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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알콜중독 2

2021.08.11 05:05

소금장 조회 수:22

“연애요?”

“우리 부모 세대에도 중매보다는 연애결혼이 더 많았다고 하던데, 우리 때는 대부분 연애는 했잖아요.”

“제가 안 이쁘세요?”

“예?”
“꽃은 가만히 있어도 벌나비가 어디 가만두나요, 안 그래요?”

“그럼 연애 많이 해 보셨을 텐데...”

 

“대학교 2학년 때 사귄 놈은 군대 가더니, 안 오더라구요.”

“안 와요?”

맥주컵을 들어 반 잔을 벌컥거리더니 소금장을 집게손가락으로 꾸욱 눌러 입으로 가져가 쪽쪽 빤다.

“음~ 쪽!”

“아하, 소금장 안주는 그렇게 먹는 거군요.”

“한번 드셔보세요... 싸장님두 곧 알콜중독자 될 거예요, 호호호!”

명서가 무엇에 홀린 듯 손가락으로 소금을 찝어 입에 넣고 빨았다.

“오호라~”

 

“일등병 때 자살했데요.”

명서는 갑자기 긴장이 돼 희순을 봤다.

“고참들이 많이 갈궜나봐요, 가문 좋구, 인물 좋구, 학벌 좋구, 가끔 면회 오는 애인 끝내주구...”

남은 반 잔을 털어 넣고 잔을 내민다.

“싸장님두 고뿌띠기 한 잔 하세욤~”

“어구, 어구 고만요, 고만!”

 

“4학년 때는 팍 삭은 놈이 눈에 들었어요. 이번에는 내가 달려들었는데...”

“복학생요?”

“싸장님두 복학생였었죠? 차라리 지금 모습이 그 당시보다 더 나은 건, 참 사내들 미스테리예요. 어떻게 군대만 갔다오면 다들 그렇게 쭈구러드는 건지.”
“군대에선 들어오고 나가는 게 없어서 그렇죠. 가만히 있어도 멕여 줘, 재워 줘, 안 씻으믄 갈궈줘... 가끔, 에이 그만하죠. 그래서요?”

“몇 번 따 먹더만... 지 새끼는 뭐 쎈삥였나... 쌕 좀 쓴 걸 시비루다 차 버리드라구요. 뭐 허세요, 맥주잔 딱 하나만 가져왔음, 얼른 마시구 줘야죳?”

햐!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 아무래도 자리를 파해야겠다.

 

“자, 이제 식사 좀 하세요...”
희순이 명서를 본다.

“저, 사실 밥을 잘 못 먹어요오~ 밥이 목으루 넘어가질 않아서리... 쏘주하고, 소금하고 물하고...”

“아까 점심에는...”

“그땐 쏘주를 안 마셨잖아요오오...”

아하! 알콜중독이란 것이 그러니까, 술과 밥 중에서 뭐가 먼저인지가 중요한데, 주로 밥보다는 술을 먼저 찾는 거군.

희순을 보니 눈을 반쯤 감고, 몸을 전후좌우로 흔들고 있다.

쥐고 있는 잔을 빼서 탁자에 놓고, 희순을 부축해 일으켰다. 보기는 그렇지 않았는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언젠가 천 사장이 들려준 얘기가 생각났다.

“내 친구 중에 아버지가 알콜중독였었다우. 어느 정도냐믄, 아침에 눈 뜨고 찾는 것이 소주 한 고뿌, 그리곤 그 잔이 잠들 때까지 마르지를 않었지.”

“식사는 안 하셨나 봐요?”

“안 하신 게 아니라 못 하셨는데, 목으로 거친 걸 넘기기 힘들어 하셨다우. 알콜기가 없으믄 일어서서 변소두 못 갔으니...”

“알콜중독자들은 주사도 심하다던데...”

“그 건 아마 중독 초기일 때 그런가 보드라구, 그 친구 아버지를 오랫동안 봐 왔거든.”

