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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그때 그 사람 3

2021.08.10 13:55

소금장 조회 수:67

등고登高 (높은 곳에 오르다.)

 

 

만리비추상작객(萬里悲秋常作客)

백년다병독등대(百年多病獨登臺)

간난고한번상빈(艱難苦恨繁霜鬢)

요도신정탁주배(潦倒新停濁酒杯)

 

만리타향에서 서글픈 가을에 언제나 나그네 되어

한평생 병 많은 몸으로 혼자 높은 누대에 오르네

온갖 고생으로 귀밑머리도 하얗게 세어버렸고

이제는 늙고 병들어 탁주도 끊어야 하네

 

- 두보杜甫의 칠언율시七言律詩 중 후반련後半聯 -

 

 

절강 항주의 서호는 세간의 시시비비야 어떻든 여전히 잔잔하기만 했다.

그 호숫가에 자리한 단목세가의 가주 집무실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나눠지고 있다.

”자네가 그 먼 길에서 어인 일인고?“

”백부님, 다망함을 핑계로 너무 무심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가 천용방을 기업起業하여 하남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벌써...“

”삼십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됐군. 아주 젊었을 때였지 아마...“

”예, 그때가 스물다섯이었죠.“

 

단목세가 가주 단목일과 하남 신현 천용방의 방주 단목풍 두 사람으로, 숙질叔姪 사이다.

단목풍은 단목가의 방계로, 직계들과는 다르게 항렬을 따르지 않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 단목세가 이십팔숙의 주력에 있는 영자 돌림과 동배同輩였다.

 

”자, 한 잔 들게나. 들어오면서 총관에게 들었겠지만, 우리는 현재 거의 가문家門을 닫아 걸었네. 아마 자네가 단목 씨가 아니었으면 들여보내지 않았을 게야.“

단목풍은 잔을 들어 쭈욱 들이켠 후, 잠시 뒤에 입을 열었다.

 

”제가 찾아 뵌 것은...“

”알고 있네, 자네의 천용방에서 이번 일에 관여가 돼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나중에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니 천용방은 주 지부와 관계가 있었고, 우리는 그 다음의 정황이었더구먼, 그 공공전검이란 자 말일세.“

”예, 그때 낙양에서 돌아온 아이들의 보고로는, 돌아가신 공영 형님에게 방도들 몇이 혼줄이 난 듯합니다.“

”그 일 때문이라면 자네를 나무랄 생각이 없네. 그런데...“

 

단목풍은 조심스럽게 뭔가를 내밀었다.

”무엇인가, 이게?“

”은 이만 량, 전표이옵니다.“

단목가주 단목일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이렇게 큰...“

”무림맹에서 우리 세가와 공공전검 소철우와의 문제 해결책 중 하나로, 오현문에서 은 일만 량을 배상하라고 했다 들었습니다.“

”그랬지. 그리고 그놈에 대한 처분도 요구 중인데, 그 문제는 아직 확답이 오지 않았고.“

”백부님, 그 오현문의 일만 량에 제가 따로이 일만 량을 준비했습니다.“

단목일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단목풍을 쳐다 봤다.

”아니, 자네가 왜?“

 

단목풍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소철우의 처분에 대해서 말씀 올리겠습니다.“

단목일은 고개만 끄덕였다.

”이번에 낙양 주 지부 아들의 청을 받아들였던 것이 혹시...“

”그렇네. 우리 가문이 대대로 합비의 남궁가에 치이는 것이, 응천부의 황궁과 남궁가의 유착 때문이 아니었든가. 그래 이번 기회에 낙양 주 지부를 통해 순천부에 바로 연결을 해보고자 했지.“

 

순천부가 수도로 된 후, 응천부는 순천부의 창고지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순천부는 고한지지苦寒之地에 위치하고 있어, 양식 공급을 남직예에서 북으로 운반해야만 했다. 양식뿐 만 아니라 장강의 풍부한 물자는 모두 순천부로 들어갔는데, 응천부와 가까이 있는 합비의 남궁가가 대대로 응천부의 황실과 가까워, 그러한 물량의 대부분을 취급하며 부를 쌓았었다.

