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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그때 그 사람 2

2021.08.09 12:55

소금장 조회 수:21

철우 일행은 호광성 양양襄陽을 향해 가고 있다.

양양은 제갈려려의 본가가 있는 곳인데, 제갈세가가 위치한 륭중隆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제갈세가의 방계였던 제갈려려의 아버지는 처가가 있는 양양으로 근거지를 옮겼고, 딸을 섬서 서안의 아미 제자가 세운 원통사圓通寺로 보냈었다.

 

“사형! 사천까지 다녀오려면 족히 반 년도 더 걸리겠죠?”

“오가는 거리만 그 정도 될 거야.”

“거기서 제 일 때문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은 알 수도 없겠구요.”

철우가 채진을 봤다.

“사형이 저번에 양양부터 들른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생각을 바꾸셔서 사천부터 가신다는 거예요.”

“표국의 숙모님께 사천을 먼저 들른다고도 했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네 일을 먼저 마치는 것이 나을 듯하구나.”

“아니예요, 사형. 려려 나이 이제 서른인데, 지금 나이에 아이가 열 살 되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데 길에서 세월을 다 흘려보내면, 려려가 불쌍해서 안되요. 양양부터 들르세요.”

 

“오라버니, 무슨 말씀이세요! 당연히 사천부터 가셔야죠. 언니가 언제까지 저 무거운 너울을 쓰고 있어야 해요?”

“너울이 무겁진...”

“오라버닛!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욧! 언니가 편안히 행동할 수 있어야 오라버니와 우리 일행이 편안해진다구요. 그러니 다른 말씀 마시고 사천부터 들르세요. 이미 늦은 것, 한두 해 더 늦게 인사드린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구요. 전 이렇게 언니와 오라버니만 곁에 있으면 좋아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이 일로 사매와 너 사이를 벌써 세 번째 오가고 있구나, 이거 참...”

 

“아니, 사부님도 참... 그런 일을 언니들에게 물어보세요. 두 분 모두, 내 일 먼저 해주세요, 그러시겠어요?”

“왜 너까지 그러니...”

“곁에서 보기에 답답해서 그러죠. 남자가 나이가 먹으면 저처럼 어린 처자의 조언이 꼭 필요하다니까... 사부님, 이것 좀 보세요...”

상옥이 려려에게서 빌려온 지도를 펼쳤다.

“우리가 지금 여기쯤 있을 거라고 작은언니가 그랬고, 사천은 여기고요, 양양은 여기!”

 

황하채의 일이 끝나고 사천을 향해 출발하면서부터, 채진과 려려는 서로 고집을 부렸다. 려려는 어차피 격식만 차리는 본가 인사보다 하루라도 빨리 채진의 면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채진은 채진대로 여태 이렇게 살았고, 또 사천 당문에서 꼭 면구를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부님, 여기서 사천으로 곧바로 가도 반 년이 넘는다는데, 중간에 살짝 빠져 양양을 들렀다, 거기서 사천으로 향해도 겨우 한 달 정도 늦어질 뿐이잖아요. 자, 그럼 결론은?”

철우가 상옥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래, 내가 갈팡질팡한 것이 아마 마음이 조급해서였던 듯하구나. 진이 일두, 려려 일두 모두 맘에 걸렸거든. 고맙다, 내 우매함을 일깨워줘서!”

“헤헤헤~ 그럼 두 언니들 문제는 해결이 됐으니, 이제부턴 사부님이 제 문제 좀 해결해 주세욤!”

“네 문제? 네게 무슨 문제가...”

“하~ 참! 싸부님! 싸부님이나 두 언니나, 아니 호리 아줌마까지, 서른, 마흔 넘기도록 혼자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욧! 담가촌 제 친구 중엔 애가 둘인 친구도 있다구요!”

“그러니 뭘 어찌해 달란 말이냐?”

“행로行路 중에 제자 남편감 좀... 헤헤헤~”

 

“얘, 봉나찰! 구하는 김에 어디 중늙은이 없나 부탁도 드려다우, 응!”

