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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여의봉如意棒 1

2021.08.20 13:47

소금장 조회 수:28

추풍인秋風引 가을 바람

 

 

何處秋風至  어디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지

하처추풍지

蕭蕭送雁群  소소히 기러기 무리를 보낸다

소소송안군

朝來入庭樹  아침이 되어 마당의 나무에까지 불어오는데

조래입정수

孤客最先聞  고독한 나그네가 가장 먼저 이 소리를 듣네

고객최선문

 

- 류우석劉禹錫 (唐 詩人) -

 

 

벌써 가을이다.

철우가 작년 봄에 무창을 떠났으니, 일 년 반이 지났다.

 

단강호에서 나루의 신축이 마무리 될 즈음, 철우 일행은 그곳을 출발하여 십언을 지나 안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십언에서 백여 리 거리의 황가산黄家山 자락에서 날이 저물어, 마차와 말, 수레를 멈춘 후 노숙 준비를 하고 있다.

 

말과 마차로만 움직일 때보다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정旅程은 많이 늦어지고 있었다. 먼 길을 가는 동안 필요한 물자를 나르기 위해 마련한 수레 세 대에는, 기본적인 노숙 장비들이 실려 있다. 단룡방도 중에도 여자가 세 명이 있어, 여자들 여덟은 마차를 탔고, 철우와 태황진인, 호 장로가 타던 말들은 수레를 끌게 했다.

노숙이 몸에 익은 호 장로와 려려가 단룡방도 열여섯과 채진, 옥면호리, 상옥, 손손 각자에게 노숙에 필요한 장비와 식재료, 그 밖의 사항들을 분담해 주고 있었다.

 

부산스런 노숙 준비가 모두 끝나고 한자리에 모였다.

앞으로는 성시城市(성으로 둘러싸인 시가)가 아니면, 마을이 제법 크더라도 기본적으로 노숙을 할 거예요. 날이 저물거나 날이 좋지 않아 쉬게 될 때는, 지금처럼 각자가 맡은 일을 수행해서 노정路程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 주세요.”

려려의 말을 마치자, 채진이 뒤를 이었다.

 

단강호에서 합류하신 분들에게 부탁드려요. 원래 여러분들은 양민良民이셨어요. 호구책으로 하신 일은 더 이상 잘못을 묻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만, 앞으로 그런 행실을 하실 경우에는 목숨을 취하겠어요.”

리손손을 비롯한 열여섯 사람이 움칠했다.

공자께서 여러분을 사천행에 동행코자 하신 것은, 그곳에서의 일이 여러분 모두를 필요로 하지 않고, 단강호 주변에 가족이나 연고가 있는 사람들과 달리 여러분은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였지요. 사천은 예로부터 물산物産이 풍부한 곳이죠. 사천에 도착하면 여러분은 각자의 뜻에 따라 생업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질문 있으세요?”

 

사천에 가서 뿌리를 내리려면 밑천이 적잖을 것인데, 이렇게 따라만 나선다고 무슨 방도가 생기겄나요?”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 물었다.

철우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알기로 사천의 동부는 땅이 너르고 비옥하여 농사가 잘되고, 서부는 산지로 이루어졌는데 각종 광물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사천에 도착하면 여기 계신 호 장로님께서 곳곳에 연통하여 일자리를 알아봐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호 장로가 짝짝박수를 치며 일어났다.

수적질하는 내내 수중에 몇 푼이나 떨어지던가? 농장이든 광산이든, 착실히 몇 년 부지런히 벌면 자기 땅이나 장사 밑천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게야. 채가장에서 조금은 도와준다니 너무 걱정들 말게나...”

 

철우는 잠이 오지 않아, 슬그머니 막사를 나와 조금 높은 곳으로 올랐다.

발 아래에는 막사幕舍 일곱이 세워졌다.

후우~”

한동안 한숨을 잊고 지냈는데, 막사에서 잠들어 있을 이들을 생각하니 한숨이 또 나오기 시작했다.

후우!”

채진은 염려말라고 하지만, 나루 신축 비용이나 모두를 이끌고 사천까지 가는 경비는, 원래 채진의 면구에 쓰여져야 할 것이다.

