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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집이 싫어지는 이유 2

2021.07.29 09:05

소금장 조회 수:37

배낭을 멘 그 사람이 다시 왔다. 

명서도 놀랐지만 원피스는 튀어오르듯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아니, 아니 왜…” 

배낭을 의자 하나에 올려 놓고는 이번에는 원피스에게 다가왔다. 

원피스가 명서에게 어떻게 해 보라는 제스처를 했다. 

손님이 왔는데 명서가 할 일이라고는, 

“다시 오셨네요.  앉으세요.” 

“집에 가기 싫어서…” 

그러면서 원피스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장님, 우선 잔하고 젓가락만 주구려…” 

“옙!” 

명서가 대답을 하며 원피스를 보니, 흠칫거리기는 해도 물리치지는 않았다. 

“기철이우, 천기철.  당년 63, 정유생 달구띠요!” 

“어머!  할아버지네~” 

“아깐 미안했수.  첨부터 다시 시작해 보우.” 

그러면서 원피스의 잔을 채우고 자기도 따라 쭈욱 들이켠 후 닭발을 집어 우물거렸다. 

 

원피스가 고개를 돌려 보더니 물었다. 

“기철씨, 산에 다녀오셨어요?” 

뭐여 이거!  진짜 첨부터 다시 시작하는 겨! 

그런데 원피스의 말투가 아까와는 사뭇 다르다, 조신하고 에~ 또~ 경어체 쓰임이 제대로고. 

엉!  기철씨! 

하고 놀래라~~~! 

 

“이젠 반 백수라 시간도 많고, 산엔 자주 다니오.  주로 가까운 검단산이지만…” 

“근처 사세요?” 

“9단지요, 주공.” 

“어머!  동네분이시네~  전 신동아 살아요, 요 위!” 

기철이 원피스를 봤다. 

그런데 아까같은 귀찮은 표정은 사라졌다. 

 

“성씨가 뭐요?” 

“조 씨예요, 영애.” 

“조영애 씨!” 

“예!” 

“뭐 더 드시고 싶은 거 있음 주문하구려.  식사는 하셨소?” 

“사 주시게요?” 

“그럽시다.” 

 

늦은 저녁을 배민에 맡기고 다시 얘기가 이어졌다. 

“한라산, 어땠어요?” 

“여직 제주도를 한 번도 가보덜 못해서 올 겨울에 별렀다우, 설산 산행을 하려구.” 

영애가 눈을 반짝이며 기철의 다음 얘기를 기다렸다. 

“검색을 해보니 한라산에 눈이 내릴 때는 거의 등반 통제가 된다고 하더군…” 

“그럼 어째요?” 

기철이 고개짓으로 술잔을 가리키자, 영애가 얼른 잔을 들어 쨍!하고 부딪힌 후, 나란히 고개를 젖혔다. 

“한잔 받으세요~” 

주거니 받거니… 

 

“일주일 치씩 일기예보를 주욱 지켜봤다우, 지난 1월부터.  설날이라서, 병원 예약으로 날을 잡기가 어려웠는데, 마침 지난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제주에 눈소식이 들더이다.” 

“그래서요!” 

“토요일에 비행기 표를 샀다우.” 

“정말로 3,000원 짜리 표가 있었어요?” 

“그런 표는 어쩌다 나왔을 거요.  내가 산 표는 10,000원이 조금 넘는데, 할증료, 공항이용료 등을 합해서 왕복 45,000원에 댕겨왔수.” 

“우와~  내가 친구들하고 갔을 때 반 값이네…” 

그 때 배민이 왔다. 

 

뭘 시켰나…? 

“아니, 두 분이 드실 거면서 왜 이리 많이 시키셨어요~?” 

“사장님은 손가락만 빠시게요?” 

“같이 들우…” 

회 세트에, 낙지, 서더리탕이야 내가 뎁히면 되고… 

 

“그리곤 바로 게스트하우스에 5박을 예약하고는 일요일에 갔다오.” 

술잔은 오고가고 분위기는 무르익고… 

“이틀은 얼어 죽는 줄 알았소.” 

"왜요?  제주가 봄이 이른데…” 

“그러게 말이우, 찬바람이 사람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붑디다.  그렇게 눈오는 이틀은 올레길을 걷고 사흘째에 한라산 등반이 허용돼서, 이른 아침에 성판악 코스로 올랐소” 

“햐~” 

이번에는 영애 혼자 잔을 꺾었다. 

