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哲雨武林

흑도백도 6

2021.07.31 23:27

소금장 조회 수:92

저녁이 지나고 밤이 깊어가고 있는데, 아직 호 장로의 군막에는 불이 환했다.

“내 여기서 군사들과 같이 지내며 들은 소문을 정리해 봤다오, 총채주 마해태에 대해서. 한마디로 괜찮은 사내 같던데, 소문들은 들으셨수?”

“예. 우후준순雨後竹筍처럼 생겼다, 관이나 무림인들의 손길이 닿으면 종적을 숨기고, 다시 기어 나오고 하는 동안 수탈收奪의 도度는 점점 심해지고 하니, 장강의 수로연맹처럼 황하채들을 일통하여 일관된 황하 경영을 꿈꾸는 듯하더군요.”

 

“바로 보셨소! 내 언젠가 장강에서 수로연맹 관계자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장강에는 새로운 수적들이 발을 붙이기 어렵다고 합디다, 수로연맹에서 새 수적들이 생기는 족족 쳐부셔 버리니... 또 하나는 통행세 징수가 아주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던데, 장강 상류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거리와 선박의 크기, 화물의 가치에 따라 징수를 하고, 운항 중 수난水難을 당하면 관官보다 먼저 현장에 당도한다고 하니... 이렇게 봤을 때, 흑도백도의 의미가 무었이겠소, 안 그러우? 자, 자, 말이 길었소, 어여 드십시다.”

 

세 사람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호 장로야 원래부터 흑도니 백도니 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고 살던 사람이라 그렇지만, 자신들이 흑도, 즉 나쁜놈들 이라는 의식이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재 방주나 위 회주는, 호 장로의 흑백론에 푸욱 빠져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야, 이놈들아! 살날이 얼마 남지도 않은 늙은이들 안주를 그렇게 쏠닥쏠닥 훔쳐가면 어쩌누? 누가 가서 봉나찰에게 안주 좀 해달래서 가져 오너라!”

 

“장로님, 그럼 앞으로 저희는 어떻게 방회를 움직여야 할까요?”

위 회주의 질문에 재 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호 장로를 봤다.

“푸흡! 여기 한 놈, 의적義賊이 있다고 칩시다. 이 의적놈이 훔친 재물 중 어느 정도를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 의적이랄수 있겠소? 의적도 먹고는 살어야 할 거 아니우...?”

재 방주는 뭔 소린가 하여 위 회주를 쳐다봤고, 위 회주는 호 장로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 회주! 뭐요? 왜 나만 모르는 겨?”

“양심껏 살으라시잖습니까!”

“엥?! 먼 소리래...”

이때였다.

 

“장로님! 장로님!”

“아, 한밤중에 뭔 호들갑여?”

“봉나찰, 아니 담 소저가 사라졌슈!”

“뭐라곳!”

“나차녀 셋두 자단두 뵈지가 않드라구유!”

“아이고, 이 사람들이 정말... 재 방주는 빨리 마사에 가서 누가 말을 내갔는가 확인을 하고, 위 회주는 얼른 소 공자 막사에 들러 이리로 좀 오라 하시오! 얼른!”

 

철우는 차 지휘사와 최종적인 점검을 하고 있었다.

“소 공자, 정말 이 작전이 성공을 하겠소?”

“예.”

대답을 하며 철우는 차 지휘사에게 술을 한잔 따랐다.

지휘사는 잔을 비우고 철우에게 잔을 건넸다.

“조카 같으니 내가 잔을 건네도 무방하리오?”

“고맙습니다. 이번 일은 너무 심려치 않으시도록 하겠습니다.”

“내야 정 안되면 수적들을 일망타진하면 그 뿐이라서도 그렇고, 또...”

철우가 잔을 비운 후 다시 지휘사에게 건넨 후 잔을 채웠다.

“소 공자를 믿으우!”

그러면서 철우를 보며 빙긋히 웃었다.

“소 공자! 내 질녀姪女가...”

“소 공자님! 공자님!”

 

“벌써 세 시진 전인 초저녁에 말을 내줬다 하더이다. 별다른 말은 없었고 군막 사이에 갇혀만 있어 답답해서, 황하변 만 산책을 하고 돌아온다고 했는데, 여직 소식이 없어 곤란해하고 있더이다.”

“자단이 아무런 짖음도 없이 사라진 것을 보면 채 낭자를 따라갔을테고..”

“어디를 갔을꼬...?”

철우가 모여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방주님과 회주님은 여기 계시다, 혹시 그녀들이 돌아오면 붙잡아 두셔야 합니다.”

“예.”

“예”

재 방주와 위 회주는 그녀들이 사라진 것이 마치 자신들 잘못인 양 어쩔 줄 몰라했다.
“다 큰 어른들인데 두 분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호 장로님!”

“소 공자가 황하변을 맡으시우, 내가 북상하는 관도를 달리리다!”

“이것은 지휘사께서 주신 것입니다.”

“명적鳴鏑이군...”

