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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아무나 불륜 5

2021.08.08 17:11

소금장 조회 수:26

집으로 들어선 영숙은 샤워로 술기운을 대충 씻어냈다.

김이 서린 거울에 실루엣처럼 투영되는 자신의 몸을 훑었다. 이제 나이 44. 아직은 망가진 부분이 없는 몸인데도 자꾸만 부실해져만 가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두 손으로 젖가슴을 받쳐 봤다.

‘이만한 무게감이면 아직은...’

그런데도 이상하게 몸의 모든 감각이 사그라들고 있다.

 

바스타올을 몸에 두르고 머리를 털며 안방으로 들어섰다.

‘이 냄새 때문이군!’

시큼한 숫컷 냄새가 섞인 방안 공기에 구역질이 났다. 남편 곽정민의 냄새다.

‘왜 이 사람이 좋았었지?’

처녀 때 이영숙은 자유롭게 살았었다. 부모님 돈도, 자신의 미모도, 학력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온 만큼, 언제 어디서나 도도하고 당당했다.

 

따르는 남자가 많으니 이렇게 저렇게 얽혔던 사람도 제법 됐다. 혼전까지 여섯 남자를 겪었다. 영숙이 결혼을 생각한 것은 서서히 남자들에게 진력이 나서였다.

중매가 들어왔다. 선을 본 남자가 곽정민이다. 처음엔 망설였으나, 여직 겪어본 바, 남자란 모두 거기서 거기였다. 오히려 자신과는 상대적인 성격인 곽정민이 차라리 나을 것 같았다. 곽정민은 특화된 전자기기 무역업을 하고 있었다.

 

결혼 후 몇 해는 임신, 출산, 육아로 정신이 없었다. 아이 둘이 모두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조금 숨통이 틔였는데, 그때 쳐다보게 된 남편 곽정민은, 아니었다.

큰 아들은 15살 중학교 2학년, 작은 아들은 13살 초등학교 6학년이다. 작은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영숙은 다시 자유롭고 싶어졌다.

 

여직 돈을 벌어본 일이 없어 선뜻 무엇을 하기는 무서웠다. 그래서 배운 것이 칵테일이었다. 칵테일로 돈을 벌고자 한 것이 아니고, 모든 재료가 섞여 전혀 다른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았다. 본격적으로 공부하여 조주기능사 자격도 따고, 코리안컵칵테일 대회 입상 경력도 있다.

 

그렇게 배운 칵테일 솜씨는 남편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해외 바이어를 위한 파티나, 남편의 해외출장 때 함께 나가, 화려하게 차려입고 칵테일을 만드는 모습에 모두들 침을 흘리곤 했다. 결혼 후 남편의 사업은 확장일로. 남편은 영숙에게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짜아식! 내 칵테일 마는 솜씨는 대한민국에서도 손꼽힌다구...!’

술집 목가천의 조금 맹해 보이는 사장 생각이 났다.

 

그나저나 참 답답하다.

소 도둑놈 명함을 꺼내보았다.

‘도둑놈, 전화 좀 하지...’

남편과는 아주 다른 남자다.

‘엉! 아니 잠깐! 명함 받고, 내 이름은 알려줬고 전화번호는... 아이고~’

 

‘술에 취했었나?’

안홍은 이영숙을 만난 날을 반추해 봤다. 글쎄 대리운전을 부르기는 했지만, 자신의 주량을 생각하면 무엇을 잊을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었다. 더구나 그날은 장모님 입원 때문에 집사람도 예민해져 있어 맘 놓고 술을 마시진 않았다.

 

‘그거였군!’

영숙과 있는 내내, 즐겁고 즐겁고 또 즐거웠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원하는 것을 사 주었을 때처럼 마냥 신나고 좋았던 것이다. 그래서 들떴었고, 평소라면 반드시 챙겼을 사항인데도 전화번호 묻는 것을 깜박했다.

‘명함 건넬 때 생각을 했어야는데...’

보고 싶다.

 

작년도 그렇더니 올해도 벚꽃이 일찍 폈다. 이제 막 3월 하순에 들어섰는데 벚꽃이 만발했다.

술집 목가천 장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여전하고 가끔씩이나마 들르던 천 사장 발길도 뜸해졌다. 아마 조영애 남편이 가게에 왔었던 이후로 두 사람이 따로 밖에서 만나는 눈치였다. 하긴 술집 목가천에 와 봤자 술 마시는 것 말고는...

 

처음에 일주일 연기됐던 세인이 초등학교 입학은 두 번을 더 연기하여, 3월 23일에야 이루어졌다.

상옥은 출근을 해야했고, 장모님이 데리고 가겠다는 걸, 명서가 나섰다.

입학식은 따로 없었다. 아이들의 발열 체크 후 담임선생이 인솔하여 교실로 들어갔다. 등교는 명서가, 하교는 장모가 맡기로 했다.

 

사흘째 세인이 등교를 시키고 바로 가게로 나왔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누가 오랴마는, 집으로 간다고 별 수가 나는 것도 아니다.

‘가게에 가서 청소라도 더 하지 뭐.’

짤랑~

한참 주방 바닥을 문지르고 있는데 문소리가 났다. 시간을 보니 아직 11시도 안됐다.

‘누가 식사 때문에 왔나...’

허리를 펴고 일어나 보니, 남녀가 들어와 쭈볏거리며 서 있다.

