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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여의봉 3

2021.08.25 16:33

소금장 조회 수:30

"저들이 하루나 이틀 저기서 머무를 생각인 듯 헌디, 우리도 따라 머물긴 그렇고, 한 삼십 리 앞서 가 쉬고 있자구."

"어 저기...!"

철우 일행의 개가 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잠시 후,

"아니 저 놈이 미쳤나!"

개가 다시 앞서 간 철우 일행에게 뛰어갔다.

'월월! 월월월!'

"거참..."

 

한 식경 후,

"저놈이 진짜 미쳤군!"

개가 다시 오고 있다.

"~ 저런!"

그러길 잠깐!

'우우우고오~'

이번에는 늑대울음 소리를 내며 두 사람 앞을 지났다.

두 사람은 그 후로도 언제 또 개가 올까 온 신경을 관도에 쏟았으나, 개는 더 오지 않았다.

그동안 몇몇 사람들이 관도를 오갔다.

 

"자단! 수고했어!"

상옥은 자단을 쓰다듬어 준 후 육포를 꺼내 자단에게 주었다.

"사매와 려려는 지금 우리 주변에 멈춰 서 있는 여섯 사람을 잡아 와서 단룡방 식구들에게 맡기고, 상옥과 손손, 자단과 환증인 날 따라 와라!"

"자단!"

자단은 상옥이 부르자 알았다는 듯이 달리더니, 얼마 후 갑자기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철우가 비호같이 뒤따랐다.

 

"으억!"

"!"

"크헉!"

"아익쿠!"

잠시 후 병장기를 손에 쥔 네 사람이 다리를 절룩거리며 숲에서 나오고, 철우가 뒤따라 나왔다.

 

"아니 여보시오! 개새끼에 놀라 허둥대는 사이 이러는 법이 어딨소!"

"그러게 개를 조심하라잖든가..."

"에이 쪽팔려..."

"..."

그나마 한 사람은 아무말 없이 관도로 나왔다.

 

"여러분이 동창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어 목숨을 취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적대적일 경우에는 가차 없을 것 입니다. 맞은 다리가 풀리려면 족히 두 시진은 걸릴 겁니다. 되돌아서 당두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가십시오"

"허어, !"

 

"얘들아 가자!"

"!"

철우는 다시 자단을 뒤따랐다.

 

"사 당두! 저기..."

쉬고 있던 자한모가 벌떡 일어서며 오던 길을 가리켰다.

"왜에...? !"

사공설이 고개를 돌려보다 외마디 소리를 외쳤다.

거기에는 이십 리 쯤에서 쉬고 있겠다던 옥면호리와 개방의 호평추 장로가, 무엇이 재밌는지 낄낄, 호호거리며 다가 오고 있었다.

 

" 오모나, 오모나... 사천길이 멀고도 먼데, 아직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누구 기다리세요?"

"... 우 고랑... 그게 저..."

"내가 개방 장로라는 건 이미 아셨을테고..."

"! 아니 무슨..."

자한모와 사공설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데,

"저어길 보구려!"

호 장로가 반대편 길을 가리켰다.

 

"!"

"!"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은 수하인 번역들인데, 모두 여섯이었다. 그런데 모두 얼굴 표정이 죽을 상이었고, 가만 보니 그들 뒤에 오는 세 사람이 번역들의 검과 도를 지니고 있었다.

성질 급한 사공설이 몸을 날리려 하자 호 장로가 말렸다.

" 여기 앉아서 좀 더 기다려 보구려, 아마 반 시진 안에 그쪽 식구들이 다 모일테니!"

자한모와 사공설은 그때서야 비로소 사태를 깨달았다.

 

한 식경 후에, 또 그로부터 한 식경 후에 도착한 번역들은 모두 열 둘이었는데, 한결같이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이거 참, 자네들이 그냥 포쾌도 아니고 금의위錦衣衛에서도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당두님! 싸워보고 져서 이꼴이면 죄송하단 말이나 하겠는데, 도검이 무용이었음은 물론, 언제 당했는지도 모르게 가격을 당했으니 원...“

동창에서는 당두나 번역들을 금의위 교위 이천여 명 중에서 차출하였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파발참으로 떠났었던 번역이 돌아왔다.

히이이잉!’

말에서 내린 번역이 주변을 둘러보며 의아해했다.

아니, 무슨 일이 있었어요?“

자네에겐 아무 일도 없었나?“

자한모가 묻자,

그러잖아도 보고 드릴려고 했는데, 파발참으로 가던 중 개새끼 소리를 들은 듯한데, 그 뒤로 잠시 정신을 잃었습니다.“

? 개는 못 보고?“

, 말이 갑자기 날뛰는 바람에 뒤로 나뒹굴었거든요.“

두 당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모나! 저기 보세요! 우리 도련님이 오고 기시네~“

모두 고개를 돌려 옥면호리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말의 고삐를 잡고 터덜터덜 걷는 사람은 번역임이 분명했다. 자단이 상옥의 손을 벗어나려 낑낑거리는 옆으로 손손, 환증이 무엇이 신났는지 시끌벅적했다.