 

사형! 당문에 간다해서 꼭 내게 맞는 면구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또 내 면구보다 사람들이 제대로 살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예요. 그 보단 얼른 다녀와서 우리도 정착을 해야지요.”

고마워. 그리고 려려처럼 상공相公이라 부르지 그래...”

아녜요. 려려와 저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해요. 그냥 지금처럼 사매로 부르세요.”

양양에 다녀온 뒤로 제갈려려는 철우를 상공이라 부르고, 철우는 부인으로 제갈려려를 불렀다.

 

누가 올라오고 있었다.

상옥이구나! 막사 안이 춥더냐?”

아니요... 에잇! 속상해...”

아직도 안 풀렸구나?”

아이참, 단룡방 아주머니들이 코를 에지간히 골아야죠...”

상옥은 손손에게 패한 후 서열에서 밀려났다.

 

길어야 한두 달 같이 있을 게니, 너무 불편해 말거라. 정 참기 힘들면 언니들 막사에 가서 자든지...”

괜찮아요. 그래서 사부님 찾아 온 거 아녜요. 이것 좀 봐 주세요.”

상옥이 내민 것은 그 사람이 주고 간 철봉이었다.

철우가 철봉을 받아들고 일어났다.

휘이익!’

! ! ~ 부웅!’

!’

 

그동안 사용했던 목봉과는 많이 달랐겠구나.”

. 그리고 이것 좀 보세요.”

그러면서 철봉 가운데 아주 미세한 점을 조금 길게 눌렀다.

!’

귀에 들릴 듯 말듯한 소리와 함께 철봉이 사분의 일(四分之一)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접히더라구요. 다음에 이것 보세요!”

이번에는 그 점을 짧게 한 번, 두 번, 세 번 눌렀다.

오호라! 호 장로님에게 듣기로는 원래 어르신이 지닌 철봉 길이가 삼 척에 불과했다던데, 길이는 육척으로 늘어났고, 그렇게 하니 척반尺半까지 줄었다가 삼 척, 사 척 반, 육 척까지 늘어나는구나!”

 

원래 봉추연이 지녔던 철봉은 길이가 삼 척이었다. 그런데 워낙 험난한 길을 가다보니, 단봉보다는 장봉이 필요할 때가 많았고, 장봉을 지니고 다니자니 불편한 점이 많아, 여러번의 개량을 거쳤던 것이다.

봉추연은 천축을 오가며 여러 가지 신기한 경험과 문물文物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다양한 합금술合金術과 각가지의 기관장치들이었다.

봉추연이 상옥에게 주고 간 철봉은 길이의 조절은 물론, 봉의 양 끝을 조금 무겁게 하여 봉의 정확한 중심이 늘 손의 중심에 잡히게 했으며, 필요시에는 창처럼 장거리 공격도 가능했다.

 

어르신이 너에게 여의봉如意棒을 주고 가셨구나. 평상시 소지할 때는 일 단으로, 검으로 쓸 때는 이 단, 그리고 봉으로 쓸 때는 필요에 따라 삼 단이나 사 단으로 늘려 쓰려무나.”
. 열심히 손에 익혀서 저 여우를 때려눕힐 거예요!”

하하하! 상옥아! 그날 내가 봤을 때 리 소저나 니 솜씨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제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잖아요?”

니가 지금까지 누구와 대결을 했을 때를 생각해 보려무나. 혼자였을 때와 누구와 함께일 때를...”

~ ! 싸부님! 그 놈하고 붙었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그래. 효찬이와의 비무에서도, 이번 리 소저와의 대결도 넌 혼자였지. 그런 때와 여럿이 함께 할 때를 잘 분석해 보거라.”

 

일행의 여정은 큰 어려움 없이 지나고 있었다.

장로님! 이 걸음으로 가면 당문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 족히 삼천 리 길은 되니, 한 달은 훌쩍 넘길거요...”

불편하진 않으시구요?”

거지가 이런 일이 구찮을 게 뭬 있겄소, 따로 동냥을 할 필요도 없잖우.”