 

”백부님! 제가, 아니 소철우가 그 일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순천부 황실과...“

”엉! 그게 무슨 소린가? 아니 그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 어떻게...!“

”들리는 소문에 낙양의 주 씨는 물론, 황하채와의 일로 소철우와 황실의 태감과 선이 닿은 듯합니다“
”뭣이라고? 정말이냐!“

”예. 저와 소철우와의 관계 제법 돈독하지요. 제가 중간에 서서 소철우를 통해 순천부 경사京師와의 연결을 돕겠습니다.“

”허어~! 그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쉽겠는가?“

”우리 가문에서 무림맹에 요구한 소철우에 대한 처분을 거둬주시면 어떻겠는지요?“

항주 서호의 물결이 서서히 요동을 치려 하고 있었다.

 

“석단아, 단목가의 반응은 어떻더냐?”

남궁세가 총관인 남궁석단은 지금, 노가주老家主의 거처에 들어와 항주 단목세가에 다녀 온 결과를 보고 중이었다.

“제가 항주로 떠날 때 만해도 단목가는 거의 봉문을 했다고 들었는데, 막상 당도해 보니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허면, 가주는 만나보았느냐?”

“예. 대접도 융숭하게 받고는 왔습니다만, 우리가 제안한 연수聯手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이 있었을테지?”

“예. 자력自力으로 일어나 보겠다더군요.”

“자력? 그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현 세가주인 남궁석순이 자리보전하고 누운 관계로 다시 세가의 일에 나서게 된, 남궁세가 노가주 남궁제는 깊은 생각에 잠겨들었다.

 

남궁석단이 노가주의 생각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말했다.

“단목가를 떠나던 날 단목가 총관이 언듯 자랑을 하더군요.”

“뭐라고?”

“조력자가 생겼답니다.”

“조력자?”

“예. 하남 여영부에 있는 천용방이란 곳이랍니다. 거기 방주가 자금과 인력을 거드는 것 같더군요.”

“허어~ 우리보단 못하지만 두 팔이 한 팔보다 나을 것 같아 제안을 했던 것인데... 아무튼 아쉽게 됐구나. 자금이야 그렇다 치고, 인력이라...”

 

“아니 왜들 벌써 일어나시오? 아직 음식이 그렇게 남았는데.”

당문 일행은 음식이 나오자마자 서둘러 먹고는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차마 아쉬운지 일어나면서도 음식을 입에 넣고 있었다.

 

“호호호호! 자아~ 다들 도로 자리에 앉으세요~”

옥면호리가 술 호로를 들고 일어나 당문 일행에게 다가갔다.

“이제 보니 모두들 젊은 친구들이었군요. 자, 자, 술이란 것이 쬐끔 늙었더라도 여자가 따라야 제 맛 아닐까? 어서 앉아요. 잔 받을 준비하고...”

 

이번에 상옥이 일어나며,

“나두 저리로 갈래요. 여긴 할아버지들하고 답답한 사부님 때문에 재미가 없어요, 헤헤헤!”

“어! 호리! 정말 술 따르는 거요! 나두 저리로 가야겠다!”

금호신승이 따라 일어나자 상옥이 소리를 질렀다.

“중 할아버짓! 안돼요!”

잠시 일던 소란이 가라앉았다.

당문 일행에게 간 세 사람은 그들과 섞여 얘기를 주고 받았는데, 그제야 그들의 긴장이 풀어졌는지, 음식에 손을 댔다.

 

철우가 빙긋 웃음을 머금고 태황진인에게 잔을 따랐다.

“진인께서는 우 고랑에 대해 좀 아시는지요?”

“나하고 신승이야 무당과 소림에서 거의 파문당한 것과 진배없어 이러고 살지만, 옥면호리는 아직도 사문師門과의 연緣이 닿는 줄 알고 있는데, 도통 말을 하지 않더이다.”