철우는 말에 가려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 니들 조용히 안 할래!“

이 아자씨 좀 보게! 아자씨! 아자씬 우리들 포로예요, 포로!“

너희들이 지금 국법을 어기고 있다는 거나 알고들 지껄이냐?“

국법에 사람 미행하라고 나와 있나 봐요?“

이것들이 내가 누군 줄이나 알고 지랄들이냐고!“

사부님이 살려 준 걸 보믄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쬐끔 맞아야 할 사람...“

말 뒤에서 따라오던 철우가 말렸다.

상옥아! 그만해.“

상옥이 입을 삐죽였다.

 

그러니까, 저기 계신 분의 면구를 구하러 사천당문으로 가시는 중이란 말씀이시죠?“

자한모가 멀찌기서 면구를 쓴 채 려려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채진을 가리키며 다시 물었다.

, 사매와 제가 어렸을 때 비무를 하다 사매의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혔었죠. 그 뒤로 사매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가 없었고...“

저 분이 하남 개봉의 채가장주 따님이란 것은 며칠 전 알았습니다만, 그런 사실은 통지에 없었습니다. 여튼...“

당두님! 한 가지만 말씀해 주시면 더 이상 여러분들을 핍박하지 않겠습니다.“

두 당두가 철우를 봤다.

제독동창이란 분의 명이라고 하셨는데, 제독께서 왜 저를 지목하셨는지요?“

당두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봤다.

 

우린 모르지...“

우린 모른다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 모양이 부끄러웠는지 두 사람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이왕 이리 된 거, 내 얘기하지 뭐...“

사공설이, 철우네가 준비해 둔 술상에서 잔을 들어 한잔을 쭈욱 들이켰다.

 

동창은 원래 비밀기관이었지만 이제는 공공연히 나라 전체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사법기관을 거치지 않고 임의로 관리와 백성을 감시, 감독하였다.

초기에는 황제의 지휘를 받았지만 나중에는 환관이 모든 권한을 행사했으며, 특별한 사안만 황제에게 직접 보고하였다.

동창의 행사는 워낙 비밀스러워, 직접 손발을 움직이는 일백여의 당두들이나 그 아래에서 명을 집행하는 수천의 번역들도, 자기들이 하는 일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그저 잡아오라면 잡아 오고, 죽이라면 죽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눈뜬 장님도 아니고 어찌 내막을 모르겄수. 일을 하다보면 차차 윤곽이 드러나고 그 윤곽 안의 것들도 보이는 법이지. 처음에는 첩형관을 따라 하남성 도지휘사에게 황상의 뜻을 전하러 갔었고, 후에 우리 당두들 다섯은 황하채와 위군의 대치 상황을 살피러 갔었는데, 거기서 소철우, 당신의 활약을 본 거유. 명군이 바보는 아닌데두...”

알고보니 하남성 도지휘사 방도유의 권유가 있었고, 위 지휘사 차해복의 양해하에 당신이 군권, 군정을 행사하고 있더이다. 이는 명백히 국법에 위배되는 행위요!”

그래서 보고가 올라갔고, 감시하라는 명이 내려왔다.

 

그런데 황하채와의 일이 마무리될 즈음 새로운 명이 떨어졌다. 소철우의 일거수일투족을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하나도 놓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것은 군과 관계된 명령이 아니었다. 소철우라는 개인에 대한 밀탐 명령이 내려온 것이었다.

그래 우리 당두 둘과 번역 스물이...”

철우가 두 당두와 호 장로에게 술을 따르고 자신도 한잔 따라 마셨다.

 

아니 그래서 그 쪽도, 소 공자를 사천까지 따라가겠단 말이시우? 내야 무림의 일이고 무림맹의 지시, 아니 뭐 부탁, 아무튼 그래서 이 양반을 놓치면 안 되지 만서두...”

우리도 적당한 거리만 유지한 채 따르려던 것인데...”

우리 보고가 닷새마다 당도하지 않으면, 새로운 당두들이 파견될 거요. 어쩌시겠소?”

 

철우는 난감했다.

동창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이 사람들에 대한 태도도 결정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긴, 동창에서 벌이는 짓이라면 아군은 아닐 것이지만, 무턱대고 관원들을 처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인 것은 사공설, 자한모 두 당두가 고압적이지 않았고, 그 수하들인 번역들도, 모두 이류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어 보이나, 함부로 나서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자는 뭐 짚이는 게 없으시우?”

사공설이 거꾸로 철우에게 물었다.

짚이는 것이라면...”

국법을 어지럽혔다거나, 황실을 모독했다거나, 모르는 중에 우리에게 밉보였다거나, 뭐 그런 것 말이우...?”

철우가 빙긋이 웃었다.

제가 사부님에게 쫓겨난 후 얼마지나지 않아, 호 장로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장로님과 거의 동행을 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호 장로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것은 내 보증하리다. 오히려 나라에서 상이라도 줘야 할 판이라는 것은 두 당주들도 보아서 아실 거 아니우.”