“예, 개량형이라 여기를 누르면 바로 화살이 튀어 오른다더군요. 일백 장을 솟아오른 뒤 폭발이 있다고 하니, 평야 지대에서는 쉬이 눈에 띌 것입니다. 그럼 저 먼저,,,”

철우는 마음이 급해져서 서둘러 자리를 떴다.

 

“가주님! 삼문협을 거치지 않고 운성 쪽으로 움직이면 내일 아침이면 수적들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남궁가 일행은 밤을 새워 길을 재촉했다.

여명이 서서히 걷혀 갈 무렵부터는 까마득하게나마 황하가 눈에 들어왔다.

“자, 모두들 여기서 잠시 쉬기로 하자!”

남궁가주는 말을 멈추게 하고는 남궁석택과 둘째아들 남궁찬을 불렀다.

 

“석택아, 저 곳이 채촌촌蔡村村이란 말이지?”

“예, 방금 돌아온 척후 말로는 배에 승선하지 않은 수적들 오륙백 명이 숙영宿營을 하고 있답니다.”

“숙영을? 왜 배를 타고 있지 않다던가?”

“그것까지는...”

“허긴 시간이 없었으니... 찬아!”

“예!”

“날랜 아이들 몇 데리고 가서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오너라!”

“예.”

“자 모두 여기서 쉬면서 다음 행군을 준비하도록 하라.”

“둘째 소문주, 그러지 말고 우리랑 같이 갑시다!”

태황진인이 금호신승과 옥면호리를 대동하고 앞으로 나섰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관도를 걷는 이들이 있었다. 모두 열두 명인데 소림산문을 떠난 승려들로, 유천대사와 영천대사가 이끌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소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십대의 천洊자배로, 장문 바로 아래 항렬이다.

 

“사형 좀 쉬었다 가시죠...”

영천대사가 한걸음 뒤에서 오던 유천대사를 돌아보며 의견을 구했다.

“그러세. 조금만 가면 황하가 나올 것이니... 저 친구들은 피곤하지도 않은가 보군...”

두 사람 뒤로는 아직 젊은 승려들 열 명이 무엇이 즐거운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걷고 있다, 두 사람이 먼저 걷기를 멈추고 자리를 잡자 모두 뒤따라 자리를 했다.

 

“늘 갇혀 있다 산문을 나왔으니 신도 나겠죠. 저희도 그랬잖습니까.”

유천대사가 웃으며 답했다.

“자네가 사고만 치지 않았어도 더 자주 내려올 수 있었을텐데...”

“사형! 지금 그 얘기를 꺼내시면 쟤들이 듣습니다, 쉬잇!”

영천대사가 짐짓 과장된 몸짓으로 검지손가락으로 자기 입술을 눌렀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히히히, 영천 사숙님! 늘 저보고 게으름 피우고 장난만 한다고 야단치셨는데, 아무래도 제 그만그만한 장난보다 더한 말썽을 피우셨군요? 그렇죠 큰 사숙님!”

아래 항렬 중 제일 어린 영묘였는데, 늘 산사 곳곳을 뛰어다니며 일을 저질러 제자 단속을 제대로 못 한다고 꾸중을 듣게 만드는, 이제 열아홉 된 제자였다.
“크험,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나.”

“에이, 사숙! 제가 천리통千里通이 된 지 한참 지난 걸 아직 모르고 계셨군요...”

“에라, 이놈아!”

“딱!”

“아고~ 사숙! 손두 아니고 선장禪杖으로 목탁! 아니, 대가리! 아니, 머리를 때리시면 어떡해요~”

그러고 보니 영자 배 아홉이 모두 목을 길게 빼고 유천대사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이거 참...”

유천대사가 사제를 보니 얼굴이 울상이었다.

“자네가 그때 바라이죄波羅夷罪(파문을 당하는 죄, 사음邪婬, 투도偸盜, 살생殺生, 망어妄語)를 지은 것도 아니고, 자수를 허게나, 아이들에게 공부도 시킬 겸...”

 

소림사에서 이십 리 떨어진 곳에는 등봉현登封縣이 있다.

등봉현은 다른 곳의 사하촌寺下村과는 달리 부처님을 찾아 절을 찾는 향객香客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소림사에 들러야 하는 각양각색의 무림인들 발걸음도 끊이지 않아, 성시城市가 크고 늘 붐볐다.

 

청향루淸香樓.

청향루는 등봉현의 다른 주루, 객잔처럼 운영을 했으나, 소림사 승려들을 고려하여 술과 고기가 들어간 음식은 팔지 않았다. 볼일이 있어 산문을 나섰던 소림사 승려들이나, 소림사에 일이 있어 등봉현에 들어온 외지인들이 식사를 하거나 며칠씩 묵을 수 있는 곳이다.

 

천자 항렬이 지금의 영자 항렬 또래였던 이십여 년 전, 유천과 영천을 비롯한 다섯 승려들이 소림사를 찾는 무림명숙武林名宿들의 안내를 위해 산문을 나와, 등봉현 곳곳에서 머물고 있던 무림 인사들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영천은 청향루와 다른 한 곳의 손님을 맡게 되었는데, 영천이 청향루에 들어서기 전부터 안에서 조금 좋지 않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 영천이 몸을 날려 청향루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섰는데...

