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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흑도백도 7

2021.08.01 07:55

소금장 조회 수:31

“니들 사숙 덕분에 그날 등봉현에 나갔던 다섯 사형제들은 삼 년 가까이 산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었지. 영묘야! 지금 이 얘기를 듣고 너는 무엇을 느꼈느냐?"

유천대사가 부드러운 눈빛으로 사질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영묘는 생각에 잠겨 들었고, 대신 이제 스물셋의 나이로 출가한 지 십오 년이 지난 영설이 대답했다.

”참지 못했습니다! 수행승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덕목인 인욕忍辱(욕 먹는 것을 참음)이 부족했으니, 사숙님들의 다음 일은 말씀을 더 하지 않으셨어도 알 수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번에 산문을 나선 영자 배 중 가장 연장자인 영권이 말을 받았다.

 

”나는 보살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더라도 상대방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내게 퍼붓는 모욕이나 욕설을 묵묵히 참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불쑥불쑥 치솟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한다면 어찌 머리를 깎고 부처님을 모시는 불자라 할 수 있겠는지요.“

영천이 말했다.

”모두들 내 얘기를 제대로 알아들은 듯하구나. 그래, 까불이는 뭔 생각이 없는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막내 사질 영묘가 고개를 들었다.

”흑도백도라는 것이 참 그렇군요. 한림객翰林客 추효빈이라는 분이 비록 백도행을 하고 있었다지만, 점소이에게 행한 일은 흑도의 짓거리와 진배없고, 영천 사숙을 능멸한 사람도 분명 한림객과 다르지 않아요, 그렇죠, 사숙!“

”그래, 그러니 너는 앞으로도 계속 말썽이나 피우고 다니거라, 그 게 그거니까!“

”예?“

영천대사의 말에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이 보는 것은 자기만의 기준으로 볼 때가 많다. 객관적인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내가 좋으면 옳고 내가 싫으면 그른 것으로 치부해 버리곤 하지. 불자는 늘 자기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하느니라. 우리가 배우는 것은 선善과 악惡이 공空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이란 선악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선악이 고정적이지 않으며 절대적으로 구분되지도 않고, 또 선악은 연속적이고, 상호규정적이고, 상황의존적이라는 의미에서 선과 악은 공하다고 하는 것이다. 자, 그만 일어들 나거라, 날이 밝아온다.“

유천의 말에 모두 다시 움직일 채비를 하였다.

 

날이 환하게 밝았다.

소림 승려들이 관도에 서서 황하변을 보고 있는데, 몇 사람이 관도쪽으로 서둘러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 혹시 소림사에서 오신 스님들 이신지요?“

다가선 삼남일녀 중 가장 젊은이가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만...“

”저희들은 남궁가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둘째이옵고 이분들은...“

남궁찬 뒤에 있던 세 사람이 합장으로 인사를 했다.

 

”혹시, 금호 사숙 아니신지요?“

유천대사가 금호신승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물었다.

”크험...“

”묘현 사백께서 가끔 사숙의 안부를 궁금해 하셨는데, 남궁세가에 계셨군요.“

”험, 험... 묘현이 내게 궁금할 게 뭐 있겠나... 장격각주가 되었단 풍문은 내 들었네. 그래 여기는 어인 일인고?“

”예, 이번 수적들 원정에 나선 군사들 움직임을 파악하고저 하산하였습니다.“

 

”혹시 우리 남궁가의 일에도 소림에서 관심을 갖고 계신지요?“

관도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머물고 있던, 남궁세가 일행이 있는 곳으로 온 유천대사에게 남궁가주가 물었다.

”저희들에게 특별히 지시하신 일은 없습니다. 다만 모든 일이 격해지지 않도록 각별하라 하셨습니다.“

”허허허, 과연 소림다운 말씀이시군요. 아무튼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소이다.“

 

”그래 어떻드냐?“

”수적들이든 녹림도들이든 본신 실력이 뛰어난 자라야 얼마나 되겠소만, 인원이 육백명 가까우니 우리 쪽 피해도 감안은 하셔야 할 듯 하더이다.“

”그럼 세 분께서는 눈에 띄는 자들을 맡아주시고, 나머지 인원은 토벌에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신지요?“

어차피 수적들을 치러 왔는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었다.

”아버님, 소림 승려들은...“

”저 사람들은 신경 쓸 거 없다. 저들이 수적들에게 달려들어 우리를 거들 일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 일에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다. 가자!“

 

”언니 저들이 나쁜 놈들이란 거죠?“

”얘, 나쁜 사람들이라면 오라버니가 상처 하나 입혀선 안된다고 하셨겠니. 날이 더 밝으면 저 사람들도 싸울 준비를 할 것이니 가만히 지켜보기로 하자.“

 

얼마 후, 채진이 무엇을 느꼈는지 자단을 붙잡았다.

”자단! 안 돼! 안 돼!“

”구~ 오오오~“

자단이 늑대 울음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어 채진의 손을 벗어나려 하자, 세 여자가 모두 달려들어 자단을 막았다.

 

이때였다!

일단의 무리들이 수적들을 향해 짓쳐들었다.