 

그럼... 혹시...”

자한모가 다음 말을 망설이자 철우와 호 장로가 궁금한 표정으로 자한모를 쳐다봤다.

선친이나 선조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아시는지요?”

철우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

사부님께서 아주 어렸을 때 거둬주셨다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자라면서 출생이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사부님과 사모님이 부모님 같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혹시 조부님이나 선친의 함자는 아시는지요?”

철우가 갸우뚱한 얼굴로 세 사람을 봤다.

 

십언 나루를 떠난 후 이틀을 한 자리에서 머물기는 처음이군요.”

아마도 저 사람들 때문인 듯하구먼, 저들이 누구라 생각하시우?”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적은 아닌 듯 헌디, 공공전검에게 새로운 협력자가 생긴 건 아닐까나...?”

저 사람이 무슨 협의를 행하러 나선 것도 아니고, 겨우 자기 사매의 얼굴을 고쳐주러 사천을 가는 것인데, 협력자가 필요할까요?”

우리가 막 도착했을 때는 두 무리 사이에 뭔가 긴장감이 돌았었는디, 지금은 저렇게 술잔을 나누고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을 보믄, 아주 웬수들이 만난 것은 아닌겨. 자자, 우리도 이만 도둑괭이 마냥 뒤만 따르지 말구 앞으로 나섭시다, !”

왜 따라다니냐고 물으면 뭐라 답을 해야 하나요?”

! 정 들고 싶다고 헙시다!”
? 으하하하하!”

껄껄걸~”

히히히, 재밌겄수다!”

나이 지긋한 승도속僧道俗 네 사람이 수풀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 오라버니, 저 할배들이 나가는데, 우린 어쩐지?”

! 너는 천 아저씨에게 오라버니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니? 니 삼촌은 되겄다!”

! 왜 오라버니가 나만 이뻐하니 샘나는구나? 꼬우면 너두 오라버니라 불러, 누가 말리디!”

냄새나는 아저씨에게 오라버니라고 부르기는 내가 너무 아깝지, 아암! 그렇죠? 지 형!”

나나 저 형님이나 나이 차가 두 살 밖엔 안 나는데, 내게선 냄새 안 나냐?”

에이~ 그래두 지 형은 아직 총각이잖우... 애가 둘이나 되는 천 아저씨하고는 비교가 안되죠, !”

그만들 하거라! 이렇게 소란스러운데 여직 들키지 않은 것이 용하다. 저 분들이 신상을 드러내기로 한 듯하니, 우리도 나가서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판단을 해 봐야겠다. 갑시다!”

 

오현문 문주인 강진혁의 집무실에는 세 사람이 있다.

화린아, 이놈아! 반갑구나! 몇 년 만 이드냐?”

, 사모님. 만 삼 년이옵니다. 그간 무고무탈하셨는지요?”

그럼, 그럼. 우리야 뭐 늘 그렇지...”

뭐가 늘 그렇소? 철우 그놈 때문에 속을 얼마나 썩였는데!”

여보~ 다 잘 됐잖아요. 이제 노여움 푸세요, 제발!”

 

강 문주에게는 직전제자가 모두 다섯 있다.

맏제자 류석보는 올해 서른여섯으로 대창표국 대표두로 있고, 철우가 둘째, 채진이 셋째, 그리고 넷째 제자 유화린이 올해 서른둘이고, 막내인 유산산은 무림맹 지단 부단주로 있다.

지금 집무실에 있는 유화린은 철우와는 다르게 성격이 활달하고 매사 무서운 것 없이 달려들어 일처리를 하곤 했다. 지금은 무림에서 청라일지靑羅一指란 무명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강 문주는 다른 제자들 보다 유화린에게 오현문주의 자리를 넘겨주려, 삼 년간의 강호행을 시켰었다.

 

그래 네가 떠날 때가 스물아홉이었는데, 이젠 제법 틀이 탁 잡혔구나! 어떻더냐, 그간 둘러본 세상이?”

문에서 사부님, 사모님 가르침에 따르고, 문도들 가르치며는 세상 어려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화린이 사부를 올려다 봤다.

해야 할 일이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옳고 그름의 판단에 대한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단다. 내가 이렇게 문에만 틀어 박혀 안주하는 것도, 실은 세상일에 나서기가 두려워서 일지도 모른단다. 어쨌든 며칠 쉰 후에 문의 일을 하도록 하거라.”

아닙니다, 사부님! 사형, 둘째 사형에게 가봐야겠습니다!”

철우에게?”

강 부인이 의아해서 물었다.

, 사형은 제가 없으면 남에게 얻어 맞고 다닐 사람이거든요. 대체 어떻게 지내길래 벼라별 소문이 다 도는지, 제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와야겠습니다. 사부님!”

강 문주가 잠시 생각하더니,

그러잖아도 누가 좀 알아봐 줬으면 하고 있었는데 네가 마침 문으로 돌아왔구나. 그러려무나. 며칠 쉰 후 출발하도록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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