 

“눈꽃도 물었었지…” 

영애의 눈이 더욱 초롱거렸다? 

명서도 술기운이 올랐겠지… 

영애의 눈이 몽롱해져 갔다. 

“눈오는 날에 푹 했다, 다음 날 아주 추워야 눈꽃이 활짝 피는데, 계속 기온이 그다지 낮지 않아 눈꽃은 그저 그랬다오.  대신에 눈길은 푹신하더군, 한뼘 가까이 쌓여서…” 

영애의 추임새가 점점 약해져 갔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기철이 옆 자리에 앉은 영애를 봤다. 

“이런…” 

영애는 왼 손에 술잔을, 오른 손은 턱을 괴고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다. 

기철이 명서를 봤다. 

“어쩌우?” 

“잠깐만 혼자 드시고 계세요.” 

명서가 얼른 방으로 들어 갔다. 

 

짤랑~ 

잠시 후 상옥이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상옥의 인사에 기철이 어리둥절해 하자 얼른 명서가, 

“제 집사람입니다.  아주머니 모셔다 드리려고…” 

“아이쿠!  이런 수고를 끼쳐서…” 

“너무 가까워서 택시 부르기도 그렇고, 또 여자 손님 혼자 가시게…” 

“잘 하셨소.  그러잖아도 내가 데려다 주기도 부담스러웠는데…” 

 

상옥이 영애를 살살 깨웠다. 

“아주머니~” 

“어구!  깜짝이야!” 

“안녕하세요.  저 이 가게 안 사람이예요.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아이구 아냐~  걸어도 10분도 안 걸리는데 뭘…” 

“아녜요, 뒷길이라 후미지고…” 

 

영애가 기철을 봤다. 

“오빠!  눈꽃은 좋았어요?” 

기철씨에서 많이 승격했군. 

기철이 빙그레 웃었다. 

“담에 이리로 오우, 내 남은 얘기 해 드리리다.” 

그러면서 명함을 꺼내 영애에게 주었다. 

“먼저 가시우.  난 몇 잔 더 하고 갈거요.” 

“아홈~  그러세요.  나두 더 있어도 되는데…” 

 

“당신은?” 

“난 아직 시간이 남었어.  아주머니 모셔다 드리고 들어 가.  세인이 혼자 있잖어.” 

“그래요.  천천히 드세요.” 

상옥이 기철에게 인사를 하고 영애를 데리고 나갔다. 

 

“계산을 미리 해야겠군…  남은 것만 마시고 가리다.” 

그러면서 카드와 명함을 명서에게 건넸다. 

계산을 끝내고 카드와 영수증을 건넸다. 

기철이 영수증을 잠시 본 후 말했다. 

“시켜 먹은 음식을 계산에서 제하면 매상은 어쩌시오?” 

“가게에서 술 종류를 다 취급하는데 제가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서요.  드시는 분들이 만족하셔야죠.” 

“그럼 뭐가 남으오?” 

“저야…  손님이 계시니까요.” 

“손님이 남는다!  성씨가 어찌 되시오?” 

“김갑니다.  김명서입니다.” 

“김 사장,  6개월만 버티면, 저녁마다 빈 자리가 없겠오.” 

 

그 후 30여 분은 기철 혼자 자작을 하고, 명서는 기철이 불편하지 않게 조용조용히 가게 정리를 했다. 

“내가 왜 도로 왔는지 아오?” 

명서가 설겆이를 하다 뒤돌아 봤다. 

기철은 술잔을 잡은 손을 들여다 본 채로, 혼잣말처럼 계속 얘기했다. 

“아파트 입구까지 갔는데 들어가기가 싫더군…” 

 

처음에 기철은 술집 木可川을 나와 집 앞까지 갔는데 들어가기가 싫었다. 

도로 명서네 가게로 와 안을 들여다 보니, 아까 그 여자가 그대로 있었다. 

그래 도로 집엘 갔는데 여전히 들어가기가 싫어 다시 술집 木可川으로… 

그렇게 두 번을 더 하다가 ‘에잇!  집보다 낫겠지!’ 하고는 다시 술집으로 들어 온 것이다. 

