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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아무나 불륜 2

2021.07.31 05:55

소금장 조회 수:37

“자리… 고마워요!”

‘후유…’

안 사장이 마시려던 잔을 천호동 쪽으로 살짝 내밀어 화답했다.

“그런데, 소 키우세요? 어째 생기신 게 꼭 소 도둑노… 아니, 뿔만 없으시네…!”

“우하하하하하~”

“아니! 손니임~”

안 사장 폭소와 명서의 안절부절에 가게가 들썩였다.

 

“미인이 소도둑놈이라 하니 듣기 좋네요. 예, 소 키워요.”

“정말이세요?”

천호동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예, 생긴 것도 팔자도 소처럼입니다~!”

“소고기 좀 주세요!”

“예? 우하하하하~”

안 사장의 폭소가 또 터졌다.

 

안 사장이 겨우 웃음을 가라앉힌 후 말했다.

“누가 또 오세요? 혼자시면 합석하시겠어요?”

안 사장이 제안을 하자 천호동이 명서를 봤다.

‘왜 날 보는 겨? 워쩌라구?’

“뭐 하세요? 안들리셨어요?”

‘이런 떠그랄! 아니, 이 놈의 여편네는 내가 만만한가…’

그래도 장산데 어쩌랴!

“아이고, 예! 옮겨드리겠습니다.”

목구녕이 포도청이다, 씨부랑탕!

명서는 얼른 천호동 앞에 차려진 술과 안주를 안 사장 자리로 옮겼다.

 

안 사장이 천호동의 잔에 술을 따랐다.

“소고기는 당장 드릴 수 없고, 대신에 오늘 계산은 제가 맡겠습니다.”

“정말요? 저는 입이 고급져서 쇠고기도 1쁠쁠A만 먹는데…”

“예? 크하하하하~”

‘저 양반이 왜 저래…’

아니나 다를까 천호동이 한마디 톡 쏘아부친다.

“이 아저씨가 기차 화통을 삶아 드셨나…”

그 소리에 또 안 사장이 터졌다.

“으하하하하~”

저리 좋을까?

좀 날씬하고 이쁘기는 하지만 성질이 더러운 듯한데…

 

“소고기 1쁠쁠은 그렇다 치고, A는 왜 챙기시는 겁니까?”

“젤 좋은 게 A아니예요...? 젤 비쌀테고…”

그러니까 천호동 입장에선 젤 비싼 게 젤 맛 있다는 말씀인데, 명서도 궁금타! A는 뭐지?

“소고기 등급 중 ABC는 소비자하고는 상관이 없어요. 업자들을 위한 등급이죠. 소를 잡았을 때 고기 양이 많으면 A, 다음이 B, C 그런 겁니다.”

안 사장이 숨을 고른 후 잔을 권했다.

“한 잔 드시죠.”

 

“이 집 자주오세요?”

“오늘이 두 번쨉니다.”

“오모나! 저도 그런데…”

“저 양주 키핑하신 분이세요?”

“예. 싸구려 진인데, 혼자 마시려니 맛도 없고 재미도 없어 남겼죠. 저 사장님이 술장사 촛짜예요.”

‘아니 저놈의 여편네가! 콱!’

명서는 얼굴에 감정이 드러날까봐 모니터에 코를 박았다.

‘메뉴 정리를 해야지, 안되겠어!’

 

“재즈를 좋아하시나 봐요?”

“좀 있어 보이잖아요?”

“허긴 그냥 가요나 팝송보다 재즈, 샹송, 칸쪼네, 뭐 이런 노래가 그렇게 느껴지긴 하지만, 귀가 열려있지 않으면 듣기 거북하죠.”

“아저씨는 무슨 노래 좋아하는데요?”

“클래식요.”

“뭔 식요? 아아~ 클래식!”

“내가 듣는 건 아니고 소에게 하루 종일 틀어주니 좋건 싫건…”

“소가 듣나, 아저씨가 듣나... 한 잔 해요!”

두 사람은 소주를 한 병 더 주문해서 주거니 받거니 했다.

 

“옷을 상당히 세련되게 입으셔서 그런가…”

안 사장의 말에 천호동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걸었다.

“이쁘시네요…”

“몇 살로 보이세요?”

천호동 저 여자, 여우가 틀림없어!