당문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지 혹 아시는 게 있으신지요?”

그 사람들은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지. 오죽하면 딸들을 밖으로 시집보내지 않고 데릴사우를 들일까. 독과 암기로 알려져 있지만, 의술도 경지에 오른 이들이 많다고 하고, 특히 암기를 만드는 솜씨를 응용한 여러 신기한 물건들이 부지기수라고는 들었수. 너무 염려 마시구려.”

 

어서오시게! 공사다망할 터인데 짬을 내주어 고맙네.”

어찌 그런 황공한 말씀을 하시는지요. 대내大內에서 황상皇上을 뫼시는 공공公公께 견줄 수 있겠는지요.”

황성 안에 위치한 사례감司禮監 장인태감掌印太監 마직패의 집무실로 불려온 동창東廠의 병필태감秉筆太監 마직동은 깊숙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후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사례감은 황궁을 관장管掌하는 이십사아문二十四衙門의 으뜸으로, 그 수장인 장인태감은 일급 환관으로 모든 환관들을 지휘하였다.

 

그래, 황하수채 마 채주의 일은 어떻게 되었는가?”

, 공공의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형백호理刑百户 한 명과 사후를 확인하기 위해 당두檔頭 다섯을 보냈었습니다.”

호오~ 첩형관貼刑官을 보냈으니 도지휘사都指揮使 기겁을 했겠고먼... 껄껄!”

도지휘사는 각 성의 군사지휘권을 가진 정이품正二品의 고관이었지만, 동창의 첩형관이 자신을 보러 오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이형백호는 동창의 서열 삼위였다.

 

공공의 뜻대로 마 채주는 하곡 이남으로의 남하는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위소군만 동원된 것이 아니라 무림인들도 엮여있었습니다.”

무림인이 엮이다니?”

, 하남부 주 지부의 부탁으로 소철우라는 자가 위군의 지휘를 맡았답니다. 그 과정에서 남직례 합비의 남궁세가와 조카의 황하채 수적들이 부딪혀 양쪽 모두 피해가 발생했고요.”

장인태감과 병필태감은 모두 회족 출신으로 황하채 마해태와는 촌수가 먼 숙질관계였다.

 

아니, 일개 무림인이 명군의 지휘를 맡았다고?”

, 소철우를 만나본 위 지휘사가 주 지부의 요청을 승낙했다더군요.”

그곳 지휘사가 누구지?”

차해복이라고...”

! 그 사람이라면 내 조금 알고 있지. 차 지휘사가 소철우라는 자를 본 후 군정을 맡겼다! 거참, 그런 일도 있군 그래.”

장인태감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공공! 소철우가 지휘를 맡은 후 공언하기를, 수적 이천을 생채기 하나 내지 않고 생포하여, 죄질에 맞게 대명률大明律로 벌을 하겠다고 했더랍니다.”

수적을 생포해?”

형벌을 받고 나와 새사람이 되라는 뜻 이었겠죠. 그래서 군사들에게 이상한 훈련을 시켰답니다.”

이상한 훈련이라니?”

새그물로 황하 바닥을 훑고, 죽창으로 무언가를 찌르고, 홑이불을 물에 적셔 투망하듯이 던지는 훈련이었답니다.”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다치지 않게 하려고 했군. 그래서?”
그런데 중간에 남궁세가가 나서서 수적들을 토벌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런 훈련들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출정나간 군사들도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황하채가 물러난 후 모두 회군을 했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로고...”

세간에서는 그 일로 소철우에 대한 칭송이 대단하다더군요.”

! 잘하면 나라에서 불러, 상이라도 줘야 한다는 장계狀啓라도 올라오겠군!”

정말 그럴까요?”

장계야 어차피 내 손을 거쳐야 하니 문제될 것은 없고... 소철우라?”

, 근간에는 공공전검이란 무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무슨 사천왕의 후신이라도 된다던가? 공공전검이라니! 여튼 무림인들이란 작자들은, 쯧쯧!”

그런데...”

병필태감 마직동이 고개를 들어 장인태감 마직패를 올려봤다.

 

첩형이 돌아오며 당두 둘에게 소철우의 출신내력을 확인케 했는데...”

