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哲雨武林

그때 그 사람 5

2021.08.15 21:44

소금장 조회 수:9

“예, 여섯 사람을 건너다, 아니, 저기 있는 배로 데려다주었습죠.”

“건너준 것이 아니고 데려다주었다니 무슨 소리요?”

“그게... 어어억! 아이고 살려주십쇼... 말씀드리죠, 말씀...”

 

여기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십언까지 늦어도 이틀이면 당도한다. 그런데 관도로 가면 어느 쪽으로 가던지 나흘에서 닷새가 걸린다. 그래서 호수 이쪽저쪽의 십언이나 남양, 양양에서 사는 사람들은 주로 배를 이용한다.

그런데...

 

“그러니까, 낯선 지방 말을 쓰는 사람들은 행색을 살펴보아 저 배로 데려다준단 말이오?”

사공이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지닌 듯한 사람들에게 저 배에서 수적질을 한단 말이오?”

사공이 자기는 아니라는 듯, 두 팔을 십자로 만든 후 그 뒤로 숨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이 저를...”

“푸우~”

철우가 한숨을 내 쉬었다.

 

“어어이! 공孔 씨 배가 성만盛灣으로 가지 않고 이리로 오고 있는데! 뭐야, 저거! 웬 송아지가 탔어?”

“어디... 야 이놈아! 그걸 눈깔이라고 달고 있냐? 저게 개새끼지 송아지냐!”

“그려! 그렇군. 공씨가 여름 다 지났구먼 보신탕 생각이 났는가... 암튼 얼른 발판 내릴 준비나 허세!”

“여보게! 저길 보게!”

“왜? 억! 어쩐 여자들이 넷이나...! 나는 준비를 할테니 자넨 얼른 방주님께 보고하게!”

 

수적들의 배는 호선虎船으로 길이는 사십 척, 너비 십여 척, 이 층 높이로, 이십여 명의 수적들이 타고 있었는데, 스스로를 단강호를 지키는 용이라는 뜻으로, 단룡방이라 칭했다.

“방주님, 공 씨 배가 오고 있는데, 여자가 넷이나 타고 있습니다.”

“여자가 한둘도 아니고 넷이나 되더란 말이냐?”

“예. 거기다 아주 커다란 개까지...”

“공 씨가 성만으로 가지 않고 이리로 오는 것을 보면 타지인들이라는 얘긴데, 이틀을 계속 이어 타지인들이 오는 경우가 언제였드냐?”

“제 기억으로는... 없습니다.”

“흐음... 모두 병장기를 갖추고 갑판으로 나가도록 하고, 활도 준비하라 이르거라, 어서!”

 

단룡방주 리백후가 선실을 나와 보니, 공 씨의 배가 삼십여 장 가까이서 다가오고 있었다.

“배를 세우라!”

“예. 어이 공 씨~! 배를 거기서 멈추어라!”

수졸 하나가 손을 모아 소리를 질렀다.

“활을 준비하고 대기하라!”

 

“배를 세우라는 뎁쇼!”

“무슨 소리야! 그냥 노를 저어요, 어섯!”

려려가 큰소리로 말을 하는 순간,

‘피우웅’

‘피이잉’

예닐곱 발의 화살이 날아와, 두 대는 려려가 쳐냈고 나머지는 물로 떨어졌다.

“어쩔깝쇼...?”

“우선 세우세요.”

채진이 말했다.

 

“나는 이 단강호의 안위를 책임진 단룡방주 리백후다! 니년들은 무슨 용건으로 왔느냐?”

“야! 이 새끼야! 귀한 사람들을 보고 년이 뭐냐, 년이! 뒈지고 싶냐?”

옥면호리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대꾸를 했다.

“공 노인, 배를 움직이세요!”

채진의 명령에 공 씨는 벌벌 떨면서도 노를 저었다.

 

“어라! 저년들이 무서운 게 없나... 쏴라!”

그러자 이번에는 십여 명의 수졸이 활을 당겼다.

그렇게 서너 번의 연사가 이어졌지만, 워낙 먼 거리라 화살의 위력도 없고, 그나마 배 근처로 떨어지는 화살은 모두 려려가 쳐냈다.

그러는 동안 공 씨의 배는 수적들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접근했다.

“아무래도 저년들이 수상하구나. 칼을 휘두르는 것을 보니 무림인이 틀림없고... 여봐라! 발판을 걷고, 그놈을 데려오너라!”

