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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흑도백도黑道白道 1

2021.07.17 16:55

소금장 조회 수:1

이튿날 아침, 철우 일행은 성문 밖으로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사부님! 우리도 사부님과 같이 움직이나요?”

“나는 위소의 지휘관들과 지내야 하니 함께 있기는 어려울 게다. 후방 지원부대와 같이 움직이다가, 무림맹에서 사람들이 오면 그들과 합류하거라.”

“오라버니, 그럼 저희도…”

“안 되! 안 되! 너희들은 이번 행사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것만 알거라!”

“사형!”

“오라버니!”

“사부님!”

 

짐을 꾸려 마차가 있는 객잔 후원으로 나온 일행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낙룡회의 위 회주는 마차의 어자대 앉아 있고, 관림방의 재 방주는 말 한필의 고삐를 잡고 마차 옆에 서 있었다.

“아니, 두 분은…?”

위 회주가 웃으며 말했다.

“공자께서 무창 출신이시니 장강에 대해선 잘 아시겠지만, 황하의 물길은 또 다릅니다.”

재 방주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위 회주와 제가, 이번 소 공자의 관 행차에 모시고저 하오니, 거절치 마시오!”

 

철우가 잠시 생각했다.

“고맙습니다만, 나중에라도 황하채에서…”

위 회주가 얼른 말을 받았다.

“어제 공자님의 얘기를 듣고, 재 방주와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희들의 일이니 너무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철우 일행이 낙양성 서문 밖 군사들의 숙영지에 도착을 하자, 어제 보았던 지휘사 한 사람과 정천호 다섯이 나와 철우를 맞았다.

“어제는 제대로 수인사를 못했군요. 나는 하남부 위 지휘사 차해복이고, 이 다섯 분들은 회경부, 위휘부, 창덕부, 여주, 남양부에서 오신 정천호들 입니다. 내 휘하로 다시 다섯 정천호가 있습니다.”

철우와 여섯 사람은 인사를 나눈 후 따로 마련된 군막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 지휘사가 수하에게 일렀다.

“소 공자와 함께 오신 분들은, 준비된 막사로 모시도록 하거라!”

 

“우아~ 재 방주님! 군사가 만 명이라던데, 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은 처음 봐요…”

어느새 상옥은 재 방주나 위 회주를 담가촌에 있는 아버지를 대하듯 했다.

“그러게, 볼만하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언제 이런 일에 함께 할 수나 있었나…”

삼 백여 개 가까이 세워진 군막 사이사이로 오가는 군사들과 군막 주위에 걸린 수 많은 솥, 백여 필의 말을 가둬 둔 임시 마장 등등은, 처음 보는 일행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큰언니! 자단이 몸살이 나는가 봐요…”

송아지만한 개를 그냥 풀어놓을 수가 없어, 채진이 자단을 묶은 줄을 짧게 틀어쥐고 있었다.

“자단! 이따가 마장 옆에 풀어 줄께, 조금 기다려!”

그러거나 말거나 자단은 채진을 질질 끌고 가고 있다.

 

“어머! 할아버지!”

일행이 안내 되어 온 군막엔, 거지들 다섯이 솥 옆에 붙어 앉아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어서들 오구려… 막내 나찰아, 반찬 좀 만들어 봐라! 어째 솥에다 밥만 앉히고 내뺀단 말이냐…”

“할아버지 몸에서 냄새가 나니까 그렇죠! 그리고 막내 나찰이 뭐예요?”

“그럼, 봉나찰이라 불러주랴~!”

“할아버지!”

 

“산서와 섬서의 경계를 흐르는 황하에서, 수적 무리의 움직임이 활발한 곳은 모두 다섯 곳이오.”

군막 안에는 커다란 지도가 놓여져 있고, 황하 좌우로 다섯 곳에 빨간 점이 찍혀 있었다.

“삼문협에서 산서와 섬서의 경계가 시작되는 곳은, 좁게 내려오던 황하의 폭이 갑자기 펼쳐져 천 장도 넘는 곳이 있는데, 그 길이가 무려 칠백 리가 넘는다오.”

차 지휘사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그곳에 산서쪽으로는 한양채가, 북쪽 섬서에는 한성채가 있고, 북상을 하며 전산채, 호보채는 산서에, 부곡채는 섬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하 중류 수채의 총채 격인 하곡채가 있소.”

“호보채는 이번 일로 유명무실하겠군요?”

정천호 한 사람이 말을 받았다.

“그곳의 수적들은 다른 곳으로 분산을 시켰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철우가 한참을 생각하다 질문을 했다.

“섬서에도 수채가 있는데, 하남의 병력만 움직이는 이유가 궁금한데, 혹시 알고 계신지요…?”

“글쎄요… 자세한 내막은 우리도 잘 모르오. 기실 이번 순천부의 하달은 조금 기형적이긴 한데…”

다른 정천호가 말했다.