 

“왜 집이 싫을까…?” 

집에 들어가면 아내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아들이 있다. 

그런데 아들은 거실에, 아내는 안방에. 

기철이 들어가면 기철은 자기 방에. 

이것이 공식이다. 

그나마 아내와 아들은 같이 어울려 얘기도 주고 받지만, 기철과는 눈에 띌 때 인사를 건네는 것이 전부다. 

 

“왜 집이 싫을까…?” 

아내는 집안에서 기철의 사소한 행동에도 잔소리를 한다. 

냉장고 안을 조금 오래 들여다 보며 안주꺼리를 찾을라치면, 냉기 빠지게 냉장고 문을 빨리 안 닫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요즘엔 코로나 덕에 잔소리 하나가 더 늘었다. 

“손 좀 자주 닦아요!  그리고 쌍둥이들 오면 손 씻기 전엔 애들 만지지 마요!” 

쌍둥이는 제 오빠보다 먼저 시집 간, 딸이 나은 손자들이다. 

“왜 집이 싫을까…?” 

 

“뭔 술을 이리 늦게까지 마시고 들어 와!” 

아내가 들어오자,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최성현이 가벼운 역정부터 냈다. 

영애는 눈을 흘기며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저 인간은 사람이 늦어도 걱정이 되지 않나 보다. 

영애는 옷을 훌훌벗어 던지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쏴아~ 

 

물방울과 김이 서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돈을 들인 덕인지, 아직 눈가의 주름이나 콧잔등, 입 주변 등은 친구들 보다 나았다. 

가슴은 원래부터 탱탱했는데, 아직 생리가 멈추지 않았으니 한동안은 모양을 유지하겠지. 

이런, 아랫배와 허리가 문제군. 

아까처럼 술을 마시며 안주를 먹지 말아야 하는데… 

 

샤워를 끝내고 잠옷을 걸친 뒤 거실에 나갔다. 

성현은 코로나 뉴스 특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저 인간은 마누라보다 TV와 더 친하다.   

아이고, 관두자!  하루이틀도 아니고… 

컵에 냉수를 받아 들고와 성현 옆에 앉았다. 

 

“누구와 마셨어?” 

영애가 성현을 한번 보고는 대답했다. 

“처음 보는 남자.” 

이번에는 성현이 영애를 본 후 고개를 돌렸다. 

별다른 말이 없었다. 

영애는 물잔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왜 집이 싫을까…?’ 

 

아까 천기철이란 노인네도 집에 가기 싫다고 하던데. 

갑자기 그 사람 생각이 났다. 

침대에서 일어나 백을 뒤지니 명함이 나왔다. 

‘보티보아르떼가 뭐야…?’ 

 

“가겠소!” 

기철이 일어나 배낭을 추스려 멨다. 

“자주 오리다.  가까운 곳에 올 곳이 생겨 아주 반갑소.  가오!” 

“예, 언제든 들르세요.” 

 

명서는 기철이 앉았던 자리까지 정리를 했다. 

회며 매운탕이 그대로 남았다. 

간판과 실내 불을 끄고 가게 문을 잠근 후, 커튼을 쳤다. 

휴대용 가스렌지에 불을 붙여 매운탕을 데우고, 소주를 한 병 꺼내 왔다. 

쪼르르~ 

한잔을 들이켰다. 

 

아까 셋이서 마실 때는 가게 주인과 손님의 입장이 달라선지 술맛이 나질 않았는데, 이제 비로소 술맛이 났다. 

이렇게 마시다 술이 오르면 집에 가지 않고 방에서 잘 생각이다. 

늦게까지 가게에 있다 집엘 가면, 잠이 들어 있던 상옥이 가볍게 짜증을 냈다. 

“아우~  늦었네.  낼 출근 때문에, 나 그냥 더 잘께!” 

 

기철의 명함을 봤다. 

「보티보아르떼 대표 천기철」 

사업하는 사람이군. 

상호가 예술적이다. 

보티보는 모르겠고, 아르떼란 Arte, 아트란 소리겠지. 

 

달컹! 

누군가 문을 열려했다. 

시간이 늦었는데 상옥인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을 나와 문으로 다가가는데, 출입문 창을 두드린다. 

통통통! 

“사장님!  안에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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