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哲雨武林

흑도백도 2

2021.07.24 04:01

소금장 조회 수:14

“그래서 네놈만 멀쩡히 돌아왔단 말이냐?“

낙양에서 일천사백 리 떨어진 남직례南直隷 여주부庐州府 합비合肥의 소호巢湖 변邊에 위치한 거대한 장원인, 남궁세가南宮世家 가주의 집무실이다.

남궁세가는 수백 년을 내려오는 가세家勢에 더해, 명대에 들어서는 합비와 가까운 응천부應天府에 있는 주朱 황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여, 다른 세가들이 감히 넘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응천부가 가까운 항주에 있는 단목세가가 황실과의 유대를 엮기 위해 갖은 수단을 쓰고 있는 것도 그래서였다.

 

”...“

”그래 정확히 관이가 누구에게 당했단 말이냐? 나차녀란 년들이냐 공공전검이란 놈이냐?“

”동생의 다리를 자른 것은 너울을 쓴 여자였고, 우리 무인들을 다치게 한 것은 다른 두 여자였습니다.“

”허어~ 관이의 창궁무애검법 성취가 팔성을 내다보고 있는데 그깟 계집년에게 다리를 뗴어주고 왔다라...!“

남궁세가南宮世家 가주인 남궁석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들고는, 옆에 앉은 세가의 총관인 남궁석단에게 물었다.

 

”동생은 이 일을 어찌 생각하는가?“

”형님, 세가가 왜 세가라 불리는 것이겠습니까. 외부의 어떠한 압박으로부터도 식솔들을 보전하고, 또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지요.“

”허면 어쩌면 좋겠는가?“

”징치懲治해야죠.“

”흐음... 그런데 일의 발단이...“

”그냥 농지거리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리 한쪽이라니요. 누가 봐도 오히려 그 년놈들의 행위가 과했습니다.“

”그렇지!? 얼굴을 알고 있는 조를 앞세우고 내가 직접 갈 것이니, 총관은 나가서 준비를 하게!“

남궁조는 다리가 잘린 남궁관의 이복 형이다.

 

”그래, 관이를 다치게 한 그 년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고?“

”예.“

”너야 공부를 가르치지 않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따라 나오거라!“

남궁석순은 서자인 남궁조를 데리고 집무실 뒤의 뜰로 갔다.

 

”자, 나의 움직임을 보거라!“

남궁석순은 세가의 순수한 내공인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을 사 성 끌어올린 후, 천리호정千里戶庭 신법을 펼쳐 몸을 움직였다.

”어떠하냐? 내가 보였느냐?“

”예.“

”다시 보거라!“

 

이번에는 칠 성을 실어 신법을 펼친 후 남궁조를 쳐다봤다.

남궁조의 표정이 그런 빠르기로는 어림없다는 듯했다.

”어허~ 이런... 에잇!“

남궁석순은 모든 힘을 쏟아부은 후 남궁조를 쳐다봤다.

남궁조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구겨져 있었다.

”에잇! 너는 가서 총관에게 이르거라, 청라각靑羅閣에서 밥만 축내고 있는 인물들까지 모조리 나서게 하라고!“

 

“장문 사형 생각은 어떠신지요?”

소림사의 장경각주 묘현은 눈을 감고 있는 장문인을 보며 물었다.

“소림이 하고 자네는 절친이었지? 아무튼 나라고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구나. 그래 누구를 보낼 참인가?”

“천자배 둘과 영자배 열은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궁가를 봐서는 그도 부족한 듯 하지만, 오현문이 걸리니 그 정도로만 성의를 보이는 게 좋겠지. 그리하도록 하게.”

소림 방장 묘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현문을 세운 등소림은 어린 시절 소림에 들어왔으나, 입적은 하지 않아 속가로 머물렀다. 소림에서 자라는 동안 지금은 방장 항렬의 승려들과 같이 공부를 했고, 장경각주 묘현과는 아주 가깝게 지냈었다.

낙양에서 일백오십리 거리에 위치한 소림사에 낙양에서 철우 일행과 남궁세가 남궁관의 일이 알려진 것은, 다음 날 아침이 밝기도 전이었다.

