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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탄생! 나차녀羅叉女 셋 1

2021.07.14 15:52

소금장 조회 수:1

“허어~ 호 장로! 누가 방주요?”

“아니 방주는 건망증 걸리셨소? 왜 걸핏하면 내게 그걸 물으시는 게요?”

“공공전검恐恐戰劍을 뒤따르라는 명을 내린 사람이 나요! 개방 방주! 그런데, 나보고 가서 말 좀 빌려 오라구!”

“아니 그럼, 전마를 타고 간 사람들을, 어떻게 두 다리로 쫓으란 말이오?”

“그거야 호 장로가 해결해야지… 호 장로의 전광석화 같은 무공은 뒀다 뭐에 쓰려오?”

“이런! 이런…!”

“이런 뭐?”

 

“후유… 방주! 개봉서 당문까지가 사천 리 가까운데, 말을 타고 가도 왕복 석 달이 걸린단 말이외다. 맨 발로 달리다간, 아마 이틀 만에 벌판에서 쓰러지고 말걸…”

“그참… 천하의 용두방주가 어디 가서 손 벌리기두 그렇구, 말 한 마리가 없어서… 이런 일은 아래에서 척척 알아서 해야지…”

“야! 초민혁! 니가 대장 거지여! 대장! 대장이 뭐냐? 맨 먼저 나서야 하는 거 아냐? 거지가 뭐는 못 빌릴까! 필요하면 황제라도 빌려와야지!”

“아니 저눔의 영감이…”

“영감?”

이때 누가 방주실로 들어왔다.

 

“참, 가관이로고! 쯧쯧쯧…”

“어이쿠… 봉 장로! 아침 내내 안 보이더니…”

들어 온 사람은, 초 방주의 친구이자 개방의 여섯 장로 중 한 명으로, 개방 전체의 안 살림을 맡고 있는 각관개 봉모국이었다.

“방주도 참 그렇소! 맹에서 우리에게 공공전검의 일거수 일투족을 떠 맡기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요구해야지, 쯧쯧쯧!”

“봉 장로! 그 혀 좀 차지 말구려!”

“어이구 참…”

 

그러면서도 품에서 빛깔이 살아 있는 전낭錢囊을 공중으로 던졌다.

초 방주와 호 장로의 목이 전낭을 따라 하늘로 향했다 땅으로 꽂히려는 찰라, 전광석화같이 호 장로가 전낭을 나꿔챘다.

“꼭 쉰 냥이오. 늙은 말이라도 한 필 구하시오. 벌써 그들이 떠난지 하루가 지났오. 정주도 더 갔을거요.”

쉰냥이란 말에 초 방주와 호 장로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나 가오!”

“말 이외에는 빌어 드시구랴! 벌써 갔어? 전광석화군…”

초 방주가 뇌까렸다.

 

호 장로가 번개처럼 뛰어 나가자 방주가 물었다.

“한두 냥도 아니고…?”

“채가장주에게 가서, 손녀 사위 행로를 따라가 준다고 하니 흔쾌히 내 놓더군…”

“조금 더 달라고 하지…”

“거지도 좀 챙피한 줄을 알아야지 원, 쯧쯧쯧!”

“거, 혀 좀 차지 마라! 그런데, 채가장주의 손녀 사위라니? 그…, 같이 있던 소저는?”

 

“백부님! 오래 인사를 못드렸습니다. 사매두 잘 지냈고?”

“잘 왔다! 석보야.”

“사형은 여전하시네요.”

“맹은 좀 어떻습니까?”

“요즘 두 가지 문제로 조금 시끄럽구나…”

“백부님! 조금이라뇨? 아주 우리 오현문을…”

“산산아!”

“죄송해요…”

 

류석보의 사백인 왕학봉은, 오현문을 세운 등소림의 맏 제자로, 오현문을 떠나 무림맹의 호법으로 자리하고 있다.

류석보의 사매인 유산산은 사형제 중 막내로, 무림맹의 네 개 무단 중 하나인 지단의 부단주 직을 맡고 있다.

 

“우선 황하의 수채들이 작년부터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구나. 지금까지는 자신의 영역만 지키고 다른 수채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게 상류에서부터 시작되었다네요. 아직 하남성까지는 예전과 같을 거예요.”

