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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아무나 불륜 4

2021.07.31 09:22

소금장 조회 수:32

영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이 취했다.

기철은 영애를 부축하여 방에 데려다 눕히고, 수건에 물을 적셔 와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군…’

입술에 루즈만 바른 정도였다.

영애의 윗도리 겉 옷만 벗겨 제대로 눕히고, 자신도 옆에 누웠다.

 

보름 전에 이 가게에서 처음 만나 노래방에서 섹스를 한 뒤, 두 번 더 만나 모텔엘 갔었다.

벌써 몇 년 동안 아내와 잠자리를 갖지 못했던 기철이나, 남편과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영애나, 섹스를 한다는 자체가 그렇게 새로울 수가 없었다.

서로가 고맙고 즐거웠다.

모텔을 나와 저녁을 먹으면서도 마치 신혼여행 온 부부들처럼 정겹게 시간을 보냈다.

 

같이 밤을 지새는 것이 처음이니, 잠든 영애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것도 처음이다.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또렷한 영애는, 어디에서도 빠지지 않는 미모를 지녔다.

‘이 가게가 다 완벽한데, 하나가 부족하군…’

기철은 영애의 머리를 들어 베개를 빼내 자기가 베고, 영애는 팔베개를 하여 끌어 안았다.

잠결에도 영애가 기철의 품을 파고들었다.

 

디릭!

식구들과 아침을 먹다 진동을 느낀 명서가 전화기를 봤다.

‘30만 원! 천 사장이 호텔인 줄 알은 겨…’

전화기를 보며 피식 웃는 명서를 상옥이 이상한 눈으로 본다.

“뭘 봣!”

“이 이가~ 세인이 있는데…”

“난 안 봐~ 엄마!”

“얘는 또 뭔 소리야! 얼른 밥 먹어!”

 

명서가 잠시 망설였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을…’

상옥은 자기 통장은 공개를 안 하면서 명서 계좌는 일일이 확인을 한다.

“어제 천 사장…”

“천 사장?”

상옥이 말을 끊었다.

“저번에 신동아 아줌마~”

“아… 그 사람이 왜?”

“어제 가게에서 잤어.”

“…”

상옥이 얼굴을 찌푸리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30만 원을 입금했네.”

“자기야! 가게가 자리한 곳이 유흥가나 먹자골목이 아니고 동네야, 동네! 좀 후미져도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동네 사람이라구. 저번에도 어떤 년을…”

“여보! 그만해… 알아, 알아.”

“그러다 불륜방조죄나 불륜조장죄로 쇠고랑 찬다! 조심해!”

“불륜방조는 이해가 되는데, 불륜조장죄? 담배만 있고 불이 없는 사람에게 라이타 켜 주는 거와 같은 거여? 낄낄낄…”

“에혀…”

 

오전 내내 세인이와 씨름을 하다 나왔는데, 여전히 갈 곳이 없다.

‘가게를 열지 않았음, 어쩔 뻔 했누…’

명서의 발길은 술집 木可川으로 향했다.

간간이 남녀 동반인 사람들이 보이면 저들도 혹시 불륜 사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맹모삼천지교가 생기는 것이군…’

사실 가게에서 맺어진 사람들이라고 해야, 천 사장 커플 뿐이다.

안 사장과 천호동?

‘글쎄… 내 눈으로 확인한 건 없지?’

 

가게로 가는 길 사거리로 들어섰는데 어럽쇼?

오른쪽 신동아아파트 입구에서 나오는 한 사람의 옆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 남자가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았다.

‘아차차~’

어제 가게에서 잠깐 실랑이를 했던 영애 남편이 틀림없다.

‘안되겠군!’

가게로 가려던 생각을 접고 전화기를 꺼냈다.

 

“어이고! 김 사장~ 어제는 신세 많이 졌소~”

“사장님! 뭔 돈을 그리…”

“됐소, 됐어… 김 사장이 그 때문에 전화했을 리는 없고…”

“혹시 아직 가게에 계세요?”

“우리? 아침에 라면으로 해장하고 헤어졌다오. 왜…?”

