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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집이 싫어지는 이유 3

2021.07.30 15:03

소금장 조회 수:38

“아이구!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안녕하세요! 아직 퇴근 안 하셨네요~ 들어가도 돼요?”

“내 정신 좀 봐… 들어오세요…”

강희였다.

웬일이래, 자정이 가깝구먼…

 

강희는 홀의 의자에 자리를 하고 명서는 주방으로 들어왔다.

“근처에 친구 만나고 집에 가다가 혹시나 하고 와 봤는데, 안 쪽에 불빛이 있길래…”

“아, 그러셨군요.”

“약주하고 계셨네요. 저도 한잔 주세요…”

명서는 잔을 챙겨주고 안주도 더 차려냈다.

그러면서도 뭔가 불편했다.

에라, 모르겠다.

 

명서는 홀의 불을 모두 켰다.

“그냥, 아까 조명이 더 좋은데…”

“아! 그래요… 다시 끄죠 뭐!”

“죄송해요, 쉬려고 하셨나 본데…”

명서가 강희를 봤다.

처음 봤을 때처럼 다시 추욱 처져있다.

 

“집에 가기 싫어서요…”

“집에 뭐 안 좋은 일이 있으시군요.”

“예.”

그러더니 혼자 술을 쭈욱 들이켰다.

명서가 술을 따라줬다.

 

“부모님이 많이 싸우신지 좀 됐어요.”

“…”

“어디 마땅히 피할 데도 없고…”

“따로 나와 지내시지 그러세요?”

“그래야겠어요.”

다시 술잔을 잡다가 명서를 본다.

“죄송해요, 괜히 사장님 불편하…”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같이 마셔요.”

챙!

 

“기탁이를 만나고는 그래도 지낼만 했어요, 집에 안가도 됐고…”

기탁이?

아! 대가리!

“그런데 그 자식이…”

“저기, 그 친구가 출가했어요? 중 된다고?”

강희가 명서를 봤다.

“아니, 저번에 계 모임하실 때…”

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하고부터 행정고시를 준비했는데 안 되더라구요. 그러더니 갑자기 절에 들어가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그 방향으로 관심이 있었나 봅니다?”

“학교 다닐 때 대불련에 다녔답니다.”

“대불련요? 아~”

“저와 만날 때도 함께 절에 자주 갔었어요.”

 

명서가 물었다.

“오래 만나셨어요?”

“2년 조금 넘었어요. 저는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자꾸 미루더군요, 시험되면 하자고…”

“그 친구는 시험 준비만 했어요?”

“예.”

강희가 조그맣게 대답했다.

 

올해 28세인 고강희와 30세인 이기탁은 2년 반 전에 소개팅으로 만났다.

고강희는 회계법인에 근무하고 있었고, 이기탁은 시험준비를 하다 몇 년을 실패하자, 뜻을 접고 취직을 준비했었다.

“기탁씨! 정년 퇴직 때까지 5급을 못 올라가는 공무원이 더 많아.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너무 조급해 하지 마. 서른까지는 내가 도울께.”

 

강희는 보증금 1000에 월세 55만 원인 원룸을 얻어 기탁을 들여 보내고, 일주일에 두세 번 들러 먹거리며 세탁물 등을 보아 주고, 거기서 잤다.

그동안은 맘이 편했다.

집에 들어 가 부모가 싸우고 있어도,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2년 더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른 기탁은 점점 더 자신이 없어졌다.

행시는 그만두고, 이젠 일반 기업체에 원서를 내기도 무서워졌다.

강희에게 눈치도 보였다.

 

“기탁씨! 왜 내 눈치를 봐?”

“그만 둘까 봐.”

“…”

“지난 5년 간 내가 얻은 건, 내 능력이 참 보잘 것 없다는 것 뿐이네. 세상 자체가 싫어졌어.”

“내가 싫어진 건 아니고?”

“…”

“기탁씨 편한대로 해. 난 괜찮아…”

 

며칠 뒤 기탁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공주 마곡사 근처 절에 왔어. 폰도 이 문자가 끝이야. 잘 지내. 미안해.’

강희는 기탁을 찾지 않았다.

기탁의 짐이 빠져 나간 원룸에 며칠을 머물렀는데, 지옥같은 집보다 더 싫었다.