 

어제 당지문 일행은 서둘러 공 씨의 작은 배에 올랐다.

“자, 출발합니다요...”

“그런데 호수를 건너는 사람이 왜 이리 없어요?”

남 조장이 물었다.

“이 지방 사람들은 아예 이쪽으로 길을 잡질 않죠, 여기까지 오면 비잉 돌아가는 거니깝쇼. 하루에 이쪽저쪽 오가는 사람이 많아야 이삼십이 넘질 않습니다요...”

얼마 후 오리쯤 밖에 있던 큰 배로 공 씨의 배가 다가서자, 큰 배에서 발판을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하하하~ 어서오르시오! 이 배의 선주, 리 가요. 그 작은 배로는 오십 리 길을 가기가 편치 않소. 자 선실로 들어 차 한잔하시고 잠시 쉬면 우리가 금방 십언으로 모시리다.”

“리 선주님, 건너편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우리야 이곳 물길이 훤해서 밤에도 배를 몰고 다니오. 지금 출발하면 늦어도 삼경 무렵엔 십언 쪽 나루에 도착할 수 있소.”

당지만이 나섰다.

“내 은자는 넉넉히 쳐 드릴게니 서둘러 주시오!”

“하하하, 공자! 염려마시오. 자, 자, 안으로...”

 

당지만 일행은 선주라는 사람의 안내에 따라 선실로 내려갔다.

“여봐라! 여기 차를 내오고... 어떻게 저녁 식사를 준비시키려오?”

“아닙니다. 호수를 우선 건너야 하니...”

“허허허, 호수야 배가 건네다 드리는 것 아니오? 뭬 그리 맘이 급하신 게요... 알겠소이다, 쉬고 계시구려.”

일행은 다탁에 둘러앉아 선원이 내 준 차를 마셨다.

“후우...”

당지만은 비로소 숨을 편안히 내쉬었다.

 

그러기를 잠시.

‘촤르르르 착!’

“엇! 이게 뭐얏!”

선실 천정에서 쇠그물이 순식간에 쏟아져 내려와 여섯을 꼼짝 못 하게 옭아맴과 동시에, 갑자기 선원들이 몰려들어 일행에게 몽둥이찜질을 시작했다.

 

‘촤악!’

“웃 차거웟!”

‘풉푸푸푸..’

“하하하, 이제야 정신이 드느냐? 뉘 집 자식이기에 품에 이리 많은 은자를 지니고 있느냐? 네 놈은 누구냐?”

“이이익! 나는...!”

“공자님!”

신분을 밝히려던 당지만을 남 조장이 만류했다.

몸을 둘러보니 여섯 모두 손과 몸통을 묶어 연결을 해 놓았는데, 발은 풀려있어도 여섯이 같이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 니놈을...”

“걱정 말거라. 내일 십언으로 데려다 주마. 우리가 인육을 먹을 것도 아니고...”

“내일이라고! 내일까지 여기 머물러 있으면 네 놈도 후회하게 될 걸...!”

 

“아니 소 공자! 왜 나를 따돌리는 거요?”

개방 호 장로가 개목丐目 다섯을 데리고 나타났다.

“장로님! 어떻게 아시고...”

“채촌촌에서 총타에 상세히 내막을 알리러 개봉에 다녀오는 사이, 사천으로 간다더만 왜 길을 바꾼거요? 저 친구들이 마차가 남영을 들락날락했다고 알려줘 겨우 찾아왔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소 공자를 쫓아야 하니 떼 놓을 생각은 마우!”

“장로님을 제가 왜...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분은...”

 

“오호! 새 손님이 기셨군! 첨 뵈오, 개방의 호평추요!”

“첨은 아닌거 같소이다... 산동 태산의 봉추연이외다.”

“엥? 태산... 구면이라구요?”

호 장로가 태황진인과 금호신승을 쳐다봤다.

금호신승이 주먹을 쥐더니 호 장로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어억! 신승, 무슨 짓이오!”

호 장로가 잠시 멈칫하더니,

“아이고~ 그 사람! 그 사람!”

 

호 장로는 개목들을 보냈다.

“아래 윗길로 나눠 조금만 움직여 보면 분명히 고기잡이배가 있을 것이다. 배를 이리로 몰고 오너라. 그래, 나차녀들은 어디로 갔소?”