 

“야, 이놈아! 주루에서 술과 고기를 팔지 않을려면, 대체 왜 장사를 하는 것이냐?”

한 장한이 청향루의 점소이 멱살을 잡아 올려 뺨을 후려치고 있었다.

주변에는 무림인 십 수명이 몇몇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모두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서는 이는 없었다.

 

“추랑秋郞! 전 괜찮아요. 이제 그만 하고 우리 다른 곳으로 가서 식사를 하도록 하자구욧!”장한과 함께 온 듯한 젊은 여자가 장한의 팔을 잡고 말리고 있었는데도, 장한은 또 다시 점소이의 뺨을 때리려 손을 들었다.

“멈추시오!”

영천은 재빨리 다가가 장한의 손을 잡았다.

 

“이곳은 저희 소림사에서 특별히 주루 주인에게 부탁하여 술과 고기는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한 곳이오. 분명히 이 점소이가 그 점을 미리 말씀드렸을텐데, 이 어인 행패란 말이오?”

“오호~ 소림사에서 나오신 분이군요. 잘 왔소이다. 내 말 좀 들어보구려!”

 

한림객翰林客 추효빈은 나이 마흔이 넘은 검객으로 한림이라는 별호처럼 제법 빠른 검을 구사하는 백도의 인물이었다. 추효빈은 협행도 많이 해서 평판이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성격이 불같아 가끔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오늘은 늦게 얻은 아내와 함께 소림사를 찾기 위해, 천 리 먼 길을 십여 일에 걸쳐 오느라 심신이 모두 지쳐있는 상태였다.

청향루가 눈에 띄어, 들어와 술과 식사를 주문했는데 점소이가 소채로 만들어진 음식만 가능하다고 했다.

“어이, 친구! 내 집사람 좀 보구려! 배가 저리 부른 것이 뵈잖우. 우리가 아주 멀리서 와 다시 다른 곳으로 갈 힘이 없으니, 그러지 말고, 술이 안되면 오리구이라도 한 마리 구해다 주구려!”

 

점소이가 고개를 돌려 장궤를 보니 고개를 젓고 있었다.

“손님,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스님들을 위해 찬청餐廳에서는 술과 고기 냄새를 피울 수가 없으니...”

“이 보시게, 집사람이 가진 아기가 잘되라고 소림사 부처님을 뵈러 온 것이니, 부처님도 스님들도 모두 눈감아줄 것이오. 얼른 가져오구려.”

“손님...”

“어허!”

“아, 참... 손님! 다른 분들 식사하시는데 불편하니 그만...”

“에익!”

 

영천은 잠시 생각하다 추효빈에게 말했다.

“저 점소이 입장에서는 오리구이를 구해오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나, 청향루의 입장도 있으니 선뜻 그리하지 못하였을 겁니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영천은 추효빈의 손을 놓아주고 점소이를 다독거린 다음 청향루를 나섰다.

 

영천은 열 십자十字로 묶여진 통오리구이를 들고 청향루를 향했다. 묶음이 조금 허술했는지 오리대가리가 튀어나와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영천을 쳐다봤지만, 영천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얼른 청향루에 가서 임산부에게 오리구이를 먹이고 싶을 뿐이었다.

 

청향루가 저만치 보일 때다.

“아니 사제! 지금 그 모습이 뭔가?”

옆길에서 유천이 웬 사람들과 함께 나오고 있었다. 언듯 보니 비구니 몇과 무림인 듯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

“아, 유천 사형! 손님들을 모셨군요. 저는 청향루에 들렀다...”

“그참, 말세로군... 스님이 오리고기를 다 먹고... 술은 안 마시려나? 안주가 저렇게 좋은데...”

“푸흡!”

“큭큭큭~”

“아니...”

영천은 갑자기 말문이 막혀 들고 있던 오리고기를 들어 올려 쳐다봤다.

그 모습이 우스웠든지, 영천과 유천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터뜨렸다.

 

“사제! 손님들 앞에서 이 무슨 추태醜態를...”
“아니 사형, 이 오리고기는 제가...”

그때 한 사람이 나서더니 영천과 유천을 향해 한마디 했다.

“우리가 소림을 찾아 먼 길을 온 것은 높은 불력佛力을 쌓아오고 있고, 무림의 태두로서의 소림을 알기 위해서인데, 이토록 대로大路에서 오리와 함께 운수행각雲水行脚 하는 모습을 볼 줄이야 몰랐소!”

영천과 유천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유천이 영천을 한번 쳐다보고는,

“시주施主 말씀이 좀 지나치십니다. 제 사제가 사정이 있어 오리고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 설마 먹을려고 챙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안 그런가?”

“예, 사형. 저와 함께 청향루에 가 보시면...”

“혹시 소림에서는 고기뿐 아니라 술도, 색향色香을 즐기는 것도...”

“에잇!”

“퍽!”

깃털이 다 빠지고 불기운으로 구워진 오리가 하늘 높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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