고는 또 메뉴판을 본다.

 

명서가 술과 안주를 차려내자 소주와 맥주를 섞어 시원하게 한잔을 비우곤 말했다.

“사장님이 장사를 꼭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군…”

명서가 계면쩍게 웃었다.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한잔 하시겠소?”

어쩐지 한잔을 받고 싶었다. 자신의 속내를 짐작해 준 것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예, 고맙습니다.”

자기가 마시던 잔에 다시 소주와 맥주를 섞어 건넸다.

명서도 시원하게 한잔을 들이킨 후,

“한잔 올리겠습니다.”

하자,

“아, 그냥 소주만 한잔 주시오.”

한다.

명서는 잔을 따라주고 컴퓨터로 가 음악파일을 찾으며 물었다.

“즐겨 들으시는 음악이 있으면 틀어드리겠습니다.”

“팝송이면 좋겠소.”

 

Adele - When We Were Young

 

Everybody loves the things you do

From the way you talk to the way you move

 

저 나이 세대에는 팝송을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이 노랜 최근 노래일거라.

여러 노래가 흘러 나왔다.

올드팝부터 Anne Marie 2002까지.

 

그 후 다른 손님 두 팀이 다녀갔으니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 그동안 소주 한 병과 닭발도 시켰다.

짤랑~

손님이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헐렁한 원피스, 그리고 커다란 분홍색 숄더백을 어깨에 걸머진 아주머니였다.

50은 넘은 듯 한데, 잘은 몰라도 저런 얼굴을 성형미인이라 하지?

내 여자도 아닌데 뭘…

 

“가게 언제 여셨어요? 쏘주 주세요.”

“홍어랑 드릴까요?”

메뉴판을 다시 본다.

“닭발하고 주세요. 가게 연지 오래 됐어요?”

“20일 됐습니다.”

“그래요… 동네 장사가 아니면, 뭐 좀 특색있는 게 있어요?”

왜? 가라오케 기계라도 들이라고!

그건 위법사항이올시다!

명서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안주를 준비해 테이블에 올렸다.

 

“총각은… 아니겠고, 아무튼 첫 잔이니 남자한테 받아야 해! 사장님이 한잔 따라주세요~”

“아, 예. 그럼요.”

명서는 술을 따랐다.

원피스는 홀짝 한잔을 마시고는 이번엔 자작을 했다.

술꾼인가…

원피스는 그렇게 두 잔을 더 마시더니, 그제야 가게를 둘러봤다.

 

혼자 잔을 기울이는 중늙은이가 보였다.

“아저씨는 산에 갔다 왔나 봐요?”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다가, 무슨 소린가 하고 고개를 들었다.

“나 말이우?”

끄덕끄덕.

풋!

지켜보던 명서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예.”

귀찮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원피스는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묻는다.

“어디 산 갔다왔어요?”

“한라산.”

“어머! 눈꽃산행했어요?”

“눈은 봤는데 꽃은 못 봤소.”

“에이, 무슨 그런 말이…”

그러더니 홀짝, 반 잔을 마셨다.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 했어요? 요새 싸스, 아니구나 뭐지? 아, 갑자기 생각이 안나네…”

“코로나바이러스요!”

명서가 거들었다.

“아! 맞다! 그것 때문에 뱅기값이 똥값이라던데, 얼마줬어요?”

“비행기값을 내가 어찌 아오!”

“3,000원짜리도 있다던데…”

명서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하루에 갔다왔어요? 어디서 잤어요?”

하이고, 왜 저런담!

“술이나 드시우!”

“뭐라고요?”

원피스의 눈이 하얗게 변했다.

뭐야! 이거…

“아니, 저기, 손님! 제게 말씀하시죠…”

얼른 명서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어머! 별 꼴이야~ 그지같은 게…”

이게 뭔 일이래…

 

남자가 일어났다.

“얼마요?”

그러면서 카드를 내밀었다.

“3만 원 결제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배낭을 맨 후, 카드를 챙기며 나갔다.

“또 오리다!”

 

“흥! 참, 별꼴이야… 에이! 재수 없어! 퉤퉤퉷!”

아이고 참, 진짜 별꼴이다.

“사장님! 저 치, 여기 자주 와요?”

치? 아, 사람!

“아니요. 오늘 첨 오셨어요.”

“에이 기분 나빠!”

원피스는 연신 투덜대며 술을 들이켰다.

 

“그런데 사장님! 왜 여기다 술집을 차렸대요?”

내 맘이지!

“집세가 싸서요.”

“그러면 장사가 더 안되요, 집세 좀 더 주고 큰길로 나가야지. 내가 요 위, 신동아 오래 살었는데, 이 후문 상가는 이제 죽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라고라!

“그러게요…”

 

“이 싸스 때문에 우리 다 죽지는 않겠죠?”

“코로나는 곧 잡히겠죠.”

“아참! 코로나, 코로나!”

원피스가 아무래도…

“그런데 왜 사장님은 마스크 안 했어요?”

지랄이다! 저도 그냥 왔으면서…

“밖에 다닐 때만 하고 있어요.”

“그럼 안돼요. 지금이래도 하세요.”

하~ 죽갔네!

 

명서가 마스크를 하고 와서 마스크 한 개를 원피스에게 내밀었다.

“어머! 마스크 쓰고 어떻게 술을 마셔요!”

이거 진짜 확!

“사장님! 결혼은 했어요?”

이젠 내 신상털기가 시작되겠군.

아니나 다를까!

“색시는 이뻐요?”

“애는요? 엄마 닮았어야 할텐데…”

뭐여! 시방…

“어디 살아요?”

“직업은 뭐예요?”

이 원피스 말여… 혹시… 미친녀…

 

짤랑~

“어! 어서오…”

“또 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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