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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무명을 얻다 6

2021.07.14 04:06

소금장 조회 수:1

“아니 도대체 당신들이 누구요? 왜 내게 이러는 것이오? 우리 아버지가 지부라는 것은 알고 이러는 게요?”

복면을 한 장정들이 이십여 명 둘러싼 가운데, 주한용이 결박을 당한 채 바닥에 퍼질러 앉아 있었다.

꼴을 보니 두들겨 맞은 데다 오줌도 지리고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한 사람이 목소리를 변조한 채 말을 했다.

 

“네 놈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이다.”

“나 때문에 뭔 고생을 했단 말이오? 누구신데 그런 말을 하오?”

“말이 많군… 애들아! 우선 입 좀 막아놔라!”

대답도 없이 주먹과 발길질 세례가 이어졌다.

어디를 잘못 맞았는가 주한용이 기절을 했다.

 

“회주! 너무 심하게 다루는 것 아니오?”

“어차피 벌인 일, 깔끔하게 마무릴 해야 아니까!”

“그럼 아예 죽여버리면 낫지 않소?”

“그러면 관이 쫓아올 게요. 이렇게 해서 돌려줘야 지부도 포기하니 너무 조바심내지 마시오!”

“알겠오., 알겠어. 그런데 이 놈은 우리의 사탕발림에 어찌 그리 쉽게 속았는지 모르겠오?”

“아마, 제 놈이 하려던 짓을 우리가 해 준다니 혹하고 만나러 왔겠지...”

 

주한용은 아버지인 지부가 자신의 일에서 손을 떼려하자 다른 생각을 하였다.

‘내, 이년을 죽여버리겠다!’

그런 생각으로 객잔에 앉아 방법을 짜내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다가 왔다.

 

“긴밀히 할 얘기가 있는데, 위사들 좀…”

“무슨 일이오?”

“주 공자께서 꼭 필요로 하시는 것을…”

“누구시오?”

그 사람은 오른손으로 수도를 만들어 자기 목을 스윽 그었다.

얼씨구나 하고 위사들을 돌려보내고, 그 사람을 따라 관도를 조금 벗어났는데, 갑자기 복면을 쓴 자들이 나타나 주먹세례를 퍼붓고, 보자기를 씌워 끌고 갔다.

 

“어떻게 그 망나니를 찾을 수 있겠는가?”

호 장로의 물음에 철우가 가볍게 웃었다.

“제가 짚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제 단목 씨가 구경꾼 한 사람을 살해 했을 때 모두 흩어졌지만, 개방 식구들 너머에서 도망가지 않고 훔쳐보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관림방과 낙룡회?”

“예. 그들은 천용방이 얼른 돌아가야 다시 활개를 칠 수 있는데, 제가 나타나는 바람에 더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럼 다음 방법은 주한용이 되겠죠.”

“아하! 망나니가 없어지면 천용방은 물러간다! 어허! 그런~”

그제야 듣고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멀지도 않고 찾기 어렵지도 않은 곳에 주한용이는 있을 겁니다. 지부가 도지휘사나 안찰사를 통해 군사를 받아 낙양 부근을 수색했더라면 삼, 사일 내에 아들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무언가 구린 구석이 있나 봅니다.”

 

명나라 때는 지방의 행정, 감찰, 군사가 엄격히 구분되어 지방의 지부나 지주, 지현은 군사가 필요할 경우 치안목적으로 주둔하고 있는 위소에 따로 병력을 요청하여야 했다.

그런데 아들을 찾겠다고 그러한 행정적인 절차를 밟는 것은 자신의 북직례 행에도 심대한 타격을 받는 일이었다.

아들이 어디 보통 아들인가!

개망나니로 소문이 자자하지 않던가 말이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 관아에서 위사 두 명이 국씨전장으로 철우를 찾아왔다.

 

단목추영은 객잔에 누워있었다.

낙양에 온 세가 식구 넷 중, 성한 사람은 용현 뿐이었다.

탁현은 다리가, 석현은 팔이 부러졌지만, 자신은 아예 팔을 잃었다.

검수가 팔을 잃었으니…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가만둘 수 없지!’