금호신승이 설명을 했다.

“공자가 양양 처가로 인사를 가는 길이었다우. 중간에 당문唐門 자식을 만났는데, 이 자식이 우리에게 하독下毒을 해서 호리와 나차녀 셋이서 고생을 했지, 낄낄낄...”
“아니, 소 공자 능력으로...?”
“그게 말이우, 월사月事(생리, 달거리)하는 사람들에게만 듣는 특효약이었다네, 낄낄낄~ 봉 대협이 약과 독에 조예가 있어 발견했는데, 밤새 네 여자가 마차를 몇 번이나 세웠는지, 원...”

개목들이 고깃배 두 척을 몰고 왔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마차와 말을 돌보고 있거라!”

호숫가에 있던 일행이 멀리 보이는 큰 배를 향해 나아갔다.

 

수졸 둘이 묶여있는 당지만을 번쩍 들고와 갑판에 패대기 쳤다.

“어구구구~”

리 방주가 당지만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

“거기 서라! 더 가가오면 이 놈 목에 칼을 찔러넣겠다!”

 

“저, 저, 저놈의 쌔끼! 넌 내 손에 뒈졌다!”

상옥은 당지만이 눈에 띄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야, 이년아! 조용히 해! 네 년들이 고이 물러가면 이놈은 바로 놓아주겠다!”

“야 이 새끼야! 그 새끼를 죽이던 말던 니 맘대로 하는데, 일단 그 새끼는 내게 좀 맞아야 하니 조금 기달려라!”

 

“언니, 어떻게 하죠?”

려려가 채진에게 물었다.

“나도 저까지 몸을 날리기는 어려운데... 우 언니는 어떠세요?”

“내가 채 동생보다 못한 걸... 에, 또...”

상옥이 리 방주와 욕을 주고 받는 동안, 세 여자가 궁리를 했다.

 

공 씨의 배는 이제 수적선에 십여 장 가까이 다가섰다.

“노인장! 예서 저기까지 몇 호흡이면 닿을 수 있겠수?”

옥면호리가 공 씨에게 물었다.

“글쎄요... 열 호흡은 넘겠는뎁쇼...”

“언니, 왜요? 제가 지낸 곳이 축수지라서 노를 저을 줄 알아요. 예서 제까지 두 호흡이면 충분해요!”

“그럼 채 동생이 노를 저어. 상옥아, 니 봉 이리 줘 봐. 내가 저 수적 두목을 해치울테니 배를 갖다 붙이자구!”

“아, 알았어요. 자단과 나는 발판이 내려오면 오를께요.”

 

옥면호리는 상옥의 봉을 받아 창을 던지듯이 던지는 시늉을 몇 번 했다.

“됐어! 채 동생, 셋을 세면 시작하는 거야. 제갈동생과 내가 먼저 배에 올라 놈들을 주저앉힐께. 동생 준비해!”

“알았어요, 언니!”

“자아~ 하나, 둘, 셋!”

 

‘쒝!’

‘차라락!‘

봉이 나르는 소리와 작은 배가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퍼졌다.

“어어어억!”

’딱!‘

“끄르르~륵!”

’쿠당탕‘

리 방주가 뒤로 그대로 넘어가고 당지만이 갑판으로 나동그라졌다.

그러는 동안 이십여 명의 수적들은 우왕좌왕만 할 뿐 어쩔 줄을 몰랐다.

 

’탁!‘

’탁!‘

“뒈지고 싶지 않으면 모두 무릎을 꿇어!”

옥면호리가 외쳤는데, 엉겁결에 몇몇 수적들이 달려들었다.

“좋았어!”

제갈려려와 옥면호리의 화려한 솜씨가 펼쳐졌다.

제갈려려는 바닥 가까이 뭄을 숙여 나아가며 수적들의 정강이와 무릎 부위를 검집으로 타격했고, 옥면호리는 몸을 공중으로 띄워 각법으로 턱을 올려쳐 기절시켰다.

“그만! 그만하세요!”

나중에 배에 오른 채진이 소리치지 않았으면,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수적들마저 모두 쓰러질 뻔했다.

 

상옥이 묶여서 갑판 위에서 버둥대고 있는 당지만을 일으켜 세웠다.

“야, 이 자식아! 우리가 너를 어떻게 대접했는데, 뭐, 식재료에 독을 넣어! 넌 오늘 내 손에 죽었다!”

