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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木可川

알콜중독 3

2021.08.11 12:01

소금장 조회 수:24

명서는 가게로 가며 담배를 두 대나 연거푸 피웠다.

‘후우~ 왜 내 팔자엔 쉽게 되는 일이 없을까…?’

가게에 도착해서 문을 열었을 때, 그 여자가 없었으면 좋겠다.

가게 문을 열었을 때…

 

짤랑~

“어머! 호호호~ 이렇게 일찍 나오세요?”

‘뭐여? 이 웃음과 미역국 냄새는!’

“얼른 상 차려놓고 갈려구 했는데, 같이 아침 먹고 가야겠네요~ 호호호~”

‘미치겄네…!’

 

“밤새 괜찮았어요?”

“그럼요… 속이 든든해서 그랬나 아주 단잠을 잤는 걸요…. 고마워요~”

‘다행이군…’

희순은 밤새 앓았었단 말은 하지 않았다.

 

“상 이쁘게 차렸죠?”

어! 그러고 보니 가게에 있는 게 변변치 않은데, 그걸로 차린 밥상치고는 거의 임금님 수랏상이다.

“헤헤헤~ 애인 먹일려구…”

“희순씨! 고마워요!”

진심이었다.

 

“식어요! 어서 드세요~”

“아니, 조금만 기다렸다 듭시다. 손님이 올 거예요.”

“손님요? 아니, 그럼!”

희순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나 하다, 이내 한 생각이 들었다.

 

흥분해 일어서려는 희순의 손을 얼른 잡았다.

“아뇨! 아뇨! 염려 말아요! 그런 손님 아니니까…”

희순이 여전히 놀란 얼굴로 명서를 봤다.

 

명서가 희순이 잠든 이후의 일을 얘기해 줬다.

희순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흐느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흐흐흑~!”

‘하~ 참…’

 

짤랑~

어이쿠! 오셨다!

“어머~ 사장님~”

“김 사장~”

기철과 영애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가게로 들어섰다.

희순이 바짝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희순씨! 내가 두 분께 도움을 청했어요.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아니예요, 우리가 남인가 뭐…”

츠암내, 부창부수가 따로 없군.

 

“무슨…?”

희순의 의문을 뒤로하고, 명서가 얼른 차려진 상을 반으로 나누어 방으로 날랐다.

“희순씨는 방에서 식사해요, 나는 사장님과 홀에서 먹을께요.”

영애가 희순에게 말했다.

“그래요, 우리는 방으로 갑시다.”

희순이 주춤주춤 영애를 따라갔다.

 

“사장님, 드시죠…”

“김 사장, 해장할려우?”

“오후까지 여유는 있는데, 혹시 몰라서요… 사장님은…?”

“내야 뭐 반 백수 아니오! 껄껄~”

그렇게 기철은 이른 아침부터 한잔했다.

 

김 사장에게 언젠가, 우리 아버지 얘길 잠깐했었잖우?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얼굴을 모른다고.

근데, 돌아가신 엄니나 외숙모, 이모들로부터 아버지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주로 술 얘기였다우.

그 당시엔 호남선이 대전에서부터 출발했는데, 지금처럼 기차가 통째로 무궁화, 새마을, KTX 이런 게 아니라 열차는 한 종류인데 객차만 1등 칸, 2등 칸, 3등 칸, 이랬다더라구.

아버지와 엄니가 대전에서 1등칸을 타고 논산을 오는데, 기차 안에서 아버지는 꼬량주 한 병을 비우셨다네.

그렇게 독주를 즐기셨는데, 목포에 사둔 염전이 망하면서 폭음이 시작되더만, 결국은 간에 탈이 나서 돌아가셨다더라구.

그런 소릴 들으면서, 난 술을 안 마셔야지 했는데…

 

한참을 둘이서 얘기하고 있는데 영애가 나왔다.

“희순씨는…?”

명서가 물으며 보니, 영애의 눈가가 빨갛다.

“에이고 참…”

혀까지 끌끌 찬다.

 

“무슨 말 좀 들었소?”

“예. 그 얘긴 이따하고, 저 새댁을 어디 감출 데 없을까요?”

“어허~ 그렇게 심각하오?”

“오빠는 그 하오체 좀 하지 마요…”

“왜 그러우? 젊잖고…”

“할아버지!”

“알았수, 알았어!”

 

“당장 그런 곳이… 아! 잠깐만요…”

명서가 컴퓨터 책상으로 가서 서랍을 열었다.

‘여깄다!’

“사장님, 제가 한 곳에 연락을 좀 해 볼께요. 근데 나중에 문제 생기지 않을까요?”

영애가 대답했다.

“그건 나중에 설명할께요.”

“알겠습니다.”

 

명서가 밖으로 나가 전화를 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명일동 삼익, 술집…”

“아~ 예! 예! 아침 일찍 무슨 일이셔?”

“저어… 좀 실례되는 부탁인데…”

“사장님이 내게 뭔가 부탁을 하고자 했다면, 나를 믿었단 소리고, 또 내 형편이면, 하고자 하는 부탁을 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전화를 하신 거 아니요? 걱정 말고 얘기해요. 내가 못 들어 줄 부탁이면 할 수 없는 거니까…”

 

“예, 고맙습니다. 실은 어제 곤란한 처지의 여자 손님이 제 가게에 오셨어요. 그런데 한동안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아서, 혹시 사장님 농장 공간에…”

“아… 무슨 얘긴지 알겠어요.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그럽시다. 우리 농장이 기계화가 되기 전엔 외국인 노동자를 5명, 10명 이렇게 썼어요. 지금은 2명뿐이라 숙소에 방이 남아요. 걱정말구 오시라 하세요. 거기 명함에 주소 있죠!”