“어디 짚이는 곳이라도 있는지요?”

“일 년이면 두어 번 손님이 찾아왔는데, 매번 다른 여자가 찾더이다. 어느 땐 나이 많은 여자가, 어느 땐 호리보다 나이 어린 사람도 오고... 청라각에 들어온 육년 동안 계속 그렇게 다녀 갔는데, 무슨 일인지는...”

 

“언니! 저 당 씨 좀 보세요.”

“호호, 알구 있어.”

당문 일행 중 호원무사護院武師들은 긴장이 많이 풀어졌는데, 유독 당지만은 여전히 좌불안석坐不安席 이었다.

채진이 철우를 봤다.

“그래, 어차피 저 친구를 사천에 가서도 봐야 하니, 사매가 좀 다독거려 두는 것이 낫겠어.”

채진이 일어나 당문 일행의 자리로 갔다.

 

“억!”

“왜 그렇게 놀래요? 내가 무서워요? 자, 내가 한잔 따를테니 마시고 나두 한잔 줘봐요.”

“아! 옛!”

당지만은 벌떡 일어나 잔을 받어서 얼른 마셨다.

“켁켁!”

“이런이런, 사래가 들렸군...”

채진이 당지만의 등을 두드려주자 오히려 몸이 뻣뻣해졌다.

 

“안되겠군!”

채진이 당지만을 돌려세우더니, 그 만 볼 수 있게 너울을 걷어 올렸다.

“끄으으윽~”

“쿵!”

“사매!”

“차라리 이게 나아요.”

철우는 어쩔 줄 몰라 하고, 태황진인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당지만은 마치 꿈을 꾼듯했다.

무엇인가 보였는데 기억에 없다.

‘눈을 떠야지...’

보였다.

울긋불긋, 단청丹靑 같은 하늘이 보였다.

 

“아니 무슨 남자가 그렇게 심약해서 어디다 써 먹어요?”

들렸다, 여자 목소리가.

여자?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젊은 여자가 면포를 들고 있었다.

‘상옥이라 했나...’

 

“어떻게 한 식경을 기절하고 있어요?”

“제~가요?”

“덕분에 나만 손해보잖아요, 막내라고 나 보고 떠밀고. 내가 물을 확 부어버릴려다, 참았다는 것만 알고 계세요. 깼으면 일어나요. 에이, 상 다 치웠겠다.”

그러면서 당지만의 등에 손을 넣어 일으켰다.

당지만의 얼굴이 불콰해졌다.

 

“우리 언니는 괜찮으니, 너무 겁내지 말아요.”

“아, 옙!”

상옥이 당지만의 얼굴을 빠안히 쳐다 보다,

“어맛! 내가 왜...”

상옥의 얼굴도 빨개졌다.

 

제갈려려의 말에 따르면 이제 양양까지는 하루 거리만 남았다.

적당한 마을이 없어 노숙을 하기로 했다.

상옥은 물통을 들고 오며 낑낑대고 있었다.

“에이 참, 한동안 편했는데... 우 고랑에게 단단히 코가 꿰었네, 참내!”

이뻐질려면 별 수 없었다.

저녁마다 우 고랑은 화장법이며 옷매무새 꾸미는 법이며, 심지어 걸음 걷는 법과 남자 꼬시는 법까지를 끝도 없이 가르쳐 주었다.

“왕 언니! 기생 출신이세요?”

 

물가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당연히 물을 길어와야 했다. 여느 때처럼 옥면호리가 물통을 잡자 상옥이 화들짝 놀랬다.

“왕 언니! 왕 언니! 아이, 이러지 마세요오~ 원래 물은 제 담당이었어요. 그냥 쉬고 계세요. 얼른 물통 이리 줘요.”

“호호호!”

“깔깔깔~”

채진과 제갈려려의 웃음이 터졌다.

 

유월이 지나고 칠월에 들어서자, 한낮이야 더위가 여전했지만 조석으론 견딜만해 졌고, 한밤이나 새벽녘에는 한기가 들기도 했다.