“아줌마! 아줌만 살만큼 사셨으니 기다리세요~”

“쟤 좀 봐, 야, 야! 내 피부가 니 피부보다 곱다고 생각하지 않니?”

“흥, 좀 솔직해지셔야죠. 중 할아버지, 아줌마 피부가 제 피부보다 고와요?”

“뭘 묻누, 막내사찰이야 이제 피는 꽃이요, 호리야 이제 곧 낙화할 것이고먼...”

“거 봐요.”

“뭐라고요!”

 

“호리! 그 앞의 옥면을 만드느라 들이는 공은 가상하오. 얼굴에 백분白粉을 떡칠한 다음, 미대眉黛로 시들어 가는 눈썹 다시 세우고, 홍분紅粉 톡톡거려 꺼뭏거리는 혈색 감추는 걸, 내 모를 줄 알았수!”

“뭐라고, 이 대가리에 주름만 가득한 중 할배야! 언제 내 방을 옅본 것이냐! 요새 기집질을 못해서 아주 죽을 맛이라 입으로 양기가 오르는구나. 에잇!”

옥면호리가 하던 젓가락질을 멈추고 신형을 일으키더니 금호신승에게 대들었다.

금호신승이 막 입으로 가져가던 구운오리다리를 옥면호리의 면전을 향해 던지자 옥면호리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허 그만들 하시구려. 식사 후 공자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셨잖우. 자, 자!”

 

하루 머물던 객잔에서 출발하며 챙겨온 음식으로, 점심을 마친 일행이 철우를 중심으로 비잉 둘러앉았다.

“다름이 아니고, 이제 본격적으로 장도長途에 올라야 합니다. 오가는 시간을 기약하기도 어렵고, 결과가 어떨지는 더욱 불분명하구요. 또 요 며칠처럼 별일 없었으면 좋겠지만, 중원 곳곳에서 하루에도 사건사고가 얼마나 일어나는지 다들 잘 알고 계실겁니다.”

여섯 사람이 철우의 입을 주시했다.

 

“청라각 세 분께서 저를 따르신다니, 저도 세 분께 도리를 다하겠습니다. 부디 남처럼 생각하지 말아주시구요.”

“오모나~ 뭔 말씀이시래! 제발 내쫓지나 말아주세용~~~”

철우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 고랑姑娘(꾸냥, 아가씨)께서는 지금처럼 계속 마차로 움직이시죠.”

“야호~ 봉나찰, 중할배, 들었느뇨? 공자께서 날 고랑이라 불러줬다!”

“칫, 그게 사부님이 아줌마를 어떻게 불러야 좋을까 며칠을 고민하다 붙인거네요, 메롱!”

옥면호리의 이름은 우가균이었다.

“근데 얘는 왜 매사 내게 날을 세우는 거야... 얘! 노숙할 때 누가 물 길어오니? 니가 하던 일 내가 해주잖아!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언니! 미안해요. 제가 주의를 줄게 노여워 마시구요.”

채진이 얼른 나섰다.

 

“오늘부터 마차는 제가 몰겠습니다. 나이 많으신 신승께 수고를 끼치기도 그렇고...”

“아니우, 공자! 오히려 말 등보다 어자석이 푹신해서 늙은 삭신엔 마차가 더 낫수. 걱정말구려.”

“그래주시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중 할배! 마찬 안에 여자가 넷이나 있으니, 공자나 진인 없을 때 흑심을 가질려고 그러는 건 아니겠죠?”

“저 놈의 여편네하고는... 아니, 며칠 전에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그런 생각이 나겠누? 생각하는 거 하고는, 쯧쯧쯧”

 

“세 분께서는 제게 무슨 큰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개방 호 장로님이 하신 말씀은, 아마 다른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을 제가 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와 세 분께 무엇을 더...”

“공자! 우리도 잘 알고 있소. 너무 부담가지지 않아도 되오. 그저 공자가 좋아서 따른 것이니 마음 쓰지 말구려.”

