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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여의봉 2

2021.08.22 15:27

소금장 조회 수:21

남궁세가 노가주 남궁제의 거처에는 손자들 넷이 모였다.

채진에게 다리를 잘린 남궁관은 예전의 모습이 모두 사라지고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남궁제의 눈가에 이슬이 잠깐 맺혔다.

 

너희들을 부른 것은, 오늘 이후로 우리 남궁가는 너희들이 맡는다. 탄이는 가주의 위를 잇는다. 찬이와 조는 총관과 부총관의 직을 수행하고, 관이는 나를 따라 밖으로 나갈 것이다.”

남궁석순의 첫째 아들인 남궁탄은 올해 서른하나로, 아비보다는 할아버지를 닮아 매사를 진중하게 처리하고 무공 또한 또래의 경지를 뛰어 넘어, 그대로 지냈다 해도 십 년 후면 가주위를 이어 받았을 것이었다.

탄아! 그리고 찬아! 배다른 동생이지만 분명 같은 아비의 피를 나눴으니, 볼썽사나운 일은 없으리라 본다.”

남궁제가 서자인 남궁조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할아버님, 사천까지 그 먼 길을 가시기엔...”

아직은 괜찮다. 네 숙부들도 모두 자리를 비우니, 세가를 돌보고 지키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철우를 처단하기 전까지 돌아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남궁세가에서는 총력을 기울여 사천리가 넘는 대장정大長征을 시작했다.

 

손님을 모시고 왔구나.”

어서오세요!”

언니, 두 분이 시장하실 거예요. 제가 상을 차릴 동안 차라도...”

저어기... 차보다 박주薄酒라도 있으면...”

! 그러시죠...”

 

섬서 서안에 살고 있는 사공설이우.”

자한모라고 하외다. 사천으로 근거지를 옮길까 하여 서안을 떠난지 닷새가 지났는데, 아직 한중엔 도착도 못한 채, 길만 잃고 말았구려.”

잘 오셨네요. 우리도 사천으로 가고 있는데... 서안에선 무슨 일을 하셨나요?”

옥면호리가 두 사람에게 술을 따라주며 물었다.

 

어익후! 미녀분이 따라주시니 영광이우. 나는 미곡米穀을 취급하는디, 섬서는 산지가 많아 과일은 다양하지만 곡물 질이 떨어져, 사천에서 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싶어 나섰수.”

사공설이 길게 사천행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이참에 아예 터전을 옮길 생각이라오.”

원래 성격이 그런지 자한모는 별다른 덧붙임이 없었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동안, 다른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자기 막사로 들어갔다.

 

그런데 서안에서 사천을 가실려면 서쪽으로 길을 잡았어야 하는데 어떻게 남쪽으로 오시다 길까지 잃으셨나요?”

두 사람과 호 장로, 철우, 려려가 모닥불 가에 남았는데 려려가 물었다.

?”

아니, 서안에서 사천까지야 관도도 훤하고...”

, 그게 저...”

사공설이 당황하자 얼른 자한모가 대답했다.

서안에서 여럿이 출발했는데 중간에 도적떼를 만나 모두 흩어지게 됐소.”

호 장로가 얼른 손을 들어, 려려가 더 물으려는 것을 막으며 말했다.

허허, 놀라셨겠구려. 그럼 불 가에서 쉬시다, 내일 아침 떠나도록 하시고... 우리도 들어감세!”

 

호 장로님...”

육선문六扇門 사람들이 틀림없소. 아직 위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니 두고 보시는 게 나을 거요.”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왜 조정에서 공자를... 무에 짚이는 게 없으시오?”

글쎄요, 장로님두 아시다시피 황하채 일 외에는...”

허긴 일반인, 것두 무림인이 위군 지휘를 했으니 물의物議라면 물의랄 수도 있겠소만, 거참 모를 일이로고!”

 

자 당두, 어떠우?”

글쎄... 소철우라는 자는 잘 모르겠고, 개방 사람은 우리를 알아보는 것 같던데.”

개방 사람이 알았다면 소 씨에게 말하잖을까?”