남녀? 모자? 학생과 선생?

그참...

 

“어서오세요!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아! 우선 앉으세요.”

여자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 앉는데, 남자는 그냥 문 옆에 서 있다.

명서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자, 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창환아! 이리 와!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리 와. 밥부터 먹자. 어제부터 너에게 시달리느라 힘들어 죽겠다.”

그래도 남자는 그냥 고개만 숙이고 서 있다.

“너 이리 안 올래! 나 화낸다! 빨리 와!”

여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비로소 남자가 여자 곁에 앉았다.

 

“사장님, 식사도 될까요? 엊저녁부터 굶었더니...”

“그러믄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명서는 물병과 컵을 건네주고 부지런히 밥을 차려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햇반과 미역국, 홍어무침, 김치와 몇 가지 나물이 차려졌다.

“어머~ 집밥이 따로 없네요! 잘 먹겠습니다.”

여자가 국을 뜨며 말했다.

“안 먹어?”

 

남자가 여자를 쳐다본 후 명서를 찾았다.

“사장님, 쏘주 좀 한 병만 주세요.”

명서가 남자를 보며,

“죄송하지만,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푸흡!”

여자가 밥을 입에 물고 있다 품었다.

‘에이 더러버...’

“보호자와 같이 계셔도 19세 미만인 경우 술을 팔 수가 없거든요.”

“깔깔깔깔~ 사장님, 제가 보호자도 아니고 쟤가 미성년자도 아녜요. 얌마, 얼른 보여드려라, 엉!”

“에이 참... 얼마나 얼굴이 쭈그러들어야 이 소릴 안 들을련지...”

하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다.

『표창환 / 98oooo – 1oooooo』

 

여자가 남자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기도 한잔 마셨다.

“한잔하고 얼른 밥 먹어라, 배고프겠다.”

“누나!”

“또! 이모라고 부르랬지!”

“자기야!”

뭐야 대체...

 

명서는 슬그머니 가게를 나왔다.

담배를 빼어무는데 공연히 입이 썼다.

불을 붙여 폐부 깊숙이 연기를 빨아들였다 숨을 멈췄다.

푸후~

파아랗게 희미해진 연기가 속에서 뿜어졌다.

 

“창환아! 너와 내가 하룻밤 같이 잔 것은 아무것도 아냐. 내가 일찍 결혼을 했으면 딱! 너만한 놈을 낳았을 거다. 대체 니가 나를 사랑한다는데, 그 사랑의 정체가 뭐니? 어디 한번 말을 해 봐! 말로 표현을 못 하겠으면, 너 그림 잘 그리니까 그림으로래도 보여줘 봐! 내가 너를 이해를 못하겠어서 그래.”

“말했잖아요. 누나 모든 것이 좋다고. 솔직히 누나 품이 너무 그리워요.”

“얌마! 다 쭈구러든 내 젖이 뭐가 좋아? 니 낯짝이면 젖탱이 빵빵한 젊은 년들이 환장을 할텐데...”

“말로는, 또 어떤 무엇으로도 누나에게 내 진실이 전해지지 않으면...”

“않으면?”

“저, 죽어버릴래요.”

 

“오호호호호~ 얘, 얘! 고맙다! 내가 열부문은 세워주마, 남편이 아니었어두.”

“저 농담 아니예요.”

“하이고... 얌마, 너 땜에 오늘 회사도 빼먹었어. 월급쟁이가 하루 빠지면 손해가 얼만지나 아니?”

“...”

“니가 산다는 것이 뭔지 알기는 하니?”

“...”

“너 솔직히 말해 봐! 나하고 한번 더 하고 싶은데 내가 싫다고 해서 날 괴롭히는 거지?”

“누나!”

 

벌써 1시간이 지나 정오도 넘겼는데, 안에서 뭔 일이 있는지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에이 벌써 담배만 몇 가치째여, 오줌도 매렵구...’

참다 못한 명서가 가게를 들어가 보니, 술은 두 병을 더 가져다 마셨고, 그건 그렇고...

어럽쇼!?

이번엔 남자가 밥 먹고, 술 마시고 있고 여자는 엎드려 울고 있다.

‘츠암내... 가지가지 하는군...’

“그만 울어 누나. 내가 곁에 있어줄께!”

남자가 여자 등을 토닥거려주고 있다.

 

이상한 커플 손님이 왔다 간 지도 이틀이 지나 주말이 되었다.

세인이는 학교 생활이 재밌어 죽겠단다.

“아빠, 글쎄 걔가 꼭 저하고만 친구하잰다!”

“야, 너 벌써 연애하냐?”

“뭐 꼭 그런 건 아냐. 난 다른 친구가 좋거든.”

“누구?”

“있어. 아빤 몰라도 돼!”

뭐야 이거!

 

혹시 금요일 오후나 저녁에 손님이 들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를 하며 장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응! 언제 전화가 왔었네. 02 – 000 – 0000’

혹시나 하고 전화를 해보니 신호는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아마도 누가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나 보다.

‘에이, 돈 되는 일이면 또 오겠지...’

“어! 여보세요!”

이번엔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기요~~~”

“여보세요! 잘 안들려요! 조금 크게 말씀하세요!”

“저기요~”
“뭐야! 여보세요!”

“아이 참, 저기요! 애인 구하셨어요?”

엥! 뭐람! 그 찌라시 붙인 지가 언젠데 아직 붙어 있단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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