“그럼, 그럼. 멕여 주고 재워주는 것만도 어딘데...”

“제가 상옥과 려려에게 오현문의 장강천류長江天流 열두초식十二 招式을 사사師事하고 있는데, 원하신다면 함께 하시죠.”

“험험! 독문절기獨門絶技를 우리에게까지...”

“아닙니다. 모든 오현문도가 배우고 있고, 또 배움에 따른 성취가 모두 달라 독문이라고까지 할 수도 없습니다.”

“앗싸! 상옥아, 기달려라~”

우 고랑이 외쳤다.

 

“려려, 여기도 와 본 곳인가?”

“그럼요. 천용방에선 하남뿐만 아니라 호광과 더 멀리도 방도들을 파견하니까요. 천용방 삼 당, 삼 백 인원이 거의 쉴 틈이 없었어요. 여기가 남양성이니, 이제 양양까지 반은 온 것이구요.”

“언니, 여기서 제일 좋은 객잔은 어디예요?”

“은하대주점銀河大酒店이라고, 객방이 호화롭고 즐길 수 있는 산해진미가 일품요리로만 나온단다.”

려려의 말을 채진이 받았다.

 

“오랫만에 푸욱 쉬고 포식 좀 하자꾸나. 그리고 우 언니! 오늘부터 언니와 상옥이가 한 방을 쓰시면 어때요?”

“엥! 날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얘하고?”

“푸훗! 그런 게 아니고요... 우리 상옥이 이뻐지는 법 좀 가르쳐 주세요.”

“오메! 큰 언니! 그게 뭔 소리래여?”

“니가 나나 려려와만 있으니, 벌써 같이 지낸 지가 얼만데, 아직도 담가촌 냄새가 빠지질 않었쟎니. 이번에 니 신랑감을 구하려면 우 언니 도움이 절실해. 안 그러니?”

“호호호”

려려가 손뼉을 치며 웃었고, 우 고랑과 상옥은 인상을 찌푸렸다.

 

일행은 점소이의 안내에 따라 후원에 마련된 객방에 들었다.

객방 셋 가운데 둘은 여자들이 나눠 쓰고, 나머지 한 곳을 남자 셋이 쓰기로 했다.

“공자는 따로 방을 쓰지 그러오.”

“아닙니다. 그럴 이유도 없고, 또 저는 이런 호화로운 곳이 낯설어서...”

그러면서 점소이에게 말했다.

 

“말과 개에게 각별히 신경 써주고, 이곳에서 이틀을 묵을 예정이니 수발 좀 부탁하오.”

“그러믄 입쇼! 식사는 찬청으로 나오실 건지요?”

“저쪽 방 사람들이 준비가 되면 나가리다.”

철우가 점소이에게 은 반 냥을 쥐어 주자, 점소이의 입이 쩍 벌어졌다.

 

철우 일행은 찬청 이 층 조금 구석진 곳에 자리했다.

“사형, 저 때문에 창가를 두고 일부러...”

“아냐, 그래서가 아냐. 주변을 한번 둘러보거라...”

일행이 그제서야 분위기가 이상함을 느꼈다.

 

황하변 채촌촌에서 있었던 일들이 벌써 입소문을 타고 이곳까지 퍼진 것이 분명했다.

흑백이 뚜렷한 말 두 필이 끄는 마차와 송아지만 한 개도 보기 드문 일이고, 거기다 황하채, 남궁세가가 얽힌 공공전검의 활약이, 입을 건너는 동안 부풀려져 퍼졌을 것이다.

“상옥 소저, 그리고 우 고랑은 조금 조심해야겠구려.”

태황진인의 말에 금호신승이 맞장구를 쳤다.

“옳소!”

“칫!”

“히잉~!”

우 고랑은 신승을 향해 종주먹을 댔고, 상옥은 입이 댓발이나 나왔다.

 

“신승께서 음식을 고르시죠...”

채진의 말에 우 고랑이 코웃음을 쳤다.