“하남 바로 위에 강력한 군부가 자리하고 있어, 아무래도 신중한 것이겠죠. 무림맹만 하더라도 웬만한 무림 일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는 느낌이구요.”

“그렇긴 하다만, 여러 문파와 표국, 상가 등에서 무림맹의 관여를 요청하고 있어, 조만간 맹주님의 결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철우…?”

“대체 어떻게 된 일이더냐? 여기서는 하도 여러 소리가 들려서 종을 잡을 수가 없구나.”

“사형! 정말로 둘째 사형의 무명을 용두방주가 지어주었대요?”

“개방 방주가 표국에 와서 얘기를 하더구나.”

“저런…!”

“오머나! 오머나! 아니 그럼 좀 세련되게 지어 줄 것이지, 그지발싸개 같이 공공전검이 뭐람!”

“산산아!”

“합!”

 

“지금 맹에 단목가 사람 둘이 와 있다.”

“예? 소문이 아무리 빨라도 항주서 예까…”

“낙양에서 화를 피한 사람들예요. 그런데 그들이 자초지종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맹과 우리에게 둘째 사형의 처단만 요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석보, 네가 와서 다행이다. 어떻게 된 일이더냐?”

“용두방주가 전하기로는…”

류석보는 개방 방주의 얘기를 정확하게 들려주었다.

 

철우 일행이 개봉을 떠나 낙양 쪽으로 움직인 지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네 사람에겐 알수 없는, 아니 말이 없는 채진으로 인한 묘한 긴장감 속에 하루를 보냈다.

상옥이 마차 안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는 채진과 제갈려려를 보더니 말을 꺼냈다.

“큰 언니, 작은 언니! 좀 쉬었다 가실래요?”

제갈려려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채진의 눈치를 살폈다.

채진이 그런 두 사람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답답해서 너울을 벗어야겠어.”

그리고는 너울을 떼어냈다.

 

제갈려려는 담담했지만, 나이 어린 상옥은 잠시 멈칫했다.

“매일 보면 괜찮아…”

채진의 말에 상옥이 얼른 사과를 하려 하자, 채진이 상옥의 손을 잡았다.

“너도 장강천류를 익히고 있다고? 잠시 쉬면서 네 솜씨 좀 보자꾸나.”

놀란 상옥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사부님! 사부님! 큰 언니가 마차 세우시래요!”

자단이 말을 알아 들었는지 길게 울었다.

‘우오오오오~’

 

철우는 출발 후 처음으로 채진을 똑바로 보면서 가볍게 웃어주었다.

채진이 그러지 말라는 손 시늉을 했다.

“사형! 옛날에도 나를 돌부처 보 듯하더만…”

철우가 다시 피식 웃었다.

그러는 사이 상옥은 자세를 잡고 있었다.

 

철우가 채진에게 물었다.

“팔 식에서 구식은…?”

“언제 비무 한번해요.”

철우가 채진을 봤다.

“그 땐 왜 사형이 굳이 좌수검으로 상대를 대하는지 몰랐어요. 지금은… 조금 알아요. 그래서 저도 되도록이면 우수로 검을 펼치지 않아요.”

철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채진의 어깨를 다독여 줬다.

제갈려려가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있다.

 

상옥이 세 사람에게 예를 취했다.

 

제 일 식

수휘운산 水揮雲山

구름과 산으로부터 물이 비롯하다!

 

제 이 식

소계대강 小溪大江

그렇게 생겨난 물이 장강을 이루며 흐른다.

 

제 삼 식

기천하웅 夔天下雄

기문夔門의 웅장함을 보겠는가.

 

제 사 식

운중신녀 雲中神女

무협을 거치며 구름 속의 신녀를 희롱하고.

 

제 오 식

험탄구성 險灘救星

서릉협 험한 물길에서는 빛나는 별들의 무리를 만난다.

 

제 육 식

동호포장 東湖抱長

동정호, 그 바다가 장강을 품는다.

 

제 칠 식

강수성무 江水成武

장강과 한수는 무한을 이루고.

 

제 팔 식

호호탕탕 浩浩蕩蕩

보라! 드디어 저 장강의 위대함을.

 

획!

