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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아무나 불륜 1

2021.07.31 05:09

소금장 조회 수:29

“오모나~! 이런 곳에 술집이 다 있네…!”

“어서오십시요~”

요 근래 젤 반가운 손님이 왔다.

따라서 최대한 정중하게 손님을 맞았다, 90도 각으로!

망할 놈의 코로나!

 

“사장님이세요?”

들어와서 자리를 잡지 않고 가게를 둘러보며 묻는다.

그제야 명서는 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엔, … 솔직히, 매상만 생각하느라…

‘나보다 더 들었지… 45…?’

 

그런데, 오우!

한마디로, 멋진 여자다!

약간 거친 적갈색으로 염색한 생머리는 어깨 아래로 치렁하다.

클래식한 화이트 셔츠에 빈티지의 찢청과 진청색 운동화, 연갈색 토트백을 팔에 걸쳤다.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관적이라고?

아무튼 누구를 보는 것 같다.

비교적 가느다란 눈으로는 명세빈!

계속 피어올리는 옅은 미소로 보면 이나영?

제대로 아는 연예인이나 있나…

“이리로 앉으시죠…”

 

다섯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백을 올려 놓고도 계속 고개를 돌려가며 가게를 훑는다.

“그냥 술집이에요? 뭐, 카페나 바가 아니고?”

명서가 메뉴판을 건네며 웃었다.

“한영외고 근처에 베이커리 카페 있잖아요, 외출도 어렵고 해서 거길 갔더만, 오모나… 사람들 모이지 말라고 암만해도 소용없어… 1, 2층이 다 찼더라구요…”

덕분에 명서는 오늘 마수걸이를 하는 거지.

 

“에…”

어려운 말은 없는데, 메뉴판을 한참 본다.

“정말 고급 술 가져 와도 되요?”

“그러믄요~”

“그런 술에 어울리는 안주도 없는데, 사장님은 뭐 먹고 살아요?”

“저야 뭐… 안주는 배민 시키시면…”

“배민에 고급 안주가 있나요…?”

‘랍스타도 있던데…’

명서는 그냥 웃었다.

 

“그럼… ‘진’은 뭐뭐 있어요?”

‘아무래도 메뉴를 줄여야겠어, 소주하고 막걸리…’

명서가 ‘진’을 내놓자,

“에게…! 사장님! 술집이라면서… 어쩐지 선반에 술은 안 뵈고 장식품만 있더라…”

‘하~! 이 손님 어렵네!’

여자가 명서 표정을 읽더니 한마디 보탠다.

“나, 까다로운 여자 아니예요. 사장님이 프로가 아닌 거죠!”

‘쩝!’

 

“그거 그냥 주세요. 그리고 음료수하고…”

“칵테일로 드시게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명서는 또 혼날까 봐 부리나케 테이블 세팅을 했다.

쉐이커, 믹싱틴, 믹싱글라스, 지거, 스트레이너, 어라! 스푼이 어디 갔지?

‘하~ 이 사람이 커피를 왜 그 스푼으로…’

며칠 전에 상옥이가 와서 커피를 타며, 길다란 바스푼으로 젓던 것이 생각났다.

 

한참 서두르는 명서를 보던 여자가 피식 웃는다.

“술 장사 첨이세요?”

“한 달 조금 넘었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음악… 재즈 부탁해요.”

“옙!”

명서는 이상하게 군기가 바짝들었다.

‘째즈! 째즈! 뭘 틀지? 물어볼까? 아냐, 아냐…’

에라…

 

Dave Brubeck – Take Five

 

명서가 내준 토닉워터, 콜라, 오렌지쥬스로 뭔가 요상한 것을 만들어 마시며 한마디 한다.

“보컬 재즈로 바꿔주세요. 외국 가수 모르면 ‘말로’ 틀으시구요.”

말로!

아, 여깄군!

 

말로 – 벚꽃 지다

 

여자가 피식 웃더니, 혼잣말을 들으라는 듯 한다.

“피지도 않은 벚꽃이 지는군…”

오늘이 3월 2일.

‘하! 저 여자! 장사고 뭐고, 팍 죽여버릴까!’