”남궁세가가 어찌 흑도들의 준동蠢動을 지켜볼 수 있겠는가! 쳐라!“

 

”억! 기습이다! 기습이... 커억!“

번番을 서던 수적 수 십명의 가슴이 베어지고, 경호성警號聲을 들은 황하채 숙영지에서는 기습에 대처하는 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일진부터 삼진은 중앙을, 사진부터 육진은 황하변을 맡아라. 적들이 황하로 뛰어들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총채주께 기습을 알리도록 불화살을 쏴라!“

그러는 사이 남궁가와 청라각 이백여 인원은 수적들을 베어나갔다.

 

”이익! 안되겠다. 얘들아! 자단을 풀어라! 자단! 저런 옷을 입은 사람들의 말을 멈추게 해라, 빨리! 우리도 가자!“

”으르렁 컹컹!‘

자단이 뛰어가 기세룰 올리자 자단 근처의 말들이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날뛰었다. 자단이 남궁가 세력에 뛰어든 지 반 각도 되지 않아 남궁가 사람들은 모두 말에서 내려 말을 진정시키느라 땀을 흘렸고, 다수는 말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궁가주는 기가 막혔다. 개전開戰이 시작되고 불과 일 각도 지나지 않았는데 싸움이 멈칫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이 무슨 개싸움이란 말인가?”

그런데 그 개란 것이 송아지만 했다.

“누구냐? 저 개새끼를 풀어 논 작자가?”

 

그러는 동안 남궁가와 황하채 수적들 사이에 완충지역이 생겼고, 거기에는 송아지만 한 개와 함께 여자 셋이 각자 무기를 들고 우뚝 서 있었다.

“너희들은 누구냐? 왜 우리 일을 훼방놓는 것이냐?”

“저어, 문주님!”

남궁조가 남궁가주 뒤로 빠르게 다가왔다.

“저들이 바로 그 나차녀 셋입니다.”

“뭐라고!”

그러고 보니 여자 셋 중 한 여자가 너울을 쓰고 있었는데, 강바람에 그 너울이 부드럽게 나부끼고 있었다.

“이런, 이런 쳐 죽일...”

 

“채주님, 강변에서 화살이 올랐습니다. 적의 기습입니다.”

“나도 봤네, 나만 하선할 것이니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제자리를 지키고 있으라 이르게. 관 채주는 나를 따르게!”

항하채 총채주 마해태는 한성채주 관주교만 데리고 하선을 준비했다.

“채주님, 인원을 더 데리고 가심이 낫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를 친 놈들이 관군은 아닐 것이오. 그렇담 머릿수가 아무리 많아도 별 의미가 없는 일이지. 지금 땅을 밟고 있는 식구들만으로도 충분하니 그냥 갑시다.”

 

“네 년이 바로 내 자식의 다리를 자른 년이구나! 이런 쳐 죽여도 시원찮을 년!”

남궁가주 남궁석순의 호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옥의 앙칼진 목소리가 터졌다.

“야 이 늙은 영감탱아! 누구더라 이년저년 하는 거냐? 아들 새끼 하나 똑바로 키우지 못한 늙은이가 누굴 욕할 자격이나 있남! 안 그래요 언니들!”

“상옥아! 그만!”

채진이 입을 더 열려는 상옥을 말린 후, 대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식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남궁가에서 오셨군요. 좋습니다. 다만, 그 얘기는 뒤로 미루고, 지금부터 내 뒤에 있는 황하채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들은 용서치 않을 것이니, 이쯤에서 물러나도록 하세요!”

“뭐라고!? 이런이런 능지처참을 해도 시원찮을 년 같으니라고! 뚫린 입이라고 나오는대로 뱉어내는구나! 내 이걸...”

“가주님, 잠시 진정하시지요.”

태황진인이 남궁석순을 말린 후 앞으로 나섰다.

 

“나는 태황이라는 도호道號를 쓰는 사람이오. 지금 귀하貴下가 수적들의 앞을 막아선 이유가 무엇이오?”

“여기 있는 수적들은 추후 자신들의 죄과罪過에 대해 국법에 따라 처벌을 받은 후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들인데, 당신들이 사사로이 치죄를 할 이유도 자격도 없잖아요? 그러니 사람들을 물리도록 하세요.”

“남궁세가는 백도 무림의 선봉에 서 있는 곳으로, 일개 수적들 같은 흑도 무리들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소!”

 

제갈려려가 소리쳤다.

“흥! 백도흑도가 무엇인데 당신이 편한대로 갖다 붙이는 겁니까? 대체 언제부터 사람을 흑도인 백도인으로 딱 나누고 살게 되었습니까?”

“세상에 득이 되면 백이고, 해가 되면 흑 아니겠소?”

“흐흥~ 그래서 그 집 자제는 백, 백해서 알지도 못하는 아녀자를 희롱하고 다니는 거였군!”

상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모두 꼼짝마랏!”

 

“우와와와와~~~”

상옥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하채에서 함성이 울려터졌다.

“꼼짝마라!”

“물러가라!”

이때,

“삐요오오옹~ 퍽!”

“삐요오오옹~ 퍽!”