 

천기철의 친구 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 농사로는 자식들 공부시키기도 어렵다 판단되니 논을 팔아 도시로 나와 세차장을 차렸다;

시골에서 농사 지을 때도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도시에서 세차장을 하면서는 거의 하루 종일 소주를 입에 댔다. 사람 둘을 두고 세차를 했는데, 친구 엄마까지 거들으니 아주 바쁠 때 아니면 손에 물 묻힐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밤낮없이 술과 지냈다.

 

급기야 주사가 시작되었다.

주로 친구 엄마에게 쏟아지는 폭언과 폭행이었다.

“야, 이년아!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너 왜 그 새끼가 세차하러 오면 실실거리고...”

말리는 친구와 부자간에 주먹다짐도 잦았다.

“한 4, 5년 집 식구 모두가 시달렸는데, 언제부턴가 이 양반이 일어서지 못할 정도로 힘이 빠지더구만. 아까 얘기 했잖우, 술기운이 없으믄 대소변두 그 자리서 해결을 할 정도라구...”

 

친구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됐다.

가족회의가 열렸다.

왜?

“지금은 안 그렇드먼, 그 당시만 해도 신부는 친정아버지가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갔지. 그런데 아버지가 저 상태니, 술을 주기도 안 주기도 애매했지. 그래 내가 제안을 했다우, 술을 드리고 일어서시게 한 다음, 신부 입장이 끝나면 내가 얼른 모시고 자리로 안내하겠다구... 알콜중독이 참 무서웁디다.”

 

그나저나 이 사태를 어쩐다.

가만 보니 도망나온 병원뿐 만 아니라 경찰에서도 나선 것 같다. 뉴스에 가끔 나오는 정신병원 탈출소동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둘러리가 경찰 아니던가 말이다.

“이거 진짜루 범죄자 되는 거 아녀... 에이 참!”

'후우~ 벌리라는 돈은 오간데 읎구 고민거리만...'

 

희순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물었다.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차가 드문 사거리에 경광등이 번쩍거리며 환해졌다.

아이코!

 

“안녕하세요, 명일파출소 김영란 경윕니다.”

여경 뒤로 남자 순경이 한 사람, 경찰차를 뒤따라 온 구급차에서 흰 가운을 입은 그 병원 직원 둘이 따라왔다.

아마 병원 직원들이 명서 얘기를 한 듯, 여경은 망설임도 없이 다가와서 경례를 했다.

‘에이 참, 저 여자만 아니믄 여경과 얘기하는 것두 괜찮은디...'

 

“이 병원분들에게서 상황은 들으셨을 거예요. CCTV가 명일역에서 택시 탄 모습은 잡았는데 택시 넘버를 확보하지 못해서, 어디서 환자가 내렸는지 오리무중입니다.”
“그거 큰일이군요.”

“그래서 명일역 중심으로 사방 2Km 내에 있는 영업집들을 조사하고 있어요. 이 가게는 사장님 가게죠?”

“예, 제 가겝니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일절 없어, 이렇게 담배나 꼬슬리고 있죠. 오늘도 공치구 있구…”

여경도 술집 木可川을 힐끗 한번 본 후, 명서에게 다시 사진을 보여준다.

“혹시라도 이 분이 눈에 띄시면 바로 112로 신고 좀 부탁드려요.”

“그럼요…”

더 추궁은 하지 않고 일행이 떠났다.

 

명서는 경찰과 병원 사람들이 떠나고도 바로 가게에 들어가질 못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희순의 사정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경찰에 수배가 된 사람을 끌이고 있기도 그렇고…

이제 와서 경찰에 예 있소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술도 주고 잠까지 재우고 있잖은가.

‘상옥이에게…’

하이고, 무슨 날벼락을 맞을려고.

결정적으로 명서가 망설이는 이유는, 희순을 정신병원으로 돌려 보내긴, 싫다!

‘내가 저 여자를 언제 봤다고… 이거 참…’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가게로 들어가려는데,

“김 사장~!”

“아이구! 사장님!”

이렇게 반가울 수가!

천 사장이다.