 

한 시간이 넘는 ‘말로’ 파일이 지나는 동안 다행히 별말이 없었다.

그런데 여자의 칵테일 만드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두 잔을 만들어 마시고, 세 잔째.

명서가 가게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공부한, 바텐더의 솜씨 그대로다.

머엉~!

 

여자가 그런 명서를 보고 웃었다.

명서는 갑자기 하고 싶었다.

생각을 떨구려 고개를 가로젓자 여자가 더 크게 웃는다.

“호호호! 왜요? 술장사하는 여자같으세요?”

“아니,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게 다 남자 탓이에요, 남자!”

‘내 탓은 아닐테지…’

 

시간은 여섯 시가 넘었다.

명서는 담배를 피우러 세 번을 나갔다 왔다.

“자꾸 나갔다 오지 마세요, 겨우 끊었는데…”

‘뭔 소리여?’

“화장실은 안에 있고, 담배 때문에 나가시잖아요…”

명서는 기가 막혔지만 두 달 연속 적자는 피해야 한다.

“예. 저도 오늘은 끊겠습니다.”

 

여자는 진을 반 병 남기고 갔다.

“싸구려지만 키핑할께요.”

명서는 얼른 견출지와 볼펜을 대령했다.

‘천호동'

 

하이고, 장장 두 시간 반 만에 천호동이 갔다.

가만!

저 남긴 거 마시러 또 온단 말야!

아이고 두야~!

 

“어섭쇼~”

‘오늘 기본은 하겠다!’

손님 맞는 톤이 약간 높아졌다.

“어이구! 배고파!”

“시간이 늦었는데 식사를 못 하셨나 보네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전자렌지에 햇반을 돌리고, 미역국 뎁히고, 홍어무침과 밑찬 둘을 차려냈다.

손님이 그러는 명서를 멍하니 봤다.

“허허허~ 술장사요, 밥장사요?”

“시장하시대서…”

그제서야 메뉴판을 건넸다.

“안주는 됐고… 소주, 맥주 한병씩 주세요…”

소주잔과 맥주잔을 대령하고 보니, 소도둑놈인가?

참 우람?하게 생긴 손님이다.

 

밥을 몇 술 떠넣다, 맥주잔에 소주를 반 잔 따르고 맥주를 섞는다.

“꿀꺽, 꿀꺽~ 카아~”

시원하게도 드신다.

홍어를 집어 먹고 우물거리며,

“간판에 홍어 전문이라고 붙여도 되겠네요…”

“예. 장모님이 준비해 주십니다.”

“그류… 나도 이 아파트 처갓집 들렀는데…”

‘이 저녁에 처가집에서 밥도 못 얻어 먹고 댕기나?’

“장모님이 편찮으셔서 병문안 차 잠깐 들여다 보구 나오는 중이죠. 13번 버스 끊어지기 전에 일어나야지…”

‘광주 사시는군…’

 

경기도 광주 광지원에서 한우농장을 하고 있단다.

200두?

허고야~ 얼마여?

외국인 노동자 두 명과 셋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쉴 틈이 없단다.

“요즘엔 밑소값이 천정부지라 수를 줄이고는 있는데도, 일거리는 줄지를 않네요.”

“밑소가…?”

“아~ 수송아지요. 밑소를 사다 키워서 내거든요.”

이런… 여직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키우는 줄 알고 있었네.

 

“근데 소 값이 비싼데… 재벌이시겠어요…”

“밑소값 빼고, 사료 외상값 빼고… 일반 월급쟁이보다 조금 나은데, 일은 서너 곱절을 해야 하니… 절 보세요! 이제 쉰인데 환갑은 들어보이죠?”

“아이구 아닙니다.”

“한잔 하시겠어요?”

“아직 가게 문을 더 열어야 해서요…”

“그렇군… 소주 한병 더 주세요.”

 

보기와 달리 상당히 부드럽고 은근히 유쾌한 사람이다.

“충남대 농대 축산학과를 나왔는데, 배운 것과 실제 일하는 것이 상당히 달라, 처음엔 고생이 많았어요. 더구나 자리를 잡은 곳이 한강 수계 관리 지역이라, 규제가 엄청 심했죠. 지금은 좀 풀렸는데…”

“충남대면 대전…”

“헤헤~ 학교 다닐 때 연애를 했는데… 그래서 이쪽으로…”

 

“얼마죠?”

