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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알콜중독 1

2021.08.10 04:13

소금장 조회 수:24

귀청 떨어지겠다.

“아, 찌라시 붙어있는 것 보고 전화하셨어요?”

“저기요~ 빨리 대답해줘요...”

다시 목소리가 작아졌다.

안되겠군.

“장난 전화는 사양합니다. 끊겠습니다.”

“안 되는데... 흑흑...”

뭐야 이거...

 

“아직 못 구했습니다. 됐습니까?”

“아휴~ 다행이다. 제가 지금 거기로 택시 타고 갈께요... 근데, 제가 돈이 없어서... 택시비 좀 갖고 나와 주실래요... 헤~”

허, 참... 이거 미친년 아녀!

“아니, 여보세요. 장난도 아니고, 그 찌라시가 길동역에서 명일역 사이에 붙어있었을 건데, 걸어도 금방 올 수...”

“사장님, 저 지금 급해요! 끊어요. 빨리 나와주세요!”

다시 목소리가 커졌다.

뭬람...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지갑을 챙겨 들고 가게 앞 도로에서 기다렸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택시가 도착했다.

한 여자가 내리는 걸 보며, 택시 앞문 유리창 너머로 기사에게 카드를 내밀고 있는데, 여자가 부리나케 명서 뒤로 몸을 숨겼다.

카드를 받아들고 몸을 돌리자, 여자가 거의 쪼그리고 앉아 있다.

 

“아니, 누가 쫓아와요?”

여자가 겁이 잔뜩 든 눈을 두리번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되겠군!“

여자의 한 팔을 잡아 일으키며 가게로 들어갔다.

 

”우선 이리로 앉으세요.“

여자를 자리에 앉히고 주방에 들어가 물을 한 잔 따라 주었다.

”벌컥벌컥, 카! 한 잔 더 주세요...“

물을 따랐다.

’내 또래로 보이는데...‘

 

머리는 단발이고...

그저 평범한 얼굴인데 화장기가 없고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3월 하순이라 봄바람이 차가운데, 감청색 얇은 원피스만 입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자들이 항상 챙겨 드는 가방이 없다. 핸드백조차.

어! 뭔가가 걸린다!

 

명서는 얼른 주방에서 나와 여자의 발을 봤다.

이런 제기랄!

맨발이다.

 

’푸우, 한동안 잠잠했지...‘

얼른 슬리퍼 하나를 가져다 건네자,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받아 신었다.

”고마워요. 하두 급해서...“

”어디서 도망치셨어요?“

”예.“

여자가 고개를 숙이며 울기 시작했다.

이런이런...

 

잠시 후 울음을 멈췄다.

”점심은 드셨어요?“

눈물을 훔치며 명서를 보면서 고개를 젓는다.

’하이고, 내 참...‘

 

얼른 국을 뎁혀 밥을 차려냈다.

며칠 굶었는지 금방 한 그릇을 비우고, 더 달란 표정으로 올려다 봤다.

그 모습이 귀여워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햇반을 전자렌지에 넣고 돌리며,

”다 뎁혀지면 꺼내서 드세요. 담배 좀 피우고 올께요.“

 

가게 앞 도로에 나와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이려는데, 위이용~ 위이용~ 경찰차가 사이렌을 길게 울리며 지나고, 그 뒤를 병원 구급차가 경광등을 깜박이며 따르고 있다.

’아차! 저 여자!‘

담배를 내던지고 후다닥 가게로 뛰어들었다.

’어!‘

여자가 없다.

안 보인다!

테이블에는 먹다 만 햇반 그릇이 뒤집혀 있고, 수저는 보이지도 않았다.

 

주방에도 없고 방에도 없다.

여자 화장실에 가서 문을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

”구급차 지나갔어요. 괜찮으니 나오세요!“

남자 화장실 문이 열리며 여자가 고개를 내밀었다.

웃음이 나왔다.