대통표국 국주가 달려와 공공전검 철우의 소문이 소림까지 자세히 전해졌을 때도, 소림에서는 오현문의 입장에서 해석을 했기에 나서지 않았으나, 이번 남궁가와의 사안에서는 수수방관할 수가 없었다.

“남궁가 현 가주 남궁석순은 아비와 달리 성정이 아주 괄괄해, 오현문 소철우라는 아이와 부딪히게 되면 분명 피를 보고야 말겄이니, 밖에 나가는 아이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게!”

 

“소 공자, 총채주가 회족이라 하셨소?”

관림방 재 방주가 무엇인가 생각났는지 철우에게 물었다.

“예, 무슨 생각나시는 점이라도 있으신지요?”

“회족이라면 황하 상류 유역 출신이라는 말인데, 그쪽 지방에서는 별스런 방법으로 황하를 오간다는 소릴 들었다우.”

“어떤...?”

“양피벌자羊皮筏子라고 일종의 혁선革船(가죽배)인데, 회족들은 돼지고기 대신 양고기를 먹잖우. 아마 그 가죽을 묶어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고, 그런 걸 여럿 엮은 다음 그 위에 나무를 얹은 뗏목이랍디다.”

낙룡회 위 회주가 말을 받았다.

“그런 뗏목이라면 아주 크게는 못 만들겠군요?”

“나두 본 적이 없어서...”

 

“소오오오~ 공자! 매번 나를 곤혹스럽게만 하드먼, 이게 뭔 일이시우!”

철우가 계면쩍은 듯 웃으며 개방 호 장로에게 인사를 했다.

호 장로 뒤에선 이번 출정에 따라온 거지들이 모여 휘파람을 부는 등, 그런 난리가 따로 없었다. 철우 뒤로는 자단과 상옥, 재 방주, 위 회주가 양을 열 다섯 마리 몰고 왔다.

“할아버지! 저는 뵈두 않으세요?”

“봉 나찰! 내가 시방 니가 눈에 들어오겄냐? 암튼 이거 우리 주는 거 맞는 게냐?”

철우가 대답했다.

“그럼요. 고기는 양껏 드시고, 가죽으로는 이런 모양 좀 만들어 주세요.”

“뭔 숙제가 있누?”

하며 철우가 건네는 것을 받아 펼쳤다.

 

호 장로의 눈이 커졌다.

“내 젊어 삼결을 막 받았을 때, 감숙성 난주蘭州로 지금 용두방주와 같이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 물건을 봤지. 왜 이걸 만들어 저 앞 누렁물에서 나차녀 셋과 놀고 싶으시우?”

“장로님두... 들어보니 가죽을 기름칠하고 말리려면 시간이 석 달이나 걸린다네요. 제가 필요한 것은 이 열다섯 마리로 몇 사람이나 올라탈 수 있나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양만 그럴 듯하면 된다는 소리 아니시우? 걱정말구려. 내 뒤의 아귀餓귀들을 좀 보시구려! 낼 아침이 오기 전에 뼈다구꺼정 녹여 먹구 가죽만 남을테니...”

 

“공공전검에 이젠 나차녀까지라...”

“이곳 호광湖廣 땅이 넓어, 예로부터 인재가 많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렇듯 단시간에 위명을 떨친 이가 없었죠?”

“그러게 말일세... 그것도 썩 내키지 않은 일에서 그러니, 이를 어쩌면 좋을꼬?”

“왜요... 단목가와 남궁가의 일로 봐선 그렇지만, 간살한 수적들을 해치우거나, 이어서 황하 수채로 원정 나가는 군사들을 따라간 것은 칭찬할 만하죠.”

“그참... 알다가도 모르겄군. 무창 오현문 사람이라더구먼?”