원룸을 정리하고 도로 집으로 왔는데, 기탁을 만나기 전보다 더 힘들었다.

 

“지난 번 그 아주머니 부부를 보고 참 부러웠어요. 우리 부모님도 예전엔 그랬었는데…”

강희는 눈물이 많은 사람이군.

아니군, 여자들은 잘 울지?

“마음 추스리세요. 오늘 집에 가기 싫으면 여기서 주무세요.”

강희가 무슨 소린가 하고 명서를 봤다.

“저는 지금 퇴근을 할 거니까, 저 방에서 주무시면 됩니다.”

“그래도 되겠어요?”

“그럼요. 내일 가실 때는 그냥 문을 닫기만 하면 되요, 자동문이라… 아침 굶지 말고 가세요.”

명서는 쉬라는 말을 남기고 가게를 나왔다.

 

집에 들어서자 상옥이 눈을 부비며 나왔다.

“지금 몇 신데, 이 시간까지 손님이 있었어?”

순간 명서는 아차 싶었다.

상옥의 눈이 금방 가늘어졌다.

“뭐야! 명서씨 뭐야?”

“뭐가?”

“자기 지금 뭔가…”

 

말을 중간에 멈춘 상옥이 냉장고에서 찬 물을 한 컵 가지고 와 소파에 앉았다.

“얘기 좀 해!”

“뭔 얘기를… 어서 더 자고, 내일해…”

“아냐! 이리 와 봐!”

 

할 수 없이 명서가 상옥의 맞은 편에 앉았다.

“자기가 술집을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제일 걱정했던 게 뭔지 알아?”

명서는 상옥을 쳐다보지도 않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여자!”

그제야 상옥을 봤다.

“자기 지금 여자와 있다 왔지?”

 

햐~

이것이 바로 여자의 감! 여자의 촉이란 것인가 보다.

상옥이 계속 얘기했다.

“아까 그 아주머니도 그래. 만약에 상대하는 남자가 없었더라면 명서씨 하고…”

“나, 나이 많은 여자 안 좋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내 말 뜻이 그게 아니잖아!”

상옥의 목소리 톤이 날카로워지고 눈초리가 사나워졌다.

 

명서는 안되겠다 싶었다.

이럴 때는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아까 당신이 데려다 준 아주머니와 같이 있던 남자가 한참을 더 있다 갔어.”

상옥의 눈이 조금 풀렸다.

“정리하고 들어오려니, 아무래도 자기가 자고 있을 거 같더라고, 늦게 아주머니까지 그랬고.”

이제 상옥은 평상시 모습과 비슷해졌다.

 

“그래 그냥 가게에서 자려고 생각했지. 남은 안주하고 한잔 더 마시고 있는데 손님이 왔어.”

“여자!”

“응.”

명서가 상옥을 봤다.

다시 상옥의 얼굴이 이그러지고 있다.

 

명서는 강희가 처음 가게에 왔을 때부터, 강희와 한경의 얘기, 그리고 조금 전에 들은 강희의 집안 얘기와 기탁의 출가까지 들려줬다.

“그래서?”

“그래서는 뭐… 밤도 늦었고, 집에 가기 싫어하길래 방에서 자라고 하고 온 거야.”

“그게 다야?”

“참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왜? 아주 자지를 검사하지 그래!”

그제야 상옥이 얼굴을 풀었다.

명서는 사람들이 왜 집이 싫어지는지 조금씩 이해가 갔다.

 

가게에 손님이 조금 드나 싶더니, 계속되는 코로나19 때문인지 도로 개업 초기 수준이 되었다.

‘내 복에 무슨…’

누군가 그랬다.

부자가 되려면 뭔 짓을 해도 돈이 따르고, 빚쟁이가 되려면 하는 일마다 때가 맞지 않는다고.

‘하필이면…’

 

그렇게 2월 말이 되었다.

그동안 홍어무침으로 애꿎은 세 끼 식사를 하던 명서의 본가와 처가 식구들이 가게를 왔다.

세인이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인데, 정작 세인이의 입학은 코로나19로 1주일 연기 됐다.

“이건 세인이 가방! 이건 학용품 세트!”

