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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나

여자 없인 못 살겠어

2011.05.26 18:30

조회 수:554

 

갈 곳이 마땅찮더라구. 그래서 그냥 젤 비싼 표를 끊었지, 서울에서 부산. 그리고는 32년 전 기억을 따라 움직였지. 기장, 일광, 동백, 좌천. 버스삯만 4천원 들었지.

버스를 탔는데, 신용카드 결제가 안되더라구. 논산 시골에서두 시내버스가 다 카드를 읽어들이는데 말이지.

 

30여 년 전하군 완전히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 고산사 오르는 길에서 멀리 보이던 동네들두 이젠 뵈지 않어, 나무가 자라서. 그러니 이 바닷가 시골 마을두 하나두 모르겠어, 더구나 한밤중에 도착을 했으니. 그래도 어디 잘 곳이 있겠지 자꾸 안으로 들었다가, 도로 일광까지 나왔어. 식당에서 저녁상에 쐬주 한 병 하구, 그래도 배가 고파, 빵 사가지구 여관에 들었어. 여관에 오랜만에 들어오는군.

 

76년 여름, 큭, 이 컴퓨터 키보드 숫자 키 7이 먹질 않어, 재수 할 적에 왔었지. 텐트 가지구, 소금장 만들어서. 동수네 동네는 산 넘어 좌천, 그 앞이 일광이지. 오영수 선생의 갯마을 실제 무대지. 내가 짐을 푼 곳은 그 위 쪽, 동백마을.

 

짐을 푸는데 누가 와서 거들더라구. 제법 풍붐한 머리를 빨래집게로 물리고는 짐을 이리저리 정리하는 품새가, 꼭 고기잡이 나갔던 서방 맞은 여인네 같았어. 어디 마땅히 자리 정하기 어렵다구 했더니, 전경 부대에 갔다 오더니, 언덕배기 자릴 가리키더라구. 뭐여! 전경들 초소보다 전망이 더 트였더라구.

 

누구여? 조카! 기연.

그날은 그냥 소금장에 맨밥을 비벼 꾸겨 넣었지. 이튿날은 기연씨 아버님, 만수 어른이 청하시더라구. 점심 상에 올라 온 것은 두 가지, 이따만한 양푼 밥하구 멸치회. 술? 당연하지. 참, 그날 이후, 실은 오늘도 그 멸치회 좀 얻어 먹을까 나섰는데.

 

저녁에 동수가 등을 떠 밀더라구. 동백마을 방파제에 배가 하나 걸려 있구, 기연이가 기다리고 있더라. 처녀뱃사공? 참 기가 막히게 쪽배를 몰고 나가더라구. 전경들이 마이크에다 대구 막 뭐라 하더라. 일몰 이후에는 쪽배는 나갈 수가 없대. 그러거나 말거나, 의씩두 안 하대.

 

햐! 달은 만월이라 이 배에서부터 가마득한 바다너머까지 은빛 다리를 치고, 처녀는 흥얼거리며 노를 젓고, 이 팔푼이는 나간 넋에다 쐬주를 들이붓구. 왜 좋아한 여자에서 빠졌냐구? 그때 한 번 본 것이 전부라 추억거리가 없어. 한 두어 번 편지를 보냈었는데, 머리핀두 한 번 사서 보내구. 이듬해 봄에 시집갔다구 그러드라구.

 

엊그제 저녁에 대화창에서 두어 시간 같이 있었던 사람이 집이 부산 동삼동이라더라구. 늘 그렇듯, 사람이 한참 궁 할 때였지. 실은 그래서 부산행 표를 끊은 것이구. 그러다 기연씨 생각이 났구.

동삼동? 태종대 입구 쪽 동네이름 이지. 鳳이가 海大-부산 해양대-를 1년 다녔는데, 부산 가면 거기에 있는 식당에 갔었어. 식당집 딸애가 중학생였었는데, 참 이뻤지.

그러고 보니 부산에 왔던 것이 아주 오래 전이군. 마지막이 언젠지 모르겠는데, 지하철이 없었으니 꽤 됐을거라.

 

그래서 부산엘 온 거야? 부산이 집이랬다구?

순천도 그래서 갔었고, 집에서 동암까지 스무시간을 그래서 걸었었고, 군위도 그래서 갔었고, 금산 주변을 일도 없이 빙빙거렸고. 집에만 들어가지 않는거군. 아마 오늘도 그래서 부산 오는 차를 탔을거라. 가슴에 새길려구? 아니 가슴에 들이지 않을려구.

 

자야겠다. 실은 오늘 몸이 많이 좋질 않어.

하늘에 기신 내 아버지! 낼 아침에 깨우지 마소서, 지발,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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