“섬서의 위소 병력만 통제하고, 우리가 섬서에서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보급과 편의까지 제공하라는 지시도 함께 내려왔소이다.”

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 지부로부터 제게 전갈이 있었습니다. 황하 수채의 남하만 막아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마 주 지부도 어쩌지 못하는 사정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주 지부가 황족이라 하더라도, 황제와의 거리에 따라 운신의 폭이 정해지기 마련이다.

 

이후로 황하 수적들에 대한 각종 정보가 철우에게 전해졌다.

“무림맹의 협조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요?”

정천호 한 사람이 대답했다.

“왕학봉 호법 지휘로 천단과 지단, 사백 명이 사흘 후면 삼문협에 도착한답니다.”

‘사백께서 오시는군…’

 

“장군님!”

군막 안으로 전령 복장을 한 사람이 들어와 차 지휘사에게 군례를 올렸다.

“보고 드립니다. 호보채, 하곡채를 제외한 네 곳의 수채에서 수적들이 빠져나가고 있답니다.”

“일부는 하곡채로 향하고 있고, 이번 우리들의 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원들은 은자를 지급한 후 집으로 보내고 있답니다.”

“허~ 황하채주가 순순히 우리들의 손에서 놀아주기는 싫다는 뜻이로군.”

 

철우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그 총채주가 생각이 있는 사람이군요. 일종의 공성계空城計로 볼 수 있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들이 실제로 수채를 비웠을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소. 만약 그렇다면 굳이 전과를 올릴 수도 없는 빈 수채를 치러 병력을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차후, 이번 원정에서 살아남은 수적들이 쉽게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기도 하고요.”

“흐음...”

“아마 하곡채로 모인 인원들만 가지고, 힘들게 황하를 오르게 된 우리 군과 무림맹 사람들을 상대하다가, 열세를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달아나겠군요.”

 

차 지휘사가 철우를 보며 말했다.

“오현문에서는 병법도 가르치나 봅니다?”

“예?”

“내 원래 생각은 삼문협에서 모여 황하를 거슬러 오르며, 섬서와 산서에 있는 수채들을 차례로 없애는 것이었는데, 모두 필요 없게 되었고, 소 공자 말대로 하곡까지 바로 가느라 지쳐 늘어진 군졸로 수적을 상대해야 되겠으니, 원...”

차 지휘사가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도 삼문협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소 공자는...”

“알겠습니다. 날이 더 더워지기 전에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이틀의 말미를 주셨으면 합니다.”

“이틀 후면 삼문협에 도달하니 마침하군요.”

 

“소 공자! 황하는 무창을 지나는 장강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우.”

철우와 재 방주, 위 회주가 모였다.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물길의 모양새로 장강이 직선적이라면 황하는 곡선적이거든요. 오죽허면 이런 말이 있을까요, ‘천하의 황하에는 아흔아홉 개 굽이가 있네...’.”

“두 번째는 수량이오. 장강은 가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듣기로는 일 년 내내 언덕을 넘거나 더 내려가지 않는다 들었다오. 그런데 황하는 그렇지 못한 것이...”

위 회주가 말을 얼른 받았다.‘

“가뭄 아니면 홍수! 그저 평범하게 지나가는 해가 거의 없이 가뭄과 홍수가 반복된다고 봐도 무방하죠.”

위 회주의 말투가 철우와 같이 지내는 동안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럼, 올해, 아니 지금은 어떻습니까?”

“총수채가 있는 하곡에서 여기 삼문협까지 천팔백여 리가 되는데, 하곡에서 천 리 정도는 강폭이 좁고 수량이 제법 있지만, 그 아래부터 삼문협까지 팔백여 리는 강폭이 바다처럼 넓어지면서 곳곳에 바닥이 보이는 곳도 있죠.”

“그렇지, 폭이 십 리가 넘는 곳두 있으니 뭐... 거기다 오 월인 지금까지는 비다운 비도 별로 없었지...”

“그럼 군사들이 배를 타고 하곡까지 거슬러 오르기는 쉽지 않겠군요?”

“일 만 군사가 모두 탈 수 있는 배를 마련하는 것부터 어려울 겁니다.”

“구비가 심하고 수량이 적다라...”

철우의 생각이 깊어졌다.

 

“기실, 장강수로야 오가는 물자도, 사람도 많어서 수적질 할만 할지 몰라도, 황하에 있는 수적들은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는 정도일 건데, 총채주라는 인간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내려오는지 모르겄네...”

재 방주가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위 회주가 대신 나섰다.

“제가 말씀드립죠. 공자님을 따라 나서기 전에 황하채에 대해 수소문을 해 봤는데, 총채주가 황하 상류부터 하곡까지의 수채들을 통합을 끝낸 것이 삼 년 전이라죠. 그리곤 지금까지 산서와 섬서를 경계 짓는 황하를 따라 내려오며 차례대로...”