“흥! 인육人肉을 안 먹는 게 다행이지... 그냥 우리 입맛에 맞으면 되니, 자~”

“하이고, 내가 저 화상畫像 때문에 제명에 못 죽지...”

“여기를 떠나면 또 열흘 정도는 변변한 곳이 없어요.”

제갈려려의 말에 모두 무엇을 먹을까 상의하였다.

 

‘내가 이들을 이끌고 다니는 것이 맞는가?’

그러는 동안 철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청라각 삼 인에 대해서 아직도 확신이 서질 않았다. 나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기실 철우도 채진이 아니었다면 이번 길에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저들이 보기에 내게서 뭔가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따르는 것이니, 내가 줄만 한 것이 있으면 주면 그뿐이다. 없는 것을 앗아가려 할 때 대처할 만한 힘은 있다!’

 

잠시 후 음식이 탁자에 차려지기 시작했다.

“자아~ 천천히 드세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려려의 말마따나, 세상 물 좀 먹었다는 청라각 삼 인도 눈이 휘둥그레해질 정도로 보기 드문 음식이 나왔다.

잠시도 말을 참을 수 없는 상옥과 우 고랑도 이것저것 음식을 집어 먹고 마시느라 정신이 없었다.

 

“공자, 고맙소!”

“진인, 이제 더 그런 말씀은 마시지요. 제가 저어했더라면 어디 세 분과 동행을 했겠는지요.”

“해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라우. 저 화상 입에 들어가는 것 좀 보구려! 참, 눈물 없인 볼 수 없군 그랴...”

그러거나 말거나 평상시와 다르게 우 고랑은 먹는 일에만 집중했다.

 

잠시 아래층이 소란스럽더니 한 무리의 손님들이 올라왔다.

“억!”

“아이고!”

“힉!”

철우 일행이 한참 식사 중인데, 이 층으로 올라오던 손님들이 모두 제자리에 우뚝 섰다.

 

앞장서 안내를 하던 점소이가 놀라 뒤돌아 봤다.

“손님들, 무슨 문제라도...”

“아니다, 아니다, 모두 얼른 아래층으로, 아니 밖으로 나가자, 어서!”

“어째 하필 이곳으로 왔을까...”

우르르 몰려 내려가는 소리에 철우 일행의 눈길이 계단 쪽으로 향했다.

 

맨 뒤에서 허둥대며 내려가는 사람이 보였다.

“사매!”

“알아요...”

철우가 채진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상옥아! 얼른 내려가서 지금 올라왔던 분들을 모시고 오너라.”

“예?”

상옥이 무슨 말인가 싶어 철우를 봤다.

“제가 다녀올께요.”

려려가 얼른 일어나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잠시 후 여섯 사람이 이 층으로 올라오는데 모두 풀이 죽은 모습이었고, 그중 맨 앞에서 오는 한 사람은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낙양 단심루에서 칠련지몽 모임을 가졌던 당 씨와 그를 호위하던 일행이었다.

 

철우는 점소이를 불러 일행에게 자리를 만들라 일렀다.

점소이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만든 후 주문을 받고 내려갔다.

잠시 숨을 고르던 당 씨 일행 중 제일 젊은 사람이 일어나, 철우 자리로 왔다.

 

“험험, 사천 당문의 넷째 당지만입니다.”

당지만이 읍을 한 채 허리를 깊숙이 굽혀 인사했다. 당지만의 얼굴은 터질 듯 부풀어 있었다.

철우가 일어서며 조용히 진각震脚을 울렸다. 그러자 찬청 이 층 전체로 아주 부드러운 바람이 일었다.

당지만이 고개를 들면서,

“후우우우~”

비로소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창 오현문 제자 소철우요.”

“아, 아, 예, 예. 아, 저... 저...”

 

철우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여기는 내 사매라오.”

채진이 일어나 당지만에게 읍을 하며 인사를 했다.

“채진이라고 해요. 구면이군요. 가서 식사하도록 해요.”

“아, 예. 예, 예. 고맙습니다.”

당지만은 누가 붙잡을세라 부리나케 자신들 일행 자리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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