상옥이 여직 휘두르던 오른팔의 검을 왼팔로 옮겨 쥐었는데, 기세가 일변하였다.

 

제 구 식

기천지개 氣天地開

장강의 노함을 보겠는가! 천지가 열리고.

 

제 십 식

일검황성 一劍荒成

일검 만으로 그 열린 천지가 황무지로 바뀌고.

 

제 십일 식

탈만적명 奪萬的命

남아 있는 목숨을 없이 하리니!

 

제 십이 식

소이궤하 所以跪下

무릎을 꿇라!

 

파파파팡!

 

이제 보름 남짓, 겨우 초식의 흐름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옥의 몸놀림이었지만,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바라보고 있던 세 사람이 모두 진심 어린 갈채를 보냈다.

상옥은 검을 거두고 예를 취하더니 채진에게 뛰어갔다.

“헥헥! 큰 언니! 어땠어요? 헥헥…”

채진이 살포시 상옥을 안아 주었다.

“이삼 년 후에 검귀가 태어나겠다…!”

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맹의 맹주 집무실에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은 개방의 용두방주님 직접 저희 표국에 오셔서 하신 말씀이오니, 단목세가에서 확인을 해도 좋습니다.”

대통표국의 대표두 류석보는 개방 방주가 대통표국에 들러 얘기해 준 것을 무림맹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현 무림맹주는 삼십 년 전부터 홀로 강호행으로 이름을 떨친 신풍검협 백남육이었다.

그동안은 제 문파에서 맹주가 나왔으나, 맹 내의 파벌 싸움이 잦아지자, 문파나 어느 세력의 영향에서 자유스러운 신풍검협을 추대하였던 것이다.

“단목세가에서는 단지 관의 요청인 줄 알고 하남 지부의 일을 도우러 갔었으나, 실상은 지부 아들의 추악한 욕심이 빚어낸 일이었던 것입니다..”

 

왕 호법이 나섰다.

“우리 오현문에서, 단목세가의 손실에 대해 세가의 요구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겠소. 다만 오현문의 제자인 소철우에 대한 제재만은, 고려해 주시기 바라오.”

맹주가 쐐기를 박았다.

“지금 세가에서는, 밖에서 책임을 묻기보다 안에서 흩어진 것을 추스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오만… 그동안은 맹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리다.”

 

“사부님, 총평을…”

“상옥아! 넌 남을 쉽게 상하게 하지 못해.”

“아니예요… 저도 이젠…”

“그래, 무림인이지. 그런데 무림에서 산다고 다 살행을 하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 장강천류를 봉으로 한번 구현해 보면 어떨까? 굳이 살상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기는 충분한데.”

“봉으로요? 하긴 검보다는 봉이 손에 익은데…”

“봉 쓰는 법은 내가 더 손을 봐줄께!”

제갈려려가 거들었다.

“헤헤, 한번 해 볼께요.”

 

철우 일행은 쉬던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언니! 오라버니 심심하시겠어요. 저 좀 이리로 누울께요…”

채진이 려려가 자기 쪽으로 발을 뻗는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동생이 가서 말동무해…”

“고로롱~”

“뭐야! 눕자마자 코 고는 수도 있어?”

 

“사형~! 고마워요…”

“사매, 난 내 일을 하고 있을 뿐야. 내게 고마워하지 마, 내가 부담스러워…”

“알았어요. 그리고 나도 동생처럼 이름을 불러주세요…”

철우가 채진을 봤다.

“진아…!”

채진이 밝게 웃었다.

 

다시 길을 나선 후엔 자단이 좀체 마차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 했다.

마차와 나란히 달리다 먼저 한참을 앞서거나, 뒤쳐져 킁킁거리다 뛰어 오곤했다.

그러던 자단이 무슨 일인지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상옥이 마차 밖에 대고 자단을 찾았다.

“자단! 자아다안~!”

‘우오오오오~!’

관도에서 제법 벗어난 곳에서 자단의 짖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의 자단 소리가 아닌 것을 직감한 채진이 달리는 마차에서 몸을 날렸다.

“려려, 상옥! 따라 와!”

철우도 마차를 세우고, 말을 묶어 둔 다음 몸을 날렸다.