“아하~ 차 지휘사가 말하던 한양채, 한성채, 전산채, 호보채, 부곡채를 복속을 시켰군요.”

“그렇다는구려. 그리곤 이제 삼문협부터 시작되는 하남과 산동만 남겨뒀는데, 재수가 없는지 된통 걸린 거지 뭐...”

 

“이번 거병은 조정이 먼저 나서서 일으킨 것이 아닙니다. 낙양 주 지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시작된 겁니다. 황하 총채주가 하남으로 발을 넓히려 호보채주를 보내 천호소 등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했는데, 호보채 졸개들이 주 지부의 첩실과 작은 아들을...”

“결국은 개인적인 복수심이 부른 일이군요. 황실이라는 곳도 참...”

“제 생각엔 그래서 이번 출병의 목적이 하남으로 총채의 세력이 넘지만 않게 하라고 했더군요.”

“아니 그럼 이미 하곡 아래 수채들을 다 비웠다고 하고, 대체 얻을 것이 뭐가 있다고 일 만이 넘는 병력에, 무림맹 고수들까지 모았단 말이우?”

 

“야 이놈아! 어찌 그리 무심허더냐...?”

“백부님...”

이틀 뒤 삼문협에서 철우는 무림맹에서 온 왕학봉 호법과 막내 사매 유산산을 만났다.

왕 호법과 유산산은 먼저 채진과 오래 묵은 회포를 풀고, 함께 동행한 제갈려려, 상옥, 재 방주, 위 회주와 인사를 하며 얘기를 주고 받았다.

 

“아니, 호 장로님 술 호로가 비었잖습니까?”

“왕 호법! 일만 맡기고 대체 경비는 언제 줄거요?”

“일? 무슨 일...”

“그 잘난 왕 호법 조카를 감시, 아니 따라 댕기라 허지 않았수?”

“아하~ 그거요... 맹주님이 시키신 일이니 맹주님 뵈면 그때 조르시구, 지금은 제 잔이나 받으세요...”

 

모인 사람들의 분위기가 조금 느슨해졌을 때 유산산이 채진의 손을 끌고 구석 자리로 옮겼다.

“언니, 작은 사형과 언니는 알겠는데, 저 여자는 어쩐 거유?”

채진이 유산산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냥 한 식구야.”

“식구? 뭐야...?”

“사형이 강호에 나와서 만난 첫 사람이었나 봐. 사형 맘이 여리잖니.”

“아니 그럼, 맘에두 없는데 데리구 다닌단 말야?”

“얘는, 데리구 다니긴... 이번 행사가 끝나면 동생의 집으로 인사를 갈거라드라.”

“뭐라구? 그럼 언닌?”

유산산이 소리를 질렀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제갈려려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더니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제 얘기 나누시나 봐요...”

“아니, 저...”

유산산이 당황했다.

“언니와 저는 오라버니를 따르기로 했어요. 산산 언니가...”

“언니요?”

“예, 전 이제 서른예요.”

“아! 그럼 내가 언니긴 한데...”

채진이 나섰다.

“그만들 하자. 저기서 호 장로님이 노처녀들이 모여 뭐하나 궁금해 하신다.”

떨어져 있던 호 장로가, 여자들의 눈길이 자기에게 다다르자, 손을 내저으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왜!? 나차녀 셋도 모자라 하나 더 채우려구 작당 중인 겨!”

 

차 지휘사의 군막에서는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자, 지금까지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차 지휘사가 황하채의 남하를 막으려 출병을 하게 된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무림맹 왕 호법이 물었다.

“다 알겠는데, 일 만 군사에 섬서와 산서의 명군까지 움직이게 해놓고, 삭초제근削草除根이라고 일을 벌였으면 아예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 법인데... 지휘사께서는 뭐 아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차 지휘사가 왕 호법과, 철우, 호 장로를 차례로 훑어본 후 계면쩍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실은 저도 들은 얘깁니다만, 황하 수채들 총채주라는 자의 오지랖이 보통이 아닌 듯합니다. 아마도 사례감司禮監의 입김이 작용한 듯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차 지휘사의 얼굴이 조금 불콰해졌다. 환관들이 장악한 조정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웠으리라.

철우는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였으나, 왕 호법과 호 장로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럼 이번 원정은 별 의미가 없는 것이오?”

호 장로가 차 지휘사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일단 황하의 각 수채에서 민초들에게 끼친 폐혜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수시로 수적들을 소탕해 달라는 상소가 각 성은 물론 북직례까지 올라가고는 있습니다.”

“자, 이렇게 마냥 말로만 논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앞일을 좀 의논하십시다.”

왕 호법이 분위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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