 

이미 사람에게 서한을 주어 낙양에서 이천오백 리 떨어진 항주로 출발을 시켰다.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지만, 역참에서 말을 갈아타고 열두 시진을 계속 달리게 하면, 늦어도 사나흘이면 도착을 할 수 있다.

세가에서 이것저것 준비를 해도 열흘 안으로는 나머지 이십팔숙이 도착하리라.

‘늦어도 내일 밤쯤은 파발이 항주에 도착하겠지.'

 

철우와 려려, 효찬, 상옥은 위사 둘과 함께 주한용이 마지막 머물렀던 객잔으로 왔다.

철우는 객잔 안을 천천히 둘러본 후 밖으로 나왔다.

“그래, 그 낯선 사람과 주 공자가 어느 곳으로 향했소?”

위사들이 가리키던 방향을 본 려려가 말했다.

 

“북문을 통해 망산 쪽으로 갔나 보군요.”

“저희들의 생각도 그렇습니다.”

위사들은 철우 일행을 성의 북문까지 안내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들이 맡겠습니다.”

 

려려가 앞장을 서고 세 사람은 뒤를 따랐다.

망산(북망산)은 성 밖 삼십여 리 떨어진 곳에 있다.

철우가 주변을 둘러보며 모두에게 말했다.

 

“어떤 단서라는 것은 문제의 처음을 말하는데, 중요한 것은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단서를 찾기가 어려워진단다.”

효찬이 물었다.

“사부님 말씀은 주 공자가 사라진 것의 근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시죠?”

“그렇다. 주 공자가 없어짐으로서 득을 보는 사람들이 누굴까?”

상옥이 대답했다.

“어제 사부님이 관림방과 낙룡회는 말씀을 하셨고… 국씨전장도 그렇고… 에, 또…”

“주 공자가 개망나니였다잖니…”

려려가 거들었다.

 

“뒤를 보거라!”

철우가 말하자 세 사람이 뒤를 돌아봤다.

“누가 따라 오는데요!”

“누구죠?”

“여기서 잠시 기다리자.”

“예?”

“…”

“왜~요~?”

철우는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오십 여 장 뒤처져 걸어오던 사람이 일행을 스쳐 지나며, 알 듯 모를 듯 일행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일이 생각보다 더 쉬워지는구나.”

“오라버니가 아는 사람은 아닐테고… 누구죠?”

“아침에 들렀던 객잔의 장궤 –객잔 주인-와 같이 있던 사람이구나.”

세 사람이 철우를 봤다.

“우리를 안내하려나 보다. 천천히 따르자…”

 

그 사람은 서두르지도 않고 걸어, 망산에 즐비한 묘지들 사이를 제집 가듯 접어들었다.

망산에는 묘지의 부장품들을 노리는 도굴꾼들이 파 놓은 굴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다.

그 사람은 몇몇 곳의 땅굴들을 한참 둘러보더니, 한 땅굴에 들어갔다 나와서는 가래침을 ’커억!‘ 하고 뱉더니, 오던 길로 가버렸다.

 

철우 일행은 조심스럽게 그 사람이 표시를 내던 땅굴로 들어갔다.

누군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철우가 려려와 상옥의 팔을 붙들었다.

“두 사람은 어디 가서 물을 좀 많이 구해와야겠어.”

려려가 얼른 말 뜻을 알아 듣고 상옥을 데리고 굴을 나갔다.

“효찬아! 이런 땅굴을 몇 곳 살펴보면 남자 옷이 있을테니 속옷까지 구해 오거라.”

“예.”

 

철우가 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묶여 있는 자루에서 신음과 똥오줌 냄새가 흘러나왔다.

철우는 우선 끈을 풀고 사람을 꺼내 묶인 손발을 풀어주며 물었다.

“주한용 공자시오?”

주한용은 그제서야 간신히 퉁퉁 부은 눈꺼풀을 열고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곧 물을 구해올테니 우선 몸부터 닦고, 옷을 갈아 입읍시다.”

 

“주한용이 낙양을 떠났습니다.”

이틀 뒤, 개방 낙양 분타주는 보고를 계속했다.