 

마차를 세운 곳에서 백오십여 장 떨어진 곳에, 자단이 맴을 돌며 끙끙거리고 있고, 채진 등이 망연자실한 얼굴로 땅을 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시신 네 구가 뒹굴고 있었는데, 남자 한 명과 여자 둘, 그리고 아직 채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 하나였다.

그런데 여자 둘은…

 

철우가 우선 주변의 풀과 잔가지들로 시신을 가렸다.

“상옥아! 가서 매장할 준비를 해 오거라.”

“예.”

“두 사람은 저 부인들 옷 좀 수습을 하고…”

주변을 보니 여기저기 말발굽과 사람 발자국이 무수했다.

족히 십여 명은 넘었다.

 

제갈려려가 말했다.

“오라버니! 이곳은 정주에서 낙양으로 뻗친 관도 변이라 딱히 알려진 무리들이 없는 곳인데, 이상하군요.”

“글쎄,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진 않군. 길어야 한나절…”

“우리가 오던 쪽으로는 말탄 무리가 없었으니, 앞쪽에 있겠어요. 서둘러요…”

채진이 말했다.

 

철우가 관도를 살피니, 과연 전방으로만 말 발자국들이 펼쳐져 있었다.

“우선 출발하자!”

세 사람이 주변 정리를 마치고 마차에 오르자, 철우는 서둘러 마차를 몰았다.

 

마차 안에서 제갈려려가 지도를 꺼내 펼치자, 채진과 상옥이 머리를 맞댔다.

“동생은 귀한 것을 지니고 있네…”

“하던 일이 하남뿐 아니라, 중원 각 곳을 돌아다녀야 했거든요.”

그러면서 설명을 했다.

 

“우리가 정주를 출발한 지 한 시진이니, 지금 위치가 사수진과 하락진 사이에 있고, 아까 장소는 관도와 황하가 만나는 장소였어요.”

“그럼, 서쪽으로 여기가 낙양이고, 남쪽으로 백오십 리 거리에 소림사가 있는데도 저런 일이 벌어졌다니, 모를 일이군…”

“언니들! 아무튼 그런 놈들을 가만둘 수는 없어요! 모두 죽여버려야지!”

상옥의 말에, 제갈려려와 채진이 눈을 맞췄다.

 

마차를 모는 철우의 옆에 앉아, 제갈려려가 대강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라버니, 여긴 소림사가 무서워 웬만한 좀도둑들도 몸을 사리는 곳이예요. 그런데 겁간에, 어린아이까지 해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럼, 외지인일 가능성이 크겠구나.”

“예. 그리고 아까 그 자리가 황하 물길이 관도와 닿아, 나루는 없더라도 배를 대기 용이한 곳이구요.”

“배를 타고 왔다…? 그것도 배에 말을 싣고, 십여 명의 사람들이… 그런데 그들 눈에, 네 사람이 보였고…”

 

채진이 창에 고개를 걸치고 듣고 있다 거들었다.

“분명히, 남의 눈에 띄기를 꺼려하는 자들이죠!”

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타지인이며 이곳에 일이 있어 왔는데, 이목을 피한다…”

“무림인이겠죠?”

“남자와 아이의 상흔으로 봐선 그렇더구나. 남자는 호위 무사인 듯했는데, 아직 젊고 그닥 무위가 높게 느껴지진 않았다. 부인들에게선 뭐 좀 알아냈느냐?”

 

채진이 무엇인가를 철우에게 보여줬다.

“섭선?”

“사형! 이 부채가 아주 평범해 보이시죠? 그래서 아마 살인자들이, 다른 물건은 거의 챙겨갔으면서도 이 부채는 팽개치고 갔어요.”

“그게 왜?”

“이 부채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려선이예요. 부채살이 스물넷인 걸로 보아 최상품이죠. 문제는 선면– 부채살에 바르는 종이나 비단-이 천잠사예요.”

채진은 죽은 두 여인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신분을 알 수 있는 것을 찾아봤으나 마땅한 것이 없었다.

주변을 더 뒤져보다 눈에 띈 것이 이 부채다.

보는 순간 선면이 천잠사인 것을 알아봤다.

채진은 역시나 천잠사의 중원 명가, 채가장의 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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