아직은 우리가 이네들에게 무슨 해코지도 하지 않았는데 뭘. 암튼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사천까지 동행을 해야지. 제독의 명도 그러하지만, 난 무엇보다 저 자의 무위가 어떻길래 개방 용두방주가 공공전검이라 했는지 궁금하다네. 비록 육선문에서 조정의 녹을 받고는 있지만, 우리도 무림인 아니던가!”

말이 적었던 자한모가 자기 속내를 엿보였다.

 

이튿날 날이 밝자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먼저 길을 나섰다.

아침까지 챙겨주시고, 고맙소이다. 같은 길을 가야 하니 자주 뵐 수 있겠지요.”

허허허, 어젠 어두워 몰랐는디, 어쩐 미인들이 이리 모여 기신 겨... 암튼 고마웠소이다.”

이어 한 시진 뒤, 노숙한 자리 정리를 끝낸 철우 일행도 출발했다.

 

부인, 다음 마을에서 장작을 미리 사 놓아야겠어요.”

리손손 대신 단룡방 열여섯 사람을 이끄는 청년 양환증이 려려에게 말했다. 양환증은 리손손과 동갑인 스물다섯인데, 단룡방에서 생활할 때 여러 차례 리손손에게 구애를 했으나, 번번히 두들겨 맞기만 했었다.

그래, 동생. 한두 시진 앞에 제법 큰 마을이 있을 거야. 요즘은 밤에 많이 추워지니 불을 둬 군데 더 지펴야겠어.”

려려에게 은자를 받은 양환증은 제법 빠른 걸음으로 일행을 앞서갔다.

 

양환증은 마을에 들어, 세 곳의 장작 파는 곳에서 장작을 산 후, 수레가 도착하면 싣기 좋게 한곳에 모아 놓았다.

이보슈, 그 동안 안 팔렸던 장작까지 싹 다 사줬으니, 내가 점심 먹고 올 동안 장작 좀 지키슈!”

양환증은 마지막으로 장작을 가져온 장사치에게 장작을 맡긴 후, 눈에 띄는 객점에 들어갔다.

...!”

너댓 탁자를 모아 놓은 상석에, 어젯 밤 손님으로 왔던 두 사람이 앉아 있는 주변으로, 스무 명 가량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모두 검이나 도를 지니고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스무 명은 넘었다. 주의할 인물로는 개방의 늙은이와 소철우라는 자, 그리고 자신을 옥면호리라고 밝힌 여자, 그리고 커다란 개다.”

개요?”

그랴. 송아지 만하더구먼, 니들 서넛은 씹어 먹겄드라...”

에이, 아무렴요!”

개는 그래서 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개의 후각과 청각은 사람보다 뛰어나지. 뒤를 밟히게 되면 떨어뜨리기가 쉽지 않으니 각별히 조심하도록.”

 

, ... 더 궁금한 거 없으면 이만 해산혀, 머잖아 마을로 들어설 겨.”

, 한 가지요!”

뭐야?”

이번 임무가 밀탐密探(남몰래 정탐함.)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무엇을...?”

소철우와 그 일행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모두다. 세세히 관찰하고 기록해서 닷새에 한 번씩 동안문東安門(황궁 내 동창이 있는 곳)으로 파발을 띄우고, 제독의 명을 받들어 온다. 이상, 해산!”

그들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뿔뿔이 흩어졌다.

 

마을로 철우 일행이 들어섰다.

환증아 수고했다.”

드릴 말씀이...”

내게?”

공자님에게요. 어제 그 사람들을 봤어요.”
! 양환증! 너 거기서 제갈 언니에게 알랑방구 까지 말구, 장작이나 빨리 실엇!”
부방주!“

허쭈구리! 또 개기다 줘 터지구 싶지?“

손손아, 잠깐만. 함께 가자.“

 

마침 자네 눈에 띄어 다행이군. 그런데 파발을 그렇게 자주...“

내 알기로 파발이 하루에 오백리도 뛴다니, 여기서는 열흘이면 보고가 올라가고 또 지시가 내려오겄구먼. 우리가 사천에 닿는 동안 훼방을 받을 수도 있겠어.“

훼방요? 아니 사사로이 면구 하나 만들러 가는데 조정에서 무슨 이유로 훼방을 놓죠?“

채진이, 앞에 어제의 그 두 사람이 있었으면 칼이라도 뽑을 기세로 말했다.

