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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아무나 불륜 3

2021.07.31 09:14

소금장 조회 수:35

명서가 잠깐 생각한 후 영애에게 작게 말했다.

“저쪽에 방이 있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신발은 안에 넣으시고요.”

당황한 영애가 후다닥 의자에서 일어나 주방 쪽으로 갔다.

“여기요, 여기!”

명서가 테이블에 놓여 있던 가방을 건넸다.

 

영애가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명서가 문을 열었다.

“영업이…”

“죄송합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영업을 안 하고 있습니다...”

문 밖에는 간단한 차림을 한 50 중반의 남자가 있었다.

인상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눈매가 조금 날카로워 성질깨나 있을 듯한 모습이다.

머리에 2:8 가르마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낮에는 지금의 편안한 차림보다는 꽤나 세련된 복장을 하고 다닐 듯한 사람이다.

 

“아! 그게 아니고, 혹시 손님, 여자 손님 없었어요?”

“말씀 드린대로 오늘과 내일은 쉬는데요.”

남자가 명서의 어깨 너머로 가게 안을 훑으며 물었다.

“그럼 오늘은…?”

“가게에서 일을 좀 할 게 있어서요. 다음 주에 들러주세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정상적으로 문을 열거든요. 죄송합니다~”

남자가 탐탁치 않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 길로 들어섰는데…”

명서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가게 문을 닫아 걸었다.

 

남자가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 있는 것이, 커튼 너머 실루엣으로 비쳐졌다.

실내라고는 하지만 아직 3월 초라 기온이 그다지 높지 않은데도, 명서 이마에 잔땀이 비쳤다.

남자가 가게 앞을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명서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궁리 중인데, 퉁퉁!

아이고~

명서가 문을 열었다.

그 남자.

“이왕 사장님이 나오셨으니, 술 한잔할께요?”

“예?”

“어차피 여기 계실거잖아요. 그러니…”

밀고 들어올 태세다.

이게 뭔 일이래!

아이고 참! 술장사 어렵다, 어려워~!

 

“죄송합니다. 제가 혼자 조용히 할 일이 좀 있어서 손님을 모실 수가 없어요!”

“그냥 술 한병만 내 주면 조용히 마시고 있을께요. 그럽시다!”

문을 잡고 은근히 힘을 준다.

“손님! 다음에 들러주세요. 내가 할 일이 있어, 이러시면 곤란해요! 안녕히 가세요!”

명서가 몸으로 문 열린 틈을 막아서며 인사를 하곤, 문을 힘껏 닫았다.

탁!

짤랑~

 

짤랑~

소리에 다시 영애의 가슴이 요동을 쳤다.

처음 이 방에 들어설 때보다 더 쿵쾅거렸다.

확실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술집 사장의 목소리에 섞여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 남편, 최성현이다.

얼핏 들어도 성난 목소리다.

영애는 작은 장 위에 개켜져 있는, 이불을 당겨 뒤집어 쓴 후 귀를 막았다.

세상이 깜깜해지자 겨우 심장 뛰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들 낳아 키우고, 그리고 얼마 전까지 곁에 있던 사람은 분명, 남편 최성현이다.

처음부터 성현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현을 마음자리 밖에서 대한 적도 없다.

글쎄, 다른 부부들 사는만큼은 살아온 것 같은데, 참 모를 일이다.

대체 왜? 언제부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누가 먼저…

모르겠다.

성현과의 사랑이란 것이 그냥 그랬나 보다.

모르겠다.

 

갑자기 기철이 보고 싶었다.

가방을 뒤져 명함을 꺼냈다.

신호가 간다.

“무슨 일 있구려?”

전화를 받자마자 기철은 대뜸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으아앙~”

갑자기 영애의 울음이 터졌다.

 

“지금 어디요?”

“거기요~ 훌쩍!”

“거기? 거기… 아~! 술집 木可川 !”

“훌쩍~ 그런가…?”

“삼익, 거기 술집 말하는 거잖우?”

“예, 맞아요.”

“초저녁부터 왜 거기서 울고 있소? 알았소! 내 금방 가리다!”

“으앙~”

“여보세요! 여보세요~ 울지 마, 울지 마… 내 얼른 가리다!”

 

명서는 벌써 30분째 가게안을 서성이고 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나갈 수도 없고…

커튼을 살짝 걷고 밖을 보니 그 남자가 뵈지는 않는데, 그래도 선듯 문을 열 수가 없다.

‘무서워…’

 

원래 술장사가 이런가?

‘장사도 시원찮은데… 여유 자금으로 남겨 둔 돈으로는 두세 달 버티기도 힘든데, 차라리 지금 손을 털어버릴까…’

온갖 잡생각이 끊임없이 피었다 진다.

에잇! 담배 한 모금이면 이깟 것들 확!

통통!

허어헉!

문 두드리는 소리에 명서의 숨이 넘어 갔다.

 

“김 사장! 나요! 천기철!”

후우우우우~

명서는 후다닥 달려가 문을 열었다.

“아이고~! 사장님!”

명서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기철이 반가웠다.

기철이 안으로 들어오자, 고개를 내밀어 밖을 둘러본 후 얼른 문을 닫아 걸었다.

 

명서가 돌아서자, 오히려 놀란 눈을 한 기철이 서 있다.

“김 사장! 김 사장! 왜 그러오?”

“아니, 아닙니다. 앉으세요. 아, 저기…”

“알우. 전화 왔습디다…”

명서가 입을 딱 벌렸다.

그런 명서의 모습이 우스웠던지 기철이 빙긋이 웃었다.