“국씨전장의 천용방도들도 마차를 구해 부상자들을 싣고 떠났고, 소 공자 일행은 내일 개봉으로 출발한답니다.”

듣고있던 호 장로가 초 방주를 보며 말했다.

 

“단목세가는 책임지슈!”

“거참…”

“왜요? 자신없으슈?”

“호 장로! 누가 위요?”

“뭔 소리요?”

“내가 호 장로에게 이래라 저래라 해야지…”

“쳇! 별 걸 다 가지고…”

“그러지 말고 같이 가십시다!”

 

춘삼월 호시절이라 백화가 만발한, 낙양에서 정주를 거쳐 개봉으로 이어지는 관도에, 이십 여 명의 무리가 걷고 있다.

대부분이 헐벗은 옷을 걸친 것으로 보아 거지 무리였는데, 중간의 몇 사람은 멀쩡한 차림이었다.

 

상옥이 툴툴거렸다.

“아이참! 이제 막 궁딩이가 말 등에 붙을려고 했는데…”

“야! 니 궁딩이가 말 등에 붙는 게 아니라, 말 등 양 옆으로 추욱 늘어지는 거지! 히힛!”

효찬이 능글거리자, 상옥이 지팡이처럼 쥐고 있던 봉을 잽싸게 올렸다 내리쳤다.

딱!

“아고고고~”

상옥의 봉술은 이제 효찬이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뒤에서 따르던 개목들이 와~하고 박수를 치며 깔깔거렸다.

앞에서 걷던 초 방주와 호 장로가 뒤를 보며, 철우에게 말을 걸었다.

“소 공자, 좀 쉬었다 가는 게 어떠우?”

“예, 그러시죠.”

일행은 곧 커다란 나무 몇 그루가 있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낙양에서 개봉까지는 사백오십 리가 넘는 거리로 쉬면서 가면 사오일은 걸리는데, 사흘을 걸었으니 쉬었다 가도 저녁나절 전에 정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주에서 개봉까지는 이틀 거리였다.

 

낙양에서 초 방주는 철우를 찾았다.

“우리 방주님일세! 소 공자라오!”

호 장로의 소개로 두 사람은 제대로 인사를 나누었다.

며칠 전 단목추영을 베는 자리에서는, 철우가 서둘러 자리를 떠났었다.

 

초 방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 공자의 신위가 대단하더이다!”

“보잘 것 없는 솜씨를 좋게 봐주시는군요.”

“아니오, 아니외다! 호 장로가 말을 전했을 때는 그런 사람이 여직 이름도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는데, 허어~ 그 이상이었소.”

“…”

철우는 말없이 초 방주만 쳐다봤다.

 

“두 가지만 물읍시다. 한 가지는, 이거 묻기가 좀 그런데…”

“괜찮습니다.”

“발검을 왼손으로 하고는 곧장 오른손으로 옮기는 이유가…”

기실 남의 무공에 가타부타하는 것이 큰 실례임을 모르는 바가 아니라, 초 방주는 조심스레 물었다.

철우가 조용히 웃었다.

“두 팔로 공격을 하지 않으려고 그런 겁니다.”

초 방주와 호 장로는 일순 멈칫했다.

그러더니 초 방주는 손뼉을 ’딱!‘하고 쳤고, 호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것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철우가 말을 하자, 초 방주와 호 장로가 마주 봤다.

“제가 무림에 나온 이상 강호의 법칙을 따르겠습니다!”

초 방주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아무튼 개봉까지 동행하겠소. 어차피 나도 총타로 돌아가야 하니…”

그렇게 하여 철우 일행과 개방 일행은 같이 움직이기로 했는데, 걸어가야 하는 개방에 맞추기 위해 철우는 천용방주의 선물인 말들을 마시장에서 처분하였다.

 

일행이 다시 길을 가려고 일어설 때였다.

철우와 초 방주, 호 장로, 제갈려려의 눈길이 지금까지 왔던 길로 돌려졌다.

초 방주가 눈짓을 하자 호 장로가 개방도들에게 외쳤다.

“각자 위치를 잡은 후 제자리를 지키거라. 그러다 무슨 일이 생기면 멀리 떨어지도록 하거라!”