쓰러진 단룡방주 곁에 떨어져 있는, 봉을 잡은 상옥의 봉춤이 현란하게 펼쳐지기를 반 각여, 당지만은 죽은 듯 축 널부러졌는데, 어떻게 두들겼는지 얼굴은 타격을 받은 흔적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채진 등은 선실로 내려가 붙잡혀 있던 당문 호원무사들을 데리고 나왔다.

“아이고 공자님!”

호원무사들은 당지만을 풀어주고 물을 가져와 정신을 차리게 했다.

옥면호리가 다가오자 당지만은 주저앉은 채 정신없이 뒤로 도망쳤다.

“상옥이로 끝난 게 아냐. 내가 태어나서 엊그제처럼 쪽팔렸던 적이 없었어,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어디 보자, 불알을 확 떼어낼까 보다!”

“안돼요! 왕 언니! 안돼!”

 

상옥이 후다닥 옥면호리에게 달려들어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상옥아! 너~ 어~!”

“아니, 언니, 내가 팰 만큼 팼잖아요. 더 때릴 데가 어딨다고...”

“얘, 아직 낯짝하고 불알이 남았잖니!”

“우아앙~ 안돼요, 안돼!”

그러는 사이 당지만이 무릎걸음으로 부리나케 다가와 상옥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뭐야? 얘네들... 츠암내!”

 

단룡방의 배를 공 씨 나루 근처로 몰고 와, 철우와 려려는 하선한 후 양양으로 향했고, 남은 일행은 휴식을 취했다.

“당문은 당문이군요. 어떻게 남과 녀를 구분하여 독효毒效를 낼 수 있는지...”

태황진인이 신기하다는 듯 말하며 봉추연을 바라봤다.

“독이라고 하기도 뭣하지... 설사를 나게 하는 것은 마제초馬蹄草(동의나물)와 모간毛茛(미나리아재비)을 썼을테고, 여자에게만 작용케 하는 것은 반하半夏(끼무릇)를 썼을 거외다.”

“그런데 봉 선배! 설사는 우리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우?”

금호신승이 물었다.

“내가 보니 채 낭자의 공력이면 약기가 퍼질 수 없었을 건데, 아마 여자라서 그랬을 거요.”

 

“선배님! 그때 천축으로 간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멀다고 해도 사십 년이나 걸렸수?”

호 장로가 물었다. 호 장로, 태황진인, 금호신승이 비슷한 나이였고, 그 사람 봉추연이 서너 살 연상으로, 부르기 편하게 선배라는 호칭을 썼다.

“오가는 길이야 넉넉잡아도 오 년이 넘지 않을 거요. 천축 곳곳을 돌아다녔지, 그 희망希望도 절망絶望도 아닌 무망無望의 나라를...”

그 말을 들은 태황진인과 금호신승이 일어나 읍을 했다.

“득도得道 하셨군요.”

“말하 잖소, 무망! 무망!”

모든 이들이 그 사람, 봉추연의 몸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서기瑞氣를 보았다.

 

옆 선실에는 퍼져 누운 당지만 곁에서 상옥이 간호를 하고 있었다.

“낭자! 때릴 때는 언제고...”

“왜? 더 맞고 싶어요, 이렇게 내가 옆에 있어주니까?”

“아니, 아니... 제발 나를 다른 여자들 눈에 띄지 않게 해 주오. 사천으로 돌아가면 만금이라도 드리리다.”

“내게 왜요? 언니들이야 이제, 당신에게 더 이상 관심도 없어요, 무슨 중뿔난 사람이라구... 그나저나 왜 그리 심신이 모두 그렇게 약해 빠졌어요? 사람 구실이나 제대로 하려나, 쩝!”

당지만이 머엉하니 상옥을 올려다 봤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공지 차례 2021.07.06 2
44 여의봉 3 2021.08.25 9
43 여의봉 2 2021.08.22 9
42 여의봉如意棒 1 2021.08.20 7
41 그때 그 사람 6 2021.08.17 9
» 그때 그 사람 5 2021.08.15 9
39 그때 그 사람 4 2021.08.14 8
38 그때 그 사람 3 2021.08.10 10
37 그때 그 사람 2 2021.08.09 9
36 그때 그 사람 1 2021.08.08 11
35 흑도백도 8 2021.08.03 10

010 - 5802 - 3857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