“우아~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장인인 명규의 선물에 세인이의 입이 귀에 걸렸다.

 

“자, 우리 세인이가 좋아하는 생크림케익이다!”

“이야~~~!”

“아니, 엄마는 가게에서 가져 온 케익으로 생색을 내시면 어떡해요!”

난옥이 명서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야 이놈아! 베이커리에 들어오는 케익은 공짜로 온다던!”

 

“그나저나 안사돈 덕분에 반찬이 좋아졌습니다, 허허허~”

아버지 말에,

“사돈어른! 솔직히 말씀하셔야죠! 홍어무침에 들어 간 식초 때문에 입안이 죄 헐었다고요!”

장인이 거들고,

“그게 다 저 못난 놈 때문이니 어쩌겠소. 자, 자! 술이나 한잔 하십시다!”

아버지가 어찌 때를 놓치랴!

 

명서의 엄마와 장모, 상옥과 세인은 방에서 저녁을 먹고, 아버지와 장인은 두좌석에 앉아 술잔을 주고 받았다.

짤랑~

“어서오세요~ 아! 어서오세요!”

이름이 뭐랬더라…

“아직 안 오셨네!”

“약속하셨어요?”

“예.”

아, 맞다! 영애! 조영애라 했지.

“이리로 앉으세요~”

다섯좌석 가운데 자리를 권했다.

 

영애가 자리를 잡으며, 두좌석에 앉아 있는 두 늙은이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이 술집이 경로당 되겠군.’

“어머! 오셨어요!”

반찬을 더 챙기러 나왔던 상옥이 영애를 알아보곤 반가워했다.

“어… 그날은 고마웠어요…”

“아니예요.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요. 여기서 손님 만나기로…”

“아, 예. 그럼 천천히 드세요.”

 

영애는 공연히 불편해서, 그냥 나갈까 생각하는데 문이 열리고 기철이 들어섰다.

“어이고~ 김 사장! 자리가 꽉 찼구려~”

“예~ 사장님 어서오세요!”

“이런, 영애씨가 먼저 왔구먼! 아이고 이거 미안하오…”

영애가 엉덩이를 살짝 들며 기철을 맞았다.

 

명서는 어쩔까 생각을 잠깐하고는 얼른 말을 했다.

“주말이고 해서 집 식구들이 오셨습니다.”

그러면서 명규와 문회를 가리키며,

“장인어른이시고 제 아버님이십니다.”

“아, 예~ 천기철이라고 합니다.”

두 사람도 일어나 인사를 주고 받았다.

 

기철과 영애가 메뉴를 고르는 동안, 문회가 방으로 가서 안사람들을 데리고 나왔다.

“손님도 오셨으니 우리는 그만 갑시다~”

“그래야겠네… 세인아! 가방이랑 챙겨라!”

“네에~”

그렇게 식구들이 돌아갔다.

 

식구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니 기철과 영애는 거의 어깨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아니, 할아버지가 어떻게 9시간 넘게 산을 타요! 그짓말…”

“어허! 이 사람이… 내가 이래뵈도 설악산 울산바우를 1년 동안에 백 번을 오른 사람이우!”

“그건 또 무슨소리예요, 오라버니!”

“어! 김 사장, 잠깐, 영애씨 우리 그냥 쏘주로 합시다. 그리고 김 사장, 우리 아직 저녁 전이오~”

“예, 알겠습니다. 마침 식구들이 먹으려고 찬을 좀 챙겨와서 식사도 가능하십니다. 곧 준비하겠습니다.”

 

“울산바위를 1년에 백 번을 가려면 사흘에 한 번은 가야했단 말이잖아요?”

“허허허, 재작년에 1년 넘게 속초에 살았거든. 시내버스 타면 30분 안에 설악동에 도착을 한다우.”

“이사를 가셨어요?”

“그랬지… 혼자…”

“집을 두고 혼자요? 왜요?”

“집이 싫어서…”

 

영애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그럴까…”

그러다 생각이 났나보다.

“아니, 그럼 입장료는요? 큰 절에선 돈을 받던데… 백 번이면…”

“속초 시민은 공짜라오. 주민등록을 아주 옮겼었지.”

“주민등록을요? 왜요?”

“후우~ 집이 싫어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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