“예. 제가 산으로 돌아오다 오현문에 들렀었는데, 강 문주가 한숨을 푹푹 쉬고 있더라구요. 그렇게 가르치진 않았는데, 함부로 사람을 해치는 거나 흑백을 가리지 않는 거 모두, 마뜩치 않아 하더군요”

호광성 균현 서쪽 천주봉 정상 태화궁에서, 武當 장문인 태무진인과 장로 중 한 사람인 자소궁 주인 태건진인이, 철우와 나차녀 셋에 관한 일로 의논을 하고 있다.

 

“그래, 진인의 의견은 어떠신가?”

장문인이 물었다.

“이미 맹에 있는 우리 제자들이 조정의 요청에 따라 삼문협으로 갔으니, 이번 군의 행사와 공공전검 일행의 행보는 저만 가서 확인하면 될 듯하군요.”

“단목가와는 일이 마무리 되어가는 듯한데, 어째선지 남궁가와의 일은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드는구려. 자소궁의 칠검七劍을 대동하시는 게 좋겠구먼...”

 

무당산 칠십이 봉峯 스물여섯 기암奇巖에는 수 많은 도교 사원인 궁宮이 산재해 있다. 각각의 궁은 나름대로의 수행법과 무공 수련을 했다. 일례로 태화궁에서는 무당 무공보다 도교 수행을 우선하였고, 자소궁에서는 검법 수련에 맹진하였다.

당대의 무당 장문인은 대라신공과 태을검을 익혔으나, 진정한 무당의 힘은 자소궁에 있는 무당칠검武當七劍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볼 수 있었다.

 

“하오면, 장문인의 뜻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를 바라시는군요?”

“우리가 어렸을 적 생각나지 않으시오?”

“...?”

태무진인이 빙긋 웃으며 태건진인을 바라봤다.

“아! 그 사람요? 그 사람 생각이 나셨군요, 사십 년 전에, 우리를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게 만들었던 사람!”

“그 당시에 윗 분들이 안이하게 대처를 했다가, 정파사파, 흑도백도 가리지 않고 치도곤을 당하지 않았소.”

“껄껄껄껄~”

“으하하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도들이 의아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도대체 어떤 치도곤을 당해야 저런 파안대소破顏大笑를 날리는지.

 

“아니, 소 공자! 그게 무슨 소리요?”

“철, 철우야”

차 지휘사와 무림맹 왕 호법이 철우의 얘기를 듣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동시에 말했다.

“말씀 드린대로입니다. 이번 하곡에 모여 있는 이천의 수적들을 모두 생포하겠습니다.”

“허어~ 소 공자! 이천 인원을 모조리 몰살시키는 것도 어려운데, 생포라니?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 게요?”

“야 이놈아! 그놈들이 나 잡아가라고 가만히 서있는다든!”

“죽이거나 다치지 않게 생포하여 국법에 따라 죄를 가리게 하고 싶습니다.”

“껄껄껄껄! 공자의 뜻은 가상하오만, 지금도 각 성마다 뇌옥이 그득그득한데 이천의 인원을 어느 성으로 보낸단 말이오.”

“이번 원정에 섬서, 산서, 그리고 하남이 손을 모았니...”

“아이고 철우야 그만해라, 그만해!”

 

차 지휘사가 그윽한 눈빛으로 철우를 봤다.

철우의 자세는 변함이 없었고, 마주친 눈빛은 깊이 가라앉은 바다였다.

“짝!”

차 지휘사가 눈길을 거두며 박수를 한번 치더니, 왕 호법을 바라봤다.

“호법님은 참으로 좋은 사질을 두셨고, 앞으로 오현문은 세가나 구파 못지않게 위세를 떨칠 것이며, 무림엔 제대로 된 정의가 펼쳐질겝니다. 참으로 좋소, 좋아!”

“아니 장군님! 저런 생각으로 어떻게...”

“아닙니다. 호법님은 무림에만 몸을 담고 계시지만, 저는 황실에서부터 새외의 이민족 삶까지를 헤아려야 하는 사람입니다. 제 눈엔 보입니다, 소 공자는 참 좋은 사람입니다.”