“예!”

 

머잖아 말발굽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한두 필이 아니었다.

우두두두두~

이윽고 뽀얀 먼지를 알으키며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는데, 모두가 백의의 무복을 입고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

일행과 가까워지자 선두에 선 초로의 무인이 팔을 들어 모두를 멈춰 세웠다.

 

“아니! 앞에 계신 분은 개방의 용두방주님 아니시오! 이거 오랜만이외다!”

“하하하~ 단목세가의 인물들이 오셨구랴! 대주님 뵌지도 오래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오 년두 더 됐을 게요!”

그러면서 앞에서 달리던 사람이 말에서 내리자 모두 말에서 내렸다.

몇 사람이 말들의 고삐를 잡아 나무에 매어 두었다.

철우가 보니 대주라는 사람 외에 열두 명이 왔다.

단목추영과 부상을 입은 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단목용현만 눈에 띄었다.

 

단목세가 이십팔숙의 대주는 육순이 다 되어가는 단목공영으로 대주직을 8년 째 맡고 있었다.

절정의 실력을 갖춘 지 십 년 정도 되었으며, 이십팔숙의 대주직을 큰 어려움 없이 이끌어 오늘날에 이른 인물이다.

단목공영은 철우를 한번 보고는, 곧 초 방주와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에 우리 세가에서 낙양에 사람을 보내었는데 사고가 생겼습니다. 방주께서도 알고 계시지요?”

“예에~ 거 참! 미안하외다!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그것이 어찌 방주님 탓이겠소, 다 제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마시구려. 그나저나 그 결과에 대해 따져보고자 왔는데, 방주님이 계시니 고견을 듣고 싶군요!”

 

초 방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철우를 불렀다.

“소 공자!”

철우가 다가왔다.

“먼저, 소 공자의 뜻을 조금 전에 들었는데, 단목세가의 뜻에 따를 듯하더이다.”

철우가 단목공영을 향해 읍을 했다.

“무창 오현문의 제자 소철우요.”

단목공영이 찬찬히 철우를 훑어보더니 말했다.

“단목공영이요. 추영이의 한 팔에 대한 대가로 소 공자의 두 팔을 원하오!”

“그러시지요. 준비하겠소!”

 

“오라버니!”

“괜찮아! 걱정말고… 효찬아! 누나와 같이 내 왼편으로 멀리 가 있고, 상옥이는 봉을 들고 오른편 멀리에 자리하거라.”

세 사람이 자리를 잡자 철우가 모두에게 들리도록 크게 외쳤다.

“내게 쫒겨 도망가는 자는 목숨을 취해도 좋다! 이제 어차피, 너희들도 강호의 피밭에서 살아가야 할 몸! 오늘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듣고 있던 단목세가와 개방의 인원들 입이 쩌억 벌어졌다.

초 방주가 말했다.

“대주! 일의 선후를 따지면…”

“방주! 되었소!”

단목공영이 초 방주의 말을 자른 후 팔을 들어 한 바퀴 돌리자, 단목세가의 무인들이 네 명씩 무리를 지어 철우와 마주 서서 검을 뽑았다.

너른 관도에 폭발할 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공격을 한 사람은 가운데 무리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검을 중천으로 올리더니 크게 떨어뜨리며 륜을 만들었다.

단목세가의 이름을 무림에 드리운 낙성십이검 중 낙일선륜이었는데, 그 륜에 갇히면 죽음밖에 없다는 절초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좌우에 있던 세 사람이 미세한 시차를 두고 철우를 향했다.

 

’쉬칵!‘

아주 미세한 소리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크악!”

“컥!”

철우의 왼손이 발검과 동시에 가장 늦게 출발한 사람과 중간에 몸을 날린 왼편의 둘에게 각각 일검과 일권을 날렸고, 낙일선륜의 륜은 언제 몸을 뒤집었는지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 다시 륜을 이루려는 단목씨의 검을 튕겨냈다.

이어지는 소리 역시 비명이었다.

“으악!”

’쿡!’

바로 이어지는 소리 역시 비명이었다.

“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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