이상한 날카로운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리더니 하늘에서 불꽃이 번쩍였다.

그 광경을 본 황하채에서는 다시 함성이 울려퍼졌다.

“우와와와와아!”

 

기가 막힌다는 듯 고개를 내젓던 태황진인이, 남궁석순을 뒤 돌아 보더니 채진을 향해 말했다.

“낭자에게 내 한 가지 확인을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허락하시겠소?”

갑작스런 물음에 채진이 어리둥절했다.

“다름이 아니고 그 날 단심루에서, 낭자의 몸놀림이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었다고 하던데, 내게도 그 솜씨를 좀 보여주면 어떻겠소?”

채진이 잠시 생각했다.

‘이 태황이라는 사람이 다른 뜻이 있군...’

“좋습니다!”

 

태황진인은 몸을 날려 채진의 삼장 앞에 섰다.

“내가 나이가 더 들었으니 선수先手를 양보하리다.”

채진은 말없이 오른쪽 허리에 찬 검을 왼손으로 빼든 후, 곧바로 오른팔로 옮겼다.

‘좌수검左手劍인가...? 그것도 아닌가 보군...“

생각을 하며 태황진인도 검을 들었다.

채진이 먼저 공격을 했다.

 

채진의 몸과 검에서 장강천류가 도도하게 풀어지기 시작했다.

장강천류 제일식 수휘운산을 받아내며 태황진인은 채진의 검에서 우아함을 느꼈는데, 어딘지 무서움이 깔린 듯 한 느낌도 머릿속을 맴돌았다.

”허헛!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드먼... 낭자의 솜씨가 바로 그러하오.“

채진은 대답 없이 삼식부터 육식, 칠식까지를 단 한 번의 쉬임도 없이 펼쳤다.

태황진인은 공격할 틈도 찾지 못하고 수비만 하는데도 벌써 숨이 차 올랐다.

’이거 오늘 잘못하면 흉한 꼴을 면치 못하겠군...‘

 

채진은 검을 꼿꼿히 세우며 팔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채진의 검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 꽂히며 눈에 뵈지도 않을 속도로 좌우를 헤집기 시작했다. 불과 서너 호흡이었는데 채진의 검은 땅을 찍고는 도로 하늘로 솟구치려 하고 있었다.

”안돼! 진아!!!“

채진이 우뚝 멈춰서는 순간, 태황진인이 긴 한숨을 내쉬면서 허리를 굽히고는 무릎에 두 손을 대고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허어~!”

남궁가주는 기가 막힌 지 입만 터억 벌리고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보고만 있었다.

그때였다.

“사진과 오진은 준비해라!”

황하채에서 누군가 지시를 하자 눈길이 그리로 쏠렸다.

“억!”

“발사!”

 

황하채 이백여 궁수가 화살을 날렸다. 그들은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일, 이, 삼진의 인원들이 모두 땅에 엎드리자 화살을 직사直射로 쏘아 보냈는데, 채진 일행이 막아서 있는 곳은 용케 피해서 화살을 쏘았다.

남궁가 무사들은 날아오는 화살을 겁내지 않았지만 말들은 그렇지 못했다.

“콱!”

화살촉이 말들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히이이잉~”

“털썩!”

화살을 맞은 말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남궁가 진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다.

 

“준비!”

다시 황하채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그만하거라!”

황하채에서 누군가, 다음 사격을 준비하는 명령을 막았다.

황하채 수적들이 두 무리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한 사람이 나왔다.

흰수염이 가슴께까지 자란 칠척 장신의 초로인初老人 이었다.

 

"관 채주! 우리 인원의 손실은 어떠한가?“

한성채주 관주교가 모두에게 들리도록 큰소리로 말했다.

”죽은 동료가 스물일곱에 부상자는 일백에 가깝습니다.“

”나는 황하채 총채주 마해태외다. 우리는 금명간今明間 하남의 위군과 결전을 치를 준비 중이었소. 그런데 우리 초병哨兵에게 듣자니 저 멀리 합비의 남궁가에서 갑자기 공격을 해 왔다던데, 그대들이 황하채에 무슨 원한 가질만한 일이 있었소이까?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내 사과 먼저하리다. 남궁가 누가 나서서 답을 좀 하시구려!“

 

남궁석순이 앞으로 나섰다.

”나는 남궁세가주 석순이다. 남궁세가는 무림의 일각을 담당하여, 사파나 흑도 세력을 무찌름을 세가 존립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어, 이번 황하채 토벌에 일익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러니 더 이상 말 장난은 그만하고 오라를 받든지 목을 내놓거라!“

”허허허, 그참... 한 세가의 가주란 작자 입구녕하고는...“

”뭣이라고!“

”내 생각엔 우리가 백도고 네놈들이 흑도다. 뒷구멍으론 할 짓 못할 짓 다하는 놈들이 입만 살어서는, 쯧쯧!“

남궁석순의 얼굴이 터질 듯 붉게 부풀었다.

”에잇! 더 이상 문답무용이다. 쳐라!“

”안 되오! 멈추시오! 멈추시오!“

개방의 호 장로 뒤를 따라, 거지들이 자단과 나차녀 셋을 에워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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