“아이쿠 사장님! 고맙습니다.”

“허허, 알겠어요.”

“그럼 조금 후에 가도록하겠습니다.”

“예, 그래요…”

 

“내가 영애씨랑 다녀오겠소.”

“오빠! 술 드셨어요!”

“아닙니다. 부탁한 사람이 전데요… 제가 집에 가서 차를…”

“그럼, 다 같이 갑시다. 운전은 나의 마돈나께서 하시구!”

영애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보험은요?”

“보험앱 하나 깔아서, 원데이 보험에 가입하면 되우.”

명서가 잠시 생각했다.

“그게 낫겠네요. 그럼 잠시 준비 좀 하겠습니다.”

 

명서가 방에 가 보니, 희순이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

“잠깐만요. 아주머니가 희순씨 묵을 곳이 필요하대서 내가 알아놨어요. 여기 서랍에 필요한 생필품이 있으니 챙겨서 나와요.”

그러면서 명서는 커다란 종이가방 두 개를 찾아주었다.

 

영애가 차를 편의점 근처에 세우더니 희순을 데리고 내렸다.

"희순 씨!  그 종이가방 가지고 내려요."

그러더니 희순과 함께 편의점엘 들어가 10여 분 후에 나왔다.

조심스럽게 기철이 물었다.

"혹시...  술 샀수?"

"오라버닛!  아이고...  남자들이 다 저렇다니까!  아니 여자가 어디가서 머물려면 한두 가지가 필요한 줄 아세욧!  희순 씨 슬리퍼 신구 있잖아요!"

"아이구~  알았소, 알았어!"

 

“허~! 김 사장, 오랜만입니다~!”

안홍 사장의 ‘유동농장’은 경기도 광주 광지원에 있었다. ‘술집 木可川’에서 승용차로 30분 걸렸다. 일행이 차에서 내리자 농장 정문에서 서성거리던 안 사장이 손을 번쩍들며 반가워 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세요, 제 가게 단골 손님들이신데, 제가 상의드릴려고 모시고 왔습니다.”

“첨 뵙습니다, 천기철입니다.”

“조영애예요.”

희순이 어쩔 줄 몰라해서, 명서가 희순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움찔!’

“석희순입니다...”

 

“어려운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

“그런 소리하려면 뭐 할라구 부탁을 한거요. 어이~ 필립! 이 짐 좀, 아까 청소한 그 숙소로 옮겨라!”

동남아인 젊은이가 와서 희순의 짐을 받아들었다.

“희순 씨! 저 분 따라가서 짐 정리하고, 쉬고 계세요.”

 

유동농장 사무실은 농장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는 세 사람에게 안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제 집사람이 원예학과를 나왔는데, 이런 면에서 좀 유난을 떨거든요. 자, 앉으시죠!”

 

안 사장이 차를 준비해 왔다.

“김 사장, 뭔 일인지 알고는 있어야 하니, 천천히 말해 봐요.”

명서는 어제 석희순의 전화가 왔을 때부터 얘기를 마친 다음, 내가 알고 있는 얘기는 다 했다는 표정으로 조영애를 봤다.

영애가 고개를 끄덕인 후 얘기를 이어갔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의 반 강요로, 선 본 남자와 결혼을 했답니다.”

희순 신랑은 나국현으로,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녔는데, 희순과 동갑이었다.

“복직을 하고 다시 시작된 음주가 결혼한 뒤로 점점 더 심해졌다네요. 결혼 후 3년이 지나도 아이가 들어서지 않자, 시부모의 간섭이 시작됐고. 처음엔 희순의 음주와 중독 증삼을 감싸주던 신랑이 결국 포기를 했답니다.”

 

“장인 어른...”

“내, 할 말이 없네. 일부러 속였던 것은 아니었네. 시골에서 올라와 복직을 하고는 심하지 않았었고. 아무튼 나 서방에게 면목이 없네.”

 

희순은 알콜중독 치료를 위해 다시 휴직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문제는 시집에서 이혼을 종용했답니다. 신랑은 치료 결과를 보겠다고 버텨봤지만, 건강한 손주를 바랐던 시부모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네요.”

그 뒤로 5년 동안 입, 퇴원을 2번했고 이번 입원이 3번째였다.

 

거기까지 얘기한 영애가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세 남자가 불안한 얼굴로 영애를 봤다.

영애 얼굴이 헝클어지더니 두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많이 당했나 봐요... 흑흑!”

영애가 소리 내어 울었다.

“직접적인 성폭행두 견디기 힘들었고, 정도가 지나친 성추행은 다반사였나 보드라구요.”

“이런 쳐죽일!”

기철이 흥분하여 벌떡 일어났다.

“부모님에게는 말을 못했데요... 이번에도 또 병원에 가야하면 죽어버리겠다구...”

 

“그것이 가능할까요? 엄연히 정상적인 의료체계 아래서 운영되는 병원인데요...”

명서가 의문을 제기했다.

“색시 얘기로는, 약 때문이라고...”

“약요?”

“자고 일어나 보면, 밤새 몸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이런 개쌔에끼들!”

이번에는 안 사장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네 사람이 각자의 생각에 들어 한동안 사무실이 조용했다.

안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저 사람은 여기서 보호를 해야겠군요. 그리고 부모님에게 연락은 해야할 건데...”

“병원 측에 문제 제기는...”

명서가 다른 사람들을 보며 말하자,

“그 짓거리를 한 놈들이, 그런 것 예상은 하고 대비를 했을 거요. 하나마나지...”

기철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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