저 목소리에는 여우가 사람 홀릴 때 내는 콧소리가 섞였잖냐!

“서른! 더하기…”

“헤~”

“스물!”

“뭬예욧! 이씨~”

“하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아니 정말 젊으세요, 젊어 보이는 게 아니고.”

“쉰 될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 뭐…”

“제가 올해 쉰입니다, 꼭 반 백년 살았네요.”

잘들 놀고 있다.

 

명서는 둘의 안주 상태를 확인한 후 밖으로 나왔다.

후우~

담배 연기가 어두워 지는 밤하늘로 피어 올랐다.

‘어!’

담배를 다 피우고 잠시 서성거리고 있는데, 안 사장과 천호동이 밖으로 나왔다.

“허허! 영숙씨가 사장님 보고 싶다해서…”

영숙이?

아하! 천호동과 통성명을 했나 보군…

“내 담배는 차에 있고, 사장님 신세 좀 지죠.”

“그럼요.”

 

명서가 담배갑을 꺼내자, 영숙이 손을 내밀며 달란 시늉을 한다.

‘뭐람…’

두 가치를 꺼내 자기가 먼저 담배를 입에 문다, 입술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하! 참…’

명서가 라이타를 켜자 고개를 숙여 깊게 빨아들인다.

담배가 빨갛게 익어간다.

 

“여기요!”

‘엥!’

영숙이, 자기가 붙인 담배를 안 사장에게 내민다.

그 담배 필터에 루즈가 묻어 있다.

안 사장도 뜻밖인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금세 웃음을 띄우며 담배를 받아 피웠다.

명서가 순간 가만히 보고만 있자, 다른 담배를 입에 문 영숙이 재촉한다.

“뭐 해요?”

깜짝 놀라 얼른 다시 라이타 불을 켜 담배에 불을 붙여줬다.

두 사람이 담배를 피우자 명서는 슬그머니 가게로 들어 갔다.

 

“저 사장, 좀 맹하죠?”

명서가 가게로 들어가고 문이 닫히자, 영숙이 턱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순진해서 그렇지, 좋은 사람이던데요.”

“저도 뭐…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녜요. 그저 술장사와는 맞지가 않아 보이더라구요.”

“그래도 단골은 많이 생기겠더군요. 영숙씨와 나도 벌써 두 번째 아닌가요? 은근히 뭔가 끌리는 게 있으니…”

“꼭! 우리집 남자 같아서 싫어요.”

안 사장이 영숙을 쳐다 봤다.

웬지 모를 쓸쓸함이 스쳐 지났다.

 

안사장은 대리를 불렀다.

“가시게요?”

“어딘지 모셔다 드릴께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걱정하지 말고 말씀하세요…”

“가까워요, 천호동…”

“조금만 돌면 되는데요, 뭐… 잠깐만요, 계산하고 나올께요.”

“나오실 때 제 가방 좀 가져오세요.”

 

오늘 장사는 이게 끝이군.

안 사장과 영숙이 가고는 뒷 손님이 없었다.

내일은 토요일이라 더 손님이 없을테고, 아니군 요샌 매일이 그렇군.

‘에이, 술이나 한잔하자.’

명서는 홍어무침을 챙겨오며 장모를 생각했다.

냉장고에 오래두면 물이 잡혀 맛이 떨어진다고, 사흘이 지나면 가져오라 성화를 내신다.

‘쩝! 장사라는 게 내 뜻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만 들어가야겠다.’

명서가 가게를 정리하는데 문이 열렸다.

짤랑~

“아직 기시네…”

“어서오세요. 어디 먼 곳 다녀오셨나 봅니다?”

“아뇨… 검단산 다녀 왔는데 늦게 나와서 그러오.”

“야간 산행하셨네요.”

“오늘이 음력 열이틀이라, 달이 일찍 뜨고 밤길이 환해 랜턴 없이도 댕길만 하다오. 검단산은 산길도 너르고…”

명서는 얼른 국을 뎁혀 내 놓았다.

“한 시간만 앉아 있다 갑시다. 소주 주구려.”

 

명서는 병을 따서 천 사장에게 한 잔 따랐다.

“시간도 늦었는데 손님이 더 올 것같지도 않으니 잔 가져오구려… 사장님도 마시다 만 듯하구먼…”

‘어이쿠! 잘 됐다, 마침 집에 가기 싫었는데…’

천 사장은 명서 잔에 술을 따라 주고는 잔을 가볍게 부딪혔다.