“19,000원입니다.”

“밥값은 안 받아요?”

“햇반 하나 더 드렸는데요, 뭐…”

밑소가 명서를 봤다.

 

카드를 주며 명함도 건넸다.

“실례지만 올해 몇이셔~?”

“마흔한 살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바람 쐬러 천호동엘 나오는데, 이리로 와야겠어요. 가게 분위기도 좋고… 천호동은 나이가 드니, 이젠 좀 번잡스러워요. 갑니다!”

그렇게 밑소 손님은 한 시간여, 저녁과 술을 즐겼다.

 

명함을 봤다.

「유동농장 안홍」

외자 이름이군.

천호동은 유흥가라 놀만한 곳이 많지만, 술집 木可川이야 뭔 재미로 또 오겄어, 동네 사람도 아니고.

더 있어봤자 그렇고, 들어가자.

 

나와서 문 열고 닫고 들어가고를 며칠째여!

이거야 뭐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도 아니고…

상옥이가 생활비 달라지 않아 그렇지, 나 혼자 벌이로 먹고 살아야 했더라면…

생각만도 끔직하다.

아무튼 문을 안 열수는 없지.

 

오후 2시에 열던 가게를, 코로나 사태로 4시에 열은지도 열흘이 다돼 간다.

가게 밖을 무심히 보고 있는데, 차가 와서 선다.

‘어!’

 

“사장님! 어서오세요~”

“하하! 며칠 만이오~”

“월요일에 다녀가셨으니…”

“일주일에 두 번이면 나도 단골이죠?”

“아이구~ 그럼요. 앉으세요.”

 

“아직 일하실 시간인데…”

“장모님이 결국 입원하셨어요, 대상포진으로. 집사람과 같이 와서, 여기 경희대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그러면서 밑소, 아니 안 사장은 가게를 둘러봤다.

“이 정도 인테리어면 카페나 바로 운영을 해도 충분하겠어요.”

누가 하던 소린데, 누구였지?

“양주도 좀 팔려요? 키핑을 했네…”

아! 천호동!

 

안 사장은 소주 기본을 시켰다.

“학교 다닐 땐 막걸리를 자주 마셨는데, 연애하던 여자가 뽀뽀할 때 역겹다고 해서 소주로 바꿨어요.”

연애할 때야 여자가 해달라면 뭐는 못 해 줄까!

난 고무신 신고 다녔는데, 여자가 말려서 운동화로 바꿨었지.

그 여자…

 

어! 그 여자!

“어서오세요~!”

“손님이 계시군… 안녕하세요.”

그리곤 어디 앉을까 두리번거렸다.

다섯자리 가운데에 앉아 있던 안 사장이 일어나더니, 말도 없이 앞에 놓인 술과 안주들을 안쪽으로 옮겼다.

명서가 얼른 그 자리를 훔쳐내는 동안, 천호동이 안 사장 옆모습을 힐끗 보고는 두 자리 건너에 앉았다.

 

“소주 주세요.”

“키핑하신 거는…”

“이따 입가심으로 마실 거예요.”

“아, 그러세요…”

오늘은 일, 이차를…

가만!

오늘, 또 시달려야 하는 겨?

 

명서는 서빙을 끝내고는, 묻지도 않고 컴퓨터에서 째즈 파일을 챙겼다.

 

Caro Emerald - That Man

 

I'm in a little bit of trouble

And I'm in real deep

 

“호오~ 그동안 재즈 공부 좀 하셨어요?”

명서는 멋적게 웃었다.

“뚱뚱한 여자 좋아하세요?”

‘이건 또 뭔 소리야!’

“재즈 부르는 여자들이 대부분 뚱한데, 그 여자도 좀 그래요. 그리고 담에는 정통 재즈, 남자 보컬로 찾아 놓으세요!”

 

안 사장이 소주잔을 기울이다 말고, 천호동을 봤다.

뭔가 이상했는지, 천호동 역시 술을 마시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이크! 터지는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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