”갔어요. 나가서 드시던 밥이나 마저 드시구요.“

 

여자가 밥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저... 혹시 정신병원에서 도망치신 거예요?“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나오시면 식구들이 걱정하잖을까요?“

”걱정은 하겠지만... 병원엔 다시 갈 수 없어요.“

”왜요?“

물어 놓고는 아차 싶었다.

정신병원이 감옥과 같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터다.

 

”그래 앞으로 어쩌시려구요?“

여자가 눈만 깜박이며 명서를 쳐다본다.

”여기는 장사를 해야 하거든요. 조금 쉬셨다 어디 갈 곳을 정해 보세요. 따라오세요.“

여자를 방에 들이고는 믹스커피를 한잔 타다 주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밖에 나와 담배에 다시 불을 붙였다.

’그 참, 어째야 하나... 어쩌긴 뭘, 내 일도 아닌데. 갈 곳이 생각나면 떠나겠지.‘

아까 내던진 담배가 눈에 띄길래 주워서, 한 대 더 피우고 가게로 들어갔다.

 

’응?‘

느낌이 이상해서 방문을 열어보니, 여자가 잠이 들어 있다.

’베개하고 이불이나 꺼낼 것이지...‘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주방으로 나오며 드는 생각이 여엉 불길했다.

’가만... 미친 사람 숨겨준 것도 죄가 되려나...?‘

그 왜, 있잖은가 말이다, 범인은닉죄!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머엉하니 가게 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선다.

”어서...!“

흰 가운을 입은 두 남자가 두리번거리며 들어섰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이런 여자가 들르지 않았나 확인 좀 부탁드릴께요!“

사진을 내민다.

보나마나지만 혹시 하면서 사진을 받아들었다.

틀림없다.

눈길을 돌려 두 남자를 보니 뚫어지게 명서를 바라보고 있다.

 

”글쎄요. 가게 앞이 큰 길이니 지나갔는지는 몰라도, 요새 손님이 통 없어요, 보시다시피...“

한 남자가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사정을 설명했다.

”중곡동 정신건강센터에서 나왔습니다. 환자 한 분이 병원에서 무단으로 나왔는데, 전철을 타고 명일역에서 내린 것까지는 확인이 됐어요. 그 뒤로는 CCTV 확인이 되질 않아 이럴게 수소문하고 있거든요. 혹시 보시게 되면 여기로 연락 좀 해주세요.“

”아, 그러믄요...“

 

’오늘도 공치는군.‘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하다가,

’앗차!‘

여자가 생각났다.

’잊을 걸 잊고 있어야지, 뭐야 이게...‘

”크흠, 흠!“

방문 앞에서 헛기침을 하자.

”저 일어났어요. 나갈께요.“

 

주춤거리며 테이블로 나오는 여자를 보고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푸우~ 할 수 없지.‘

가게 문을 닫으며 물었다.

”시장하시죠?“

”아까 많이 먹어서 그런가 아직...“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명서를 똑바로 본다.

”어차피 저도 저녁을 먹어야 하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접이식 간이 탁자와 의자를 가져와 통로에 펼치고, 준비한 상을 차렸다.

”이리 오세요.“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어서 드세요.“

여자가 명서를 본다.

”...?“

”저어... 사장님, 쏘주 좀...“

픽! 웃음이 났다.

”예, 걱정마세요.“

 

술과 잔을 가져와 여자에게 한잔 따라주고 명서도 잔을 채웠다.

”뭐, 어쨌든 우선 한잔 하시죠.“

잔을 가볍게 들어 보인 후, 명서가 먼저 마시고 잔을 내려 놓는데...

머엉~

여자가 거푸 석 잔을 따라 마시고 있다.

 

제 이름은 석희순이예요.

올해 39살인데, 알콜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어요. 고려대 수학과를 나와 중학교 재직했는데, 교직이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그럭저럭 버티며 8년 정도 지나 결혼을 했는데...