천 사장이 술을 쭈욱 마신 후, 자신의 얘기를 풀어 놨다.

 

사장님은 태어나서 맨 처음 떠오르는 기억이 무엇이오?

난 울긋불긋한 가마에 깃발이 펄럭이는 장면인데, 나중에 커서 알고 보니 상여와 만장였습디다.

그 가마 주변을 돌며 춤을 춘 것도 생각이 나는데, 참 신나하더라고.

좁은 동네를 지나고 산길을 올랐던 것 같은데, 그 곳을 물어 삼십 년 전에 다녀 왔는데, 그 아릿한 기억 속의 동네가 비슷하게 남았더이다.

무슨 얘기지…?

 

내가 57년 정유생인데, 서너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여가 나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그 이삼 년 뒤, 내가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이니, 대여섯 살 때 일거요, 부쩍 대전에 자주 가시는 어머니하며, 모르는 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던 것 등이, 어린 나이에도 참 불안했다우.

그러면서 술을 한잔 들이킨다.

 

그 아저씨가 준 돈이 낼이면 쓸모없다고 외삼촌이 과자 사 먹으라고 독촉을 한 것도 생각이 나는데, 그게 언제요? 화폐개혁!”

명서가 얼른 스마트폰으로 구글을 돌렸다.

“1962년 6월 10일이었네요.”

“그럼 5살 때였군… 후우~”

천 사장은 숨을 깊이 내쉬었다.

 

“이거 재미도 없는 얘길 꺼냈네. 술이나 더 합시다.”

“아닙니다. 그래서 자당께선…?”

천 사장이 명서의 얼굴을 살피더니 얘기를 이었다.

 

“그 뒤 하루는, 엄니가 코티분곽을 꺼내 화장을 하시는데, 참 이쁘셨다우. 한복을 날듯이 떨쳐입으시고는 분 냄새에 숨이 막히게 날 끌어안아주셨지.”

술을 한잔 마신다.

“어린 속에도 뻔히 알았지. 가지 말라고 울며 따라 갔는데…”

다시 한잔을 마신다.

“가리다!”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 천 사장의 뒷모습에 슬픔이 가득차 있었다.

 

천 사장이 마시고 간 자리를 치우지 않고 그냥 남은 술을 마셨다.

그러고 보니 술집 木可川에 덤받이가 둘이나 들렀다.

천 사장과 누구였드라…

아! 재혼한 부부의 아들.

결혼을 하고 자식 낳으며 산다는 게 뭔지.

‘우리 부부? 모르지 살다보면…’

명서는 다음에 천 사장이 들르면 이후 얘기를 청할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도 쉬라는 상옥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나왔는데, 어디 갈 데가 없다.

‘쉬긴 뭘 쉬어. 어차피 가게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어 컴퓨터만 돌리고 있잖어. 문이나 열자.’

빨리 걸으면 20분이면 도착을 하는데, 해찰을 하며 오니 40분도 더 걸렸…

‘아이고! 손님이…’

멀리서 보니 가게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뛰어!

 

달리며 보니 신동아 산다는 ‘원피스’다.

‘아니 어제는 천 사장이 들리더만… 천 사장과 약속이 있나? 그런데 이름이…’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구,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조금 전에 왔어요.”

“잠시만요!”

서둘러 문을 열고, 아! 그래, 조영애!

“들어가시죠.”

영애가 뒤를 한 번 둘러보더니 서둘러 가게로 들어갔다.

 

조명을 켜고 렌지에 뎁힐 음식들을 늘어 놓고 있는데, 영애가 말한다.

“사장님! 가게 문 좀 닫고 있어도 될까요?”

‘이건 또 뭔 소리래?’

명서가 돌아보자 영애의 얼굴에 쓴 웃음이 돈다.

“남편과 싸우고 나왔는데, 꼭 뒤따라 오는 거 같아서…”

“아! 예~ 걱정마세요!”

명서는 얼른 간판 불을 끄고 문을 잠근 다음, 커튼을 내렸다.

포인트등 하나만 남기고 실내 불도 다 끄는 순간, 누가 문을 두드렸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영애와 명서가 눈을 크게 뜬채 문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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