 

중원의 오악五岳 중 서악西岳으로 꼽히는 화산華山은 영산으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세가 웅장하고 험준하여 기험천하제일산寄險天下第一山으로도 불린다. 높이는 팔백 장丈이 넘으며 조양봉(동봉), 낙안봉(남봉), 연화봉(서봉), 운대봉(북봉), 옥녀봉(중봉)의 다섯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일찍부터 이런 화산의 산세에 따라 여러 도관과 수련처가 곳곳에 생겼고,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어느 때부턴가 하나의 세勢를 형성하게 되었으니, 세상에서 일컫는 화산파華山派가 바로 그것이다.

 

장안동長安洞은 화산 곳곳에 산재해 있는 도관들을 찾아 향을 사르는 사람들을 상대로, 객잔이며 주루, 다루, 각종 장식이나 기념품 등을 팔아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여기부터는 길이 험해져 신심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감히 산에 오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장안동에서 십오리길, 비탈이 점점 심해지다 아주 가팔라지는 곳에 화산파의 산문 구실을 하는 운문雲門이 있고, 그 운문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몇 채의 전각이 있으니, 바로 구천궁九天宮이다.

 

“그래 어떻더냐? 일견一見키로는 삼 년 전보다 다들 더 헌앙해졌구나!”

화산 장문인 중산진인 맹문천 앞에는 다섯 명의 청년들이 앉아 있었는데, 세 사람은 옷차림이 남루하고 얼굴에는 땟국물이 흐르는 사람도 있어, 개방의 거지 아닌가 싶을 정도였고, 두 사람은 입성이며 지니고 있는 것들이 제법 부富 티가 나고 있었다.

그러나 맹 장문인의 말처럼 누구 하나 빼어나지 않은 사람이 없었고, 여유만만한 가운데 언듯언듯 비치는 기개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그들은 삼 년 전 산문을 떠나 표주漂周에 나섰던 화산문도 칠인 중 다섯이다.

표주란 진정한 도사가 되기 위해, 산문 밖으로 나가 중원 각지를 떠돌아다니는 것으로, 민심을 읽고 세상 물정을 파악하며,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화산파에서는 표주를 무사히 마쳐야 만이 다음 단계의 공부를 할 수 있는데, 속가 제자들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저는 어려서 산에 올라와 산 아래는 전연 모르고 지냈습니다. 삼 년 전 쫓아내실 때 은자라도 쫌 주셨으면 지금 이 꼴은 하고 있지 않았을텐데...”

한 제자가 말을 꺼내자 옷차림이 정갈한 청년이 말을 받았다.

“정혁! 어찌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느냐? 너 분명 출발할 때 큰소리 쳤었지, 은자 십만 량을 들여 산길을 고쳐놓겠다고!”

“야, 이놈아! 네 놈이 표주 중에 누군가에게 사기를 쳐서 빼꼬롬하게 차려 입고 왔다만...”

 

“어허! 장문인 앞에서 뭔 소란들이냐! 찬수가 수채들을 들렀다고?”

“예, 장로님. 돌아오는 길이 마침 섬서 황하 변을 따라 내려오는 길이라서, 한성채와 부곡채를 찾아가 봤습니다.”

“어떻드냐?”

“떠도는 소문대로 수채들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원래 수적들이 제대로 된 건물 하나 변변히 짓고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흐음...”

표주에서 돌아 온 다섯 사람이 눈짓으로 서로에게 짓궂은 농을 주고 받는 동안, 화산 장문인 중산진인과 장로 중계진인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공지 차례 2021.07.06 41
34 흑도백도 7 2021.08.01 81
33 흑도백도 6 2021.07.31 92
32 흑도백도 5 2021.07.28 18
31 흑도백도 4 2021.07.27 10
30 흑도백도 3 2021.07.25 8
» 흑도백도 2 2021.07.24 14
28 흑도백도黑道白道 1 2021.07.17 23
27 탄생! 나차녀 셋 4 2021.07.16 19
26 탄생! 나차녀 셋 3 2021.07.16 19
25 탄생! 나차녀 셋 2 2021.07.14 16

010 - 5802 - 3857

Powered by Xpress Engine / Designed by Sketchbook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