“후유, 다행입니다. 어제 그 남자 분이 가게 쪽으로 가고 있어서요, 아직 가게에 계신가 걱정되서요. 알겠습니다.”

“김 사장! 김 사장! 그 남자 복장이 어떠오?”

“예? 좀 멀어서… 정장 차림 같은데요.”

“알겠소. 고맙소!”

 

기철이 서둘러 옷을 대충 걸치고 집을 나서는데, 그런 기철의 뒤에 대고 정순이 한소리 했다.

“밤새 껴안고 자고도 모잘라, 또 나가는 거여?”

기철은 대꾸도 없이 나왔다.

‘당신과 나 사이에 이제 뭐가 더 있겠어…’

 

아파트 쪽문을 나오면 바로 술집 木可川이 보인다.

‘저 남자군!’

굳이 정장 차림을 찾지 않아도 영애의 남편을 알아 봤다.

한 남자가 술집 문에 고개를 들이대고, 손그늘을 만들어 안을 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잠시 후 문을 둬 번 두드려 보고는 포기했는지 돌아섰다.

‘부부가 모델을 해도 되겠군…’

영애의 미모에 못지않게 잘 생긴 남자다.

 

기철은 잠시 영애를 생각했다.

아침에 남양주에 있는 엄마를 본다고 해서, 차로 데려다 주고 왔다.

게서 며칠 지낼 거라고 했다.

‘내가 저 부부 일에 나설 수도 없고…’

현재 기철의 여력으로는 사실 어렵다.

백수라는 게 싫어 회사를 하나 차렸지만, 잘 아는 일도 아니고, 여동생의 요청에 따라 일을 하고 있어 수입도 들쑥날쑥했다.

 

술집 木可川에서 도로 집으로 가는 성현은 부아가 났다.

일요일이라 아직 집에 머물러 있던 두 아이들이, 제 엄마를 찾지 않는다고, 아침부터 자기에게 대들었던 것이다.

‘제 발로 나간 걸 어쩌라고…’

갈 곳이야 뻔하다, 남양주 갔겠지.

 

성현의 부아는 그런 영애를 향한 게 아니다.

자식들!

남매가 모두 제 엄마 편이다.

가족들 간에 편을 가르는 게 그렇지만, 부부 간에 문제가 보인다 싶으면 무조건 제 엄마 역성만 든다.

‘지들이 분명히 전화를 해서, 남양주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내게…’

 

그런데 성현은 왜 술집 木可川이 신경에 거슬리는 걸까?

영애가 분명히 저 앞에 가고 있었는데, 지갑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나 부리나케 집엘 다녀오는 사이, 길어야 5분인데 사라진 것이다.

사거리 네 방향을 모두 살펴도 보이지 않았다.

큰 길에서 택시를 타지 않았다면, 어디로 들어갔단 얘긴데…

여기뿐이다, 술집 木可川.

더구나 어제 몸으로 막아서던 술집 주인놈이 생각났다.

‘이 자식이 수상해…’

 

명서는 가게 가는 걸 포기하고 굽은다리역 쪽으로 갔다.

“니가 웬일이냐? 놀 때도 도와주러 오지 않던 놈이…”

“그냥 왔어요.”

“오늘은 쉬냐?”

“예, 코로나 때문에 손님도 없고…”

“네놈 핑계꺼리 생겨 다행이구나…”

“엄마! 그리고 이놈 저놈 좀 하지 마요~!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난옥이 오후에 나온 빵을 포장하다 툴툴대는 아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푸훗! 니가 암만 지랄을 해도 내 속에서 나온 이상, 내가 널 쥑여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는데, 이놈쯤이야…”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어렸을 때 빗자루로 두들겨 맞던 생각이 났다.

난옥은 자식들에게 얄짜리 없었다.

거짓말, 공부, 밖에서 맞고 들어오는 거…

 

“이리 주세요, 내가 쌀게요.”

“됐다. 커피나 한 잔 타 와라.”

명서가 커피 두 잔을 타, 한잔은 엄마 옆에 놓았다.

“왜? 내게 할 말 있냐?”

명서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피만 홀짝였다.

 

“가게… 힘 드냐?”