 

”병원에선 뭐래?“

”병원두 그렇고 경찰에서도 찾고 있는 중이라고만...“

”걔가 어디 갈만한 곳이라도 있었을까?“

”웬만한 곳은 죄다 전화해 봤어요. 참 큰일이네...“

”후우, 이게 다 내 욕심때문이야...“

”당신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어떤 부모가 자식 잘못되라고 사지로 몰아넣겠어요.“

”그래두... 갸한테 못할 짓을 두 번이나 했잖아... 후우~“

희순 아버지 석경문의 한숨이 길게 이어졌다.

 

석희순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교직을 잡았다. 천재는 아니라도 준재라는 소리는 듣고 자랐는데, 치열한 임용고시 경쟁을 단번에 뚫은 것을 보면 맞는 말이었다.

문제는 희순이 교직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면서부터 생겼다.

 

”아빠, 3년 정도 했으면 충분하잖아요. 이제 그만둘래요.“

”야 봐라, 요새 교사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줄 니가 몰라서 그래. 너두 서너 번 시험에서 떨어져 봤어야 하는데...“

”당신은 그게 할 소리유. 희순아, 그렇게 힘들면 5년만 채워보는 게 워떠냐. 한두 해 지나다 보면 재미가 붙을지도 모르잖냐.“

”엄마, 그만둘려면 지금 그만둬야 다른 일 준비를 하죠. 대학 때 공부한 것은 확실히 내 적성이 아니었어. 학교는 그럭저럭 다녔는지 몰라도 그걸로 밥벌이 하려니 아주 죽겠어, 엄마.“

직장을 가지고 그렇게 부모와 갈등을 겪은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희순아! 너 또 술 마셨니?“

”헤헤헤, 엄마! 몇 잔 마셨어, 몇 잔...“

”아휴, 술 냄새! 얼른 씻고 자!“

”그래용~ 엄마가 좋아!“

”쪽!“

볼에 입을 맞추고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욕실로 들어갔다.

”아이고 참...“

 

”이 일을 어쩌누... 아무래도 휴직시켜야겠어요. 저러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그 감당을 어떻게 해요.“

”그럽시다. 시골로 보냅시다“

그렇게 희순은 휴직을 하고 천안의 외가로 내려가 지냈다.

 

”시골에서는 지낼만 하셨어요?“
”예. 뭐 외할머니 따라 다니며 밭일도 하고... 동네에 왼통 할아버지, 할머니들 뿐이라 다들 이뻐해 주셨어요. 마을회관에서 맛있는 안주도...“

”아아, 술을 끊으신 것은 아니군요?“

”많이 줄었어요, 거기 있는 동안은 취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2년 동안은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지냈다.

”몸이 많이 좋아졌구나. 앞으로 어쩔 셈이냐?“

”이제 나이도 서른이 가깝고, 새삼 다른 일을 하기도 겁나요. 우선 복직을 알아볼께요.“

”잘 생각했다. 복직도 하고, 우리도 외손주 재롱 좀 보자꾸나, 희순아.“

”결혼을요?“

 

”복직을 하고 1년 뒤에 선을 봤어요.“

”선요? 아니 누가 요새 선을 봐요?“

”사장님이 모르시네! 잘 나가는 판검사, 의사 이런 사람들이 연애결혼하는 줄 아세요? 다들...“

”허긴, 결혼정보회사들이 엄청 커졌다고는 하더군요. 그런데 원래 연애는...“

희순이 또 술을 거푸 두 잔 마셨다.

 

”그렇게 거푸 마셔도 괜찮으세요?“

”싸장님이 쏘주잔을 주셨잖아요. 전 원래 맥주잔에다...“

”아이고, 알았습니다.“

명서가 맥주잔을 가질러 가자,

”싸장님, 굵은 소금에 참기름 좀 쳐서 주실래욤~“

이건 또 뭔 구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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