사매 때문이 아냐... 무슨 내막인지 알아봐야겠어.“

소 공자!“

, 알고있습니다. 되도록 문제가 될 소지는 없게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쉰 후 출발하고, 상옥과 환증인 자단과 같이 나를 따라오너라.“

 

어이쿠! 우 고랑! 또 만났수다, 반갑소 그려!“

오모낫! 누구시랬드라...“

사공설과 자한모는 길에서 쉬고 있었다.
사 씨, 사공설!“

, 그랬지... 근데 이 늙은 년을 고랑이라 불러주는 두 번째 양반이시네!“

! 첫 남잔 뉘셨수?“

몰라도 되요. ? 그런데 내가 우씬 줄은 어찌 아셨데?“

옆에서 일어나던 자한모가 얼른 수습했다.

불 가에서 누군가 그리 부릅디다.“

그랬나...“

그렇게 사공설과 자한모, 두 당두는 무리에 섞여 걸었다.

 

사천 방향으로 난 관도인지라 철우 일행 말고도 여러 사람들이 무리를 짓거나, 혹은 혼자나 둘이서 길을 가고 있었다. 붐비지는 않았지만 심심찮게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병장기를 소지한 무림인도 있었다.

그런데 개방 분만 계시고 젊은 양반은 뵈질 않수...“

우리 공자님은 일이 있어 마을에 남으셨어요. 왜요?“

왜요는 뭘... 그 양반이 이 일행을 이끄는 것 같아 물었던 거라오.“

그런데 저 개방분은 명호가 어찌되는지요?“

저만치 앞서가던 호 장로가 뒤도 보지 않고 답했다.

난 호평추란 사람이우!“

 

공자님, 이 객점예요,“

철우와 양환증은 객점으로 들어가 점소이를 찾았다.

아까 저기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혹시 말을 가지고 있었나요?“

철우는 동전 이십 문을 점소이에게 쥐어 주며 물었다.

, 두 필요. 뒷마당 마굿간에서 하룻밤 지냈쥬. 그 사람들, 따로따로 우리 객점에 들었는데, 떠날 때는 모두 한꺼번에 나갔어요.“

점소이는 묻지도 않은 말까지 했다.

잠시 마굿간 좀 둘러봐도 될까요?“

그러믄입쇼. 어제 그 손님들 말고는, 오랫동안 말을 가진 손님이 없어 비어있으니, 뒷문으로 들어가 보시죠, .“

 

자단, 이리와서 냄새를 맡아봐.“

철우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단을 데려와 탁자와 의자의 냄새를 맡게했다.

조금 뒤 마굿간으로 가서 마굿간 안과 밖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자단이 짖었다.

월월!“

사부님! 자단이 준비됐나 봐요.“

그래, 우리가 이 마을에 들어왔던 길로 가자!“

동구에 다다르자 철우가 자단을 봤다.

자단이 잠시 킁킁거리더니 오던 길을 조금 달리다 돌아왔다.

 

자 이번엔, 여기서 나가는 길로 가 보자!“

거기에서도 자단은 앞길로 조금 달린 후 돌아왔다.

사부님, 말 두 마리가 따로 움직였군요.“

그렇지. 한 마리는 앞길로 미리 가서 필요한 준비를 하고, 한 마리는 뒤따르며 가까운 파발이 있는 곳으로 갔을 것이다. 지도를 펴 봐라.“

상옥이 품에서 지도를 꺼내 땅에 펼쳤다.

 

작은 언니가, 우리 있는 곳이 여기쯤이라고 했어요.“

그러면 여기서 파발참擺撥站이 있을만한 곳이... 여기겠다. 너와 환증인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한 시진이 지나도 내가 오지 않으면 큰언니를 따라가거라.“

철우는 자단을 데리고 오던 길로 몸을 날렸다.