철우 일행은 불을 피워놓고 둘러 앉아 건포와 쌀을 넣어 끓인 죽을 먹고 있었다.

“호리! 아니 우 고랑! 술 생각 나지 않으시오?”

“그냥, 야 이년아 불러요! 중할배!”

“어허~ 어찌 그리 내 속을 잘도 아는 게요, 껄껄껄!”

“아니 그리고 왜 술 핑계로 날 끌어들이는 거야, 짜증나게. 아, 마시고 싶으면 마차에 가서 꺼내오면 되잖아욧!”

“마차 문 연다고, 저번처럼 또 뒤통수 후려깔까봐 그러는 거 아니오.”

“아이고, 내가 저 화상 때문에 못살어...”

그러면서도 옥면호리는 마차에서 술을 꺼내다 주었다.

 

“진인, 자주 꺼내 쓰시는 그 화섭자火攝子라는 것 좀 보여주세요, 참 신기해요. 어떻게 후욱 바람을 불어 넣으면 불꽃이 사는 거예요? 다음에 담가촌 갈 때 많이 사 가야겠어요.”

상옥은 화섭자를 볼 때마다 담가촌이 생각났다. 고향에서는 아직도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신경을 써야만 했었다.
“이게 제법 비싸긴 한데, 재료만 있으면 만들어 쓸 수도 있는 것이지. 자, 이리와 보거라.”

태황진인이 품에서 엄지만 한 두께의 죽통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무엇인가 딴딴하게 뭉쳐진 것이 들어있었고, 윗부분은 불에 타 까맸다. 태황진인이 죽통 뚜껑으로 탄 부분을 살짝 건드리자 신기하게도 안에 불꽃이 아주 약하게 빛을 발했다.

“후욱!”

볼이 터질 듯이 입김을 내쏘자 금세 불이 일었다.

“아주 예전엔 종이로만 똘똘 말아 썼다던데, 요즘에는 여러 가지 재료를 쓰곤 하지. 황黃이나 인磷을 넣어두면 불 붙이기가 더 쉽지. 이것은 인을 넣은 것이라 제법 비싸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모두 편안하게 쉬고 있다.

“진인!”

“알고 있소.”

자단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다음으로 금호신승과 채진, 옥면호리가 몸을 일으켰고, 나중에 제갈려려가, 끝으로 상옥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질렀다.

“누구냣!”

어둠 너머에서 한 인영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호오, 제법들 하는구나! 꼬맹이두 나를 알아채는 걸 보니... 소리 좀 작작 질러대고!”

“이거 보세요, 꼬맹이라뇨? 엄연한 아가씨란 말예요?”

“얘야, 너두 나이 들어봐라, 꼬맹이란 소리가 더 좋을 게다. 그건 그렇고, 냄새만 풍기던 것은 다 퍼 먹은 게냐?”

 

태황진인이 앞으로 나섰다.

“태황이라는 도호를 쓰고 있습니다. 뉘신지...”
“내야 그냥 하릴없이 떠도는 사람이오. 근데 먹다 남은 건 없소?”

제갈려려가 얼른 자리를 권했다.

“우선 이리로 앉으시지요. 빨리 준비해 드릴께요.”

“흐흠, 새로 만들어 준단 말이렸다! 고맙군...”

 

제갈려려와 상옥이 재빨리 불을 옮겨 죽을 다시 끓이는 동안, 무명객無名客은 천천히 한사람 한사람을 뜯어보았다.

“자네군!”

철우를 지목했다.

“예.”

“언제부터 알았는가?”

“...”

“이백 장이라곤 하지만 평지도 아니고, 오다보니 작은 동산도 있더구먼 나를 느꼈단 말이지...!”

“...”

“내가 사십 년 전에 중원을 떠난 것은, 자네처럼 내가 최고라는 자만심 때문이었지. 아니더라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황진인과 금호신승이 화들짝 놀라 일어서며 외쳤다.

“그 사람!”

“그 사람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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