명서가 난옥을 봤다.

“세인이 엄마와 연애할 때 너와 궁합이 맞나 점을 보러 갔었는데, 그때 그러드라, 넌 물장사를 해야 성공한다고. 믿어 봐…”

명서가 웃었다.

“사람에겐 다 주어진 팔자라는 게 있지… 거역을 하려 하면 점점 더 힘들어져. 사실 운명을 이겨낸다는 말은 잘못된거다. 그 사람 운명이란 것이, 역경을 이겨 내고 성공한 것처럼 짜여져 있었던 겨…”

명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어찌 알겠냐, 그나마 좀 앞일을 본다는 사람이 한 말이니 믿어봐라.”

“예…”

“5천만 원이 작지 않은 돈이지만, 무서울만치 큰 돈도 아냐! 내가, 이 천하의 최난옥이! 내 아들을 그만한 돈으로 기 죽게할 것 같으냐, 이 놈아!”

 

어렸을 때도 그랬다, 엄마한테 두들겨 맞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곤 했다.

가게로 돌아 온 명서는, 문을 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누구지?’

“여보세요! 술집이죠?”

웬 여자여…

“예, 목가천입니다.”

“아저씨 문 열었어요? 저예요, 저!”

저가 누구여, 지랄…

 

“누구…”

“지난 달에 거기서 계 했잖아요, 우리!”

“아! 예, 예! 계주 분!”

“호호호~”

“근데 안 달아나셨어요?”

“…?”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옛날엔 계주가 많이들 도망을 가서…”

“츠암내 아저씨두… 아참! 문 여셨어요?”

“예.”

“후유… 내가 깜박하고 아저씨에게 연락을 못했어요. 오늘 거기로 모이라고 했거든요, 6시에…”

‘아직 시간은 충분하군…’

 

“지금 장소를 바꾸면 지랄하는 년들이 좆나… 아니예요. 자리 좀 부탁할께요.”

“예, 오늘 전세로 모시겠습니다.”

“호호호~ 고마워요.”

“미리 준비해 드릴 건…”

“배민 말고 식사도 될까요?”

명서가 잠시 생각했다.

“집밥, 어떠세요?”

“쪽! 쪽! 쪽!”

뭔 소리래?

 

“왜? 어디 갔어? 슬그머니 말도 없이…”

“바빠?”

“세인이 공부 봐 주고 있어.”

“단체 손님이 온다는데, 집밥을…”

“자기는, 자기가 할 줄도 모르면서… 알었어. 세인이 엄마에게 데려다 주고 갈께.”

“6시 넘어야 올거니까, 서둘진 마.”

“알었어.”

 

잠시 후, 짤랑~

“어! 장모님! 장인어른!”

상옥이 부모가 압력밥솥까지 들고 나타났다.

“세인이 데려온다길래 집에 있으라 했네!”

“아이고~ 장모님…”

“몇 사람이라든가?”

“예닐곱 명…”

“여보! 뭐해? 소주병 찾지 말고 얼른 이것부터 다듬어요!”

 

명규가 사위에게 멋적은 웃음을 보내며, 소주병을 따 한모금 마셨다.

“캬~ 자네도 할텐가?”

“아닙니다. 천천히 드세요, 아직 시간이 좀 있습니다.”

“쩝쩝! 이 홍어무침 누가 만들었나 참 맛있군 그려…”

“저 양반이! 여봇!”

 

6시가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누가 들어선다.

“사장님~ 저 왔어요~”

“아~ 강희씨! 어서오세요…”

“어머, 누가 계셨네요… 안녕하세요!”

“아이고, 이쁘게도 생기셨네, 어서 와요!”

“제 장모님이세요. 오늘 계주 분이 저녁 부탁을 하더라구요…”

“걔가 좀 그래요… 제가 뭣 좀 도울까요?”

“색시! 그럼 이것 좀 두 접시만 부쳐주우. 계란 옷만 입혀 후라이팬에 올리면 되우.”

“장모님, 아직 미혼인데…”

“아이, 괜찮아요. 제가 할께요…”

 

그렇게 술집 木可川이 집밥집으로, 변신을 한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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