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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껄떠벌

경칩

2011.05.25 12:22

조회 수:591

2011.03.06 12:49

 

 

2년도 넘게 신은 운동화 뒤축이 너덜거리네.  그래 동네에 있는 상설할인점엘 갔더니, 할인가격도 만만치가 않더라구.  그 정도는 줘야 오래 신을 수 있구 발도 편하구 모양도 적당하잖냐구 하는데도 여엉 부담스러워 그냥 나왔지.

어제 저녁, 오랜만에 들른 할인마트에 갔더니 이만오천원 짜리가 있더라구.  그래 챙겨가지고 왔지.  당연히 질이 좀 떨어지긴 하더만, 내 수준에 이만만도 어디냐 싶더라구.

넘어오며 생각이 들더라구, 그 참 수준이라는 것도, 어쩌면 타고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는 먼저 본 신발을 사는 것이 맞는데, 합리적인데, 여엉 손이 가질 않어.  그냥 싸고 좀 질이 떨어지는 것을 집는 것이 맘이 편해.

어디 그에 국한 될까.  내 모든 것이 질이 낮어.  엊저녁처럼 지껄이는 뽄새 좀 보라구.  그러니 집사람이 기겁을 하지.

 

입고 먹고 사용하고 하는 모든 것들에서 그런 경향이 있지.

그런데 내가 욕심을, 그것도 과욕을 부리는 것이 하나 있어, 사람.

문제는 욕심만 부리지 그 욕심의 주체인 내가 저질이라는 게지.  그러니, 늘 욕심으로만 끝나고 마네.

 

경칩이라고 제목 달아놓구는 뭔 말을 하는 겨?

그냥, 낮에, 것도 술도 마시지 않으면서 있을려니 심심도 허고, 그래 이것저것 뒤적이다 끄적이기 시작했는데, 그냥 생각나는대로 지껄이는 겨.

 

노래를 이것저것 받아 놨는데, 듣기 싫은 노래도 많네.  지워 없애려다, 듣기 싫은 소리도 자꾸 들으면 귀에 익어지는 것을 알기에 그냥 두기로 했어.

그러고 보면 노래하구 여자는 꽤 오래 좋아하지?  일이며 먹는 거며 사람 사귀는 거며가 다 즉흥적이고 단발적인데, 노래하구 여잔 한번 좋아하믄 끝이 없어.

하나 더 있군, 쏘주.

안주를 챙기려다 속이 별로 비어 있질 않아선지 아직은 생각이 별로없네. 

 

김정호 노래 듣고 있지.  한참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을 때, '이름모를 소녀'를 에지간히 따라 불렀는데. 

 

칠칠맞은 놈이 맞어?  칠칠맞지 못한 놈이 맞어?

맞기야 둘다 맞는 말이지.  그런데, 칠칠맞은 놈두 욕으로 쓰이는데 실은 칠칠맞다는 것은 긍정의 표현이지.  그러니 지대루 욕을 하려면 '에잇!  칠칠치도 못한 놈!'이라구 해야 한다구.

왜 이 얘길 하냐구?  우리 사는 모습에도 이런 경우가 많아서지.  그냥 어감 때문에 좋은 뜻이 그르게 쓰이고 있지.  그러다 보니 두 말이 모다 나쁘게 각인이 되고.

한강 변을 왔다갔다 하며 생각이 났어.

 

같이 살면서 부대끼는 것이 하나 있어, TV.

그참, 넥타이보다 더 쓰잘데기 없는 발명품여.

환자라고 자리보전하고 있으려니 답답하고 심심허니께 자꾸 켜겠지.  그러니, 옥이 남편 불알만 한 집에서 어디 고개 세워 놓기가 마땅찮으니 같이 들여다 보게 되고. 

딱 세 가지 방송하더라구, 먹는 거, 낄낄거리는 거, 쓰잘데기 없는 거.

그러니 입이 걸은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있나, '씹쌔끼!'부터 시작해서 '뭐 볼게 없어서 저 딴 거 보구 있냐!'구까지.  큰놈하구 은근한 신경전 벌이기 보다, 밑도 끝도 없는 잔소리 견디기 보다, 텔레비젼 노이로제가 더 커. 

그래, 이사 가면 안방으로 갖다 놓자구 했더니, 내보구 안방에서 생활을 하라네, 지랄...

 

이제 겨우 낮 술 재미와 맛을 좀 알겄어.  좋네, 참.

이러다 아침 술, 새벽 술, 오밤중 술까지 섭렵을 하면, 드디어 술 時間 일통一統을 하게 되겠지.  저녁 술이야 뭐 늘 챙기고 있잖어.

 

그런데 TV 욕할 거 한나두 없어.

대형마트에서 다시는 안주꺼리 사오지 말아야지 하면서두 가격표 보구는,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할인율이 높아가는, 또 집어오곤 하네.  그러고는 지금처럼 맛대가리 없다구 툴툴거리구. 

어디 델리식품 문제만은 아니지. 

어제두 보니 카트 두 개에 수북히 물건을 챙겨가는 젊은 주부가 뵈더라구.  설핏 봤는데, 언제 저걸 다 먹고 쓰나 싶더라구.  맞벌이 하는 집에서 일주일 쓸 물건이라구?  그려, 낸두 알어.

 

몰랐었는데, 암이라는 것이 참 골치아프네.

예전처럼 암에 걸리면 거의 '죽는다!' 했을 때는 외려 간단했을 거 같어.

암이 있는 자리 수술헤서 제거하는 것은 그야말로 맹장수술하는 정도여.  그 다음이 문제네, 전이와 싸우고 재발과 싸우고.  아고, 지금 보니, 수술하고 일주일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가 젤 수월했어.

 

조상 중에 암으로 죽은 이가 없다네.

8년 만에 집에서 밥을 먹어보니 이건 완전히 무공해 식품만 챙기는 수준이니 것도 아니구, 더구나 내 대신 밥벌이 하면서도 악착같이 운동을 해서 표준체중 이하를 유지하고 있으니 것도 아니구.

오죽하면 항암치료 시작하기 전에 병원에서 식이요법 교육을 하던 영양사 왈曰, '이 교육은 안 받으셔도 될 걸 그랬어요!'  외려 받아 적더라구.

그럼 뭐여?  스트레스 때문이제.

내 때문에?  아니라구 할 처지도 아니구...

암튼 낫궈 놓구 얼른 가야허는디...

 

경칩이믄 그 생각이 나곤허지, 아직 얼음 기운이 남아 있는 돌을 들춰내곤 그 안에서 동면하고 있는 깨구락지 잡아 튀겨 먹던 적이.  꼭 한 번였는데, 한참 달아오른 기름에 깨구락질 넣으면 쩍! 소리와 함께 깨구리가 만세를 부르더라구.  그래 생긴 이름이 만세탕!  먹을 만 허더라구.

내도 죽으면 기름가마에 들어 갈 겨.

 

이 할머니 목소리 쥑여주네.

상렬인 인제 완전히 할머니가 됐겠다, 예순다섯이니.  아들내민 장가 가서 잘 살겠지.  할머닌 워찌 지내는 가 궁금허네. 

아!  술, 참 달다!

시나브로 그리움이 사라져 버렸어. 

엄니부터 조금 전까지, 모든.

그리움이 없다는 거, 희망이, 앞 날이 없다는 것과도 같지.

 

그래서여, 여전히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이 없었는데, 더욱 절실해지고 있지.

 

 

 

박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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