 

“오랜만이오~”

“별일 없으셨고요? 들어가시죠…”

천기철이 자리를 하자, 명서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사장님, 상의 드릴 말씀이…”

기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왜, 가게 접을려우?”

명서가 손사래를 친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실은…”

그러면서 손으로 방을 가리켰다.

 

“왜! 영애씨 와 있수?”

아이고 참, 핀트가 자꾸 틀리네.

명서는 얼른 술을 서빙한 후, 좀 전까지의 일을 얘기했다.

“흐음…”

기철이 술을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오늘은, 예서 재워야 할 거 같소. 지금 경찰에 연락해 봤자 좋은 소리 듣기는 힘든 상황이고…”

그러면서 명서에게 잔을 준다.

“한잔 받으우. 우선 잘 했수.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 당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예. 저도 그래서, 아까 경찰에게 말을 못 했던 거 같습니다.”

“너무 걱정 말구려. 정 안되면 이따나 낼 아침에 술이 깨면 그냥 모르는 척 내보내면 되니까.”

“그러다 여자가 잡혀서, 여기서 술 마시고 자고 나왔다고 하면 어쩌죠?”

“하아~ 거참…”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걱정은 안 그런가 보다.

한 사람 걱정이 두 사람으로 늘었다.

 

“아침에 일찍 출근을 하구려.”

“예?”

“나하고 그 사람하고 낼 아침에 오리다. 그때 얘기를 다시 들어 봅시다. 여자에게는 또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지 않겠수?”

“아, 예~! 고맙습니다.”

“고맙긴… 우리가 어디 남이우?”

이건 또 뭔 소리래?

“단골아니우, 단골!”

 

기철은 집으로 돌아가며 젊었을 때 본 영화가 생각났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줄거리가 어쨋드라…’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주인공이 잭 니콜슨이었다는 것과,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원에 갇혔었다는 것뿐이다.

멀쩡한 정신병원?

‘모르겠네… 요새 영애씨가 조용한데, 전화 좀 해야겠군.’

 

술집 목가천에서 잠이 든 희순은 열이 불덩이 같았다.

“희순아, 우리 형편보다 훨씬 낫구, 남자두 어디 하나 빠지지 않잖냐. 왜 싫다는 거냐?”

“아빠, 아빠도 잘 아시잖아요, 결혼이라는 것이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 그래서 하는 말 아니냐. 요새 대기업 다니는 사람 만나기도 쉽지 않다. 아빠 말대로 몇 번 더 만나 보거라! 후회하지 않을 게다.”

 

“여보, 다른 사람을...”

“당신두 이 남자가 괜찮다고 했잖우?”

“그거야 남자가 괜찮다는 거지, 희순이가 내켜하지 않으니 하는 말이예요.”
“옛날엔 얼굴도 모르고 시집가서두 애 낳구 다들 잘 살었어!”

“그놈의 고리타분한 옛날타령 좀 고만두슈! 지금이 어느 땐데...”

 

밤새 뒤척이던 명서가, 새벽같이 일어나 집을 나서자 상옥이 붙잡았다.

“자기 왜 그래?”

“뭘? 아냐… 아침 공기 좀 쐴려구…”

“자기하고 지낸지 10년 가까워… 귀신을 속여라! 뭔 일 저질렀어? 밤새 뒤척거리고…”

‘얘기를 할까… 아냐, 가게에다 모르는 여자를 재웠다면… 거기다 정신병원서 도망친… 아이고! 말자! 말어…’

 

“실은 천 사장과 약속이 있어. 상의할 일이 있다더라구.”

“천 사장? 신동아 아줌마 그 사람!”

“응.”

“그런 사람들 오래 만나지 마! 그 사람들이 지금 정상적으로…”

“자기야! 난 지금 술 장사를 하고 있어! 학교 선생님이 아니구!”

 

그 말에 상옥이 명서를 노려보다 얼굴을 풀었다.

“그 사람들 문제면 자기가 알아서 해. 그러나! 자기 문제면 내게도 얘기해야 해! 오늘 토요일이라 집에 있으니, 그 사장 만나고 나서 내게 전화해! 알았어?”

“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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