 

우아~ 공자님이 날아가고 있다!“

어이, 되련님! 되련님도 매일 한 시진 씩 달려봐, 십년 후엔 저리 뛸테니까...“

아니 근데 왜 젊고 어린 여자들은 죄 내게 지랄을...“

!’

아얏! 아니 이...“

오빠! 더 맞고 싶어?“

아냐, 아냐!“

 

철우가 반 시진을 달려나가자 멀리서 속보速步로 가고 있는 말이 보였다.

조금 지나면 발참에 도착하겠군. 어떻게 하나...’

철우가 멈추자 자단도 멈춰서 숨을 헐떡거렸다.

자단! 가서 말을 놀래켜 사람을 떨어뜨릴 수 있겠어?“

자단이 철우를 올려다 보더니 냅다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크앙! !’

히히이이잉~’

말이 크게 놀라며 갑자기 뛰기 시작하자 말 위에서 평안히 가던 사람이 뒤로 나동그라졌다.

어어억!‘

쿠당탕탕!‘

!‘

뒤따르던 철우는, 때를 놓치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사람의 뒷덜미를 쳐 기절시켰다.

 

후우~‘

기절한 사람의 품에서 나온 것을 본 순간, 철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독동창提督東廠 친전親展

당연히 봉서封書였다.

어쩐다... 설사 펼쳐본다 해도 평문平文이 아니고 비문祕文이라면...‘

철우는 봉서를, 기절한 사람 품에 도로 갈무리를 해 준 다음,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춰서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끌고 왔다.

얼마 후 멀리서 보니, 기절한 사람이 일어나 몸을 털며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 고개를 갸웃하더니 옆에 서 있는 말에 올라탔다.

 

그래서 그냥 돌아왔수?”

. 펼쳐 본들 비문이라면 내용을 알 수도 없거니와,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이 발견된다면 타초경사打草驚蛇, 이들의 목적을 알아내기 더 어려워질 수 있겠더군요.”

흐음, 그렇기도 허군. 그럼 어쩌시려우?”

계속 신경이 쓰여서 안되겠습니다. 일단 이들이 동창에서 나온 자들이라는 것은 알았으니, 직접 부딪혀 보려구요.”

직접? 동창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알고 기시오?”

. 그렇지만, 저는 아직 국법을 어긴 적이 없으니까요.”

쯧쯧, 소 공자는 참 순진두 허우. , 저놈들이 그런 걸 따지는 놈들인 줄 아슈? 제 놈들 맘에 안들면 별 죄목을 씌워서라두... 아이고, 알아서 하구려!”

 

공자님, 그러니까 여기서 이틀을 묵고 있으란 말씀이시죠? 저 두 놈이 눈치 못채게!”

, 우 고랑이 사매와 려려가 아프다는 핑계로 저들의 눈을 돌려주시면 됩니다. 그동안 동창 번역番役들을 모두 잡아 오겠습니다.”

케케켁! 재밌겄다! 근데 왜 나만 빼요?”

저 두 사람이 당두들 같은데, 그나마 우 고랑과 말이 통하고...”

호호호! 그냥 해 본 소리랍니다, 호호호~ 염려마세요.”

 

모두 들으세요. 장거리 여행에 탈이 났는지, 큰 마님, 작은 마님이 모두 몸져 누웠어요. 상옥이와 손손이는 가까운 앞 마을에 가서 의원이 있나 알아보고 약을 지어 오고, 나머지 사람들은 하루 더 이곳에서 지낼 준비를 하세요.”

상옥과 손손이 떠날 준비를 하자 철우가 나섰다.

우 고랑, 저도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집식구들 좀 부탁드려요.”

호호호, 걱정마시구 다녀오세요. 환중아, 모두 아침 준비부터 하도록 하거라. 어머! 장로님은 안 가세요?”
따라가 봤자 못 볼 꼴... 아니우! 그냥 여기서 술이나 마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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