명서가 한 짐 덜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장님! 저 담배 좀 피우고 오겠습니다. 안에 계세요…”

 

명서가 밖으로 나가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혔다.

후우~

살 것 같다.

명서는 혹시나 싶어 가게 앞 길과, 가까운 네거리까지 살펴보았지만, 아까 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거, 잘하고 있는 짓인지 모르겄네. 그렇다고 숨겨 달라는 암사슴을, 암사슴? 암코양이… 관두자, 가는대로 가 보자구!”

명서는 가게로 발길을 돌렸다.

 

“오빠…”

기철이 방으로 들어서자 영애가 들러쓰고 있던 이불을 훌러덩 던지고 기철의 품으로 안겼다.

기철이 영애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 안으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오빠…”

“괜찮아, 괜찮아…”

기철이 팔을 들어 영애의 얼굴을 눈앞으로 끌어들였다.

울어서 눈이 부어 있다.

기철이 영애의 두 눈을 번갈아 가며 자신의 입술에 댔다.

영애가 두 팔로 기철의 허리를 더욱 꽉 잡았다.

“나갑시다…”

 

명서가 들어와 보니 기철과 영애는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다.

명서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기철이 명서를 보며 웃었다.

“김 사장! 고맙소!”

“별 말씀을요…”

영애가 전 같지 않게, 부드럽고 따뜻한 눈으로 명서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아닙니다…”

“우리 술 한잔하고 저녁도 좀 해결해도 되겠소?”

“그러믄요!”

명서가 대답과 함께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얼른 돌아서서 준비를 했다.

 

“별 일도 아닌 일로 싸웠어요. 아이들과 점심 먹는데 아무 말도 않는 거예요.”

영애가 싸우게 된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명서는 있는 듯 없는 듯, 팝송을 틀어놓고 모니터에 코를 박았다.

 

“천아! 아빠 식사하시라 해라!”

“네~! 아빠!”

성현이 자기 방인 서재에서 나왔다.

코로나 때문에 뒤숭숭해도 아이들은 학교로, 친구들 만나러 평상시처럼 바빴는데, 토요일이라 모처럼 식구들이 다 집에 있었다.

 

그런데 식탁에 앉은 네 식구는 말없이 수저만 놀렸다.

가장인 성현이 한마디도 없이 밥만 먹으니, 이제 눈치가 뻔한 아이들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영애와 성현 사이에 별다른 일도 없었다.

둘 사이에는 생길 일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아이들은 바삐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외출을 했다.

 

“당신, 얘기 좀 해요!”

늦은 오후, 영애가 서재 문을 열고 말하자 성현이 쳐다 봤다.

얼굴에는 벌써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에게 그러는 것은 참겠는데, 왜 아이들에게까지 그래요?”

“뭘?”

“몰라서 물어요?”

“아는 거 없어! 문 닫어!”

그렇게 시작된 싸움이었는데, 살림 몇이 부서지고, 급기야 성현이 영애의 뺨을 올려쳤다.

 

“몇 년 전부터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내가 어찌해 줄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성현은 대기업 이사라는데 이번이 마지막 임기란다.

3년 씩 주어지는 임기를 벌써 두 번째 보내고 있는데, 승진을 못하면 퇴사를 해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꼭 그 일 때문은 아니예요. 모르겠어요, 뭔지…”

기철은 말없이 영애의 얘기를 들으며, 술만 채워 주고 있다.

“집에 가기 싫어요.”

“어디 가 있을 데는 없소?”

“이 나이에 가긴 어딜가요…”

기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 사장~”

기철이 명서를 찾았다.

“예, 사장님.”

기철이 명서를 보고 머뭇거린다.

명서가 기철과 영애를 번갈아 보며,

“뭐 하실 말씀이래도…?”

기철이 멋적게 웃었다.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말이오…”

‘엥? 뭬람…’

이번엔 영애도 무슨 얘긴가 하고, 기철을 봤다.

“나뭇꾼이 나무를 하고 있는…”

“하하하~”

갑자기 명서가 웃었다.

“사장님, 문은 자동문이고, 화장실에서 간단한 샤워도 하실 수 있으시고, 웬만한 생필품은 방에 있는 작은 장 서랍에 다 있어요.”

그제야 영애가 무슨 말인지 알아 듣고, 기철과 명서를 보며 술 때문에 오른 얼굴이 더 붉어졌다.

 

“저번에 사장님 놀려서 미안해요…”

‘저번에? 아, 처음 왔던 날! 아주 틀린 말한 것도 아닌데 뭘…’

명서는 그냥 웃어주었다.

 

명서가 두 사람이 먹을 저녁꺼리와 안주를 챙겨주고, 가게를 나설 준비를 하자 기철이 일어나 명서에게 다가왔다.

“김 사장! 계좌번호 좀 주구려!”

“예? 사장님, 담에 들러서 주세요…”

“그건 그 거고, 내 필요해서 그러우.”

“아이고, 아닙니다…”

“그냥 나가면 우리도 갈거요!”

“아이고 참…”

 

명서가 떠나고 기철과 영애만 남았다.

“왜 그리 빨리 마셔, 천천히…”

“마시고 죽었음 해요.”

“별 소리 다한다… 이리 줘, 내 따라줄께.”

“오빠!”

기철이 영애를 본다.

“이혼…”

“이 사람아, 그런 소리 마우. 이혼이란 게 말처럼 쉽고 간단치가 않어요…”

“오늘, 뺨까지…”

기철이 고개를 돌리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

“자주 그래?”

영애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연애할 땐 내가 때렸었는데…”

기철의 얼굴이 풀어지며 어이 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자, 한 잔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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