병필태감의 표정이 굳어보이자 장인태감이 의아한 듯 쳐다봤다.

소철우라는 자는... 삼십여 년 전, 우리와 다툼이 있었던 내각內閣 수보首輔 황보창을 기억하시는지요?”

내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헌데...”

그 황보창 아래에서 차보次輔로 일하던 소가휘家輝의 자식이었습니다, 소철우라는 자는.”

어허~! 그 당시 수보는 직계 가족까지, 그리고 차보와 군보群輔는 당사자 부부만을 처형했었지?”

.”

 

황제를 보필하는 두 곳으로, 비서처秘書處 격인 사전이각四殿二閣의 내각內閣과 환관들의 조직인 이십사아문이 있다. 내각은 실질적으로 주어진 권한은 없이 황제에게 옳고 그름을 주청하는 고문顧問 역할을 할 수만 있었다.

그 당시 한림대학사翰林大學士였던 황보창을 비롯한 사대부士大夫들은 날로 심해지는 환관들의 횡포와 부정부패를 수 차례 황제에게 고하려 했으나, 황제가 환관을 측근으로 두고 있는 탓에 번번히 무산되었다.

상소上疏 횟수와 내용이 점점 환관들을 압박하게 되자, 그 당시 장인태감이 공작을 하여 내각의 소신파 십여 명을 처형한 적이 있었다.

 

소 차보의 아비도 한림학사를 지냈었지?”

저는 자세히 모르지만, 그 집안이 대대로 내각에서 일했다고 들었습니다.”

허 그, ... 허면 그 자는 그런 내막을 알고 있다던가?”

돌아온 당두 말로는 그것까지는 아직 확인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두 둘과 번역 이십여 명이 소철우 일행을 뒤 따르고 있습니다.”

그 소철우라는 작자는 어디를 가고 있는가?”

병필태감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장인태감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자단! 저녁도 먹었겠다, 달리기 한 판하자! 니가 이기면 맛있는 간식 챙겨줄께!”

월월!’

얌마! 시작하면 뛰어야지!”

상옥과 자단은 노숙 중인 관도 옆을 벗어나 산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노력으로 상옥의 신법은 일취월장하여, 자단이 조금만 멈칫거려도 금세 거리를 좁히곤 한다.

둘은 그렇게 한식경 정도를 달렸다.

 

헥헥헥!”

크르허허헉!’

자단이 혀를 빼고 머리를 흔들었다.

얌마! 침 튀겻! 헥헥! 아이고~ 조금만 쉬었다 돌아가자.”

그때 자단이 거친 호흡을 멈추고 가만히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자단, ?”

크르릉!’

자단이 꼬리를 바짝세웠다.

 

거기 누구세욧?”

그 개, 안 물우?”

자단, 그만. 그만해!”

자단의 으르렁거림이 잦아들자 어두워진 수풀 뒤에서 두 사람이 나와 다가섰다.

상옥이 여의봉을 늘려잡았다.

 

어이쿠!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우다! 우린 이상한 사람들 아니라우, 보시구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등에 진 봇짐을 내려놓고 옷을 털어보였다.

상옥이 자세히 보니, 두 사람 모두 나이는 마흔 가랑인데, 병기를 지니지도 않았고 인상이 험악하거나 불량해 보이지도 않았다.

이 어두운 산속에서 뭐하고 계시는 거예요?”

산속에서 이러고 다닐 일이 뭐 있겠수, 길을 잃었지.”

다른 사람이 물었다.

그러는 소저는 무섭지도 않으우? 허긴 저런 개하고 같이 있으면야...”

 

저와 얘는 잠시 산책을 나온 것 뿐예요. 이젠 돌아갈 거예요.”

돌아가다니? 근처에서 사시우?”

아녜요. 먼길을 가고 있는데 노숙 중예요.”

! 아이고, 그럼 우리에게 먹을 것 좀 나눠주구려!”

상옥이 다시 두 사람을 살펴본 후 말했다.

따라 오세요. 아마 반 시진은 걸어야 할 거예요.”

아이구, 고맙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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